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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 9산 11봉

 

 

 

 

추호도 공명심에 나선 길이 아니었다.

한번의 출정으로 거대한 산줄기를 아울렀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기 위한 길도 아니었다.

 

고원의 바람 길에서 흔들리는 억새의 은빛 갈기를 보고 싶었다.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하나의 풍경을 찾아가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인구에 회자되던 한숨과 감동의 이야기

어느 산님들의 훌륭한 사진 속에서 빛나던 풍경들

 

하얀 억새평원 위로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과  흰 들판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보고 싶었다.

 

너무 먼 거리라 몇 번을 오가는 시간의 낭비를 없애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길 위에 혼곤히 내 땀과 발자국을 남기며

그 기쁨과 감동을 밟고 지나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배낭을 꾸리면서 겁이 덜컥 났다.

이건 노가다 질통보다 더 무겁다.

야외 비박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챙겨 넣은 침낭, 오리털파카내피, 겨울등산용스웨터,자켓

비가 온다는 설이 난무하니 우의도 챙겨야지

수염이 석자라도 아니 먹을 수는 없으니 연료통,코펠,버너, 라면세개 밑반찬 

남들 모두 가져오는데 털털거리는 빈손이 남부끄러워 챙겨 넣은 귤과 ,빵류, 초코렛, 호박즙12

갈대밭에서 폼 좀 잡으려면 선그라스, 생존을 위한 1리터 들이 물통 2.

우와!  평소 배낭무게의 2배도 넘는다.

내 배낭으로는 택도 없어서 가방공장하는 형님네에서 큰 놈으로 하나 공수해 왔다.

걱정과 불안이 구름처럼 밀려온다.

이걸 메고 영남 알프스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할 수 있을까?

 

 

산 행 지 : 영남알프스 911봉 종주  58km

산 행 일 : 2006 10 27~29

    : 맑음 (28일 낮엔 무더웠고 29일 낮 고원의 바람 시원했음)

    : 산으로, 뫼오름,풍운,닐리리아,용아,산바람산,이창호,광명사,황윤학,나(무릉객)

 

2006 10 27 22시 대전 출발

2006 10 28

05:30  : 청림산장 휴식 후 출발

05:41  : 석골사 도착 출정 기념촬영

06:27  : 능선

06:50  : 억산 앞 전망바위

07:22  : 억산

07:59  : 대비사 갈림길

08:29  : 범봉

08:51  : 딱밭재

09:35  : 절벽지대

10:04  : 석골사 기점 4km 이정표

10:05  : 운문산 ( 25분 휴식)

10:31  : 운문산 하산시작

11:00  : 이랫재

12:02  : 갈림길 이정표 아랫재2.0km , 제일관광농원 2.5km 가지산 2.58km

13:33  : 가지산 ( 50분 휴식)

14:38  : 석남터널 이정표

16:49  : 능동산

18:00  : 샘물산장 ( 40분 휴식)

19:29  : 천황산

20:26  : 재약산

21:40  : 고사리분교

 

2006 10 29

05:30  : 출발

06:12  : 죽전마을 능선

06:53  : 죽전마을 도로

07:26  : 배내산장 도착 식사

08:10  : 식사 후 출발

08:30  : 청수골 산장 지나 산행 들머리

10:09  : 봉우리 (막산)

10:36  : 함박등

12:23  : 영축산

13:27  : 신불산

14:03  : 간월재

14:27  : 간월산

15:38  : 배내봉

16:20  : 배배고개 (산행종료)

 

 

등산화는 백에 넣고 슬리퍼를 끌고 약속장소에 같다.

10명의 프리랜서들

대전의 내노라 하는 재야 준족들만 올 텐데 내일이 내 제삿날일 지도 모른다.

현재시간 오후 8 30 

스산한 바람이 불어가는 황실타운 상가 앞에 서늘한 마음으로 섰다.

이렇게 날씨가 차가운데 반바지 차림으로 서성이는 고수가 한 분 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온 모양이여…”

그래도 닐리리아님이 있으니 다행이다.

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연약한 여자분도 하시는데 못하겠나?

더 다행이다.

산바람산님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또 다행이다. 뫼오름님은 새여울에서 몇 번 뵙긴 했는데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인다.

 

 

 

 

 

 

 

 

10시가 넘어 대전을 출발해서 들머리 석골사 청수산장에서 한잠 때리고 김치찌개를 대차게

끓여 먹은 것 까지는 좋았다.

 

 

억산 가는 길

비장의 각오로 출정식 기념사진 한 장을 때리고 가파른 억산 길을 오른다.

시방 내가 지고 가는 게 배낭 맞어?

위가 더 무거워 중심이 잡히지 않는 배낭의 흔들림에 제1산 오름 길에 벌써 속이 메슥거린다.

 

어둠에 쌓인 산길을 50분 치고 오른 능선에서 잠시 휴식하며 동터오는 하늘을 바라본다.

