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청산
2006년 8월 20일 억수 같은 비
오전 10시부터 대전은 비 그침
대전에서 새벽 5시 출발
귀연팀 20명과 지리산 동부능선 출정했다가 인월에서 회군함
동부능선이 예정되어 있던 8월 13일은 귀연팀과 7암자 순례를 다녀 왔다.
지리산 깊은 곳의 탐구 산행은 놓쳐버리기 아까운 곳이었다.
서부능선과 주능선 단독 종주 후 8월 20일 한산지계곡을 거쳐 장터목,천왕봉,새재 대원사를 아우르는 귀연팀의 동부능선 대장정에 합류했다.
그런데 절딴이 났다.
우중을 무릅쓰고 출발했던 20명의 이동 베이스캠프는 가는 길에 한마디로 억수 같이 퍼붓는 비를 만나 도저히 지리산에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회군했다.
그날 결국 지리산은 출입통제가 되었고 산장에 있는 사람들은 고립 되었다.
귀연이 만난 올해 두번째의 지리산 실패였다.
산에 발도 들여 놓지 못하고 되 돌아 온 건 처음 이었다.
함께 백두대간 하던 시절의 우중산행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백두대간 시절에는 뻑하면 비를 맞는 우중산행이었다.
계속 내리는 비를 10시간 가까이 맞은 기억도 여러 번 된다.
하루종일 우중산행을 안해 본 사람은 물먹은 옷에 쓸리는 사타구니의 아픔을 모른다.
대간 종주에 대한 열정과 집착으로 모두들 미쳐 있던 때였다.
우리가 백두대간을 마무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기치아래 “귀연산악회”를 만들어 “바위산장” 김대장님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는 그다지 큰 비를 맞지 않았다.
그래서 농담 삼아 조상 중에 용을 때려잡은 소사가 있는 집안이 김대장님 집안이라 했는데
아닌가 보다.
멤버들 족보를 다시 한번 까 봐야 겠다.
점심과 함께 술이나 한잔 푸고 헤어지기로 했다가
아무래도 일보고 뒤 안닦은 것 같이 껄쩍지근 한 사람이 많은 듯하고
대전 날씨는 좋아지고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그 버릇 어디로 가나?
안방 산일망정 횡하니 댕겨 와야지...
그 성질들에 꿩대신 계란 후라이라도 먹어야지
삽재에서 끊긴 계룡산 우측 능선
구암사를 출발해서 우산봉을 거쳐 갑하산을 지나 국림묘지 쪽으로 내려오는데 3시간 걸렸다.
뒤에서 열나 술먹은 사람들 발길만 좀 흔들렸을 뿐
약간 허하긴 하지만 짱짱하게 3시간 땀흘리고 계룡 계곡에서 알탕 까지 하고
묵집에서 푸짐한 뒤풀이 까지
아쉬운 동부능선 이지만 그래도 비 개인 깨끗한 대전의 풍경은 건졌다.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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