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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5월의 계룡산

큰배재

 

삼불봉

 

조식가능 전원 레스또랑    /  천장골에서 1시간 30분

 

금잔디 고개 삼거리에서  1시간

 

동학사 - 관음봉에서 1시간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

어제 까지도 멀쩡했는데

게다가 어제는 가족들과 어버이날 행사가 있어 식사를 하느라 오히려 운동량 부족인데

두어 달 전에도 갑자기 그런 증상이 있었지만 병원도 안가고 스트레칭과 걷기 그리고

산행으로 치유했는데 오늘도 똑 같이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

 

뭐지?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몇일 안정하고 산행 한 번 하고 나면 금방 나았는데 이젠

그 회복의 꼬리가 사뭇 길어지더니 증상도 잦아졌다.

공교롭지만 비끗한 증상이 옛날 산에서 떨어진 부위에서 나타나는데 통증의 양상은 다르다.

몸이 뭐라고 말 하려는 것 같은데 아직은 알아 들을 수 없다.

 

그래 오늘은 계룡산으로 가자

치유는 또 몸에게 일임하고 산들바람에 부탁해야지

아니 보험처리 해달라고 계룡 산신령님께 땡깡이라도 부려야지

16년전 겨울 철계단에서 떨어뜨려 오래 고생시키셨으니 오늘 것도 다 해결해 달라고

 

지난 겨울 계룡의 장대한 눈밭은 환상적있다.

난 전날의 폭설로 입산통제된 계룡의 설릉에서 엄청난 바람과 추위를 홀로 대면했고

절절한 감동으로 아무도 없는 그 길을 걸어 내렸다.

지석골에서 올라 7시간 이나 걸린 그날의 여정은 선연한 고통과 처연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저 빛어낸 계룡의 걸작 이었다.

그날의 감회는 사진 외에는 그냥 여백으로 남았다.

난 삼불봉 까지의 여정만 글로 남기고 자연성능의 환상 설원에는 할말을 잃었다.

그냥 아무도 없는 고산설릉의 눈 쌓인 바위 위에 돟다라고 적어 놓은 게 다였다.

차가운 대자연의 화폭에 눈과 바람이 일필휘지로 써 내려 간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는

내 가슴에

감동의 비수를 꽂아 그 낭자한 피로 독아의 목마름을 단숨에 해갈했지만 그 처연한

아름다움은 필설의 한계를 일깨워 주었을 뿐이다.

 

내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영혼의 순례지

자주 가야지

아니 자주 가지는 못한다 해도 계절이 바뀌면 한 번 씩이라도

설악은 가을에 한 번 가도

어머니 산 지리산은 두 번은 가야지

그래 덕유산과 속리산은 세 번쯤 가고….

 

소나무는 환경이 척박해져서 삶에 위태로움을 느끼면 솔방울을 만든다.

대추나무가 많이 열리게 하려면 대추나무에  염소를 매어 두라는 말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염소가 나무를 흔들어 대면 대추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는다.

인간은 삶이 힘들어지면 결혼을 안하고 결혼을 해도 아기를 낳지 않지만 식물들은 위기를

느끼면 씨앗의 번식에 전력을 다한다.

짧게 살다가는 세상과 그 너머의 삶의 질 까지 내다보는 인간의 이성은 생명체의 종족보존

본능을 뛰어 넘는다.

이 또한 날로 풍요로워지는 물질문명과 날로 가난해지는 정신 세계에서 인간 또한 자신을

보호하려는 욕구에서 발현된 또다른 형태의 본능일 뿐이다.

지능이 높은 인간은 이 혼돈의 세상에서 중요한 건 종족 보존을 위한 밀알과 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기쁨과 행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 역시 역경과 고난을 통해 강인해지고 담대해진다..

우리의 몸도 편안한 상태로 두면 질병과 노화에 취약해지고 정신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번민과 고통 속에서 피폐해진다.

현대인들은 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잊지 말고 챙겨야 할 필수불가결한 두 가지 요소는

몸과 마음이다.   

 

60년 이상을 살다 보면 몸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하는 얘기와 몸과 대화하는 법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늙지 마라 !

너의 몸과 너의 부인은 젊은 시절 너의 학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그 고통을 이자를 얹어 되돌려 주기 위해 네가 늙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왕양명

 

적어도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은 늙어갈수록 고립되고

고생문이  훤해진다.

 

네 말만 하지 말고 잘 들어라 !

몸이 피곤하다고 얘기하면 휴식을 취하고

몸이 아프다고 얘기하면 그 원인을 찾아 통증을 해결해야 한다.

삶이 즐거움도 좋지만 몸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젊음을 믿고 깝치다가는 세월이

흘라가면 낭패를 당할 것이다. 

