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5년 8월 28일 일요일
산 행 지 : 가령산-낙영산-도명산 종주
동 행 : 귀연산우회
날 씨 : 안개 후 맑음
소요시간 : 약 7시간 (알탕 포함)
09:00 : 출발
09:25 : 시계가 트이고
09:33 : 젖꼭지 바위
09:54 : 가령산
11:00 : 무영봉 가는 길 쉼터
11:20 : 무영봉
12:23 : 낙영산 가는 길 암봉지대
12:43 : 낙영산 전망대
12:50 : 장성바위 조망
13:55 : 도명산
14:10 : 미륵바위
15:17 : 화양동 계곡
15:40 : 화양동 서원지
16:00 : 산행종료
歲月如流水라
물과 같이 흘러 내리는 무상한 세월
인생은 이리도 빨리 지나 가는데
속절없이 벌써 가을 소식이 온다.
홑이불이라도 끌어다 덮어야 하는 아침저녁의 선선한 날씨고 보면 절기가
이야기하는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모처럼 귀연과의 동행이다.
피서 인파가 사라진 화양동 계곡의 본래 모습과 바위에 앉은 청솔이 그리워
지는 가을 같은 여름날….
혼자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배낭을 메고
그들이 보고 싶을 땐 귀연으로 가는 너무도 이기적이나
미안한 마음으로 그곳에 가면 건강한 웃음으로 반겨 주는
풀과 바람냄새가 나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산에 간다는 건 가장 중요한 노후 대책일지 모른다.
건강을 준비하고 본질적인 사색과 자연과 대화를 통해 늙어 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만약 사람이 그리워 지는 시절이 올 거라면
산 친구들이 그 공백을 간단히 메워 줄거다
언젠나 반가운 얼굴들 사이로 오늘은 낯선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
<귀연 사람들>
(대비마마)가 (계백장군)에게 물었다.
“(새벽안개)를 깨치고 꼭두새벽을 열어 (청계)를 건너는 저들이 누구냐?”
(계백장군)왈 “(오아시스)를 찾아 (청산)으로 떠나는 (무릉객)들 인줄
아뢰오”.
옆에서 지켜 보던 제왕(칸)이 말한다.
“오호 저들이 한밭벌에서 요즘 잘나가는 (귀연산우회)란 말이더냐?”
“반가운지고 아직 뜨거운 여름철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안전산행하라 이르라”
“그리고 (나여사)님은 캐나다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을 테니 천천히 가시라고
하고 (의리)의 (종수)씨는 후미에서 불편한 사람들을 돌보게 하여라.
도명 가는길에 (정암)을 너머가면 (금강초롱)이 걸린 내 여름별장 (한림정)
있으니 쉬면서 (산삼해)주나 한잔씩 하고 가도록 하라 “
“성은이 망극 하여이다”
이렇게 귀연의 기치를 걸고 (자연으로) 가는 길에 “좋은생각”을 말씀해 주시니
대왕님을 위해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하고 가지요
(산토끼)가 (금빛노을)이 물드는 들판을 질러 (신샘)을 찾아 (산으로) 가는데
(킬리만 자로) 표범이 쫓아 왔어요.
그 때 (바람) 같이 (친절한 기철씨)가 나타나 토끼를 숨겨주니 (천상녀)가
(무지개)다리를 타고 화양동 와선암으로 내려와서 같이 술만 펐다나 어쨋다나…
횡설수설 …. 어쩌구 저쩌구
전설따라 삼천리였습니다.
대왕 왈 “문단의 (대강)은 대충 알 것 같으나 어째 좀 거시기 하다”
상감마마 “죽여 주시옵소서”
그래서 우린 가던 길을 재촉했다.
각자 소개하는 인상적인 닉네임의 장본인들과 함께…...
(딸기 쨈)은 오지 않았다
선두를 따라 가려면 (더존) (발통)을 달아 야지 쯧쯧….
귀연이 대식구를 모아 자연으로 떠나는 재미 있는 하루의 시작이다.
