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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5월의 소백산

 

 

추억은 향수 같아

아름다운 기억은 그리움으로 오지

뜨거운 태양빛에도 바래지 않고

수 많은 어둠에도 물들지 않고  

세상에 이는 삶의 먼지와 세상의 악취 속에서도

사랑의 향기를 뿌린다네 …..

늙은 가슴 어딘가에서 남아 있는 설레임처럼

세월에 늙어가지 않는 늘 푸른 영혼처럼….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는가?

세상 모든 것이 다 빌려온 것이어늘 ….

내가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것들

이 몸도

내가 입고 있는 이 옷도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내 육신이 그렇거늘 내 영혼은 나의 것인가?

시간 속에 희미해 가고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잠들어 갈 것인데….

그 마저도 하늘로 훌훌 날리고 가야할 것이어늘….

 

그래도 살아 있음은 축복이라네.

살아 있으니 꿈틀거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고맙게 빌려 온 것들 잘 쓰다가 가면 되는 거지

짧아서 더 아름다운 세상 기쁘고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되지.,

 

욕심부리지 말게

찰라의 삶에 무에 그리 많은 게 필요한가?

휘어지는 등짐의 무게로 더 높이 훨훨 날아 오르지도 못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아픔이 더 많은 것, 더 소중한 것을 잃게 한다네 

 

잘 산다는 건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기쁨과 즐거움을 더 많이 누리는 것

매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면서 살아 가는 것

 

 

내 것이든 내 것이 아니 든 무슨 상관 인가?

내가 누리는 세상이 다 나의 것이어늘

익어가는 우리의 사랑도, 우정도

내가 걷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도

그 길을 날리는 바람과 꽃 향기도

그리움을 타고 오는 추억도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 들 어떠리 !

내가 사는 세상이 더 재미 있고 즐겁다는 것이니…..

애초에 내 것이란 하나도 없었으니 

다 놓고 가도 아쉬울 게 없다네

내가 가진 것으로 이렇게 잘 살아 왔으니 ...

 

이제 여행을 즐기세

세상사 시름일랑 훌훌 털어 버리고

등짐은 가볍게 하고 마음은 텅 비우세

세월이 가도 가슴에 남는 행복한 추억만 남기고

빈 마음에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보세 

그래서 새털처럼 가벼워 지세

 

 

 

 

 

 

                                                                                                                             삼가탐방지원센터

 

 

 

 

 

추억이 풀무질하면 떠나야 한다.

소백의 푸른 능선

지난 해 홀로 댕겨오고 조사장과의 일박 여행지로 다시 계획에 올렸다.

 

흐린 날 새벽 6시에 만나서 소백으로 떠나다.

 

꽃이란 꽃이 다 피었다고 했다.

그것도 2주 씩이나 빨리

그래도 1600고원의 철쭉들은 아직 피지 않았을 것이다.

괜찮다.

난 아직도 떠나지 않은 봄 속을 기쁘게 유영할 것이다.

물결치는 소백의 신록과 아기처럼 채 피어나지 않은 철쭉들의 재잘거림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난 내 생해 숱한 날을 소백에 올랐어도 절정의 화원은 만나지 못했다.

그건 내가 누릴 더 큰 기쁨이 아직 소백에 남아 있다는 거다.

다시 은퇴하는 날엔 평일의 길일을 잡아서 홀로 유유자적 오르면 되지.

새벽 4시쯤 희방사를 올라 연화봉에서 일출을 보고

쏟아지는 황금 빛 햇살을 밟으며 푸른 초원을 걷는 거다.

7시간 반쯤 걸리는 먼 여정이겠지만

그 길 위에서 또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를 써내려 갈 것이다.

아직 최고의 시간이 오지 않았다는 소백의 기대만으로도 벌써 행복해 진다.

 

삼가리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하여 여장을 꾸리고 카메라를 들쳐 메는데 아뿔싸

카메라가  계속  켜져 있었던지 밧데리가 거의 방전되었다.

이 상태면 몇 컷 찍지도 못한다.

,,……우짜 이런 일이…..

 

할 수 없이 몇 장 찍자고 그 무거운 것을 들고갈 수 없어 조사장의 핸펀을 달라고 했다.

지난 번 카메라 기능이 강화된 갤럭시 최고 모델로 바꾼 걸 알고 있기에…. .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 고부기나 매제 핸펀 만큼 화질이 쌩쌩 할 수 있을까?

 

달밭골까지 차를 가지고 가믄 되는데 택시 운전사가 그 마을엔 외부사람들 주차할 데가 없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걸어 올라갔다.

2km 정도의 거리로 왕복 4km을 더 걸어야 한다는 야그인데 결과론 적으로는 걷기를 참 잘했다는 거

시종 들려오는 아침 계곡의 물소리는 정겨웠고 쌀쌀한 공기와 숲의 향기가 코를 뻥 뚫어 주어서 몸이

채 풀리지 않은 도입부의 산행도 쾌적 했다.