과도한 술도 그려려니와 백해무익한 담배를 피워 대고 몸을 함부로 굴려 놓고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젊은 날 몸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그 말에 어깃장을 놓지 않았으면 늙은 네 몸은 아직도

너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가지 않고 산으로 가는 것도 산과 내 몸의 치유의 힘을 믿기

때문이고 아직은 내 몸이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자신감 이다,

 

 

마음은 어떤가?

마음은 몸 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나의 건강과 내 삶의 모든 행 불행을 주관하는 것이 내 마음이다.

걱정과 두려움 증오와 분노의 화기로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을 괴롭히면서 열심히 몸의 건강을

챙기는 운동을 한다고 건강이 좋아질 수 있는가?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이것이 바로  범인이 추구해야 할 도가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공부가 마음공부다.

정치인이 민심을 얻는 것이 도이고 사업가의 도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면

범인이 도는 자연의 마음을 얻는 것

본래의 고요한 마음

두려움과 고뇌를 모르는 즐거운 아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해탈이란 그 도를 깨우침이다.

인생의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피하려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와 비바람 가운데서도

고요하게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단조로운 걸음 속에서 무쌍한 변화와 삶의 경이를 만나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

내 영혼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는 것이다.

도의 경지에 이르면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타기를 즐기고 파도가 비가 들이치면 우중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되고 외부의 풍파가 내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흔들지 못한다.

 

 

내가 이른 아침에 아픈 허리로 계룡에 드는 것은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이고 마음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다.

그 길이 가고 싶지 않은 길을 억지로 가는 게 아니라 내 기쁨을 불러 내여 함께 가는 길이니

그 길이 도에 가까이 가는 길이 맞음을 나는 애초부터  알고 있음이다.

허리의 아픔이 다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잘하면 몸과 계룡이 해결해 줄 터이고 오늘 낫지

않는다 해도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

걸을 때 마다 통증이 느껴지는 건 아니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고 그것이 내 아름다운 순례와

유희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아름다운 봄날이다.

올 봄에 만난 가장 깨끗하고 맑은 날이다.

게룡의 푸른 산과 숲이 이렇듯 아름답게 빛나는 오늘

 

 

 

오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
월을 드립니다

5
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 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
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
월을 가득 드립니다

 

 

그냥 그 마음 이었다.

천장골을 올라 남매탑 삼불봉에 오르고 자영성를 초입 금잔디 고개 삼거리 까지 내쳐 갔다.

한시간 반 걸렸다.

나보다 훨씬 오래 산 노송 아래서 비로소 아침 요기를 했다.

그리고 불세출의 조망을 자랑하는 자연성릉

어느 계절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 능선을 주유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그 길을 걸으며 나는 한 걸음 더 도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관음봉에서 하산길이 늘어 났지만 그 길은 더 아름다워졌다.

대부분 새벽에 이 길을 걸으면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아침 하산 길에서는 이 길을

따라  올라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얼마전 매표소에서 부과하던 통행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나도 다음에는 이 길을 걸어 올라 자연성를을 걷고 삼불봉에 올랐다가 천장골로 내려가 보아야 겠다.

우야튼 가장 비싼 속리산 통행료도 없어졌으니 늘 땡초 도둑님들 욕하던 부자 조사장도

좋아 하것네….

그러고 보니 다음주 소백산 비로사 통행료도 내지 않아도 되것네

오대산도 통행료 안 낼려고 반대편으로 휘돌아 가지 않아도 되구…..

경사났네 ~~~

정치인님들 표 때문에 땡초들눈치보느라  건들지 못하다가 그래도 이번에는 큰 일했네.

그렇게 라도 조금씩 세상이 공평해지고 좋아져야지 .. 

가을과 겨울에는 강원도를 떠나기 전에 조사장하고 오대산도 가고 치악산도 한 번 더 가야 하것네

 

관음봉에서 동학사 까지 하산은 1시간이다

거기서 주차장 까지 30분 더해서 4시간 남짓이면 난 계룡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도를 닦고

환속할 수 있는 것이다.

철마다 바뀌는 계룡의 얼굴을 대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오월의 오늘이 이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에 감사한다.

그 아름다운 오월의 산이 내 곁에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그 오월의 산을 절절히 느끼며 걸을 수 있음 만큼 건강함에 감사하고

이런 감사를 느길 만큼 불행보다는 행복을 많이 내려주신 신께 감사한다.

 

동학사에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

허리가 션찮은 데도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 행 일 : 2023514일 일요일

산 행 지 : 계룡산

산행코스 : 천장골-큰배재-남매탑-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동학사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 맑고 깨끗함

   : 나 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