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초록색연필 밑줄 ... 중에서.
뭔가 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 게 좋아.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가겠다' 고 하셨다.
그러나 '깨워주겠다'고는 하시지 않았다. '남자란 아침이 되면 모름지기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거야.'
할아버지는 조금도 웃지 않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신 후 여러가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셨다.
내 방 벽에 쿵 하고 부딪치기도 하고, 유난스레 큰 소리로 할머니에게 말을 걸기도 하셨다.
사실 나는 그 소리 때문에 눈을 뜬 것이다. 덕분에 한발 먼저 밖으로 나간 나는 개들과 함께 어둠속에 서서 할아버지를 기다릴 수 있었다.
메추라기들이 후두두 날아오르며 잽싸게 숲 쪽으로 달아났다.
한데 그만 한 마리가 처지고 말았다.
매는 바로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잠시 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매의 발톱에는 메추라기가 쥐어 있었다. 매는 다시 산허리 쪽으로 날아가더니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나보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신 걸로 봐서 말이다.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매는 느린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땅쥐들을 주로 잡아먹는 것도 탈콘매들이란다. 말하자면 탈콘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면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가져야 하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 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며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사월들어 최고로 따스해지는가 싶을 때 갑자기 추위가 닥친다.
4,5일 정도 머물다 가는 이 추위는 검은 딸기를 꽃피게 만든다고 해서 '검은 딸기추위'라고 불렀다.
이 추위가 오지 않으면 검은 딸기는 꽃이 피지 않는다.
어쩌다 검은 달기가 열리지 않는 해가 있는것도 이 때문이다.
봄과 여름 동안에는 덫을 놓지 않았다.
짝짓기와 싸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게 할아버지의 설명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설령 짝짓기를 하고 난 다음이라 해도
사람들이 사냥을 계속하고 있으면 그들은 새끼를 낳아 기를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인간도 굶어죽고 말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나는 동물들의 번식기인 봄과 여름 동안에는 주로 물고기만 잡았다.
떠나야 하는 나를 안고
베란다에 무릎을 꿇고 앉은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작은나무야 ...
늑대별 알지?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보이는 별 말이야.
어디에 있든지간에 저녁 어둠이 깔릴 무렵이면 꼭 그 별을 쳐다보도록 해라.
할아버지와 나도 그 별을 볼테니까.
잊어버리지 말아라...
그때 블루보이와 리틀레드가 링거를 찾아냈다.
링거는 나무와 박치기를 한것 같았다.
링거는 마치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머리가 온통 피투성이인 채로 옆으로 누눠 있었다.
또 뾰족한 송곳니에 혀가 찔려 있었다.
하지만 링거는 살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링거를 안고 산을 내려왔다.
우리는 개울가에서 링거의 얼굴에 묻은 피를 씻어내고 혀도 이에서 빼냈다.
나를 찾아 산꼭대기까지 올라오기에는 링거는 너무 늙었던 것이다.
우리는 개울 옆에 그를 뉘었다.
그러자 잠시 후 링거가 눈을 떴다. 힘없고 초점을 잃은 눈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숙여 링거의 얼굴에 대고 나를 찾으러 와주어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링거가 내 얼굴을 핥았다.
신경쓰지 마라, 다시 한번 그런 일이 일어나도 또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 처럼.
나는 할아버지를 도와 링거를 산 아래로 데려갔다.
오두막집에 이르자 할아버지는 링거를 내려놓고 말씀하셨다.
링거는 죽었다.
그랬다. 오는 도중에 숨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우리가 자기를 집으로 데려가는 줄 알고 있었을 테니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고 하셨다.
......
모자를 벗어든 할아버지가 말했다.
링거야 잘 가거라.
나도 링거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떡갈나무 밑에 잠든 그를 떠났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 뿐이지만,
그렇게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
......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이런 일들이 생각이 날것이고, 또 나도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그게 바로 나쁜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게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i kin ya .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 Forrest Carter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 책에 폭 빠져있던 며칠동안 정말 우연히 텔레비젼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행운을 껴안은 것처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연금술사에 나오는 <내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걸 이루도록 도와준다>라는 말까지
끌어다 놓고 싶을만큼 기분이 좋았습니다.
원작과는 틀린 부분이 제법 있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고
대체로 그렇듯이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책에서 얻은 느낌이나 감동을 간직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워낙 바탕이 좋은 내용이라서 그런지 영화는 영화대로의 매력으로 사랑스러웠습니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름다웠던 며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여운이 첫 찻잎으로 우려낸 차 한잔 마신듯 내 영혼 가득 스며있어 좋은 향을 냅니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1997)
Directed by Richard Friedenberg
♬
늑대별은 어디 있을까...?
아래쪽에 큰개자리와 연결되어 있는 시리우스Sirius 별 보이세요?
바로 늑대별이랍니다.
겨울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예요.
☆겨울별자리그림 ㅡ 출처: Daum blog 겨울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