날이 새니 좀 나아진다.

오르는 길이 소리 나니 억산인가 보다.

 

 

 

 

 

 

 

 

 

 

억산 앞 전망바위에서 은은한 산그리메 뒤로 여명이 오른다.

억수로 멋있는 풍경이라 억산이라 하는 지도 모르지

역시 힘들게 대하는 풍경이라 더 아름답구나.

 

 

 

 

 

 

 

 

 

 

억산으로 가는 중에 운문산 너머로 태양이 떠오른다.

새 아침이 다시 밝았고 나는 영남의 대표 산군을 주유하는 기대와 기쁨에 들떠서

가지 않은 새로운 여행길의 불안한 빗장을 그렇게 열고 말았다.

 

 

 

 

 

 

 

 

 

 

억산

산그리메 은은한 먼산의 풍경은 예사롭지 않은데 어째 이상하다.

털빠진 강아지처럼 억새의 갈기가 윤기가 없고 벌써 보프레기가 올라 있다.

아뿔사 갈대의 가을은 이제 끝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시원한 아침바람이 불어가고 황금 빛 햇살이 쓸쓸한 표석에 드리우는 이곳이  억산이다.

처음으로 내 발자국을 남기는 억산에서 우리는 9산 중 제 1산의 산정에 선 기쁨을 누렸다.

 

 

 

 

 

 

 

 

 

 

운문산 가는 길

능선을 따라 가는데 운해의 장관이 펼쳐져 있다.

멋진 풍경을 놓칠 수 없어 사진에 담다 보니 일행들이 사라졌다.

마치 이런 풍경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굳은 결심을 한 무장공비들 같다.

길 따라 계곡 쪽으로 내려가다 너무 가파른 하강이 이상해서 잠시 멈추어 우리팀을 불러본다.

몇번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위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첫 번째 알바

하강하면서 큰 바위 옆으로 갈라지는 작은 길을 놓쳤다.

 

 

 

 

 

 

 

 

 

다시 올라가 일행과 합류하여 능선 길을 가는데 나른한 운무를 걸고 첩첩이

흘러가는 산주름과 능선의 풍경이 장관이다.

 

암릉길이 사뭇 거칠고 로프가 걸린 바위 절벽도 나타난다.

능선 길은 다시 계곡 쪽으로 떨어져 내가 잘못 내려오던 계곡 길과 아랫쪽에서

다시 만나고 있다.

 

 

 

 

 

 

 

20분쯤 가면 대비사 갈림길이 나타난다.

 

 

 

 

 

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억산을 한번씩  되돌아 봉우리를 치고 오르니 그곳이 범봉이다.

공터 한 켠에 팻말이 붙어있다.

대비사 갈림길에서 30분쯤 지난 시간이다.

 

 

 

 

 

 

 

 

 

범봉에서 20분쯤 위치에 이름이 독특한 딱밭재가 운문산 관문을 조용히 지키고 있다.

왜 이름이 하필 딱밭재일까?

 

 

 

 

 운문산 가는 길 우측능선의 풍경

 

 

 

 

아래서 바라본 운문산

 

 

 

 

 

운문산 가는 길 절벽지대

 

딱밭재에서 40분쯤 더 가면 앞사람 엉덩이를 머리위에서 보아야 하는 절벽지대가

나타난다.

 

 

 

 

 

 

 

나 못가유! 멀리 가지산이

 

 

운문산 가는 길이 거칠어도 좌측으로 바라다보는 영남 산군의 수려한 산세와 10시 방향으로

 우뚝 솟아 있는 가지산의 위용이 고난의 등짐이 내리 누르는 산행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준다.

 

허기가 느껴지면서 배가 고파진다.

아침밥을 먹은 지 벌써 5시간 만이니 그럴만도 하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맥이 풀릴 때 쯤 쌓아 놓은 돌탑과 석골사 4Km 이정표를

지나고 운문산이 장대한 조망을 열며 홀연히 나타났다.

 

 

 

 

 

 

 

운문산 조망

 

 

 

 

 

 

운문산에서 내려다 본 풍경

 

 

운문산

겨우 제 2봉에서 배낭을 던지고 주저 앉았다.

이제 제 2봉일 뿐인데 이렇게 힘에 부치니 제대로 따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낭에서 먹을 걸 꺼낼 새도 없이 먼저 온 일행들이 풀어 놓은 간식들을 닥치는 대로 먹는다.

후미도착이라 배낭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일 찬스를 잃었다.

우선 뫼오름님의 양주로 정상주 한 잔 걸치고 마른안주에 과일과 빵을 먹고 나니 살 것 같다.

게다가 정상에서 만난 두분 산님이 소주를 가져오셔서 큰 컵으로 소주 반잔을 얻어 마시니

다시 힘이 솟는 것 같다.

이게 물인지 술인지.

그제서야 굽어보는 주변의 풍경이 제대로 눈으로 들어온다.

