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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소심한 A형 송강호 (이동진 배우 인터뷰)

소심한 A형 송강호
  2006/07/19 16:03
이동진      조회 6890  추천 14

저는 배우로서의 송강호씨를 존경합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

연기에 대해 견해를 묻고

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요.

 

'괴물' 개봉을 앞두고 다시 송강호씨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위한 만남으론 '살인의 추억' 이후

3년만의 만남이었습니다.

 

수요일자 신문에 인터뷰 기사를 썼지만

인터뷰 기사는 늘 제한된 지면 때문에 애를 먹게 됩니다.

이래서 '디렉터스 컷' 코너가 좋은 거죠.^^

 

아래 글은 신문에 실린 기사와 달리

그날 나눴던 대화를

최대한 원래 분위기를 살려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감하거나 민망해서

'편집'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말입니다.^^

 

 

----

 

물론 괴물은 배우의 영화가 아니다.

한강변에 출몰하는 정체불명 괴물에 맞서는

가족의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력과

높은 완성도의 특수효과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러나 적절히 캐스팅된 배우들의

효율적인 연기 앙상블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그 앙상블의 중심에 좋은 배우,

송강호가 있다.

일거에 폭발해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불 같은 연기보다는

터지기 직전의 폭발력을 캐릭터의 동력으로 통제해

시종 긴장을 안기는 물 같은 연기.

그는 ‘괴물의 개봉을 맞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단역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지

정확히 10년이 됐다.

 

-지난 4일 국내 첫 기자 시사회가 열리기 전에

완성된 괴물을 보셨습니까.

 

아뇨. 저도 그날 처음 봤어요.

그래서 무척 떨렸죠.

하도 긴장하고 봐서 그런지

시사회가 끝나고 나니까

어깨가 다 아프더라구요.

봉준호 감독도 그날 무척 떨었대요.

살인의 추억 때는 첫 시사회 때도

참 편한 마음으로 봤는데,

괴물은 영화의 성격상

최종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어서 그랬는지

정말 긴장됐어요.

사실 국내 시사회 전에

칸 영화제에서의 호평 소식이 알려지면서

호들갑도 많았잖아요.

그게 오히려 더 부담이 됐죠.

 

-처음 보고나니 제일 먼저 어떤 느낌이 드시던가요.

 

이거 정말 괴상한 영화구나 싶었죠.

색깔로 치자면 독립된 색깔이고 선명한 색깔인데도

처음 보는 색깔 같다고나 할까요.

컴퓨터그래픽의 경우

한 두 장면이 조금 걸리기도 했지만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찍을 때 느꼈던 것보다

직접 보니 사회발언이 무척 센 영화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더 오락성이 강하다고 느꼈는데요.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죠.(웃음)

봉감독님도 이기자와 같은 의견이시던데요.

후반작업을 통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내용을

대중적으로 잘 포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살인의 추억을 함께 하면서 최고 성과를 낸 봉준호 감독 신작이라도

괴물의 설정이 워낙 독특해 출연 결심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건 확실하죠.

봉감독이 아니었으면

당연히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괴수 영화 장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복수는 나의 것을 선택할 때와 비슷했어요.

그땐 3번을 거절했다가 결국 선택했고

이번은 단번에 오케이했다는 것이 좀 다를 뿐이죠.

두 영화의 출연 결정 과정의 공통점이,

참 아이러니하게도,

거부와 승락의 이유가 동일하다는 거예요.

처음 접했을 땐 황당하거나 이상하게 느꼈던 것이 거부의 이유인데

어느 순간 그게 바로 매력으로 다가와서

결국 선택하게 되었다는 거죠.

복수는 나의 것은 너무 이상해서 하고 싶었던 영화였거든요.

 

-아무리 봉준호 감독님의 연출력을 믿어도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는 또 별개의 것이잖아요.

 

컴퓨터 그래픽의 퀄리티조차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컴퓨터 그래픽을 해도

그냥 평범하게 할 사람이 아니고

목숨 걸고 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듯한 노랑머리

영화 속에서 무척 인상적이시던데,

송강호씨 아이디어인가요?

 

. 다들 좋아하더라구요.(웃음)

아무래도 괴물이 좀 무채색 영화일 듯 싶어서,

색감적으로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죠.

주류가 아닌 강두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느끼기도 했구요.

