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일 계룡산 주릉종주 병사골-장군봉-임금봉-삼불봉-관음봉-쌀개봉-황적봉 시작 : 06:20 종료: 13:00 6시간 40분 소요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있고 가슴을 흔드는 한 권의 책이 있다. 그리고 상심의 얼굴로 준비 없이 찾아 가는 친구 말 없이 내 등을 토닥이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휴식 같은 내 친구 계룡산 내가 찾을 때 언제나 거기 있어 주는 어릴 적부터 내 친구 우리 아저씨가 그랬지 “ 이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넘고 지쳐 있는데 달 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흙 속에 서로 다시 먼 길을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 도종환 조용하고 편안한 내 친구 계룡산.... 산의 정기가 필요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산의 기를 2주나 받아 내지 않았으니 온 몸이 들들 꼬이고 저녁식사만 하고 나면 졸음이 쏟아 지고 무기력 해진다. 술을 많이 마셔 몸이 지친 게 아니라 산엘 가지 못했기 때문에 병든 닭처럼 맥아리가 없다. 귀연팀과 꼭 함께하고 싶었던 고리산 산행을 장군님과 전우들 만남으로 포기 할 수 밖에 없었고 3월 1일의 둘레산 종주 마지막 구간도 오후 장인 어른과의 나들이 약속으로 함께 할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 어쨋든 오늘은 무신 일이 있어도 산을 타야 하고 그래서 결국은 또 동행 없는 계룡종주 산행으로 결론을 냈다. 나의 전생은 외로운 야생의 들개? 하지만 혼자 건 여럿이 건 한나절 산중소요의 시간의 의미가 더 소중해지는 하루
6시 20분에 오르면 7시쯤 장군봉에서 해돋이를 보고 관음봉 쌀개봉 황적봉을 휘돌아 1시 까지 내려설 수 있다.
일 출
소나무아래 누군가 좌정하고 앉아 있다. 나보다 먼저 올라 일출을 기다리는 그에게 조용한 인사를 건네고 잠시 서성이다 고운 여명의 하늘 위로 솟아 오르는 붉은 태양을 맞는다.
3일절 날 선홍의 핏빛으로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르고 있다 숱한 평범한 날을 새 날처럼 만들고 마는 신비 난 이렇게 빨리 산으로 달아나 버리고 그렇게 쉽게 붉게 흩날리는 축복을 만난다.
계룡산의 아침
새벽의 길을 열어 어둠의 빗장을 풀어 제치고 붉은 금실처럼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목에 걸고 가는 길은 호젓하고 경쾌하다. 그 낯익은 풍경위로 쏟아지는 붉은 햇살의 싱그러움이 오랜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를 걷어가 버리고 다시 산중소요의 기쁨이 가슴으로 차오르게 한다. 조용한 아침 산길엔 나 말고 아무도 없다.
작은 나무
새벽 산 길 외로운 나무 한 그루
절벽에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 본다.
아침을 기다리는 건지 봄을 기다리는 건지
목이 멘 기다림이 솔가지 이슬을 털면 멀리 가고 싶은 능선의 꿈은 고운 새벽 빛으로 온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바람벽에 서서 숱한 날 흔들리는 데 오늘은 내가 널 바라보고 있다 새벽 길에서 .....
험한 세상에 독야청청이 어디 쉬우랴 묵묵히 세월을 인내하고 풍상에 더 심오해 진 채 푸름 그 스스로의 색을 잃는 법이 없다. 청솔은 당당히 머리를 들어 바위 위에 서도 세상의 시름과 세월의 한숨을 비웃고 있다.
연천봉 능선
그래서 내 가까이에 계룡산이 있어 행복하다. 명산의 기를 간직한 능선은 말굽처럼 유장하게 휘돌아 원점으로 회귀한다. 병사골- 장군봉-임금봉-삼불봉-관음봉-쌀개봉-황적봉 그 긴 능선 길에서 만나는 건 산행의 힘겨움 만은 아니다.
나는 통행세도 없이 병사골 관문을 통과하여 그렇게 쉽게 수림으로 숨을 수 있고 또 한나절 그 맥을 따라 흐르다 홀연히 속세로 귀환한다. 그리곤 아무일 없었던 건처럼 남은시간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다. 먼 산행처럼 7시간 수림에 푹 묻혀 있어도 여전히 해가 중천에 있는 시간에 산행을 마무리하고 온천 욕까지 하고 다음 멋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자연성릉과 천황봉
관음봉 능선
황적봉 능선
쌀개봉에서 본 황적봉 능선
돌아 본 쌀개봉 능선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호젓함 속에서 살아오는 청솔과 암릉의 조화. 계룡나라의 풍치는 계절마다 다르고 내 마음에 따라 다르다 . 하지만 나는 산에서 언제나 어린아이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자연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지난 꿈과 그리움을 들추어 내고 답답한 가슴을 풀어 헤친다. 그래서 산은 내겐 언제나 교훈이고 위안이다. 어쩌면 그건 지독한 중독 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능선길은 익숙함이 주는 무료함을 거부하는 듯하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눈부신 햇살을 몸으로 받아내며 바람조차 머물지 않는 봄길을 그렇게 휘적이며 흘러 간다. 봉은 멀지 않았다. 무릎 까지 빠지는 눈과 머리 가득 흰눈을 가득 이고 선 겨울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황적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너를 기다리고 있다
너를 기다릴 수 있는 것은 기쁨이며 슬픔이다.
너를 기다리는 날들이 즐겁다. 나는 네가 좋아서 네가 주는 사랑을 넘치게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용해원 - "너를 기다리고 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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