쏟아지는 태양 빛 산아래 평지는 눈부시게 반짝이고 말없는 산릉은 어디론가 유장하게 흘러

간다.

 

산바람산님이 아침먹은게 체해서 계속 어려워 하시더니 도저히 견디기 힘드신 모양이다.

혼자 보내기도 그렇고 또 혼자 남는 것도 그렇고 해서 닐리리아님마저 함께 하산한다고하니

이 일을 우짜면 좋노

정신적 지주였던 두 분이 낙향한다니 갑자기 허전해지고 불안해진다.

나이가 나보다 많으신 뫼오름님은 보아하니 경지에 다다른 고수라 그분을 바라보며 위안을

받기는 커녕 도리어 내가 짐이 될 판이다.

나도 늦기 전에 하산해야 하는 것 아녀?.

 

날씨는 벌써 뜨거워졌다.

요즘 날씨는 이렇게 덥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한여름 날씨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밤과 새벽에 그렇게 서늘한 날씨가 이렇게 달아오르니 해마다 사막처럼  일교차가 커지

기만하는 우리 금수강산이 걱정스럽다.

 

거친 산행길과 더운 날씨에 생각보다 물이 많이 먹혀서 물 걱정을 하니 산님 한 분이 아직

얼음이 얼려 있는 물통을 통째로 건네 주신다.

내려가는 길이라 자신은 괜찮다 하신다.

어머님 점쾌에 나는 어디 가나 도와 주는 사람이 많다더니 그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소주와 과일도 얻어 먹고 얼음 뜬 물까지 얻었으니 다시 새 힘이 솟는다.

고맙게도 두 분이 하산하는 일행을 병원까지 데려주신 단다.

고마우신 분들.

운문산에서 귀인을 만난 셈이다.

 

 

 

 

 

 

아랫재 내려가는 길

 

 

 

 

 아랫재 풍경

 

 

 

 

아랫재 이정표

 

가지산 가는 길

운문산 하산에서 가지산 까지는 꼬박 두시간 걸린다.

능선은 아랫재 가지 내려 갔다가 다시 가지산 능선으로 가파르게 올려 붙인다.

마치 다시 산을 내려갔다가 다른 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이랫재에서 조금 내려가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다들 물뜨러 갔지만 난 고마운 산님 덕분에 그늘 아래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배낭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있다.

 

 

 

 

 

 

오름길을 오른 후 능선에서 만난 이정표

 

이랫재에서 능선까지 오름길은 그래도 휴식으로 밧데리가 충전되어 가파른 능선

까지는 별 탈 없이 치고 올라 갔고 이정표도 순조롭게 지나갔다.

 

 

 

 

 

 

능동산으로 흘러가는 능선 과 외로운 산객

 

 

 

 

봉우리를 넘어 멀리 가지산 가는 길

 

 

 

 

가지산 가는 길 - 날은 덥구 갈길은 멀구

 

 

 

 

 

가지산 가는 길 - 소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가야할 능선 풍경

 

 

조망미가 살아나는 능선길에서 풍경은 점점 가경으로 가는데 밧데리는 오락가락

하니 도통 발 아래 가을은 눈에 들어차지 않는다.

가도가도 가지산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자꾸 가야지!  그래서 가지산인가 보다.

절벽 난간 소나무 그늘에 기대 앉았다.

신선이 부럽지 않은 그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니네

기다릴 우리네 산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속절 없는 바람은 시원하다.

바람 길에 여유로울 수 없으니 오늘은 고행길이고 수행길이다.

다 왔다고 올라선 봉우리에서 여전히 먼 오름 길에 앉아 있는 가지산에  맥이 풀려 버렸다.

이게 아닌데.

메기의 추억을 노래하며 은빛 억새평원을 구름처럼 흘러가는 낭만은 꿈처럼 그렇게 사라져 갔다.

무거운 배낭과 뜨거운 태양은 한숨과 통탄을 남긴 채 즐산의 기쁨을 빼앗아 버렸다.

알프스 고원의 외로운 산줄기에서 무릉객 스타일 완죤 구기고 있다.

이사람 무능객 아이가?

누군가 그렇게 말할 것만 같았다.

 

 

 

 

 

 

 

 

 가지산에서 조망

 

 

 

 

 

 

 가지산에서 조망

 

 

 

 

 

가지산

휭청거리며 가지산에 올랐다.

3봉이다.

영남 알프스의 산 군을 한눈에 굽어 보는 고스락에 서면 뭐하나

유장하게 흘러 가는 거침 없는 능선의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으면 뭐하나.

난 벌써 병든 닭처럼 비실거리는데

날을 뜨겁고 갈 길은 멀고 배낭은 인생의 짐처럼 내 어깨를 짓누르며 자꾸 날 주저 앉히려는데.

 

그래도 다 사람사는 세상에 살 길은 있는 법이다.