 

-배우로서 괴물이 결국 배우의 영화라기보다는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없었습니까.

 

섭섭함은 전혀 없었어요.

처음부터 다 알고 시작한 것이었는데요, 뭘.

살인의 추억의 성취감과는

다른 성취감이 이 영화에 있는 거죠.

두 영화가 완전히 다른 토대에 서 있기에

섭섭함 같은 것은 없어요.

감독 입장에선 미안할 수 있겠죠.

사석에서 감독님이

'강호 선배에게 두가지 점에서 미안하다.

하나는 캐릭터의 깊이감보다는

다른 쪽에 영화적으로 더 안배해서 미안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봉 후에 말해주겠다'

고 하더라구요.

말해준 한 가지는 짐작했던 것이니까 상관없는데,

나머지 하나는 뭔지 정말 궁금해요.

 

-진짜 그게 뭘까요.

 

저도 도저히 짐작이 안되라구요.

내가 개봉 전에 알면

개봉을 막을 수도 있는 엄청난 내용 아닐까 싶어서

너무너무 궁금해요.(웃음)

(인터뷰 이후 나중에 봉준호감독님께

확인할 기회가 있어서 캐물었지만

역시 대답은 개봉 이후에!!!라는 말이었습니다.^^)

 

-연기하면서 강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정상이지만 너무 정상이라서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이라면

괴물이 딸을 납치해갔다고 해서 

강두처럼 무모하게 홀로 찾아나서진 않았을 거예요.

국가기관에 맡기거나 그랬겠죠.

그런데 주류 사람들도

조직 속에서 이성이나 감정이 통제되고 정리되어서 그렇지,

원래는 강두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더 슬픈 것이구요.

역설적으로 그런 면에서 맹목적이지만 순수한 강두가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가 나중에 추가될 것을 예상하고

허공에 대고 하는 연기라서 해서 

특별히 기술적으로 더 어렵진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일반 영화에서도 상대 배우 없이

상상만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잖습니까.

 

그렇습니다.

실사 영화에서도 혼자 카메라만 보고

연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그래서 기술적으로 특별히 어렵진 않았어요.

조금 문제가 있다면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있어서

좀더 난이도가 있다는 정도죠.

상대가 사람이면

치고받는 감정의 느낌을 갖기가

상대적으로 더 쉬운데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고

더구나 사람이 아닌 괴물이 상대인데,

상황은 또 납치되어간 딸을 되찾으려는

대단히 현실적인 상황이잖아요.

 

-봉감독님은 송강호라는 배우를 철저히 믿으시는 것 같아요.

여러차례 그런 믿음을 표현하시죠.

 

그렇게 믿어주시는 것이 배우로서 참 고맙죠.

사실 괴물을 찍으면서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어요.

한번은 촬영에 들어가기 며칠 전에

제가 운전할 때 전화가 와서

짧게 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강두 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길래

딱 한 마디만 물었어요.

감독님, 강두 바보예요?

바보~~는 아닌 거 같아요.

, 예.

그게 끝이었어요.(웃음)

그 뒤로 강두라는 캐릭터에 대해

두 사람이 한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어요.

 

-혹시 다른 분들을 캐스팅하는데 아이디어를 내시기도 하셨나요.

 

전혀요. 전부 봉감독님이 하셨죠.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같은 감독분들은

캐스팅 능력이 정말 탁월하시죠.

그건 아마 사람을 보는 눈일 거예요.

 

-괴물이 등장할 때까지

긴장감 넘치게 세 장면을 이어붙여 프롤로그를 펼쳐낸 뒤

매점에서 정신없이 낮잠자고 있는

배우 송강호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영화 첫 장면을 보면서 저는

감독님의 관객에 대한 주문이 들려오는 듯 했어요.

프롤로그 보시면서 긴장하셨죠?

근데 이거,

여러분 좋아하시는 유머러스한 송강호 나오는 영화거든요.

이제부터 맘 편히 즐기셔도 돼요.

 

(웃음) 정말 그래요.

그 첫 장면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미리 알려주는 선언 같은 역할을 하죠.

봉감독님 참 영리한 감독이세요.

연기 주문을 할 때도,

중요한 장면은 찍기 며칠 전부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화두를 툭 던져주어서

배우가 내내 고민하며 만들어가게 하죠.

