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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지리산 칠선계곡

칠선계곡

 

 

일    자 : 2005년 9월 4일

산 행 지 : 중산리-지리산 천왕봉-칠선계곡

날    씨 : 비 ,안개,흐림

동    행 : 산장 에델바이스 17명

소요시간 : 약 9시간

 

 

09:20 : 중산리  매표소

09:47 : 칼바위

10:22 : 망바위

10:52 : 법계사

11:43 : 개선문

12;20 : 천왕봉

        중  식

13:20 : 칠선계곡 하산

14:21 : 마폭포

15:38 : 대륙폭포

16:58 : 옥녀탕

17:20 : 선녀탕

18:10 : 하산완료

 

 

 

수렴동으로 시작한 여름산행을 이제 칠선계곡으로 마무리 하려 한다.

수려한 수렴동 계곡에 발 한번 담그고 나서 수행하는 불자처럼 올 여름 계속 계룡의 숲을 맴돌다가 지난 주 가령-낙영-도명산을 떠돌면서 인적이 떠난 화양동 계곡을 마주하니 문득 떠나는 여름이 아쉬워 진다.

 

비가 추실 거리는 대전을 떠난다.

아직 여름에게 작별인사를 고하지 못했는데 이제 완연한 가을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싸늘하게 내리는 비가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오늘이 금초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금지구역을 염탐하러 떠나는 가을마차에는 산객들이 많지는 않다.

 

 

천왕봉

오래 전 처음 천왕봉에 첫발을 디디는 설레임과 뿌듯한 자부심으로 올랐던 남단 최고봉.

붐비는 인파에 놀라고 또 그 속에 아이들 심지어 할머니까지 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 황당하고 허탈했던 첫 만남

전설의 이어도처럼 가슴에 품고 있던 천왕봉을 어렵게 오르고 나서 오랫동안 간직했던 가득한 신비감과 기대를 그렇게 허공으로 날려 보냈었다.

그리고 길고 긴 세월을 함께 했던 내 마음의 성지

 

내 생에 몇 번을 지리산에 오를지 모를 일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하는 날 칼바람 속에 함차게  떠오르는 장엄한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콧날이 시큰했고 그 무수한 날을  지리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지리산은 영혼이 울림을 찾아가는 순례의 땅이다.

 

안개에 쌓인 등산로를 오른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라 일요일인 걸 감안하면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중산리에서 빨리 오르면 2시간 40분 걸리고 쉬엄쉬엄 가도 3시간이면 족한 거리에 천왕봉이 있다.

 

오늘은 법계사에 들릴 것이다.

시간과 마음에 쫒기는 산행을 하다보니 매번 들르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법계사 불전에 오늘에사 삼배를 드린다.

그저 건강하고 무탈하게 한 인생 살게 하소서.

오랫동안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하소서

삼배를 올리고 내려오는 길에는 청명한 바람이 탑사를 돌아 내 목을 휘감고

청아한 종소리가 경내에 가득하다.

법당엔 낭랑한 스님의 독경 소리 울려 퍼지고 수 많은 불자들이 무릎을 꿇어

불공을 드린다.

구도의 경건함이 머무는 아침이다.

 

 

 

 

법계사 위 조망바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비가 촉촉히 적셔오는 아침

산신령님은 사계를 닫아버리기로 작정하신 모양이다.

그래도 가는 길에 비가 제법 떨어 지길래 내심 칠선계곡은 틀렸다고 생각 했는데 다행이 천왕봉 근처에서 비는 멎었고 무심한 산 안개만 휘몰아 친다.

 

 

 

 

 

그렇게 어이 없이 올라선 천왕봉

가슴 후련한 바람이 불어 간다.

법계사에 들렸어도 세시간 만에 올라 서는 천왕봉

언제나 빈약한 반도의 최고봉이 안스럽다.

 

궂은 날씨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에 올라 있어 혼자만 천왕봉 표석에세 사진 찍기란 쉽지가 않다.

