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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주 첫째날(동부해안도로)

 

20236월 제주도여행  1일차

 

제주도는 나 맹크로 자주 간 사람도 드물껴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갔고 회사 초년봉 때도 한라산 산행을 했고 장인어른 덕분에 돈 한푼 안

내고 온 가족이 호사스런 제주도 여행에 유명한 명소는 죄 섭렵했다.

부장 때는 사용자 협회 회장단 회의에는 충남대표로 해마다 한 번씩 갔다.

회사는 세미나 참석 출장을 허락을 해주고 경비는 IBM 에서 다 대고 

세미나 보다 여흥이 더 길고 후원이 빵빵한 모임!...

 

골프는 안 치니까 늘 혼자 새벽부터 제주도 한라산을 넘어 댕겼다.

그 어느 해 인가는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넘어갔구 그 다음날에는 다시 어리목에서 영실까지

산만 탔던 적도 있다.

신부장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는 문상가서 당일에 한라산 넘어 갔다가 올 거라고 등산화까지

챙겨 갔다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분루를 삼키기도 했고

노조 간부들과의 제주도 여행 왔을 때 돈네코가 개방된지 얼마 안 된 때라 너무 가보고 싶어서  

기어코 컴컴한 새벽에 돈네코로 넘어갔는데 그래도 노조  지부장은 따라 오더라

 

늘 채워지지 갈맘과 아쉬움이 목에 걸려 있던 곳

하지만 2012219일 부로 드디어 제주도 여행에  마침표와 종지부를 찍다.

그 날 비로소 나는 제주도에 대한 모든 갈증과 욕망과 미련을 내려 놓았다.

 

11년 전 한밭 벌에서 귀연의 파워가 막강하고 충당 적립금이 꽤나 쟁여져 있던 때 !

나는 멋진 설국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귀연 산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 가는 뱃전에서 함박눈과 눈부신 태양을 번갈아 만나며 예정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탐라국은 눈에 푹 묻혀 있었다.,

예정되었던 산방산 송악산 10구간 올레길도 막혀서 우린 도두봉 까지만 산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벼르고 별러서 온 제주도 하늘로 먹장구름이 짙게 밀려오던 그 날!  d-day -1

다행이 오후엔 눈이 그치긴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로 내일 입산 통제에 무게가 실렸다.

진인사 대천명 이라 

믿을 건 한라 산 신령님과 제주 용왕님 뿐 !

 

다음날 새 날의 태양이 떠올랐지만 백롬담으로 난 등산로는 진달래 대피소 까지만 열렸다.

허탈함과 아쉬운 마음으로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로 떠난 길

그런데 우짜 이런 일이 !

대피소에서 라면 한 개를 끓여 먹는 사이 등산로가 열려버렸던 것이다.

한라 산신령님이 만들어 주신 기적 같은 시간

그리고 그 장엄한 설국에 들었던  8시간 동안 나의 영혼은 선계의 무릉도원을 유영했다.

필설과 감상의 한계가 무색해지던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그 날 이후 난 제주도에 대한 모든 소망을 내려 놓았다.

내 생애 통산 최고의 설경을 본 날

내 생애 수 십 번을 다시 제주도에 간들 그런 풍경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난 31년간 일했던 회사의 은퇴를 2개월 앞 두었던 15년 가을

난 졸업여행지로 다시 제주도를 낙점했다.

내 마음에서 한라산의 갈망이 사라진 제주도!

한라산을 내려 놓은 제주 여행은 한결 여유로운 시간 이었다.

내 방식으로 가장 제주스러운 풍경을 만나는 것으로 여행일정을 수립했다.

한라산 등반이 빠졌지만 여전히 테마는 오름오르기와 멋진 풍경 속 걷기 그리고 해안 드라이브였다.

1일차에는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해안의 절경을 즐기고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

둘레길을 걸었고 섭지코지를 둘러 보았다.

