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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계룡산 벛꽃

 

 

 

꽃비가 내린다고 했다.

마지막 봄을 아쉬워 하는 벛꽃이 훨훨 날린다고 했다.

뉴스의 앵글이

테미고개 노인정에 날리는 꽃비를 비추던 어제사

동학사 벛꽃 생각이 났다.

신탄진 벛꽃은 지난 비에 만개했다고 들었는데

탈색해가는 도심의 벛꽃은 벌써 푸른 잎을 내보이고 있다.

 

 

휴일의 화창한 봄날이란 그렇게 만나기 어렵다.

사월의 흐린 하늘

겨울처럼 바람이 차가운 날씨

봄비

안개처럼 자욱한 황사마저 화창한 봄날을 시샘하고 나서야

훌쩍 깊어간 봄의 아쉬움에 젖는다.

 

겨울이 가듯

또 봄이 조용히 떠나가는데

섬을 다녀온 후 내가 느낀 봄이란

마누라가 뜯어온 쑥으로 끓인 된장

뒷동산의 진달래  

화분에 모종한 할미 꽃

 

쑥을 뜯으면서 내가 좋아 한대서 마누라가 뿌리 채 캐어온

할미꽃은 창 밖을 바라보며 시들어 가고 있다.

 

출근 전 새벽 길에 둘러본 계룡산 벛꽃은 아직 꽃 비로 내리지 않았다.

계룡산엔 아직 벛꽃이 한창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탄성과 탄식

시끄러운 봉짝 노래와 등천하는 바비큐 냄새 가득할

눈부신 휴일 날의 하늘 위로 마지막 잎새들이 춤추며 날아갈 날은

아직 남아 있다.

                            2006년 4월 15일 토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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