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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라디오스타 - 잊혀졌으나 여전히 꿈구는 사람들

영화를 보면서 조금 눈물이 났다.

가슴이 따뜻해 왔다.

'타짜'라는 영화는  동생가족들과 개봉되자 마자  보았고

'라디오스타'는 마눌과 함께 보았다.

많은 사람이 동의 하지 않아도

또 타짜의 높은 흥행율에도 불구하고 '라디오스타'가 훨씬

좋은 영화라고 떠들고 다녔다.

'왕의남자'와 '라디오스타'이후 꺼벙해 보이는 이준기 감독이 좋아졌다. 

 

내 안에 머물던 영화의 잔상과 따뜻한 감동을 기억하고 싶었는데

또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가을은 마음이 너무 바쁜 계절이다.

마치 이번 가을 아니면 보지 못할 풍경인 것처럼 

언제나 자연과 산의 내밀한 아름다움에 허기져 했다.

 

산엘가야하고 가끔 산행기도 써야 하고

읽은 책과 보고난 영화의 감동을 남길 수 있는 시간까지 욕심낼 수는 없다.

    

틈틈이 읽은 책과  또 가끔 만난 영화는 잠깐 내 가슴에 머물다

그렇게 가을 속으로 떠났다.

그리곤 어느 잡지의 한모퉁이나  누군가의 기억으로 그 작은 감동의

편린들이 구체화되면 반갑기도 하고 다시 그 따듯함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오늘 아침엔 '산하'님의 글이 가슴에 닿았다.

 

주말엔 모처럼 한가하다.

막내녀석 한문시험장에만 데리고 가면  한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망중한에 남겨질 수 있다.

그리고 

일요일엔 내장산엘 다녀와야 겠다. 

 

                              무릉객 단상

 

 

 

잊혔으나 여전히 꿈꾸고 있는 사람들<영화 라디오스타> 

 

출처 : 조선 블로그 산하

1988년 가수왕으로 등극한 최곤(박중훈). 그는 '비와 당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대마초 사건, 폭행사건 등에 연루돼 이제는 불륜커플을 상대로 미사리 까페촌에서

기타를 튕기고 있는 신세다.그러나 그는 왕년에 가수왕이었다는 사실,화려하고 시끌벅적

하게 성공한 일을 잊지 못한 채 추억을 되씹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까페 손님과 시비가 붙은 최곤은 또다시 유치장 신세까지 지게 되고 매니저 박민수는

합의금을 찾아 다니다  방송국 국장을 만나고, 최곤이 영월에서 DJ를 하면 합의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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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를 가수왕으로 대접해주는 사람은 없다. 대마초와 폭행 사건으로 간혹 사회면에

등장한다는 정도로 기억할 뿐이다. 그런 최곤을 여전히 가수왕으로 대접해주는 이 있으니

20여 년 동안 일편단심으로 최곤의 매니저를 맡아온 박민수(안성기)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노래하던 최곤을 "조용필로 만들어주겠다."라며 세상으로 데리고 나왔던 민수.
가수왕의 몰락과 함께 몰락하지만 늘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박민수 "우리 같이 물에 확 빠져 죽자!"
최곤 "그러면 우리 둘이 사귀는 줄 알아"

 

이렇듯 둘은 밀착되어 있다.
우정보다 깊고 이성적인 사랑과는 다른, 두 남자의 끈끈한 유대관계다.
 

  

영월로 내려간 최곤은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라는 프로를 진행하지만

DJ 자리를 우습게 여기는 최곤은 선곡 무시는 물론 막무가내 방송도 모자라 부스 안으로

커피까지 배달시킨다. PD와 지국장마저 두 손 두발 다 들게 하는 방송이 계속되던 어느 날,

스튜디오로 커피 배달을 온 청록다방 김양에게 마이크를 주어 즉석 방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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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싸!

   저…, 그 터미널 앞에 그 청록다방에서 근무하는 김양입니다."

 

외상값 독촉으로 시작한 철부지 김양의 얘기는 울음으로 이어지고

 

 "엄마, 비 오네. 기억나? 나 집 나올 때도 비 왔는데…. 엄마, 그거 알아?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때는 내가 엄마 미워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집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세상 사람들은 다 밉고 엄마만 안 밉더라. 그래서 내가 미웠어.

나, 내가 너무 미워 가지고… 막살았다….나 미쳤나 봐….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내가 너무 미워 막살았다... 나 미쳤나 봐"

 

그녀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방송은 점차 청취자의 호응을 얻는다.  

 

엄마를 찾아 아빠가 가출한 아이와 함께한 방송에서

자신의 탓으로 아빠가 나갔다고 믿고 울고 있는 아이.
이에 흥분하여 빨리 돌아와 아이 탓이 아니라 아빠 탓이라고 말하다 흥분하는 최곤

마침내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고 스타로 믿어주고 스타로 생활할 수 있게 해준 민수형을 찾는

방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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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듣고 있어?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좀 비춰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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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최곤에게! 나, 최곤 펜클럽 회장이잖아! 안 가면 애들 푼다!"