2일차에는 다소의 아쉬움은 남지만 직장생활 잘 하고 건강하게 정년퇴직 하는 감사의 마음으로

마눌과 성산일출봉에 올라 새벽 일출을 맞으며 행복한 인생 2막의 소망을 기원 했고 용눈이

오름과 아부오름에 올랐다. 그리고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제주의 영상시인

김영갑의 에술혼을 만났고 아름다운 제주의 숲 사려니 숲 길을 걸었다.

3일차에는 우도를 트레킹하고 동부 해안의 풍광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겼고 당시 핫하게

뜨고 있던 월정리 해변과 절경지를 거닐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6년 만인 21년 가을에 다시 제주도로 떠났다.

퇴직했던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 왔고 코로나 매연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시간의 가뭄에 시달렸다.

2년 전 제주도 가을 여행에서는 첫 날에 새별오름과 군산오름에 먼저 올라 신고식을 하고 안덕

계곡을 돌아보고 산방산에 올라 남부 해안으로 떨어지는 멋진 해넘이를 바라 보았다.

2일차에는 홀로 어둠 속에 깨어나 푸르게 깨어나는 용머리 해안의 새벽 바다를 거닐었다.

마치 선사시대 이 땅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류처럼 아무도 없는 태고의 바다와 만나는 장엄하고

경이로운 시간 이었다.

아침 먹고 마눌과 수월봉 해안을 트레킹하고 신도2리 해변과 황우지, 외돌개를 둘러 보았다.

3일차에도 여행의 피곤함으로 깊게 잠든 마눌을 두고 호텔을 나와 새벽에 홀로 성산 일출봉에

올라 일출 맞이를 하고 내친 김에 막 잠에서 깨어나는 섭지코지 해안까지 돌아 보았다.

그리고 호텔 조식 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와 마눌과 광치기 해변의 풍광을 즐기며 멋진 일출봉의

뷰를 감상하고 다랑쉬 오름과 절물오름 까지 올랐다.

마지막날에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용두암이 마지막 여행지가 되었다. 

 

우야튼 2년전 제주도 일정도 만만치 않았다.

오름4개를 돌아보고 안덕 계곡트레킹과 수월봉 지질 해안 트레킹

그 것도 모자라서 이틀간 새벽에 홀로 일어나 홀로 제주 해안 절경 만나기

그야말로 야질이 근성으로 빡빡하게 구성한 숨가쁜 제주 일정 인데다 오름과 트레킹이 주종이다.  

보니 전망 좋은 바닷가 까페에서 그 흔한 차 한잔 마실 여유조차 누리지 못했다.

다음에 제주에 오면 그 때는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세!”

힐링과 휴식을 원하는 마눌에게는 힘든 일정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레도 비행기를 타고 돌아 오는

길에는 꽉 찬 여행의 뿌듯함이 남았을 것이다.

 

한 번 가면 뽕을 뽑고 갈 때 마다 한라 산신령님과 제주 용왕님은 최상의 멋진 시간을 베풀어 주

셨으니 여행마다 아쉬운 게 별로 없었고 제주도에 대한 미련도 남을 게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의 원론을 넘어서서

아는 것에서도 디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내는 여행의 기술 !

그렇게 숱한 날을 떠나며 살아왔으면서도 또 다시 떠나는 여행길에서 늘 기대와 희망을 불러낼 수

있는 나만의 독특한 염색체는 늘 내 삶에 신명과 가득한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어 주었다.

 

누가 삶을 규정하는가?

삶이 전쟁터인가? 놀이터인가?

전쟁터라면 승리하기 위해 피를 뿌려야 하고 놀이터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웃을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올해 봄 여행으로 마눌이 다시 제주도 여행을 제안 했을 때도 시큰둥 했다.

운임과 숙박비가 비싼데다 물가는 장난이 아니다.

차라리 그 돈이면 일본이나 중국에 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게다가 이젠 더 이상 가보고 싶은 곳이 딱히 없다는 거

남은 곳이라고는 가파도와 오름들 그리고 한라산 둘레길 정도

난 여러 형태의 박물관이나 식물원, 민속마을 등 인간이 조성한 관람시설이나 명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마눌이 모든 준비를 하고 출발하기 이틀 전까지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마눌의 제주도 여행 테마는 어리목 영실 한라산 철쭉 산행과 자귀도 투어 그리고 힐링 이있다.