바람이 막아서는 곳에 먼저 도착하신 일행 몇 분과 함께 성찬을 펼치다.

후미를 조금 기다렸다가 식사할 걸.

에델바이스 토박이 산님들 모양인데

커다란 스테인레스 양푼을 떡 하니 내 놓더니

갖은 야채와 고추장을 넣어 참치회를 만들고

김치찌개를 끓여 내고 뿔뿔 거리며 걸어다는 총각 김치 까지 내어 놓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식도락을 함께 누리려는 욕심 많은 사람들

덕분에 1540고지에서 참치회 잘 얻어 먹고 뿅주 한 잔 잘 걸쳤다.

 

 

장비와 요리가 거창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산상에서 1시간쯤 보내고서 칠선 계곡 개구멍으로 내려선다.

사실 오늘은 금지구역 산행에 대한 호기심에 따라 나선 길

10년전 불타는 가을 단풍길을  흘러 내리면서 단풍에 대한 감흥 보다도  몹시도 길고 지루한 이 었다는 인상과 추성리를  4키로쯤 남겨두고는 몹시 다리가 아펐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이제 불혹을 지나 득도의 경지에서 다시 바라보는 칠선은 어떤 모습일까?

 

 

 

 

낙차가 큰 내림 길에서 곧추선 구상나무 사이로 바라 보는 구름 감도는 먼산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짙푸른 낙엽송 숲은 여름 숲 속에서 두드러지고 마가목이며 주나무며 잣나무등 수령이 상당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파른 산 행로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 가는 길에 벌집을 건드렸다.

차 대장님이 열세 방을 쏘이고 몇몇이 갑작스런 벌들의 습격을 받았는데

평화로운 그들의 영역에 난입한 침입자의 응징은 일부 산님들만 대표로

받았다.

그래도 벌침은 신경통에 좋다는데 .

 

 

한참을 내려 가니 물소리가 들리는데 계곡이 깊고 나뭇잎에 계곡을 흐르는 물을 발견할 수 없다.

오늘은 어짜피 천천히 흘러 가는 길이다.

 

칠선계곡은 지리산 10경중에 하나이며 설악산 천불동, 한라산 탐라 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에 속한다.

7개의 폭포와 33개의 소를 끼고 있고 천왕봉 정상에서 마천 의탄 까지 장장 18km를 아우르는 계곡이다.

 

 

산안개가 감도는 마폭포에서 세수하고 머리를 감는다.

원시림을 휘돌아 낸 청정수의 세례에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골이 깊고 바위는 날카로우며 기대어 있는 산세는 험준하다.

내려가는 길에 등산로는 몇 번 이나 계곡을 건너 방향을 바꾼다.

마음 놓고 발 길을 옮길 수 없다

비와 안개에 잦은 등산로는 돌들이 미끄러워 주위를 둘러 보거나 가끔 풍광에 취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온통 신경이 발 아래 모아진다.

험악한 돌밭 길

돌들은 두리뭉실하지 않고 왜 그리 거칠고 날카로운지

 

 

뒤에서 천천히 흘러 내렸는데

3층 폭포를 지나고 나서 등로가 헷갈려 선두가 우와좌왕 하는 통에 선두가 되어 버렸다.

 

안개비가 촉촉히 머리를 적시고  태양이 뜨지 않는 흐린날

무성한 여름의 잎이 가리워진 원시의 계곡은 음산하고 우울한 빛이다.

물소리만 하늘을 가득 메운다.

 

그예 한번 엉덩 방아를 찧었다.

엉겁결에 오른 팔로 땅을 짚었는데 불 같은 통증이 다시 느껴지다.

계룡산에서 다쳐 조금씩 나아 가던 팔의 상처를 다시 덧낸 셈인가?

 

혼자 가려니 적적하기는 한데 진한 고독함 속에 야릇한 쾌감이 일고 보물 찾기 하듯 등로를 찾아내는 스릴이 있다.