으매 시원한 것

가지산 매점에 들어가 북으로 난 쪽문 앞에 앉으니 그 시원한 바람 맛이라니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고원마루에 앉아 물 탄 막걸리 세잔을 연거푸 들이키고나니 지나온

가지산 능선길이 잠시 꾸었던 악몽처럼 가물가물 하다.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생기가 돌고 기운이 솟는다.

또 달캉거리는 차에 다시 기름을 채운 셈이다.

다음 주유소는 또 워디여?

 

 

 

 

 

 

 

 능동산으로 뻗어 가는 능선 - 두 번째능선

 

 

 

 

 

저 멀리 아련히 보이는 천황산 - 저길 또 언제 가나 ?

 

 

다시 봉우리에 서니 사방으로 뻗어가며 달려가는 산릉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지나 온 길을 따라 길게 굽이치며 가지산으로 쳐 올라온 능선은 잠시 고도를  낮추며 우측으로

 선회하여 눈 앞에서 서서히 솟아 오르고 다시 완만한 오름길을 유지해간다.

능선은 능동산으로 한번 올라서고 나서 갈기를 휘날리며 천황산으로 달려가고 있다.   

 

노가다 아저씨들 막걸리 좋아하는 이유가 다 있다.

다 밥심이고 술심이다.

 

 

능동산 가는 길

시방 타임 오후 2 20

땡 빛 아래서 제법 오래 휴식을 취하고 바라다 능선을 향해 내리막 길을 내려 간다.

밥 먹고 나만 힘을 낸 게 아닌 모양이여.

사진 두어장 찍을라 치면 모두들 횡하니 사라진다.

아이구 내팔자야

 

 

 

 

 

 

 

  

 

석남터널 이정표를 지났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곳이다.

여기서 울산방향으로 진행해야하는데 큰 길따라 밀양방향으로 무턱대고 내려가 버렸다.

능선의 흐름으로 당분간 내리막이긴 한데 내려가도 너무 내려간다.

 

 

 

 

 

 

 

 

가야할 능선 길을 옆에다 두고

 

앞에 광전사님과 황윤학님이 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다.

정신을 수습하고 산세를 살피니 갈색의 가을에 휘감긴 능선은 저 쪽 편에서 흘러가고 있다.

또 알바구나

아이구 난 복도 많아유

아군을 확인하고 뒤따라 내려 갔는데 아군이 지뢰밭으로 들어간 꼴이다.

능선을 다시 올라쳐서 되돌아 가자니 광전사님 내려가서 능선으로 붙자고 한다.

할 수 없다  늘 목소리 큰사람이 이기는 법이니까

고수들 막걸리심으로 모두 펄펄 날라가고 산으로님 뒤에서 졸고 있으니 누가  길을 가르켜 줄

사람이 있나?

그저 힘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몸으로 때워야지

 

길은 좋지 않은 가파른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간다.

석남터널 도로를 만나고 도로건너 들머리에 앉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경사 60도의

산비탈을 다시 차고 오른다.

20분간 차고 올랐는데 거친 길을 내려선 것까지 따지면 약 40분 정도는 알바를 한 셈이다.

 

본업도 힘겨운 판에 아르바이트 까지 하려니 답답하긴 한데 아직 밧데리 약발이 남았는지

의외의 아르바이트가 별로 힘들지는 않다

속도를 잔뜩 올려 붙이는 광전사님을 따라 상당히 빨리 올라 갔는데 그다지 힘들지는 않은걸

보면 내 몸이 한번 해보자는 건지 배째라는 건지.

 

선두팀은 우리를 기다리느라 오히려 뒤에 쳐져 있다.

광전사님 이제 우리가 먼저 내빼자고 한다.

 

 

 

 

 

 

 

 

길은 평탄해지고 가는 길에 멋진 소나무 한그루 가지를 뻗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 봉우리가 이제 능동산이 거라고 생각하는 데서 잠시 휴식하며 일행을 기다려 다시 합류했다.

 

 

 

 

 

 

 

 

능동산 전방 배내고개 갈림길

 

휴식한 그곳에서도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서 50여분을 가량 진행하고  나서야 배내고개

하산로 이정표가 나타난다.

4봉 능동산은 이정표를 지난 오름길 능선 위에서 고원의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묵상하고 있다.

 

 

 

 

 

 

 

 

능동산 조망

 

 

 

 

 

 

능동산

4 49분 제 4

가지산에서의 긴 휴식과 3명의 전사의 알바 때문에 예정보다 1시간 30분 이상 지연 되었다.

 

햇살이 비켜 내리는 산릉은 고요 하고 평화로운데 아직 갈길이 멀어

먼 이향을 방황하는 발길은 어지럽고 나그네 수심은 해거름을 따라 깊어만 간다.

낙동정맥은 능동산을 내려서 배내고개를 너머 우리의 마지막 봉우리 배내봉으로올라 간월산

과 신불산으로 달려가고 또 한 줄기는 우회하여 천황산과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아래쪽 배내고개는 영남알프스 주유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 하겠다.

