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매번 모임 일정마다 비가 가택연금 스티커를 발부하고 나섰다.
지난 석가탄신 대체공휴일은 5월 29일은 대체 공휴일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씩 잦은 모임을 하는 우성 OB 모임 WOLF 모임에는 반 년 이상 참석치 못했다.
매번 나 때문에 금요일 일정을 잡는데 금요일 날 어머니 댁에 가느라 참석이 어려웠다.
10명의 회원이 유사제로 돌아가다 보니 내 차례가 왔는데 이번에는 저녁에 술이나 치는 모임
말고 야외 트레킹 모임 한 번 하자고 제안 했다.
퇴직자 모임이지만 노는 사람이 거의 없이 모든 회원들이 노익장을 과시하는 터라 일정 잡기
가 쉽지 않아 유사 순번을 바꾸어서 간신히 잡은 날이 석가탄신일 대체 공휴일이었다.
월요일 아침에 만나 장령산 휴양림 2시간 트레킹하고 데크에서 삼겹살 뒤풀이 .!
모든 장비와 고기, 야채, 양념은 내가 다 알아서 준비할 테니 입만 가지고 오시라!
총무와 협의해서 공지를 올리자 후원이 답지했다.
텃밭의 야채를 가지고 오겠다는 선배!
수박 한 덩이 가져 오겠다는 후배!
양어장에서 살아 있는 양식 새우를 가져 오겠다는 동기 !
모처럼의 역동성과 활력이었다.
사실 일을 안하고 대전에 있으면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나름의 의의와 반가움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1시간의 식사 모임을 위해 매 달 3시에 회사를 나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4시간을
소모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집에 도착하면 통상 10시이니 7시간이 소요되는 건데 현재 내가 참여하는 모임을 그런 식으로
참가한다면 나는 매 주말 일정은 모두 꼬여 버릴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100% 참석의 위업을 달성했는데 비가 온다는 거다.
아까비 !
야외 일정은 다음으로 미루어도 우산 쓰고 트레킹은 하고 전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좋을까
했는데 시내 점심모임으로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난 홀로 새벽 일찍 비 오는 대청호를 거닐었다.
가슴이 고요해지는 새벽 명상 산행 길은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과는 다른 결의 기쁨이 있고
내면의 울림이 있다.
비는 일찍 그쳤으니 일정대로 진행해도 무방했던 아쉬운 회동이었지만 혼자만의 황홀한
시간을 보냈고 모두들에게 내 얼굴을 한 번 비췄으니 크게 서운해 할 일도 아니다.
6월 2째주 야영모임은 거의 6개월 전부터 잡은 모임이다.
중,고 때 부터의 친구인 성수와 갑성이와의 야외 비박
이 친구들은 내 장가갈 때 함을 팔았던 막역한 친구들이다.
갑성이가 다친 후로 야외 활동의 제약이 있어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살아
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단조로운 벗어나는 만남의 시도를 구상하다가
성수가 캠핑 매니아란 걸 알게 되었고 우린 대청호 야영을 함께 했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성수의 캠핑 장비는 9인승 봉고를 가득 채울 정도 였다.
우린 한적한 호숫가에서 낭만적인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는 해마다 한 번식 전원숙박을
하기로 의기투합 했던 것이다.
6월 8일 토요일과 6월 9일 일요일은 전국비가 예보되었다.
당일모임이면 큰 상관이 없지만 야외에서 고기 굽고 텐트치고 자는 모임이다 보니 전국적인
비와 급격이 낮아지는 기온은 부담스러웠다.
토요일 오전 중에 날씨를 보아가며 강행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는데 갑성이 금요일 저녁에
확정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저녁 8시경에 여전히 바뀌지 않는 예보를 확인하고 취소결정
을 내렸다.
그래서 주말에 내게 다시 자유가 주어졌다.
어머니 댁에서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드라마를 함께 보고 9시 뉴스를 보는데 영수가 밤에
내려 온다고 연락이 와서 밤 9시 30분 쯤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자고 토요일 아침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길이 멀쩡하다.
바람도 시원하구….