가는 길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다.
먼저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아침계곡을 흘러온 물길을 건너 서둘러 수림에
숨는다.
처음 시계가 트이고
사방이 막힌 채로 하염 없이 올라 가는 답답한 길에서 땀이 배어 난다.
30여분 만에 시야가 트이는 바위에 서자 건너편 산이며 우리 버스에서 내려선
도로와 계곡의 물길이 보인다.
새벽안개가 걷히면
청정한 계곡을 굽어 보는 기암절벽에 좌정한 청솔이 우아한 자태로 서고
가슴 한 가운데를 후련하게 불어가는 바람을 만난다.
청 산
곽선배 님이 남사시러워서 조용하게 이야기 하던 “젖꼭지 바위” 풍광이 압권이다.
건너편 산이 한눈에 들어 오고 깊이 내려선 계곡에서는 골 바람이 솟구친다.
별로 인상적인 것이 별로 없는 가령산 가는 길목을 지키는 유일한 풍경구라고
할까?
계속되는 오름길이란 것 이외에 가령산 가는 길 까지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철 지난 계곡의 스산한 바람을 맞고 싶을 때 훌쩍 차를 몰고 와서 가령-낙영
-도명을 종주후 계곡으로 내려선다면 훌륭한 원점회귀 산행이 될 것이다.
인적이 없는 시린 계곡의 풍광과 허허로운 바람을 만날 수 있는…
화양구곡의 빼어난 계곡미야 말로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나 그 절세
가경을 탐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발길이 계곡을 한적하고 호젓하게 남겨 두지
않아서 여름 계곡을 떠올리면 답답하기만 하고 괜스레 겁부터 난다.
“좋은 날의 외출에서 눈살이 찌푸려지지나 않을까? 저어서...”
642m 가령산 조망은 없다
가령산에서 오아시스와 산토끼는 먼저 날아 가고
난 오랫동안 얼쩡거린 덕에 나이사님 시원한 맥주한잔 얻어 먹고 배낭을 다시
멘다.
별다른 조망이 없는 낙차가 큰 길이라 발걸음이 밀리는 사람이 몇몇 나오고
갑작스런 산행”에 근육이 놀라 쥐가 나는 사람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걱정이다.
산은 우리에게 참으로 커다란 위안을 주지만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의 페이스를 넘어선 고통스런 산행은 산속에 숨어 있는 수 많은 아름다움
과 기쁨을 만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지 못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고통 또한 즐거움일 수 는 있다.
하지만 고통이 가져다 주는 희열은 경지에 이른 산인의 영역일 뿐이다.
우리가 정한 시작과 끝을 힘겹게 마무리 하고 그 성취에 가슴 뿌듯해 하는
것보다 산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들이 더 중요한 건 아닐까?
이 즐거운 산행 길을 힘들어 하는 그들을 보면 너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제발 그 고통의 기억으로 산을 멀리하지 말고 그 내밀한 아름다움에 취해 더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내리락 오르락 한 시간 쯤 했을까?
시야가 제대로 트이는 곳이 나선다.
전망 좋은 곳에서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가령산 가는 길 쉼터조망
멀리 희미하게 하늘색에 동화된 능선이 유장하게 흘러가고 곽선배님이 오는
사람마다 정을 듬뿍 실어 관상용 고추 같은 토마토를 나누어 준다.
난 모처럼 드러난 풍경을 감상하다 아얘 한 켠에 배낭을 내려 놓고 한 바위
옆에 반쯤 누워 한 없이 게으름을 피운다.
원래 진정한 산행의 고수는 볼 것 없는 오르막에서는 빠르게 치고 나가고 바람
좋고 산수 경개 좋은 곳에서는 풍류에 노닐 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날 놓고 차는 떠나는 법 없고 내 뒤에 아직 남아 있는 일행이 있음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빨리 숲을 벗어나 버스 주위를 서성이면 또 무엇 하랴…
무 영 봉
무영봉에서 바라본 헬기장과 낙영산
일대에 걸출하게 군림하는 무영봉은 햇 빛이 쏟아지는 돌무더기 위에 742m의
키를 알리는 표지판을 걸고 당당히 서 있다.