(참~, 속 좋은 아내다. 아예 포기한 건가? 한번 더 속아보자는 거겠지...)

 

 

쫓기다시피  마지못한 선택이었던 영월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익숙해져 가는 최곤
잊힌 존재로의 탈출을 꿈꾸면서도 과거의 자의식에 갇혀 있던, 매니저 없이는

담배 하나 살 줄 몰랐던  인간 최곤이 스스로 내딛는 삶

화려한 부활이나 재기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작은 인간들의 세계로 걸음을 내딛는 최곤

거기에 매니저 박민수와 강 PD, 그리고 영월의 순박한 사람들.

 

최곤은 이제 안다.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을 빛나게 해준 것인지를.

밀어주고 이끌어주고 지켜봐 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빛날 수 있었다는 것을.

 

거대한 우주 한쪽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안드로메다 성운을 보고 난 다음 민수가 던지는

별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 깊다.

하늘에 스스로 빛나는 별은 얼마 없으며, 거의 모든 별은 다른 빛을 받아서 빛난다는.

한물간 매니저를 생각하며 한 말
감독이 관객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비와 당신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나 눈물이 날까

아련해지는 빛바랜 추억, 그 얼마나 사무친 건지
미운 당신을 아직도 나는 그리워하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나 눈물이 날까

다신 안 올 텐데, 잊지 못한 내가 싫은데
언제까지 내 맘 아플까

 


 

비와 당신/박중훈

     

 

그립지도 보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비가 오면 왜 눈물이 날까...

 

사랑한 것도 잊혀가고 추억도 아련해졌는데

그것을 잊지 못한 내가 싫다는 노랫말.

 

<라디오 스타>는 잊은 줄 알았던 인간들을 끝내 잊지 못하는 촉촉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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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


영화는 곳곳에서 영월의 전경을 보여준다. 아담한 라디오 방송국,영월 대교와 동강과 서강의 풍광.,

별마로 천문대, 이준익 감독이 주방장으로 나오는 중국집, 청록다방, 호영이 의젓하게 주문받던 순댓국집
왕위를 찬탈한 세조가 어린 단종을 가두었던 물길과 절벽으로 가로막힌 망향대가 있는 청령포 등
영월 주민들의 일상적인 공간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담아낸다.
여기서 흐르는 노래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지금까지 한 번도 영화 음악으로 자신의 곡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던 조용필은

이 장면을 위해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조용필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내 마음 머물게 하여주오
그대 긴 밤을 지샌 별처럼
사랑의 그림자 되어 그 곁에 살리라

아,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정녕 기쁨이 되게 하여주오
그리고 사랑의 그림자 되어
끝없이 머물게 하여주오

 

한순간 스쳐가는 그 세월을
내 곁에 머물도록 하여주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사랑은 영원히 남아
언제나 내 곁에....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내 마음 머물게 하여주오
그대 긴 밤을 지샌 별처럼
사랑의 그림자 되어 그 곁에 살리라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조용필


좋은 노래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들어도 역시 좋다.

좋은데, 좋으면 왜 눈물이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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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화려하고 행복했던 것도 쓸쓸해지고 삭제하고픈 기억도 희미해지고
아픈 것도 언젠가는 낫게 된다.
어떤 이는 앞만 보고 달려가고
어떤 이는 뒤를 자주 곱씹으며 과거의 미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라디오 스타>에는 잊혔거나, 혹은 잊히고 있는 사람들
기억되지 않는 인간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담은 영화다.
영화는 지난 시절의 향수를 맥없이 붙들고 있는 '과거집착형 인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면서 내일을 향한 밝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  '현재진행형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가슴 뭉클하면서도 영혼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성공을 위해 달리다 지친, 세상 살맛 안나는 사람에게
한번쯤 그 것 외에도 살맛나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느리게 가도 살피며 음미하는 삶은 어떤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잊힘에서 기억됨으로 혹은 현재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

소박한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시작하여 뿌리내린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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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이스트리버)으로 등장한 록밴드 노브레인

                                  못생기고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가? 노래 하나는 끝내준다.

 

음악을 즐기는 정도를 지나 애착하는 나는, 영월의 전경과 함께 흐르던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는 물론 강원도 영월의 유일한 록밴드 동강(이스트리버)으로 등장한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영화 속에 내내 흐르던 <비와 당신> 이라는 노래가 아주 좋았다.

 

웃으면서 보아도 눈물 흐르는 영화다.
슬퍼서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져서
따뜻해지면서 아려서...

 
글: "새처럼 바람처럼/산하"

사진:영화사아침, 야후,K님의 동강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