정신 없이 가다 보니 내가 물길을 따라 올라 가고 있고 등산로가 가파르게 위로 솟구치고 있다.

우짜 이런 일이.

나와 함께 흘러 내리던 물길은 어디로 간겨?

 

앞에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가 보인다.

아마 길은 잘 못 든 모양인데  여기 까지 왔으니 폭포나 한번 구경하자.

아래서 사진을 찍다가 그예 폭포 꼭대기 까지 올라 가서 폭포의 위용을 내려다 본다.

 

 

대륙폭포였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갈림 길에 입간판이 서 있는데 대륙폭포 방향으로 천왕봉 표시가 되어 있다.

국골을 지나 하봉 중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연결되는 등산 루트인 모양이다.

 

 

폭포를 구경하고 내려오니 일행들이 등로를 지나고 있다.

혼자 내리는 길에 외로움을 느낄 때쯤 일행들을 만났다.

후미에서 따라 가는데 선두가 또 등산로를 잊어버려 우왕좌왕 하는 통에 다시 앞에 서게 되었다.

천천히 물처럼 흘러 내리려고 했는데 오늘은 산신령님이 내가 앞에 서기를 바라시는 모양이다.

 

 

옥녀탕에서는 서늘한 날씨지만 시퍼런 물속에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함께 한 분들과 잠시 푸른 담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다 다시 물길을 따라 갈 길을 재촉한다.

 

칠선녀가 하강해서 목욕 했다는 선녀탕은 그 옛날 보다 물이 줄어서 인지 일곱 선녀가 노닐기에는 비좁아 보인다.

선녀들이 하강하여 목욕하는 밤에 곰 한 마리가 선녀들의 옷을 훔쳐서(지가 무신 나뭇군 이라고)

사향노루 뿔에 걸어 놨다나 어쨌다나 (나무와 사슴 뿔도 구별 못하는 멍청한 놈이)

그 옷을 사향노루가 선녀들에게 갖다 주었다는데.(으메 아까운 것)

 

 

하여간 선녀들이 보은으로 노루는 칠선계곡에 이주시켜 살게 하고 곰은 국골로 내 쫓았다는 재미난 전설이 있는 담이다.

비선담 군선담 옥녀탕 선녀탕 그리고 무수한 이름 모를 폭포와 담을 그렇게 흘러 내렸다.

목재 다리를 지나 관리공단이 쳐놓은 목책 개구멍을 나가니 이젠 우리가 더 이상 금지 구역을 무단 침입한 위험한 산 꾼들이 아니다.

 

추성리 3.9km 라는 표지판이 서고부터는 길이 좋아진다.

5시가 다 되어 가니 산 길은 더 어둑해지는데 날카로운 돌들에 불안했던 발이 편안한  등로를 만나자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 진다.

불안한 하산길에서 편안한 길로 바꾸자 억제 되었던 속도 본능이 되살아 난다.

빠른 속도에도 보조를 함께 맞추며 따라와 주는 산님이 있어 남은 길은 바람처럼 흘러 갔다.

 

6시 10분에 매표소를 통과 했다

4시간 40분 걸린 셈이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여장을 내리고 탕탕히 흐르는 계곡 물에 뛰어 들었다.

이래서 지리산은 한해라도 거를 수 없다.

원시의 모습이 남아 있는  칠선계곡은 자연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등로를 개보수 하고  편안한 등산길을 만들면 우린 또 많은 것을 잃어 버려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쓸데 없이 산장을 만들거나 등산로를 개보수 하지 말고 또 휴식년제를 풀지도 말고 가끔 실족의 위험과 벌금을 감수하려는 간 큰 산꾼들이나 돌아 볼 수 있도록 .

 

흐린 날 물의 차가움도 아랑곳 않고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본다 .

계곡물은 거칠 것 없이 내 몸을 감싸 안아 흘러 내리고 나는 하루의 땀과 먼지 그리고 세상의 시름과 번뇌 까지도 흐르는 물에 그렇게 씻어 내었다.