살인의 추억 때 마지막 철도 장면을 찍을 때도

며칠 전 밥을 함께 먹다가 갑자기 생각난 척

이거 정말 중요한 장면인데,

참 잘 찍어야 할텐데,

강호선배 그렇죠?

딱 한 마디하고 나가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배우는 며칠 동안 끙끙 앓으며

머리 속에서 수없이 그 장면 연기를

미리 떠올릴 수 밖에 없죠.

 

-이 영화에서 연기 측면에서

정말 감동을 받은 장면이 있었어요.

동작대교에서 괴물과 상대하던 아버지가

괴물에게 일격을 당할 때였죠.

그때 변희봉씨가 자식들에게 어서 피하라고 손짓할 때

잊을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연기를 하시죠.

그리고 이어 송강호씨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쓰러진 아버지에게 젖은 신문지로 얼굴을 덮어준 뒤

추적해오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다시 아버지가 걸려서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 잡히고 말죠.

그 순간의 송강호씨 연기도 너무나 좋았어요.

강두는 딱 그럴 것 같았거든요.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 그 부분이었어요.

 

사실 무척 힘들게 찍었던 장면이었죠.

그 시퀀스만 무려 17일간 촬영했어요.

처음엔 제가 쓰러진 아버지 쪽으로 내려가는 장면을

이렇게저렇게 촬영했는데

딱 이거다 싶은 느낌이 없더라구요.

그러다가 문득

아버지, 일어나라고 대사를 해봤죠.

아버지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강두는 꼭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요.

 

-그 대사를 들으며 저는

살인의 추억 클라이맥스에서 박해일씨를 향해

밥은 먹고 다니냐고 말할 때의 느낌과

동일한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원초적인 감정의 설명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할까요.

설명할 수 없는 말이지만

그 순간에 그 인물은 꼭 그렇게 대사를 해야만 할 것 같아요.

논리적이진 않지만

그게 슬픔을 대할 때의 강두의 모습이라고 여겨졌던 거죠.

 

-따지고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성격적으로 별로 변화를 겪지 않는 캐릭터들인데,

강두는 유일하게 전반과 후반이 다른

입체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일부러 나사를 하나씩 풀고

캐릭터에 헐겁게 맞춘 뒤

자유롭게 하는 연기라는

이기자 영화평에서의 표현이 맞아요.

이 영화의 연기는 헐거운 옷을 입은 듯

연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구요.

옷과 제 몸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너무 꼭 맞추면 각이 생기고 작위적이고

또 딱딱해서 보는데 부담스러우실 테니까요.

 

-배우로서 다들 서로 잘 아시는 분들이라서 함께 연기하기 편하셨죠?

 

. 참 편했어요.

변희봉 선생님이 일단 워낙 후배 배우들을

많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했고,

(박)해일이와 (배)두나는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고

친한 후배들이라서 특별히 어려울 게 없었고,

딸로 나온 (고)아성이가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해줘서 기뻤죠.

다른 분들 연기는 어떻게 보셨어요?

 

-이 영화에서의 배우들 연기를 참 좋아하지만,

조금 걸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어떤 부분이었죠?

 

-박해일씨가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조금 걸렸어요.

극 초반 분향소에 조카가 죽은 줄 알고

뒤늦게 소주를 마시고 들어오는 장면이었죠.

그때 소주병을 병나발 불고 들어오는데

그 병을 입 가운데가 아닌

입 오른쪽으로 비뚤어지게 마시면서 들어오죠.

병나발을 불고 들어오는 것 자체로

이미 충분히 캐릭터를 설명했는데

그걸 비뚤어지게까지 마시도록 한 것은

과잉이라고 느낀 거죠.

좋은 영화와 좋은 연기일수록

넘치는 연기는 좀 곤란하다고 보거든요.

어차피 이 영화가 블랙 코미디적인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그건 미학적 측면에서 볼 때

연기의 과잉 같았어요.

노숙자로 나오는 윤제문씨가

극의 클라이막스에 접어들기 직전에 차에서 내릴 때

코를 후비면서 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냥 내리는 게 더 나았다고 봐요.

너무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제 느낌이지만요.(웃음)

 

.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배우로서 장르 영화를 싫어하시죠?

