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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설악산 단풍과 금강산 단풍

 

 

 

 

설악산

 

10월 15일 화채능선에 갔습니다.

4년 전 단풍이 한창이던 날 대청봉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한숨과 탄성이 절로 났던 곳

설악의 공룡과 용아의 기억이 남아 있음에도

주저 없이 가장 멋진  풍광과 단풍의 능선이라

말하던 곳이었습니다.

 

이번엔 토왕성폭포 쪽에서 올랐습니다.

처음 가는 길

비룡폭포를 지나는 길 까지 어둠에 남겨야 했던 길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오랜 세월 세상의 수 많은 아름다움을 찾아

심산유곡을 떠돌았어도

만나보지 못한 그런 세상이 또 있었습니다.

또 가슴을 흔드는 그런 풍경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어려운 협곡과 암봉을 올라 마주한 눈이 시린 설악 세상

권금성을 아래로 바라보고

공룡릉과 용아릉은 지척에서 꿈틀거리며 용트림 합니다.

 

단풍은 처음 화채능선을 유영하던 날 만큼 곱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능선과 계곡을 희미한 산 안개가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설악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저의 카메라의 눈으로는 설악세상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10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

푸른 하늘과 그 바람과 은은히 흐르던 몽환의 산 안개를.

 

 

 

 

 

 

 

 

 

 

 

 

 

 

 

 

 

 

 

 

 

 

 

 

 

 

 

 

 

 

금강산

 

마눌이 곰국을 끓입니다.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어 놓습니다.

퇴직 후엔 곰국을 끓이는 마눌이 젤 무섭다는 군요.

 

말 없이 번지는 곰국의 향기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줄은 잘 모르겠지만

비장한 곰국은 아니었습니다.

마눌은 금강산 소풍을 갔습니다.

마눌이 세상살이 답답해서 휑하니 떠난 게 아니라

제가 보냈습니다.

체력의 한계와 아이들 뒷바라지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바라보지 못해 항상 미안했습니다.

늘 작은산의 언저리를 돌며 답답한 둥지를 지키고

그저 속절없이 떠나는 서늘한 반쪽의 묵묵한 후견인이었습니다.

 

제가 밥하고

청소하고

아이들을 학교 보내기로 하고

마눌은 10월 16일에서 18일 까지 단풍철에 맞춰 금강산엘 갔습니다..

 

5시간 산행정도는 짱짱하니까 체력은 괜찮을 텐데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남겨두고

금강산 절경부터 만나니

눈이 먼저 사치스러워 질까 봐 걱정이 됩니다.

내년부터 함께 추어야 할 명산순례의 춤을

재미없다 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금강산 절경을 찍어오라고 했습니다.

사진 보는 것은 좋아해도 찍는걸 싫어하는 터라

마지못해 찍었는데 어딘지 좀 석연치 않습니다.

게다가

그 좋다던 만물상에는 카메라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초짜의 눈으로 본 금강산입니다.

  

 

 

 

 

 

 

 

 

 

 

 

 

 

 

 

 

 

 

 

 

 

설악의 가을엔 산안개가 흘렀습니다.

사진은 뒷전인 탐승자의 눈으로 담아낸 금강의 풍경이라

20%  부족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 본 가을 단풍을

사진으로 비교하여 우열을 가린 다는 것

참으로 어리석은 시도일 겁니다.

 

계절별 설악의 비경은 거의 섭렵했으니

훗날 금강의 풍경 한 가운데 서면

어떤 느낌과 감회가 일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자연의 절대우위를 비교한다는 건

부질 없는 일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계절과 바람과 안개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도

그 모습을 달리 합니다.

 

아름다움이 남기는 찰라의 잔상은 세월에 탈색되어도

추억과 그리움의 앙금은 남아 있습니다.

심산의 가슴에서 만난 대자연이란 하나하나가 최고의 절경입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탄성을 지르고

만나는 새로운 절경은 항상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습니다.

감동이 부족한 시대에도

가슴 가득 벅찬 감동을 느끼며 살아가는 무수한 사람들을 봅니다.

 

그 사람들 눈에 보이는 세상은 항상 아름답고

금강산과 설악산의 단풍은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한숨을

가져다 줍니다.

그 하늘은 그냥 푸르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그 가을을 찾건 말건

단풍은 홀로 세월을 그렇게 붉게 물들이다 바람에 날리어 갑니다.

금강산도 아름답고

설악산도 아름답고

그걸 바라보며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사람들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