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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괴물 시사회를 보고 (이동진 영화평)

'괴물'을 첫 시사회에서 보고나서
  2006/07/04 22:25
이동진      조회 16030  추천 12

'괴물' 기다리시는 분들 참 많죠?

오늘 첫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사실 기대가 높으면 그 기대만큼 만족스런 영화 만나기가 진짜 힘든데

'괴물'은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예상보다 좀더 오락적인 영화더군요.

 

근데, 개봉하려면 아직도 3주나 더 남았군요.

이런 때가 바로 

영화기자란 직업이

꽤 괜찮은 듯 스스로 착각하게 만드는

몇 안되는 순간 중 하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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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을 맞는 충무로엔 위기감이 팽배했다.

5월 초 미션 임파서블 3

국내 극장가를 석권한 것을 시작으로

5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이어달리기 하듯

여름 시장을 독식해왔다.

게다가 지난 1일부터 스크린쿼터 축소가 현실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괴물(27일 개봉)을 기다렸다.

해외(칸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어 들려온 격찬 일색의 평가에,

송강호-박해일-배두나-변희봉을 포함한 출연진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

이 영화는 준우승을 해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게 될

브라질 축구팀의 월드컵 출전 같은

부담스런 상황 속에서 개봉을 맞게 됐다.

 

그러나 4일 첫 시사회를 가진 괴물

높은 기대에 손색없는 만듦새와 오락성으로

내내 탄성을 자아냈다.

첫 찬사는 외국에서 들려왔지만

한강을 배경으로 하고

한국사회의 맥락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괴물

이 아니라 서울

가장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주한미군이 불법적으로 버린 독극물 때문에 생긴

돌연변이 괴물이 한강에 출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는

어린 딸이 괴물에게 잡혀가자 구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괴물은 세계영화 지형도에서

충무로 대중영화가 발휘하는 힘은

결국 B급 감수성을 A급 완성도로 표현해낸 작품들에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이 영화에는 괴수가 등장하는 스릴러 장르의

익숙한 재미와 그걸 비트는 재미가 공존한다.

 

주요 인물들은 한편으로 쫓기면서

다른 한편으론 추적해나가는

스릴러 캐릭터의 전형적 행로를 충실히 밟는다.

괴수 영화인 이상 어차피 괴물의 난동으로

아비규환이 빚어지는 장면이 나와야 할 상황에서

정면승부를 통해 확실한 볼거리를 보장해준다.

좁은 공간으로 피신한 먹이를 잡아먹지 못해

괴물이 입구에서 입을 벌리고 으르렁댈 때의 공포처럼

이 장르의 익숙한 표현을 차용하기도 한다.

 

한국영화가 괴물의 출몰을

이렇게 훌륭한 시각효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기술적 성과가 대단하다.

교각에서 꼬리를 감아가며

텀블링하듯 움직이는 모습처럼

인상적인 괴물의 동작이

흠잡을 데 없는 비주얼로 표현됐다.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괴물은 이 분야에서

충무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유사 할리우드 영화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장르에 대한

뛰어난 기본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장르적 관습을 가지고 놀며

영화보기의 또 다른 쾌감을 안긴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격리수용 입장을 밝히던 당국 요원이

유족의 항의성 질문에

시간관계상 상황설명은 뉴스로 설명합니다라며

TV를 켜지만 나오지 않는 장면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TV 뉴스로

판에 박은 설명을 해온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관습을 풍자하기도 한다.

 

총 길이 100m라고 적혀 있는 화장지가

진짜 그 길이인지 재어보는 장면(플란다스의 개)을 넣을 정도로

엉뚱하고 재치있는 봉 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은

이 영화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질주하던 괴물이 미끄러져 넘어지고,

괴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던 비장한 주인공은

어이없게도 무기를 놓친다.

 

불필요한 개그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개성 넘치는 유머는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더불어

뻔해 보이는 괴수 영화 장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괴물에서 유머는 양념이 아니라

전편에 떠도는 공기(空氣) 그 자체이다.

 

일부러 나사 하나씩 풀어놓은 채

캐릭터에 몸을 헐겁게 맞추고서

맘껏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배우들도

시종 관객을 사로잡는다.

교향곡 전곡을 완벽하게 습득하고

능숙하게 이끄는 지휘자처럼

완급을 조절하며

관객이 영화를 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장악하는 리듬도 탁월하다.

 

주제와 이야기와 스타일이

최상의 결합을 이뤘던 전작 살인의 추억에 비할 때,

이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투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결국 무능하고 부패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참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상당한 힘을 지녔다.

구성원의 최소한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스며 있다는 점에서

괴물살인의 추억의 연장선상에 있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흐른 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진상에 대해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텔레비전 뉴스를 발로 꺼버린다.

그리고서 묵묵히 밥을 먹는다.

결국 희망이란 제 몫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에 있다. 

 

 

 

 

그리고.....고교시절 잠실교각을 기어오르는 괴물 형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라는 봉준호 감독의 제작 동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걍....참고로 동영상 붙여놓습니다.


영화 "괴물"제작 노트

 


영화 "괴물"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