휴식과 물 숙소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

그곳에서는 낙동정맥과 ,운운지맥, 영축지맥 그리고 천황산과 재약산 방향 까지 어느 쪽으로도

진군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비교적 순탄하게 제 4봉을 아우르고 제 5봉 천황산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나는데

울산 대우건설에서 근무하는 동생놈한테 전화 한 통 하고 배내고개를 내려서기 만하면 고생

끝내고 싱싱한 회에다 술 한잔 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어설 수 있는데…”

내일 죽전마을로 나오라고 해서 배낭 좀 지고 따라 오라고 할까?

배내 고개를 바라보며 한번 해 본 생각일 뿐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선선해지니 가지산에서 피폐했던 것보다는 한결 컨디션이 낫다.

 

 

 

 

 

 

 

 

 

 

 

천황산 가는 길

정갈한 샘물이 있다.

운문산에서 산님이 주었던 물을 마지막으로 마시고 차가운 샘물을 채웠다.

그 옛날 소백산 고치령에서 본 듯한 싯귀가 하나 붙어 있다.

 

샘 바로 아래서 임도가 흘러 가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산불 때문에 산을 또 이렇게 훼손할 수 밖에 없다.

서서히 땅거미가 밀려 오면서 다시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하루의 종말을 알리는  붉은 노을이 처연했고

인적이 끊어진 영남 알프스 산군은 조용히 침잠해 갔다.

이제 어두워 지는 하늘이 아쉬워 길가의 억새와 노을을 사진에 담아가며 천천히 가다보니

선두와 자꾸 차이가 벌어진다.

배낭은 다시 변치 않는 무게로 내 어깨를 짓누르고 평탄한 임도 길에서 발길이 밀리는 걸

보면 또 밧데리가 다 되어가는 모양이다.

 

노을이 핏기를 잃어 가며 억새능선 너머로 떨어지는 모습은 외롭고 쓸쓸했다.

태양이 잠드는 고독한 모습은 아름다웠으나 난 멈추어 서서 그 아름다움 취할  시간도 기력도

없었다.

슬픈 일이었다.

정작 보고 싶었던 풍경 앞에서 아무런 감동이 일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행 길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머리 속이 하얗게 된 채로 무기력하게 움직이고 모든 물상에 무감각해졌다

 

 

 

 

 

 

 

 

 

 

 

 

 

 

 

어둠이 사방을 삼키고 나서 샘물산장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밧데리가 달랑달랑 할 때 쯤이면 어김 없이 산장에 도착한다.

산장 아저씨는 투박한 경상도 아저씨 인데 아주머니는 음식도 잘하고 인정도 많다.

1000 고지 산장에서 막걸리 두 잔에 제대로 된 하얀 쌀밥과 갖은 반찬을 먹는다.

여행길의 호사다.

그래도 거친 여행길에 먹는걸 풍성하게 먹으니 지친 상태에서도 원기가 빨리 보충된다

추워서 자켓을 입었다.

아직 잘 길을 가늠하지 못하겠지만 천황산과 재약산이 남아 있다.

 

 

천황산 가는 길

어둠을 따라 가는 길에 억새밭 위로 가느다란 달이 웃는다.

보름달이면 좋았을 게다

보름달이란 그 빛으로 사람을 달뜨게 하고 취하게 한다.

백두대간의 고냉지 채소밭을 휘영청 밝히는 달빛처럼 억새 숲에 떨어지는 달

빛은 사람을 혼미하게 할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한계령의 달빛이 그리워졌다.

 

어둠에 묻어두고 갔다.

즐산의 기쁨은 밤바람에 날리어 가고 달빛 아래서 난 더 이상 비워낼 마음이

없어서 조금씩 답답해 갔다.

산행은 견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임을 통절해 하며 거친 밤바다를

묵묵히 유영했다.

어짜피 느낄 수 없는 길이라면 별 빛 긋는 어느 나무 아래 서거푼 잠자리를

마련하느니 그냥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모든게 어둠속에 잠들었다.

잔 바람에 일렁이던 억새 숲의 상념도

인생의 더 큰 의미와 깨달음에 목말라하던 사유와 작은 등불같은 지혜도

보고 싶었던 사자평원도

달 빛 아래 거친 길의 기억도

 

 

 

 

 

 

 

 

 

천황산

예상했던 것처럼 찰라의 후랫쉬 불이 잡아낸 천황봉 기념사진에서는 표정이  허물어졌다.

어둠속에서 표정을 수습하기도 전에 후랫쉬가 번쩍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천황산을 서둘러 떠난 것 말고는 기억에 남겨진게 없다.

 

재약산

어두워진 샘물산장에서부터 전화를 했는데 재약산에서도 전화가 되질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알테지…”

그렇게 6산 위에 처음으로 내 발자국을 남기고

무리하지 말라던 마눌에게 어둠속에서도 꿋꿋하다는 소식도 전하지 못한 채 고사리 분교로

하산한다.