귀와 눈이 즐거워 지는데   푹신한 길이 부드럽게 이어져 발 까지 편안 했다..

 

달밭골에서 비로봉 길은 작 년에 내가 홀로 내려온 길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색은 점점 고와졌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산 길이 넓은데다 그리 가파르게 쳐 오르는 길이 아니고 천천히 고도를 높이는

길이라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쌀쌀한 날씨가 한 몫 도와준다.

그런 와중에도 조사장의 땀은 거침이 없다.

 

사고지 터에서 운동화를 신고 배낭도 없이 물 하나 가지고 오르는 나이든 부부를 만났다.

원래 계획이 없었고 비로사만 돌아 보고 가기에는 아쉬워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라고 했다.

여자는 반팔이다.

사리 분별이 잘 안되거나 고강한 공력의 소유자 이거나….

걷는 폼새를 보니 무식하게 들이대는 초짜는 아니다.

무리하시지 말고 천천히 오시라고 하고 추월해서 속도를 높여갔다.

 

중반부 이후에는 오름 길에서는 사진을 찍는 횟수가 많이 늘어 났다.

절정기를 시새우는 7부 능선의 철쭉들을 핸드폰에 담느라 발길이 느려 졌고 조사장은

늘 하던 대로 페이스대로 치고 올라 가다 보니 비로봉에서 20여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소백 주릉의 냉기와 바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조사장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다.

게다가 자켓까지 차에다 놓고 왔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소백을 우습게 보다니….

얼마나 추웠을까?

 

 

8부눙선부터는 완전히 구름에 휩싸였다.

차가운 바람은 자욱한 산 안개와 구름을 몰고 다니는 비로봉은 조망은 고사하고 능선의 한치

앞도 잘 내다 보이지 않았다.

ㅎㅎ

소백 신령님  조사장한테 멋드러진  고원풍경 보여주기 싫으신 모양.

 

그런 데를 반바지를 입고 온 할배가 있다.

홍천 산다는 할배 .

나보다는 좀 더 어려보이긴 해도 엔간히 세월을 보낸 얼굴인데..

추위에 입술이 새파래진 조사장에게 다소 위안이 되었기를

 

초암사로 내려서서 달밭골을 따라 다시 원점회귀를 해야 한다하니 조사장이 반대편 능선으로

연화봉을 찍고 희방사로 내려가면 어떠냐고 한다.,

내려서서 택시로 원점회귀 하자고….

 

능선은 더 길게 타지만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길일이 아니다.

지금의 능선 상태로 보아 연화봉 지나 희방사 갈림길까지 우리는 산 안개 속을 걸어야 할 것이다.

조망은 커녕 눈에 뵈는 것도 없고 능선의 철쭉은 채 피어 나지 않았는데 안개속을 헤메고 내려가

구태여 택시비를 지출하면 아깝지 않은가?

그리고 연화봉의 능선의 풍경은 나 홀로 새벽 해돋이를 보고 다시 걷고 싶은 길이어늘

 

게다가 조사장의 지금 복장으로는 거칠 것 없는 연화봉 능선의 바람은 너무 추울 것이다.

반대편 국망봉 쪽으로 가는 길은 숲 길이 많아서 바람이 오롯이 노출 되지는 않아 상대적으로

추위를 덜 느낄 것이다.

 

걱정하는 조사장을 앞세우고 국망봉을 향했다.

고원의 철쭉은 다 피어 나지 않았지만 들락거리는 산 안개에 휩싸인 초록능선과 그 능선을 수놓은

철쭉의 자태는 우아했고 다시 만난 봄처녀와의 고원 산상데이트는 감미로웠다.

늘 만나던 봄날의  싱그럽고 후련한 고원의 풍경이나 

아름다운 눈꽃과 서슬푸른 칼바람에 휩싸인 팜므파탈의 비장하고 고혹적인 자태가 아닌 

은은하고 신비로운 소백의 또  다른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국망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조금씩 조망이 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초암사 하산 길을 잡았다.

다시 온지 십수년도 넘은 넘은 조사장에게 비로봉의 멋진 풍광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지만

또 다른 소백의 우수에 찬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오늘 또한 행복한 날이다.

 

12시가 다 되어 돼지바위 인근 데크에서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 440분에 아침을 먹고 나왔으니 7시간이 넘었는데 그나마 비로봉 오르기 전에 떡을 하나

먹었기에 견딜 만 했다..

 

하산길은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어 조사장과 지근거리에서 움직였다.

초암사 가기 전 갈림 길에서 우측 달밭 길로 접어 들었다.

소백산 자락길에 속한 길로 비로사와 초암사를 잇는 4km 정도의 올레 길인데 울창한 숲의 향기와

예사롭지 않은 풍경을 간직한 편안한 길이다. 

시종  따라 오는 계곡의 물소리 외에는 여하한 세상의 소음도 허락하지 않는 그 길은 절과 절, 마음과 

마음사이를 이어주는 구도와 순례와도 맞 닿아 있다.     