 

출발하기 이틀 전에 제주도 지도를 보면서 다음과 같이 여행 일정을 수립하다.

 

1일차 계획

850분 비행기로 들어가면 렌터카 찾고 점심 먹고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고 다음날의 철쭉 산행을 위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1      한담해안 산책로 걷기

2      해안도로 드라이브 & 해안 명소 및 해수욕장 탐방

3      신창 풍차 해안 트레킹

4      차귀도 섬 투어

5      신도2리 해안 일몰 감상

6      저지오름 혹은 금오름  - 시간이 가능할 때

7      회귀하는 길목의  오설록 티 뮤지엄 , 유리 박물관,   

 

2일차 계획

1      어리목 영실 철쭉산행

2      시간이 가능하면 노꼬메 오름

3      동문시장 회 술 한 잔

 

3일차 계획

1      비밀의 화원

2      따라비 오름 혹은 백약이 오름

3      빛의 벙커

4      오조해변, 광치기 해변

5      종달 해안도로 및 동부해안도로 드라이브 

6      해안 명소 방문 (월정리해변 까페, 김녕해수욕장& 청굴물, 함덕해수욕장&서우봉, 닭머르)

 

 

 

제주 1일차

비행기가 30여분 연착되었다.

제주 공항에 내려서 렌터카를 회수하고 유튜브에서 본 도두항 몰레물밥상 맛집으로 이동하다.

식당은 깨끗하고 차림상은 좋다.

원래 우럭조림이 추천 음식인데 고등어 조림을 먹으려 했더니 갈치조림 밖에 되지 않아서 좀 비싼

활우럭 조림 48000원 짜리 한상 시키다.

음식 비주얼과 사이드 디쉬는 좋은데 정작 우럭조림은 너무 달다.  가성비 대비 절반의 실패 !

 

식사를 하고 해안을 따라 가다가 마눌이 이호테우 해변에 들르자고 해서 해변 산책을 하고 사진 한 컷

신종 멸치잡이?

바닷가에 돌무더기를 쌓아 놓아 밀물 때 들어 온 멸치들이 나가지 못하고 해변과 돌웅덩이에서

죽어 있는 걸 건지면 된다.

근데 멸치들은 그 웅덩이에서 살다가 다음 밀물 때 나가면 되는 거지 거기서 왜 죽는 겨?

 

시간상 한담해안 산책로는 뒤로 미루고 목적지를 신풍 풍차해안도로를 찍고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가 애월 유니호텔과 까페가 있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그 앞의 검은 해안의 절벽 지대를

산책하다.

이어 너무 붐비는 애월 해수욕장 패스하고 곽지 해수욕장과 금릉 해수욕장에 들러 철 이른 해변의

낭만을 탐색하다.

태양이 강렬한 무더운 날이지만 바람은 시원하고 물은 차갑지 않았다.

어른이나 아이나 아이들은 물 속에서 놀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한가로운 휴양지 해변의 풍경이다.

6월의 무더운 날이어서 생각보다 피서객이 많은데 곽지해수욕장과 금릉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넓고 물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가장 좋은 해수욕장인 걸 오늘에야 알았다.

7월 휴가철에는 사람이 너무 붐비니 6월 이맘 때쯤 철쭉산행과 함께 해수욕장 바닷가에 그늘막을

놓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는 게 신선놀음 일 듯

금릉해수욕장은 제주시 협재 해수욕장 지나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금릉해수욕장을 돌아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신풍 풍차해안으로 가서 1시간여 해안을 트레킹하다.

데크도 설치되어 2015년 졸업여행 때 왔을 때보다 잘 정비되어 있다.

사방에서 돌아가는 풍차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 길이 너무 기분이 좋다.