곽선배님 발음이 이상해서 처음 “무명봉”인 줄 알았는데 무영봉이다.
일대에서 제일 높으니 교교한 달 빛에도 달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곳인 모양이다.
건너편 산 위에 헬기장 뒤로 낙영산으로 흐르는 능선이 보이고 그 너머로 알지
못하는 산들이 솟아 있다
오늘은 어차피 유유자적하게 흘러 가는 길이니 바라다 보이는 같은 높이의 산과
깊이 파인 계곡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내려서다 다시 오르는 낙차 큰 산길이 그래도 오늘 등로에서 제법 운동량을
실어 준다.
지리산 “태극종주”에 빛나는 정선배님이 오름 길을 힘들어 하시는 걸 보니 요즘
산행에 게으름을 좀 피우신 모양이다.
난 이 길이 처음 이지만 나선생님 말로는 가을에 왔을 때하고 숲이 무성한
지금과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울창한 수림을 벗겨내고 나뭇잎을 모두 털어낸 빈 가지 사이로 적나라 하게
내려다 보이는 계곡과 기암에 기대 앉은 청솔의 모습이 궁금해지니 늦가을에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생각 든다.
괴산 인근은 산들은 역시 “희양산”과 같은 과에 속한다.
군데 군데 건강한 골격을 드러낸 암릉과 마치 바위가 비옥한 토양 인 듯
푸른 가지를 피워 내고 있는 청솔들…..
낙영산 가는 길 암봉
헬기장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으로 가면 652봉을 거쳐 화양계곡으로
떨어진다.
그 쪽에서 온 젊은 아줌마가 자기들이 낙영산을 지나 왔다고 우기는 통에
잘못하면 그 길을 따라 삼천포로 빠질 뻔 했다.
한국에서는 진짜 목소리 큰 아줌마들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비스듬하게 난 길을 따라가다 곽선배님과 일행 몇몇이 기다리고 있는
큰 나무의 그늘이 드리운 곳에 모여 앉아 성찬을 푼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
공자님의 인생 삼락에 내가 감히 일락을 보탠 다면 단연 “식도락”이 아닐까?
마누라가 신 새벽에 일어나서 끓여낸 된장찌게에 다가 풀풀 걸어 나갈 열무김치
를 고추장과 함께 비벼내어 고원의 전망 좋은 레스또랑에서 바람과 풍광을
벗삼아 먹는 맛이란….
거기에 ‘정암’산 거봉 디져트와 출처불명의 “뿅주” 까지 ….
하여간 격렬한 체력 소모 후 즐거운 환담과 갖은 반찬을 함께 나누며 즐겁게
식사하는 자리 또한 함께하는 산행의 즐거움 이다
자연 그 살아 가는 날의 기쁨…..
낙영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공림사
낙영산을 가기 전에 전망대가 있다.
기분 좋은 포만감에 놓여난 배를 내밀어 거칠 것 없이 사방이 조망되는 바위에
서니 가슴이 후련하다
낙영산 전망대에서 절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 바라보는
공림사는 멀리서도 아늑한 지기가 느껴진다.
꽤 이름난 절 치고 명당이 아닌 곳이 없다.
낙영이 드리운 공림사
공림사에 닿기도 전에 낙영산에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던 나그네의 심정은
어땠을까?
빈 숲에 해가 떨어지고
갈 길은 먼데
바람은 청솔을 돌아 제 먼저 간다..
석양 길 수심 따라
달 빛에 일렁이는 외로움 따라
말 없이 길 떠나는 나그네….
나그네의 처연한 외로움 속에서.
공림에 떨어지는 달 빛을 보면서 술 한잔 치는 낭만을 만날 날이 있을까?
이무기 소나무
나무는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이승의 한으로 몸부림 치는 형상이다.