아직 어둠 속에 남겨 놓은 풍경이 있었다.

다시 와야 할 천황산과 재약산 그리고 다시 돌아 보아야할 사자평원 이었다.

 

 

야영

고사리 분교터에 도착했다.

산으로님이 준비한 비닐에 매트리스와 침낭을 넣고 나니 그래도 꽤 쓸만한 잠자리가 만들어 졌다.

몇 분은 그 와중에 다시 김치찌개를 끓이고 소주의 순배를 돌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낸다.

역시 고강한 내공의 소유자들이다

 

아직 배도 안 꺼졌고 술보다는 휴식이 필요했다.

오늘 잠들지 못하면 내일의 일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여름용 오리털 침낭이라 겨울 스웨터에 오리털 내피까지 껴 입었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잠들어 갔다.

잠자다가 답답해서 오리털 내피를 벗고 양말도 벗어 던졌다.

가끔 잠에서 깨어나 새벽 공기의 차가움과 축축해진 침낭을 느끼며 뒤척이기도 했지만 다시

잠들었다.

한번은 깨어나니 침낭 밖으로 세찬 바람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후드득 거리며 쏟아져 내라는

소리를 들었다.

비가 온다고 생각했다.

이젠 잠자기는 다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잠에 빠져 들었다.

어둠 속에서 깨어났을 때 침낭 위에 낙엽이 흩어진 모습은 처연했고 그냥 내동댕이 친 배낭과

등산화 위에는 이슬도 내리지 않았다.

 

다리도 아프지 않았고 몸이 쑤시는 곳도 없었다.

정신은 맑았고 배낭 무게에 눌려 아프던 어깨도 거짓말처럼 말짱했다.

자면서 영남알프스의 기를 받았다.

나는 마치 출정의 첫발을 내 딛는 것처럼 들뜨고 다시 기대에 부풀었다.

 

 

 

 

 

 

 

 

 죽전마을 가는 길 능선에서 마주한 여명

 

죽전마을 가는 길

죽전마을은  늪지를 질러 간 작은 능선이 오름길을 끝내고 난 다음 거침 없이

하강하여 해발 제로를 확인하고서야 도로가에 모습을 나타내 보인다.

 

 

 

 

 

마을 앞  배내고개에서 연결되는 도로

 

 

 

 

 

 

 

 배내산장에 걸려 있는 메뉴판?

 

배내산장에서 버섯찌게로 아침을 먹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코가 뚫리는 후련한 아침공기에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은 어제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배낭무게를 덜고 능선에 올려 붙는 발걸음이 날아 갈 것처럼 가볍다.

종주의 성공은 맨땅에 등을 대고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 나면서 이미 결정 되었다.

이젠 얼만큼의 추억과 기쁨을 배낭에 담아 갈 수 있느냐에 골몰할 때였다.

 

 

 

 

 

 

 

 

함박등 가는 길

도로를 따라 걸어가며 동편 산릉사이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을 만난다.

 

 

 

 

 

 

 

청수골산장 지나 능선 들머리

 

영축산 능선에 붙기 위해 도로건너 청수산장을 지나 산행 들머리를 지나간다.

좌골 우골 갈림길에서 우골 쪽으로 가다가 좌측 능선으로 붙는다.

우골쪽으로 가면 능선을 길게 휘돌아 붙는 모양이다.

 

이창호님과 용아님이 정상주를 위해 막걸리 등짐을 졌다.

오름길이 가파라도 배낭이 가벼워지고 컨디션이 좋아져서 힘이 들지 않는다.

 

 

 

 

 

 

 

봉우리에서 바라 본 넘어온 능선

 

 

 

오름길 중간 중간 가끔 휴식하며 능선의 봉우리에 올랐다.

봉우리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신다.

2시간여 거친 오름 길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맛을 어디에 비할까?

함께한 변강쇠들 덕분에 먹는 거 하나는 제대로 먹으면서 심산주유의 기쁨에 젖는다.

2시간이나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걸출한 봉우리에 이름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다.

'막산 이라고 이름 붙이자고 했다.

마구 올라가야 하는 산

막걸리 맛이 제대로 사는 산

그러면 우린 10 11봉을 주유하고 있는 거다.

 

 

 

 

 

 

 

 

  

암릉미와 조망미가 살아 있는 멋진 능선길이다.

힘든 구간은 다 지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적당한 굴곡이 있는 능선을 스쳐

지나니 내가  한마리 새가 된 듯하다

 

함박등

이창호님이 함박등 표지판을 목에 걸었다.

중국집에 걸린 수배자처럼 인상은 으시시 하지 않고 함박 피어난 봉우리를 닮은 얼굴이니

오늘부로 닉네임은 함박등이다.

