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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네비게이터

“가족들과 함께 간 동해안 바닷가. 올 여름 방학은 어느 때보다도 시원하고 재밌었답니다. 내비게이터가 막히지 않는 길을 안내해주고, 맛있는 집도 척척 찾아주니 운전하는 아빠도 신이 났죠.”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 초등학교 4학년인 심희연 학생은 내비게이터 하나가 즐거운 방학을 선물해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도 운전 중에 TV도 보고 음악도 나오는 내비게이터 자랑을 많이 했습니다. 내비게이터는 모르는 길을 찾을 때만 쓰이는 게 아니라고 하네요. 아빠는 내비게이터가 길을 찾는 원리는 다양한 분야로 응용돼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소방서가 재난을 당한 사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고 설명해줬습니다. 편리함을 제공하기도 하고 긴급한 순간에는 꼭 필요한 도구가 되는 내비게이터. 과연 어떻게 길을 찾는 것이고 내비게이터가 길을 찾는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GPS와 전자지도의 합작품 = 내비게이터란, 목적지를 입력하면 그곳까지 가는 경로를 탐색해서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내비게이터는 자동차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어떻게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위치를 파악하는 데 쓰이는 것은 바로 지구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다. GPS라고 불리는 위성이 차량의 현 위치와 목적지를 파악해 내비게이터에 알려주면, 내비게이터는 그 위치를 좌표로 계산해 전자지도에 표기해 준다. 그리고 전자지도 상에서 어떤 도로를 따라 갔을 때 가장 가까운 거리인지를 파악해서 경로를 알려준다. 위성을 통해 범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던 영화의 한 장면이 결국 내비게이터가 길을 찾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인 셈이다. 원래 GPS 위성은 미국 국방성이 군사용 목적을 위해 1984년 처음 쏘아올리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현재 24개 위성이 작동중이며,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4개 이상의 위성이 배치돼 있어 위치를 관측할 수 있다.

 ◇응용 분야도 무궁무진 = 내비게이터는 빠른 길만 찾아주는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본 원리를 응용하면 도난차량을 수배하는 데도 쓰이고 미아를 찾아주는 고마운 도구로 변신하기도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구급차에게 사고 현장을 알려주고, 큰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새로 만들 때 3차원으로 측량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해류연구나 지각운동, 천문학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물론이다.

 단순히 특정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만 사용됐던 내비게이터의 원리를 도로 정보와 연동하면 똑똑한 교통 시스템(ITS)으로 변하기도 한다. 원래 내비게이터는 길이 막히건 그렇지 않건 최단 거리만을 안내한다. 그러나, 현재 어떤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속도를 알고 있다면 경로를 계산할 때 최단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ITS다. 현재 주행 중인 수많은 차량의 속도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는 FM 라디오와 같은 주파수를 이용해 차량에 보내진다. ITS를 활용하면 정체가 심하지 않은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정류장에서는 다음 버스가 언제 도착할 지를 미리 알 수도 있다.

 ◇아빠, 내비게이터를 살때는요 = 아빠가 내비게이터를 사기 위해 쇼핑을 간다고 하면, 따라가 옆에서 거들어 보자. 내비게이터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 봐야할 것은 역시 길안내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위성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정확하지만, 이를 현재 위치로 알려주는 전자지도가 엉터리라면 당연히 내비게이터가 안내해주는 길도 엉터리가 된다. 따라서, 내비게이터를 고를 때에는 지도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한 지를 잘 따져야 한다. 지도 데이터의 정확도는 집이나 자주 가는 곳 등 원래 잘 일고 있던 길을 지도가 잘 안내하는지를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지도 데이터 값이 비싸면 좋은 제품일까? 홈쇼핑을 보다보면 업그레이드 무료를 강조하기도 하고 GPS 위성료까지도 무료라고 광고하는 제품도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내비게이터가 갖고 있는 지도는 모두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지도를 기본으로 가공해 제작된 것인 만큼 이러한 말들은 허위 과장 광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