낙영산을 지키는 수호목 인 듯
“대비마마”와 “칸”이 그예 가서 한 번씩 걸터 앉아 본다
겨우살이 달인 물이 몸에 좋대서 식사 후 꽤 마셨는데 내려가는 길에 “산으로”
님을 불러 세워 그 물을 다시 재촉한다.
얼음의 차가움에 실린 묘한 여운의 맛도 맛이 지만 몸에 좋다니까….
한겨울의 황량한 덕유산 능선
빈 가지에서도 우는 한설과 삭풍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은 채 남아 있었던 겨우
살이였으니 그 안으로 쌓아 두었던 보이지 않는 공력이 대단할지도 모를 일이다.
점심 먹을 때 한 통을 비웠는데 커다란 PT병에 아직 개시도 안 한 겨우살이
달인 얼음물이 신문지에 칭칭 감겨 있다.
태극종주의 전사가 산보 가는 날 저 큰 물통을 몇 통씩 지고 다니는 걸 보면
30시간 태극종주를 위한 체력훈련인지 앞으로 겨우살이 물장사 하려는 것인지
도통 요해가 되지 않는다.
“무지개”님 역시 물 좋은 건 알아 가지고 참새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네….
도명산 가는 길에
도 명산 가는 길은 하산로 같다.
짙은 녹음이 우거지고 이렇게 하염 없이 숲 길을 걸으면 어느 모퉁이에 이동
베이스 캠프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
가는 길에 흐르는 물을 만났다.
배낭을 내리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무수한 여름 산을 다니며 내 스스로 정한 원칙이 생겼다.
“풍광 좋은 곳에서는 쉬어 간다”- 장마다 꼴뚜기가 아니다
‘바람 좋은 곳에서는 반드시 쉬어 간다” – 그 바람은 아무 곳에서나 불어주지
않는다.
흐르는 물을 만나면 세수하고 머리 감고 시간이 되면 탁족도 서슴지 않는다”
“인적이 없는 외진 곳이라면 아예 목욕재개 한다”
그 물은 배암을 목욕시키고 산삼의 뿌리를 휘돌아 충만한 기를 간직한 채 흘러
가고 있는 것이다.
그 무수한 세월의 길목에서 그 물은 나를 위해 오늘 여기까지 이렇게 흘러 왔을
터 내 어찌 그냥 흘러 보낼 수 있으리오
계곡 물에 몸을 씻는 다는 건 산의 기를 내 정수리에 부어내는 의식 같은 것
이었다.
하여간 녹음이 무성하여 햇빛이 들지 않으니 모자를 벗고 차가운 물은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는 머리를 메고 발걸음 가볍게 도명산을 향한다.
능선에서 ‘의리’님과 ‘새벽안개’님의 뒤를 따라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계곡길을
따라 내려 가는데 능선에서 서성이던 일행이 오지 않는다.
“이길이 아닌거 아녀?”
장성바위
가파른 계곡 길을 능선 중간에 올라 서니 건너편 능선으로 긴 바위가 능선을
따라 장성처럼 누워 있고 그 바위를 따라 푸르름이 인상적이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어디선가 공수 부대의 함성이 들린다.
‘으리’ 님과 잠시 알프스 등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간의 정신력과 잠재력은 참으로 무한하다.
함께 대간을 주유하던 시절에도 암벽 경험은 고사하고 준족의 반열에 조차
오르지 않은 별로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산 꾼 이었는데 짧은 기간에 체력을
갈고 닦아 알프스의 암장과 설벽을 아우르고 돌아왔다니 참으로 대단하질
않은가?
태극종주 , 무박 시계종주 , 계룡대종주에 빛나는 귀연의 위업을 뛰어 넘는
쾌거가 아닐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도전과 열정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
부럽기 짝이 없다.
