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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주도 둘째날 (윗세오름-남벽분기점-노루샘-전망대)

 

 

가 보았으되 가지 않은 길이었다.

마눌이 힘들면 위세오름 데크에서 쉴고 하고 혼자 휑하니 댕겨 오렸더니 마눌이 간다고 한다.

나는 잰 걸음으로 남벽 앞 언덕 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마눌은 천천히 걸어서 중간에 만나기로 했다.

 

평생 딱 한 번 걸었던 길이다.

2010 74일 노조 부지부장과

 

벌써 13년의 세월이 흘러 갔다.

그날 내 뇌리에 강하게 박힌 것은 안개에 휩싸인 처음 걸어보는 돈네코 길의 설레임

그리고 바람에 불려가는 안개가 불러주는 몽환의 풍경과 신비로운 여정 이었다.

산에 넋을 반 쯤 뺏긴 날들이었으니 안개에 시야가 가리어 지고 남벽 지킴이가 없는 틈을

타서 백록담에 오르고 싶었던 강렬한 충동과 그걸 결행하지 못했던 것은 오래도록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https://go-slow.tistory.com/17939447

 

 

남벽 분기점 까지 가는 데 윗세오름에 오르기 전까지 철쭉 풍경과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다.

어떤 풍경은 사진으로만 보여 줄 수 없다.

필설로 그 아름다움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그건 그 자리에 서 있는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세상의 단 하나 밖에 없는 풍경이다.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풍경이다.

 

남벽으로 이어지는 신의 정원을 둘러 보고 우리는 그 감동의 여운을 간직한 채 위세 오름에서 조용히

휴식하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충분히 휴식하고 출발하는 길 모퉁이에서 손을 흔드는 앙증 맞은 한라산 앵초를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노루샘을 가는 길

오래도록 남벽이 따라왔다.

그 길 위에는 자유와 고원의 평화가 펄펄 날렸다.

한라산의 편안하고 화사한 얼굴처럼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그 길은 고원의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두 발로 걸어야 비로소 나의 기쁨과 감동으로 되살아나는

살아 움직이는 자연이었다.

 

풍경은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었고 발걸음 마다 눌러 대는 내 사진은 단지 그 감동의 순간을 기억

하고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내 가 있었음을 추억하기 위한 실마리 일 뿐이었다.

 

남아 있는 길의 풍경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는 길이지만 빨리 떠나고 싶지 않은 한라산 이었다.

노루샘에서 시원한 샘물을 한잔 들이 키고 나자 마음은 고요히 가라 앉은 하늘 빛 사이

시원한 고원의 바람을 타고 먼저 춤추며 저 만치 날아 갔다.

 

세월은 그저 말했다.

삶이란 그런 거라고

저 하늘 가에서 피어난 구름처럼 말 없이 흘러가는 것이고

겨울의 눈과 바람을 견디 내고 조용히 피어나는 거라고

살아 있다는 건 내 가슴에 작은 꽃씨 하나 뿌리는 것이고

살아 간다는 건 그 꽃씨에 물을 주고 꽃이 피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삶이란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가슴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내 목청으로 부르는 노래고 내 신명으로 추는 춤이다...

잘 그리던 못 그리던 내가 그린 내 그림이고

잘 부르던 못 부르던 내 목청껏 부르는 내 노래이고

잘 추던 못 추던 내 신명과 장단으로는 내가 추는 내 춤이다.

 

평원 위의 꽃들은 내게 손을 흔들며 하루 종일 나를 따라 왔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을 내게 보낸 건 사랑이겠군요

자신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남은 당신의 삶에 대한 사랑!"

 

또 말했다.

"비우고 싶은 것 그 어떤 것이라도 바람에 훨훨 날리고...

가지고 싶은 것 그 무엇이라도 가슴에 모두 담아 가세요

 

굳이 무언가를 가져갈 생각은 안해도 된다.