예보를 확인해 보니 오후 2시경부터 비가 오는 걸루 일기예보가 바뀌었다.
야영 일정은 물 건너 갔지만 원안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어짜피 오전에는 산에 댕겨올
생각이었다.
오후에 비가 올지도 모르지만 내겐 온전한 하루가 주어졌으니 멀지 않은 곳에서 제대로 몸이
풀릴만한 곳으로 가야지
어디를 갈까 고민 하다가 계룡 비등 황적능선을 떠 올렸다.
비가 오면 거친 바위들이 좀 위험하겠지만 오후 2시정도면 위험 구간을 지나 산행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5월에 아픈 허리로 계룡산 자연성릉을 타고 5월의 푸르름과 기분 좋은 뻐근함이 좋았고
이후 그 산기덕분에 허리도 많이 좋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계룡이 자꾸 가슴에 들어 오고 그 곳에서 누리는 감동이 많아 진다는 건 !
큰 산에는 큰 기가 있고 그 기운이 내 몸과 정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예로부터 풍수상의 길지에 속하는 계룡산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
산책이 아닌 등산을 하고 싶을 때 계룡은 멀리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해갈해주는 내 영혼의
성지 같은 곳이다.
그 옛날에는 병사골에서 관음봉까지의 정규능선과 건너편 쌀개봉 까지의 황적능선을 계절
별로 한번 씩은 종주를 했었는데 이제 그 코스는 아련한 엣 추억 되었다.
20년 전 쯤인 백두대간 종주시절에는 그 코스를 돌아 내리는데 평균 7시간 30여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지금은 맘먹고 나선다 해도 10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당연히 몸에도 무리가 따를 것이고….
오늘 코스는 종주 거리의 반절 정도 되는데
관음봉으로 올라가서 쌀개봉과 황적봉 거쳐서 하산하고 도보로 원점회귀하는 루트다.
5시에 일어나 여장과 아침 간편식을 챙겨가지고 이미 깨어난 새벽 속으로 출발했다.
고속도로는 벌써 분주히 오가는 차량들로 넘쳐났다.
주차장 위 식당가에 파킹하고 6시 20분부터 산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자연이 돌려 세운 홀로 떠나는 묵상의 길이다.
올해는 친구들과 세운 주말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인지 비가 그 시간을 다시 회수하여 자주
내게 돌려 주었다.
나를 위해서 더 좋은 시간으로 달게 써야지…..!
지난 달에도 왔던 계룡산이지만 황적능선은 참으로 오랫 만이라 가는 길에 오랜 친구를 만나는
설레임이 같이 따라 온다...
약간 흐린 날에 조용히 가라 앉은 숲의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역시 은선 폭포 물줄기는 힘이 없다.
은선 폭포에서 두 여자 산님을 만나고 폭포 위에서 나 같은 얼리버드 홀로 산꾼 한 명을 만났을
뿐이다.
과거 매점이 있던 곳을 지나 거칠어지는 등산로 초입에 놀랍게도 일단의 남녀 젊은이들이 쉬고
있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 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잠들도 없으시네 !” 인사를 건네니 저마다 한마디씩 인사를 한다.
세종에서 온 산악동호회원들이다
비 오기 전에 산행을 마무리하려고 일찍 왔다고 했다.
그들을 보면서 내 젊은 시절과 그리운 산 친구들 생각이 났다..
고행이 기쁨을 불러내는 마중물이 되고 내 영혼을 성장시켰던 누가 뭐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나는 쉬지 않고 내쳐 올라가는데 역시 젊은 이들이라 일행 중 남녀 둘이 중간에 나를 추월했다.
발딱 서 있는 거친 길에서 내 속도를 따라 잡는 다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역시 산을 좋아 하는
친구들이라 다르다.
남자는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젊은 여자는 호흡하나 흐뜨리지 않은 채 유유자적 그 뒤를
따라 오른다.
날렵한 발걸음에 범상치 않은데 산행 포스다.
토끼 몰이를 당하면서도 가오다시를 잃지 않으려는 가련한 숫컷의 비애 !