도명산 바위정원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도명산에 올랐다
여기구나
가까이 있으니 오히려 찾아 보기 힘들었던 곳
온통 암릉의 성곽으로 둘러 쌓인 정상부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멋진 노송의
풍치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고 멋드러진 바위들이 숲처럼 군락을 이룬 곳
사람이 붐비는 정상의 암봉에서 내려다보는 도명의 풍치는 괴산의 명산으로
회자될 만 하다
능선에서 서성이던 후미팀은 다른 길이 있었던지 암릉을 타고 능선으로 올라
왔다.
단조로운 계곡의 풍광보다 훨씬 스릴 넘치고 재미 있었을 암릉구간의 등로를
놓쳐 버린 게 아쉬워 진다.
미륵바위
내려가는 길에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미륵상을 본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륵의 도래를 염원하는 경건한 불심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곳
미륵불을 형상화하는 부드러운 선의 움직임에 휘감겨 있는
집채 같은 바위들이 관문처럼 도명산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워낙 여유로운 산행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일행 중 한 분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모양이다.
“금강초롱” 님이 동행하고 있으니 별 문제는 없겠지만 아름다운 산을 느끼지
전에 고달픈 산행 길을 먼저 인지해야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멀리 일행을 앞세우고 뒤에서 덜덜거리며 방귀까지 맘 편하게 뀌어 대면서
내려 가다 보니 계곡의 물길이 나온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우람한 나신은 누구?
등로에서 조금 떨어진 계곡 웅덩이에서 거칠 것 없이 갑옷과 투구를 내려 놓은
“계백장군”님을 지나 연어처럼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알을 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탕을 하기 위해서….
햇살이 쏟아져 눈부신 초록으로 흔들리는 나무를 올려다 보며 여름계곡의 세례를
받는다.
이렇게 탕탕한 계곡이 있으니 낙영과 도명은 여름산일 수 밖에….
하지만 늦가을과 겨울이 훨씬 멋있어 보이는 그런 산이다.
목욕재개 후 개운한 느낌으로 여유롭게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한여름의 인파가 떠나고 조금은 한적해진 화양동 계곡
학소대
화양동 계곡은 장마철에 찾아야 제멋이 산다.
군상들이 남긴 한여름의 잔해와 인파가 큰 물길에 휩쓸려가고 난 후 탕탕히
흐르는 화양동 계곡
투명한 비를 만나도 좋고 장마 틈의 인적이 없는 푸른 하늘과 눈부신 계곡을
만나기라도 하면 정말 횡재하는 날이다.
인파가 떠나고 난 후의 고즈녁한 가을 계곡의 낭만을 떠 올리며 이제 빛 바랜
여름의 태양이 아직 눈부신 초록 빛을 물길에 반사시키고 있는 한적한 계곡
길을 휘적이며 걸어 내린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하는 단조로움을 이야기 하는가?
세상에 반응하는 각자의 고유한 방식이 있다.
느리게 걸으면서 따라 오는 아름다움을 본다.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무질서한 사색과 상념에 날 버려둘 수 있는 자유
물길을 걸어 내리며 어쩌면 너무도 짧게 지나가 버리는 우리 인생을 생각해
본다.
삶이란 아무 것도 아닌 거라고…
흐르는 바람처럼
흐르는 저 물처럼
그렇게 훌쩍 지나가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내 지난 흔적 위에
아무 이름 남지 않게 하소서
난 바람 이었고 구름 이었소
내 살던 이 땅 위에
그저 다시 봄이 와서
나비 날고 꽃 피게 하소서….
송시열 사당
오늘의 테마는 단연 조화로운 암릉과 그 위에서 고고한 청솔들 그리고 인적이
떠난 계곡을 흘러내리는 푸른 물길이다.
가끔 사진도 찍고
가끔은 탕탕히 흐르는 물 가의 큰 바위에 내려가 흐르는 물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물처럼 그렇게 흐느적 거리며 흘러 내렸다.
여유로운 산행 길이었다.
이동 베이스 캠프에는 차가운 맥주에 실린 따뜻한 정이 있고
처음 발자국을 남긴 산하의 뿌듯함이 살아 오고
건강하고 흐뭇한 미소가 화양골 바람에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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