굳이 무언가를 버리고 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원의 그 길을 걸으면 

가슴에서 무언가 비워지고 채워지는 것이 있다.

오래 자연속을 오가다 보면 

내 몸도 마음도 그렇게 자연을 닮아 간다.

 

아쉬운 건 어마 무시한 조릿대 였다.

그들은 드넓은 평원에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고 그 영토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철쭉이 승리를 거머 쥐었고 어는 곳에서는 전투가 한창 이지만

전세는 확연히 조릿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월이 더 흐르면 이 땅에 젊은 이들은 사라지고 한라산에 철쭉들이 사라질 지 모른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자연은 색깔은 더 칙칙해지고 눈 덮힌 겨울이 아니면

한라산을 찾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정치인 님들 정신 차리세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아까운 세금 쓸데 없는데 탕진하지 마시고 한라산 조릿대 뿌리좀 뽑아 주세요

조해전술에는 인해전술로 … !

대한 민국 노인들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일자리 없어 펑펑 노는 대한민국 젊은 노인들 데려다가 한라산 조릿대 뿌리 뽑게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지 않을 랑가?

아니면 등로에 호미를 걸어 놓고 

그 길을 걷는 분들  모두 한 뿌리씩 캐주기를 부탁하던지.....

제주도를 살리고 한라산을 살리기 위해서. 

 

제주도란 걸출하고도 아름다운 섬을 가지고 있어서 자손 만대 이이질 관광한국의 미래는 밝은데

조릿대를 방치하면 그 미래가 어찌 밝기만 하겠나?

혹여 조릿대 뿌리에 정력을 증강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이 들어 있지나 않은지도 좀 알아보

면 어떨까?

몸에 좋다고 소문나서 갈기산 바위 벽에 시퍼렇게 붙어서 살아가던 부처손 씨가 마르고 백화산

고원의 돼지감자 군락지가 하루아침에 초토화 된 것처럼….

한겨울에도 시퍼런 조릿대에도 인간에게 유익한 무엇인가 들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제주 조릿대 쥬스라도 맹글어 팔면  한순간에 한라산 조릿대가 사라질 수도 있을 텐데 .

 

철죽 군락지의 최고의 절경은 단연 전망대 에서 바라보던 남벽을 배경으로 한 철쭉 동산의

모습이다.

바람은 거칠 것 없이 시원하고 구름 속을 숨어 있던 햇님은 구름 밖으로 자주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피어 오르는 하얀 뭉게 구름 뒤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영토를 늘려 갔다.

전망대 계단에서 많은 사진 작가 들이 기다리는 건 구름 밖으로 햋 빛이 얼굴을 내미는 그 순간 이었다.

보편적인 상식은 

그들이 뜬다는 건  정말로 아름다운 제철 풍경이라는 거 ! 

그들이 잡은 자리는 가장 멋진 구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거  

풍경은 지나가 버리고 사진은 돈이 되니 

그들은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표구하기 위하여 몇 시간 째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다.

나도 그들 사이의 빈 틈에서 몇 컷 사진을 찍다.

그렇게 찍은 내 인생샷은 너무도 많아서 셀수도 없고 돈도 되지 않지만  

내가 찍은 사진에는 내 추억과 내 감동과 내 스토리가 남아 있으니 돈보다 귀하다.    

갈 수 없는 먼 훗날 내 사진은  나를 다시 그 곳에 데려다 주고 내가 지금 이  풍경을 바라보고 느끼는

벅찬 가슴의 감동과 오감의 파동을 일부라도 다시 내게 돌려줄 것이다.

그게 내가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이유고  내가 만난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나의 방식이다.,  

 

사위가 터져 거칠 것 없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전망대에는 우리가 걸어 올라 왔던 고원의 평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사방 팔방 광활하고 후련하고 아름다운 한라 세상이 발아래 펼쳐졌다.

고작 몇 십 미터 언덕을 올라 왔을 뿐인데…..

 우린 전망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6월의 제주도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