썰물 때라 검은 해변의 먼 곳 바닷물이 빠진 곳까지 다녀오다.

 

한 시간여 산책을 하고 나니 시간이 4시가 넘어 가서 차귀도 선착장으로 이동하다.

바닷물이 너무 빠져서 자귀도 가는 배는 뜨지 않는다.

아침 9시쯤와야 차귀도에 들어 갈 수 있단다.

코 앞에 보이는 섬인데 유람선 선임이 인당 18,000원 이다.

우야튼 마눌의 여행지는 다음 번 제주 여행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수월봉 멋진 해안 트레킹은 지난 번에 했으니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우린 차귀도 배가 뜨는 포구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사서 질겅질겅 씹으며 다시 길을 재촉하다.

 

그 곳에서 7km 거리에 있는 신도2구 해안은 2년전 가장 인상적인 여행코스 였다.

우연히 가다가 발견한 쉼터였는데 바닷가 해변의 풍경이 너무 멋 있어서 한 눈에 반했던 곳

이었다. 

근데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그 곳 해안이 돌고래 출몰지로 부각되면서 졸지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그 옛날 내가 우연히 발견한 사량도의 풍광에 취해 봄이면 혼자 여행을 하곤 했는데 몇 년이

지나면부터 전국에서 무수한 산행인파가 몰려들어 급기야 섬산행의 메카가 되었다.

당시 아는 선배가 하도 덕동의 풍경 좋은 곳에 나온 몇 만원 짜리 땅을 사 놓으라고 했는데

상도와 하도가 다리로 연결된 지금은 그 땅에 아마도 근사한 팬션이 들어서 있을 것이다.

하여간 돈에 대한 감각은 무디어도 내가 보는 눈이 있기는 한 모양

 

신도리 해안에는 아직 눈부신 햇살 아래 시원한 바람이 마구 불어 갔다.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 다니고 돌을 쌓아 놓은 돌무더기 언덕에는 망원경을 들고

바다를 살피며 돌고래를 찾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2년 전처럼 해안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몇 명 눈에 띠는데 썰물 탓인지 거대한 해변이

물웅덩이들의 수량은 예전만 못하고 해안의 풍경은 장쾌한 파도가 철썩이던 그 때만큼

수려하고 경이롭지 않았다.

 

5시가 넘어 가지만 여전히 해가 저물 기미가 없다.

일몰을 보고 귀향을 서두르다가는 너무 늦어질 것이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내일의 산행을 위해 호텔에서 충분히 휴식해야 함으로

다른 모든 일정을 유보하고 매종글래드 호텔로 출발했다.  

오설록을 지나는 길에 잠시 내려서 사진이나 몇 컷 찍을까 했지만 몇 번을 보았던 풍경이라 그냥

지나쳤다.

저녁은 마눌이 추천한 연북로 해물탕으로 갔는데 해물탕 소짜가 69000원 이다.

헐 내일 산행 후에 회도 먹어야 하는데 너무 과하다 싶어 제주 뚝배기로 식사를 하고 호텔에 들다.

뚝배기 맛은 굿 !

매종글래드 호텔은 은비가 예약해준 제주의 고급호텔인데 조식포함 하룻밤 숙박 비용이 20만원이

넘어간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나나 조사장이나 늘 하는 말이 있다.

곯아 떨어지면 모텔이나 호텔이나 다 마찬 가지다.”

그래서 남자 둘의 산행 때 늘 우리의 숙박 선택지는 지 지역의 맛집이 되고 숙소는 그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호텔이 있으면 호텔에 가고 모텔이 있으며 머텔에 가는데 그래도 우린 둘이 가도 모텔 각방을

.

 

하여간 마눌과의 모처럼의 숙박여행이고 더군다나 물 건너간 여행이니 그 상황과 비교할수야

겠지만 10만원선에서도 깨끗한 호텔이 많은데 너무 아끼운 거 아녀?

 

우야튼 제주 1일차는 해안 드라이브와 해수욕장 탐방 등의 가벼운 워밍업으로 무리 없이

마무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