" 그려 견뎌 내야 하는 거여!"
“ 이쁜 여자를 얻으려면 강한 숫컷의 페로몬 향을 마구 발산 해야지 !”
그들은 결국 중간에 휴식하느라 또 내게 추월을 당했지만 내가 관음봉 아래 안부에 도착하고
얼마 안되어 젊은 일행들은 하나 둘씩 올라 왔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쉬고 있는 중에 쌀개봉 쪽 비등으로 들어 가면서 국공에게
이르지 말라고 이야기 했더니 한 친구가 “신고 할거예요 !” 라고 이야기를 받는다.
설마 ! 농담이쥐? 선수끼리...
비가 안 오는 흐린 날씨를 예상했는데 웬걸 해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햇빛이 강렬해져서 썬크림
을 짙게 발라야 했다.
1년도 넘었나?
오랜만의 만나는 때묻지 않은 풍경들과 호젓한 등산로
금지구역이라 사람의 인적이 없어서 등산로도 훼손되지 않았고 또 인간들이 설치한 구조물로
변형되지 않은 옛 얼굴 그대로라 더 반갑다.
체력과 담력이 필요한 곳으로 아무나 욕심 낼 수 없는 곳이기에 내 적성에 잘 맞아 떨어
지는 곳이다
(꼬리가 길면 잡힐 수도 있다.)
정중동!
고요한 가운데서도 다이나믹한 스릴이 넘치는 길이다.
그러니 내 젊은 날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전지훈련장이 될 수 있었던 게지.
당시 백두대간은 격주 출정이라 출정이 없는 주에는 이 비등 코스를 오전에 풀종주 하면서
체력을 유지했다.
원거리를 이동하여 이정도 산을 타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를 내어주어야 하지만 새벽에
계룡에 들면 풀코스를 타고 내려와서 점심을 먹을 수 있고 오후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예전처럼 천장골에서 자연성능을 거치지 않는 단축 코스다 보니 체력 부담 없이 인적 없는
황홀한 고독과 걸출한 자연의 풍광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가까이 있지만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심신 수련의 도량인 셈이다.
거기에는 내 비밀의 아지트도 2 개나 있다.
이 코스의 거칠고 수려한 풍경이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터 !
나는 풍광 좋은 곳에서는 적당히 다리쉼을 해가며 커피도 한 잔씩 마시면서 유유자적 여유
로운 산행을 이어갔다.
염려했던 암벽 구간에는 밧줄이 모두 달려 있었다.
예전에 언젠가는 바위벽에 밧줄을 죄 끊어 놓아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비등이라
해도 내 국토 내 산하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남달리 강한 나 같은 사람들이 있을진대, 오도 가도
못할 곳에서 생명 줄을 없앤다는 건 살인 미수에 버금 가는 야만적인 행위가 아닐까?
하여간 오늘 같은 날은 비가 온 데서 오히려 재수 좋은 날이다.
이른 아침 운동하고, 명상하고, 사색하고….
일주문에서 관음봉 까지 쉬지 않고 1시간 15분 걸렸고 쌀개봉에 도착해서 아침식사 마치는데
까지 50분 정도 소요 되었다.
쌀개봉에서 하산하는데 3시간 그리고 주차장 까지 이동 30분 까지 감안하면 약 5시간 30분
여정 이었다.
처음으로 걸어보는 단축코스이지만 현재의 내 체력에 잘 맞아 떨어지니 위험한 겨울을 빼고
는 한 번씩 애용할 만 하겠다.
나는 현충원 방일해장국에서 내장탕 한 그릇을 비우고 유성 사우나에 들려 2시간여 온천욕을
하며 피로를 말끔히 풀고 귀가 했는데 오후 4시가 훌떡 넘어 갔다.
산 행 일 : 2023년 6월 10일 토요일
산 행 지 : 계룡산
코 스 : 동학사주차장 –동학사-관음봉-쌀개봉-황적봉—자연학습원-주차장
소요시간 : 5시간 30분
날 씨 : 흐리다가 화창하고 무더움
동 행 : 나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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