 

 

 

 

 

 

 

 

 

 

 

 

 

 

 

뒤돌아 본 능선 길

 

 

 

 

 

 

 

 

영축산 가는길

멀리서 낯익은 신불산 능선이 보인다.

 

저기 까지가 새로운 길이다.

 

새로운 길에서 서성이는 작은 행복을 주워 담고 있다.

새로운 풍경을 만날지 모르는 기대는 항상 설레임과 함께 온다.

얼마나 걸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기쁨과 즐거움을 밟고 지나는 길임을 안다.

그 길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럽다.

하지만 언제나 그 길은 넓고 먼 곳으로 나 있다.

모호함과 의외성이 가져다 주는 기쁨과 희망을 만날 수 있는 그 곳으로.

 

 

 

 

 

 

 

 

 

 

 

영축산

여긴 마눌과 한번 왔던 곳이다.

신불평원을 휘돌아 간월산 오르기전 고개에서 가천리로 내려섰었다.

 

노가다 한 탕을 또 제대로 뛰었으니 또 막걸리 한잔 마셔야지.

넓은평원을 내려다보며 치는 한 잔 술이 살아가는 날의 작은 기쁨을 가져다 준다.

제대로 끓인 라면에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신불평원이 가슴으로 뛰어든다..

 

바람에 모두 흩날려간 흰 갈기들이 아쉽지만

누런 가을색 들판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신불산 가는 길

제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길이다.

바람은 시원하고 태양 빛은 따사로워졌다.

가천리로 내려서는 고갯길에는 지난해 3월에 보지 못했던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 때보다 억새능선 사잇길은 더 훼손되었고 곳곳에 사람들의 손을 탄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 길을 걸어 내리며 가끔 평화로운 풍경에 취하고 가끔 사진도 찍으면서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신불산에 올랐다.

 

 

 

 

 

 

 

 

 

 

 

 

 

 

 

 

신불산

평원의 평화로운 낭만은 깨어지고

8봉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 인다.

여기도 처음으로 내 발자국을 남기는 곳이다.

돌무더기와 돌탑이 쌓아져 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인간들이 쌓았던 거대한 바벨탑은

의사소통의 단절이란 응징으로 언어란 불편함을 가져왔다.

 

높은 곳에 쌓은 탑이지만 어느 곳에도 욕심과 욕망의 흔적은 없다.

그저 소박한 소망이 머무는 신불탑 위로 하늘은 너무 푸르고

드넓은 대자연과 교감하는데 인간의 언어란 아무런 장애도 문제도 아니었다.

 

 

 

 

 

 

 

 

 

간월산 가는 길

아래로 간월재가 내려다 보인다.

간월재는 인파로 흥청거리고 하늘엔 페러글라이더가 날고 있다.

내려 가다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간월재에 내려섰다.

태양은 구름 속에서 오락가락하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시원한 바람이 걷어가고 있다.

 

 

 

 

 

 

 

 

 

 

 

 

간월산

야호! 간월산이다

어제 어둠을 밝히고 만들어 갔던 한걸음 한걸음이 영남 알프스에 태극을 그렸다.

올해 내가 그린 두 번째 멋진 그림이었다.

멋진 가을

멋진 산

멋진 사람들

즐거운 인생.

여기가 우리가 오고자 했던 마지막 9산이다.

멀리 배내봉을 거쳐 능동산으로 달려가는 능선이 보인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아직 등짐에 남겨진 과일과 한잔의 술로 마지막 산정에 선

기쁨을 만끽한다.

 

 

 

 

 

 

 

 

 

 배내봉 가는  길에 되돌아 본 간월산

 

 

 

 

 

 

배내봉을 오르며

 

배내봉 가는 길

콧노래가 나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다갈색으로 채색된 가을 길에서 내려다 보는 능선엔 이제 단풍이 한창이다.

가지 않았던 길의 기대와 설레임은 기쁨으로 구체화 되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

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었다.

언제나 인생은 살 만한 것이었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고생이란 즐거움과 기쁨에 그

렇게 닿아 있다.

 

 

 

 

 

 

 

 

 

배내봉

감격스러웠다.

첫날의 힘겨움은 바람에 훌훌 날리어 가고 기쁨과 뿌듯함의 앙금만 남았다.

막걸리가 떨어진 마지막 봉우리에서 아직 어름이 채 녹지 않은 막걸리를 통째로 건네주는 여자

산님들이 있다.

