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장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
우리l의 6월 산행지는 3년전 안개에 묻어 놓고 왔던 그 걸출한 조망을 다시 찾는 것이었다.
요즘 날씨가 34~5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무더위라 조사장 집에서 새벽 5시에 만나 1시간여
운흥리로 이동하여 토끼봉과 상학봉, 묘봉 5시간 등산하고 내려와 점심 먹는 스케쥴을 잡았다.
출정 이틀 전날 아침 출장 길에 전화가 왔는데 그 부근을 지나다 보니 안개가 자욱하니 잘못하면
3년전과 같아질 수도 있으니 한 시간 늦추는 게 좋겠단다.
“그라지요!”
맘 내키면 야간 산행하고 산상에서 일출도 볼 수 있거늘 출발시간이 무슨 상관 있을까?
다만 금요일 날 전인회 7월 야유회건 상의가 있어서 9시 30분 이나 되어야 어머니 댁에 갈 텐데
꼭두새벽 출정이면 이번주 어머니댁은 걸르는 게 낫겠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전화가 왔다.
급한 일이 생겼는데 출정 일을 바꿀 수 있냐고?
그래서 날짜를 조정하다 보니 7월 1일을 가능해서 그 날 함께 떠나기로 했다.
토요일 시간이 한가해 졌으니 모처럼 어머니와 천천히 아침을 보내도 되겠다.
봄 여행 후 몇 달 만에 모임에 참석해서 술 한잔 마시고 하기 물놀이 일정 확정하고 어머니 댁에
가니 9시 30분이다
.
어머님과 이야기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어 “해븐즈프리즈너”란 영화를 보는데 새벽 출정의 부담
도 없고 평상시처럼 졸음도 쏟아지지 않아 다 보고 나니 잠이 달아나 말똥말똥 해졌다.
“범죄도시” 까지 보다보니 1시 30분이다.
영화를 보다가 졸거나 자지 않았다는 건 그래도 영화가 긴장감이 좀 있었다는 거
통상 문막에서는 취침시간을 빨리해서 밤 11시 이전에 자는데 B급 영화 보느라고 리듬을 깨어
버린 건 참으로 오랫만이다.
습관이 되다 보니 아침에 5시간쯤 자고 나서 눈이 떠졌다.
일어나 오랜만에 어머니와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아침 프로 “황금연못” 까지 같이 보았다.
10시가 다되어 어머니 집을 나와 은비네 집으로 가다.
오늘 집사람은 은비 운전면허 시험 때문에 채이 봐주러 갔는데 나도 채이 본지가 오래되어 가기
로 하다.
집 앞에서 시험을 끝내고 돌아 오는 은비를 만났는데 마지막에 실수를 해서 아깝게 코스시험 떨
어졌다고 억울해 한다.
“ 그거 한 두 번은 떨어져야 실력이 느는 거여 !”
또 시험을 보려면 접수비가 8만원이 든단다.
헐~ 예전 우리 적에는 한 번 돈 내면 붙을 때 까지 시험 볼 수 있었는데…
“아빠는 250만원 내고 드론 자격증 따는데 4번 떨어지고 다섯 번 만에 합격했다.
드론도 한 대 망가 뜨리고 ,,,,,”
채이네 어린이 집 행사하는 데 참석하여 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1시쯤 돌아 온 정사방과
시우랑 월남쌈 샤브샤브 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다.
집으로 돌아왔으니 운동을 좀 해야 하지만 한여름처럼 34도를 오르내리는 6월의 무더위가 무막지해서
집에서 한가롭게 TV리모콘을 돌리다 보니 졸지 않고 배기나 ?
두 시간을 낮잠 까지 자다.
일요일 출정을 의식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다.
3시 40분 쯤에 깨어 간편식을 준비하고 4시 20분쯤 갈기산으로 떠나다.
오늘 나홀로 명상 산행지는 갈기산
5시 30분에 출발선에 섰다.
4시 20분 쯤에 집을 나섰으니 너무 일찍 나오긴 했지만 낮잠 두시간에 5시간 잤으면 7시간
자고 나온 것이니 잠이 부족한 건 아닌 셈이다.