가을이 오는 여름 계곡의 길목에서……

 

한 분의 산님이 힘드셔서 후미에 오시는 분들이 어두워진 계곡을 내려오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 낯에도 저녁 같은 계곡 길을 칠흑의 밤에 내려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생각지 않게 많이 남은 시간 때문에 저녁 식사하러 식당에 내려 갔다가 두분

산님과 자리를 함께 했다.

오늘 함께 선두에서 흘러 내리신 두분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는 두 분은 대단한 풍류와 체력의 소유자 들이다.

그분 들과 이런저런 산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와 함께 한잔의 술을 나눈다.

산이란 이렇게 푸근하고

그 속에서 이해 관계 없이 만난 사람들이란 이렇게 유쾌하고 기분 좋은 만남일 뿐이다

그렇게 또 내 인생의 기분 좋은 하루는 저물어 갔다.

버스로 돌아 가는 칠흑 같은 밤길에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가고 진한 숲 냄새가 풍겨나는 허공엔  반딧불이들이 성호를 긋는다.

많은 고생을 하며 어렵게 하산한 후미 팀과 합류하여 나는 거친 등산로의 나른함과 알맞은 취기에 비몽사몽을 헤메며 그렇게 대전으로 되돌아 왔던 것이다.

 

 

 

칠선계곡을 가는 사람들은

 

가도 후회 안가도 후회

하루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한국에서 제일 길고 어쩌면 지겨운 계곡 길 이다.

엔간한 고수가 아니라면 칠선계곡은 사양하는 편이 좋다.

칠선계곡을 내려 갈 땐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그냥 오늘 내로는 내려 가겠지 하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흘러 내려야 한다.

시계도 보지 말고 가도가도 물길이 끝나지 않는 긴 계곡에 안달 하지 말고

도 닦는 마음으로 평상심을 유지 해야 한다.

 

장마철이나 비오는 날엔 절대 가지 마라

원시림 같은 계곡은 제대로 된 등로의 형태가 없고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후 등산로가 보수 되지 않아 위험구간이 많다.

하산로는 계곡을 몇 번씩 건너야 하는데 비가오면 이끼낀 돌이며 나무뿌리 등이 너무도 미끄러워  실족의 위험이 크다.

게다가 거친 등산로에 돌들은 날카로워 자칫하면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장마철 계곡이 불으면 하산이 불가능하며 특히 갑작스럼 집중호우를 만나 중간에 계곡 물이 불어 버리면 오도 가고 못하고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여유를 가지고 움직여라.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일몰 까지 빠듯한 시간 계획으로 움직이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등산로가 끊어진 곳이 많기 때문에 등산로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고 몇 번 알바라도 하면 계획한 시간 내에 움직이가가 어렵다.

어두워지기 전에 무조건 하산할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계획으로 움직여야 한다.

계곡내에서 어두워 지면 후렛쉬 불 빛에 의지해 등산로 찾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위험구간이 너무 많아 야간 등반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만일을 대비한다면 휘레쉬와 라이터 보온을 위한 옷은 필수적이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설악산의 잘 정돈 되고 다듬어진  계곡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길고 거친 계곡의 지루함을 상쇄할 만큼 수려한 풍광의 계곡이 아니다.

긴 산행시간 내내 시끄러운 물소리를 들어야 하며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풍광의 변화없는 단조로운 계곡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인내와 극기를 요한다.

반면에 잘 다듬어 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계곡미를 즐길 수 있다.

자연의 재해에서 복구되지 않은 채 계곡이 방치되어 있고 무성한 원시림이 햇빛을 차단해서 고목과 바위 등걸에 이끼가 고색창연하고 등산로의 흔적이 희미하여 오지 탐사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칠선계곡 입산통제가 풀렸죠?

누군가 길을 묻는이 있어 작년에 다녀온 기록이 있길래 올려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한 산행 이어 가시길....  무릉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