막걸리 산행이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주하는 여행길 내내 막걸리를 입에 달고 인고의 시간과 풍류에 취했던 즐거운 여행 길이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마치 이젠 걸어갈 길의 끝에 섰다는 안도감보다 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씩 나누어 마시고  우린 배내봉에서 그렇게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석골사 출발전 기념사진

 

 

 

 

         억산앞 전망바위

 

 

 

 

         제 1산 억산

 

 

 

          

 

             제2산 운문산

 

 

 

 

         제 3산 가지산

 

 

 

 

        제 4산 능동산

 

 

 

 

        제5산 천황산

 

 

 

 

          제6산 재약산

 

 

 

 

         제 7봉 함박등 ( 두개 봉우리중 첫째 봉)

 

 

 

 

         제 8산 영축산

 

 

 

 

         제9산 신불산

        

 

 

 

             신불산 2

 

 

 

 

          신불평원

 

 

 

 

         제10산 간월산

 

 

 

 

           제11봉  배내봉

 

 

 

 

         배내봉 2

 

 

 

 

            종주 후 뒤풀이

 

 

 

후기

영남알프스 9 11봉은 9개산과 그외 봉우리가 11개인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9개산과 2개의 봉우리(함박등,배내봉) 였다.

그 유명한 '태극을 닮은 사람들"이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9개산은

봉우리에도 속한다는 의미에서 실체없는 봉우리 수에도 포함시킨 것 같지만 다소간 혼동의

여지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9 11봉이던 9 2봉이던 아님 우리팀들이 이야기 한 것처럼 막산을

 하나더 포함해서 10 11봉이라 하던...

대단한 산들이 거기 있고 우린 그곳에 다녀왔다.

거기엔 내가 뿌린 굵은 땀방이 남아 있고 무수한 감동과 기쁨이 바람에 날려 가고 있다.

 

오래 살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기쁨을 불러내는 주술을 알게 된다.

매제는 골프에 미쳐 있고 성박사는 허구헌 날 호숫가에 가서 낚시대 끝에 달린 찌만 바라보다

돌아온다.

동생은 그림에 심취해 있다.

내가 보기엔 수월찮은 돈이 드는데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면서 행복해 한다.

무릉객은 들개처럼 거친 산야를 방황해야 살아가는 맛이 난다.

다들 살아 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영혼을 노래하게 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인생은 즐겁고 살만한 것이다.

산이란 마치 인생길을 닮았다.

기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하지만 걸어가야 할 산길이고 살아가야 할 인생길이라면 즐겁게 걸어가고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

세월이 흘러가고 내공이 쌓여 가면서 왠 만한 산길에서 힘겨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자꾸 욕심을

부리면 더 힘들 수 있는 그런 길도 있다.

산행이란 자신의 몸에 맞게 해야 할 일이다.

욕심으로만 무리한다면 더 빨리 산에서 내려올 수도 있고 찾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잃어 버릴 수

있다.

사람마다 즐거움과 고통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탐미의 시선으로 바라 본 즐산의 기쁨과 도전과 성취의 눈으로 바라 본 완산의 기쁨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영남 알프스 길은 거친 길이었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걷고 싶다.

  길을 이제 내가 알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길이었다.

빛나는 억새의 갈기는 가을 속으로 먼저 떠나 버렸다.

너무 무거운 배낭 때문에 무언가 느끼고 즐기는 산행의 기쁨이 훼손되었다.

 

해내는 산행보다 즐기는 산행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

거친 산길에서 내 체력의 즐산 임계점을 알았으니 행장만 가볍게 차리고 나서면 지금 걸어 온

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흘러 갈 수 있다.

내년엔 억새의 흰 갈기가 사라지지 않은 능선을 향해서 가벼운 행장으로 떠나고  싶다.

어둠에 남겨 놓은 사자 평전 위에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언젠가 만나고 싶다.

 

함께했던 길동무들에게 감사 드린다.

하루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거늘 25 시간을 같이 산행하고 한데잠을 함께 잤으니

앞으로도 자주 만나야 할 소중한 산 친구들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해주신 산으로님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

덕분에 매 끼니마다 따뜻하고 호화로운 식단으로 여행길이 즐거웠고 별빛을 보며 잠들고

낙엽의 털며 깨어나는 낭만을 맛볼 수 있었다.

구간구간 마다 한 모금씩 마실 수 있게 해주었던 선식은 보약이었다.

우리 변강쇠형님 뫼오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려야겠다..

거친 길을 내내 소풍 가는 즐거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 심오한 절세무공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매 사람 없는 봉우리마다 일행들의 사진을 찍으며 종군기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주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힘든 여건에서도 상하지 않게 물품들을 목적지 까지 안전하게 배달해주신 용아님,

풍운님 너무 고생 많으셨다.

영남 알프스 종주마무리하고 차 몰고 대전 까지 온 사람들 아마 그렇게 많지 않을 듯 싶다.

이창호님 막산 막걸리 진짜 잘 먹었다.

그리고 가지산에서 영남 알프스 마루금을 다시 그었던 광전사님 황윤학님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갑작스런 사고로 종주의 꿈을 접어야 했던 산바람산님 그리고 닐리리아님께 위로의 말씀드

리며 내년에 가벼운 행장으로 함께 영남산천을 주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행길에서 돌아와 목욕탕에 들러보니 체중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살좀 빼려 했는데 다 산으로님과  닐리리아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