요즘 같은 한여름 무더위에는 새벽별 보기 운동하고 땡빛이 작렬하는 한 낯에는 수박 쪼개먹으
면서 영화나 한 편 때리는 게 최고여 !
올라 가면서 카메라에 자연스레 카메라에 손이 가는 나무와 풍경이 있다.
그게 다 갈기산의 내 친구들이다.
해 마다 한 번 씩은 만나는 데 계절을 달리해서 만나야 반가움이 더 커진다.
아마도 나의 갈기산 산행기를 보면 대부분 같은 포즈의 내 친구들을 보게 될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 산 길
내 젊은 날의 추억을 함께 나누었던 반가운 친구들과의 해후 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그것 말고도 누릴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내 몸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아침 바람
청명한 숲의 향기
수채화처럼 맑고 은은한 산그리메
내 젊은 날의 추억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난 아무도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조용히 들여다 본다.
처음 조망이 터진 곳에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멋들어진 소나무가 인사를 건넨다.
조금 더 오르면 금강이 구비치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풍경 좋은 곳에 정자가 나타나는데
그 곳에서 좀 더 오르면 큰 바위 절벽이 막아서고 그 앞 바위 난간에 노송 한 그루 기대어 서 있다.
"안뇽!"
눈내리는 올 겨울에 올거라고 했는데 좀 일찍 왔네 !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갈기산 최고의 조망처 이자 쉼터이다.
지난 해에도 그랬는데 오늘도 그 곳에서 구름 사이로 태양이 잠깐 얼굴을 내 밀었다.
그 길을 지나 갈기산 정상에 오르고 성벽처럼 견고하고 위엄 있게 둘러친 능선을 휘돌아 차갑
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황홀한 고독을 불러 내는 명상의 길이다.
공자는 혼란한 세상으로 가서 질서를 바로 잡고자 했고 노자는 혼란한 세상 밖으로 가서 무위
자연의 삶을 살고자 했다.
장자가 주장하는 바는 자유와 해방이었지만 자유의 이유는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함에 있었다.
나의 사상은 공자 보다는 노자에 노자 보다는 장자에 더 가깝다.
세상에 두각을 내 보일 만한 능력도 되지 못했지만 입신양명보다는 적당히 속세의 욕심과 타협
하고 자족하면서 자주 자연속에서 자락(自樂)을 찾는 현실적 탐미주의와 자연주의자
장자는 50이후의 삶에 관해 이렇게 조언 했다.
1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투쟁을 내려 놓아라 .
꽃이 지고 피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세상의 파도에서 조금씩 밀려남을 자책하지 말고 쓸모 없는 나를 인정하자
우리는 각자가 해 낼 수 있는 만큼의 몫이 있다.
남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내 인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난 그렇게 지금 까지도 잘 살았고 그 대가로 얻은 자유를 쓸데 없는 걱정과 어리석은 투쟁으로
낭비하지 말아라
2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내려 놓아라 .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
옳고 그름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그 기준은 바뀌는 세상에 따라서 혹은 서로의 입장과 사회
적인 관점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의미 없고 부질 없는 세상 일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려 애쓰지 마라.
세상 일의 대부분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차이와 다름 사이에 있을 뿐이다.
네가 옳고 다른 사람이 틀린 들 그걸 입증해서 무슨 득이 있을 것인가?
네 기운만 빠지고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변해가는 세상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라.
3. 과거의 나를 버려라.
지금의 나는 과거의 선택들이 모아진 결과이다.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길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넌 지금의 너로 다시 돌아 갔을 것이다.
그 길에서도 무수한 선택의 갈래가 있고 넌 예전과 같은 너의 방식으로 선택을 하고 노력을
할 것이고 질러가던 둘러가던 지금 정도의 너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는 단지 교훈이었을 뿐이며 지나간 집착으로 삶을 고통스럽게 하지 말라
과거의 나는 잘못된 내가 아니라 나아가는 과정의 나이고 아직 미완의 나일 뿐이다.
4 마음을 고요히 하라.