 

극의 진행부터 연기의 패턴까지

많은 것이 미리 규정된 장르 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연기 뿐 아니라 세상살이 역시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저는 한 번 했던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쪽인 것 같아요.

넘버 3 이후에 조폭 배역이 쏟아져들어왔고,

살인의 추억 이후엔 형사 배역이 계속 들어왔지만

그런 이유로 거절했어요.

너무나 좋은 작품이라면 그래도 했겠지만

너무 좋은 것은 없었거든요.(웃음)

 

-요즘 한재림 감독(연애의 목적)의 신작 우아한 세계를 찍고 계시죠?

 

3분의 1쯤 찍었어요.

한창 찍어야 하는데

비 때문에 계속 촬영 스케줄이 연기되어서 걱정이네요.

 

-그 영화 출연을 두고 송강호, 9년만에 조폭 복귀란 기사까지 나오던데요.(웃음)

 

9년만의 조폭 연기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죠.

직업이 조폭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한재림 감독은 애초에 생각한 게

한국사회를 힘들게 사는 40대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다만 그 남자 직업이 조폭이라는 거죠.

이 영화는 조폭이 주인공이지만

조폭 영화는 아니예요.

조폭 누아르와는 정반대로

생활적이고 소박한 영화거든요.

 

-충무로 조폭 영화를 싫어하시죠?

 

그런 면이 좀 있죠.

직업이 조폭인 배역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우리 조폭 영화 특유의 스타일이 맘에 안 든다고 할까요.

 

-괴물도 그렇고 우아한 세계도 그렇고

둘 다 부성(父性)을 다룬 연기를 하셨네요.

복수는 나의 것도 그랬구요.

그런 연기를 할 때 자녀를 떠올리시나요?

 

그럼요.

그런데 직접적으로 연관을 주진 않아요.

그 상황 속에서 아역 배우 대신 내 아이를 생각하고

그걸 자연스레 연기로 이어주면 좋을텐데

그렇게 안 돼요.

복수는 나의 것 때도

내 아이가 납치되어 죽었다면 어땠을까를 늘 생각했지만

막상 연기에 들어가면 그게 없어지면서

작품 속의 상황만 남아서 무척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그런 경우에

백지가 되어서 상황에만 몰입해 연기해요.

 

-실생활에서 강하게 부성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연민이 생길 때죠.

애들이 재롱부리고 춤추고 노래할 때의 귀여운 느낌보다는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연민이 느껴지면서 부성을 느끼죠.

그럴 때면 제가 어렸을 때 일들이 겹쳐 떠오르면서

별 거 아닌데도 슬퍼지고 그러거든요.

 

-좋은 아버지세요?(웃음)

 

부족한 게 참 많죠.

잘 안 고쳐지더라구요.

맘은 굴뚝 같은데 제가 참 이기적인 것 같아요.

늘 시간이 없어서 미안해 하면서도

정작 기회가 오면 제 스케줄과 제 감정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올해로 충무로에 들어선 지 벌써 10년 되셨죠.

그동안 개인적으로 송강호씨께 가장 중요했던 작품 3편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일까요.

 

배우 경력상 가장 중요한 사건의 측면에서 뽑아본다면,

초록 물고기 반칙왕 살인의 추억꼽겠어요.

오늘의 저를 존재하게 한 작품들이죠.

전 배우로서 과분하게도

지난 10년간 좋은 감독님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이창동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제게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친 분들이죠.

 

-잘못 선택한 작품도 없지 않았죠? (웃음)

 

그렇죠.(웃음)

스타일적으로 안 맞는 영화가 있었죠.

하지만 그런 실패가 제게 큰 약이 되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어떤 건가요.

 

감독이 누구냐가 제일 중요하죠.

그 다음은 시나리오예요.

나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전 혈액형 성격 유형을 믿진 않지만,

재미삼아 물어볼게요.

소심한 A형이시더라구요?(웃음)

 

그렇죠. 소심한 면이 있죠.

저도 혈액형 성격 유형을 안 믿지만

소심한 것은 맞는 거 같아요. (웃음)

그런데 기왕이면 저는 그걸 예민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몸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시간날 때 등산하고 공원을 걷는 정도죠.

건강해야 좋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으니까

그 정도의 노력은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젊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정말 없어요.

몸이 늙어가는 과정을

배우로서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