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여행지

양미리의 유혹

[위크엔드] 요즘 딱 제맛 양미리의 유혹
강릉·속초 일대 ‘제철’ 석쇠에 통구이가 제격 잘 마른 회백색이 좋아

16일 오전 8시 강릉시 북쪽에 있는 사천항. 작은 부두 이곳 저곳에서 두터운 옷차림에 고무장갑을 낀 아주머니들이 새벽에 들어온 양미리 잡이 어선에서 내린 그물에 달라붙었다. 지그재그로 늘어놓은 그물에는 하얀 배를 드러낸 양미리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아주머니들은 고구마를 캐듯 그물코에 머리가 꿰인 양미리를 잽싼 손길로 떼어내 바구니에 담았다.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어내는 작업을 여기서는 ‘양미리 벗기기’라고 한다.

강원도 북부 동해안은 요즘 양미리가 제철이다. 양미리는 도루묵과 함께 겨울 별미로 꼽히는 대표 어종. 고성부터 강릉 앞바다까지 10~12월에 어장이 형성된다. 최근에는 속초와 강릉 지역에서 양미리 잡이가 한창이다. 대표적인 양미리 산지는 속초항과 강릉의 주문진항 및 사천항. 부두에 가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쯤까지 종일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속초항의 경우, 북항(동명항)의 동명동 수복기념탑 옆에 아예 ‘양미리 부두’가 있다. 속초 앞바다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씨알이 굵고, 어선들이 조업하는 거리도 육지와 가까워 싱싱한 것이 특징. 여기서는 오는 20일(월)부터 다음달 20일까지 한달 동안 ‘양미리 축제’도 열린다. 하루 내내 무료 시식회, 양미리 벗기기와 엮기 체험이 펼쳐진다. 또 주말에는 공연도 열린다. 25일(토) 오후 1시에는 양미리 요리 경연도 있을 예정이다.

▲ 강릉시 주문진항의 한 식당에서 양미리에 소금을 쳐서 통째로 구워내고 있다. /권상은기자
겨울에 동해안 양미리는 지천일 정도로 많이 잡힌다. 자연히 값도 싸다. 사천항에서는 큰 것은 3두릅(60마리), 작은 것은 4두릅(80마리)에 1만원에 팔린다. 1만원 어치만 사도 가족들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어항 주변에 있는 음식점에서는 직접 양미리를 사서 구워먹을 수도 있다. 갈탄 화덕에 불을 피우고 양념과 김치를 준다. 굵은 것 12~13마리가 1만원이다. 양미리는 반찬은 물론 술 안주로도 인기 높다. 석쇠구이가 제격인데, 소금을 뿌려서 통째로 구워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양미리는 육고기에 들어있는 성분이 대부분 있을 뿐 아니라, 단백질도 쇠고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여서 겨울철 건강식으로 각광 받는다. 등 푸른 생선이어서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 숙취 해소를 돕는 아스파라긴 등의 필수 아미노산, 뇌의 발달과 활동을 촉진하는 DHA, 그리고 노화를 막는 핵산 등이 풍부하다고 한다. 속초시는 양미리는 회백색으로 깨끗하게 잘 말린 것을 구입하라고 권한다. 머잖아 먹을 것이라면 서늘한 곳에 매달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강릉=권상은기자 sekwon@chosun.com
입력 : 2006.11.16 23:53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