마음을 맑게 하고 기운은 넓게 하라,.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라.
세상의 물줄기를 거스르려 하지 말고 그 물길에 몸을 맡겨라.
내가 온전한 내 삶을 누리는 방법은 더 많은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내게 허락하는
것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스스로 고요해지고 충만해 지는 것이다.
5. 조급함을 버려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더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마지막 한 방울의 땀과 한순간의 기다림 때문에 놓쳤던 무수한 기회와 성공들 !
네가 놓쳤던 것은 그 수 많은 기회가 아니라 마지막 한 순간의 기다림이었다.
삶을 즐기면서 느긋이 때를 기다려라!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아직 만나지 못했고 세상의 가장 뜨거운 감동은 아직 누리지 못
했고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6. 자신의 길을 걷고 자신의 그림을 그려라 .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내려 놓아라
남들이 좋아할 것 같은 길에서 내려와 이제 네가 걷고 싶은 길을 걷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내가 걸어가는 길이 나의 길이다.
그러고 보면 혼자 새벽산을 오르는 것은 인생 선배 장자의 뼈 때리는 충고를 잘 새기며 실천하는
마음 수행의 길인 듯하다.
내가 홀로 새벽산에 들어 명상하는 습관이 한 두 해 쌓인 것이 아닐지니 장자의 도는 내게 벽에
걸린 족자의 금언이 아니라 이미 광활한 대자연에서 스스로 깨우쳐 가는 삶의 도가 아니련가?
사실 아침 간편식을 준비하면서 물은 챙겨오지 않았다.
멀리 돌아가는 능선을 타지 않고 계곡으로 하산하면 되지.
말갈기 능선 풍경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홀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나마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두유 한 통을 가져 왔으니 가슴이 촉촉히 젖는 이 신선한
새벽에 크게 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식후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 지고 갈기산 기가 내 몸에 밀려들어와 더 의욕이 충만해졌는데
차갑고개에서 굳이 계곡으로 하산할 이유가 있겠나?
작년 2월에 조강쇠와 월령산 찍고 4시간이 걸렸는데 성인봉과 지사봉을 찍고 휘돌아 가는 능선의
낙차와 굴곡이 예사롭지 않아 힘든 산행이었다.
오늘은 월령산에 오르지는 않고 우측 능선을 따라 바로 내려 오긴 했지만 상당한 속도감이었고
그 날보다 몸이 훨씬 가벼웠다.
8시 40분에 내려왔으니 3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 때서야 태양은 구름 밖으로 나와 제대로 된 열기를 뿜어대기 시작했고 주차장에는 수원에서
내려온 한 대의 버스가 아침부터 달아오른 열기 아래 무수한 산객들을 쏟아 놓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 오더니 어디로 다녀 오셨냐고 묻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옆에 주차했던 차에 있었던 사람들인데 내가 파킹하면서 인기척을 느끼긴
했지만 난 서둘러 산에 올랐던 것이다.
이들 또한 수원에서 왔다는 나 정도 나이의 사람들이다.
월령과 갈기의 명성을 듣고 왔는데 어제 갈기산 등로를 놓치고 내려와 오늘 새벽에 다시 타고
계곡으로 내려 왔단다.
갈기산과 월령산 그리고 거기서 출렁다리로 연결되는 부엉산과 자지산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
해 주었다.
관광버스 내린 일단의 사람들이 프랑카드를 펼치고 사진을 찍는데 수원 산악회라고 찍혀
있자 그들은 반가움으로 달려가 자신들도 수원 사람임을 얘기하고 단체 사진을 찍어 주면서
새벽 산행의 들뜨고 즐거운 마음을 그들과 나누었다.
나는 갈기산 아래 금강 줄기와 한 굽이 아래 지류의 수두리 양강을 돌아 보고 귀로에 올랐다.
산 행 일 : 2023년 6월 18일 일요일
산 행 지 : 갈기산
산행코스 : 주차장 –갈기산-차갑고개-성인봉-자사봉-주차장
산행시간 : 3시간 10분
날 씨 : 약간 흐리고 하산 후 햇빛 쨍쨍
동 행 : 나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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