삼가리 주차장에서 시작하면 6키로 정도가 되는 길인데 비로사를 둘러보고 초암사로 넘어가면서

계곡의 풍류를 즐기다 보면 족히 한나절은 걸릴 것이다.

소백산 능선의 출중한 풍경을 보지 못한다 해도 그 아쉬움을 덜고 소백 여행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할 만한 힐링 루트라 할 수 있겠다.

마눌이나 친구들과 함께 풍기에서 하루 묵으며 이 길을 걷고 온천도 하고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돌아

보면 그 것으로도 꽉 찬 여행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달밭길은 편안한 길이지만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으로는 시종 오름길 이었다.

결국은 해발을 300여 미터 이상 낙차를 극복하고 작을 산을 넘어야 원점회귀를 할 수가 있으니 체력이

떨어진 막판에는 다소 힘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천하의 조강쇠가 그런 평이한 길을 힘들어 하다니 ?

말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조사장은 갈전곡봉의 쓰라린 추억이 생각 난다고 했다 .

다 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다시 떠 오르던 무수한 봉우리들

백두대간 산객들에게 악명높은 산길로 회자되는 그 산길의 추억마저 소환되었다니 예상 밖이었다

 

난 힘이 많이 남아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뒤따라 걷는데 조사장은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하산이 종료되고 이제 평지를 걸어 원점회귀하면 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지만

우리가 올랐던 비로봉 산 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길이었다.

땀을 많이 흘린 조사장은 산 언덕 쉼터에서 휴식하고 길이 내림 길로 바뀌면서 비로소 평상시의

컨디션으로 돌아 왔다.

 

7시간 30분에 걸친 긴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늘 그렇듯이 큰 산으로의 여행길은 즐거웠고 조사장은 막판의 힘겨움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니

오래 기억될 산행이 될 것이다.

 

우린 풍기 온천에서1시간 30분 정도 온천욕을 즐기고 내가 뽑아 간 맛집 3 (풍기 한우 음식점

2곳과 보신집 1)을 저울질 하다가 보신집을 낙점했다..

풍기온천 숯불식당 온천 바로 옆

풍기축협 한우프라자 풍기 온천에서 9km 10

영주 한우마을 본점 8km 9

소백맛집 : 054-636-8209 개고기 ,염소

 

나도 그렇지만 조사장 또한 영양탕을 좋아하다 보니 그 지역을 압도하는 풍미가 아니라면

그 희소성으로 더 찾기 어려운 보신집이 마지막 선택지가 된다..

사실 소고기 보다 더 비싸지만 가격이 별 문제될 될 일이 없으니

이라다가 전국 관광지 영양탕집은 다 꿰차게 생겼네…..

 

소백맛집은 우리가 들어 갈 때 손님이 거의 없었다.

술을 두어 병 비우다 보니 현지인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 들었다.

 

조사장과의 일박산행 먹거리에서는 실패하는 법이 없었다.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전국에서 영양탕집은 거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 까지 살아 남은 영양탕집은 맛에 관한 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거다.

게다가 우리처럼 7시간 이상 씩 기아 산행을 하고 나면 무슨 음식을 먹은 들 맛이 없을까?

 

최상의 음식 맛은 굶주림이다.

음식을 맛 있게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고플 때 먹는 것이다.

 

 

오늘은 네 번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날이다.

안개 자욱한 비로봉에 올랐을 때

국사봉에서 안개속에서 손을 흔드는 아릿따운 자태의 봄처녀를 다시 만났을 때

풍기온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씻어낼 때

그리고 그 상쾌함으로 차가운 한 잔의 맥주를 들이키며 친구와 맛 잇는 음식을 나눌 때

 

우린 맥주 두 병과 소주 세 병을 비우고 홀가분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풍기 천을 산책했다.

작년 봄 월출산 산행을 마치고 나주에서 삼합에 술 한잔 거나하게 취해서 영산강변을 산책하는

그날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었고 다리를 비추는 현란한 불빛은 풍기의 달밤을 낭만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모텔에서 대짜로 뻗어서 시체처럼 잤다.

유튜브를 보다가 불도 끄지 않고 이빨도 닦지 않고 나도 모르게 곯아 떨어져 7시간을

내리 잔 것이다.

 

다음날 7시에 모텔을 나와 풍기 5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분식집에서 라면으로 속풀이 하고

대전으로 출발하다.

 

큰 산으로 함께 갈 친구가 있고

큰 산을 즐겁게 걸을 수 있고

내려와 친구와 더불어 술 한 잔 칠 수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되지

이 나이에 더 바랄 게 무언가?

 

 

2023520일 토요일 ~ 21일 일요일

 

 

산 행 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삼가 탐방지원센터 달밭골-– 비로봉-어의곡삼거리-국망봉-초암사 갈림길-달밭길-

달밭골 - 삼가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 13km

소요시간 : 7시간 30

: 조사장

 

 

뒤 풀 이 : 풍기 온천욕 후 소백 맛집 영양 수육 , 영양전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