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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총성없는 전쟁 -플래시메모리 카드

디지털카메라·휴대폰을 등에 업고 황금시장으로 떠오른 플래시메모리카드. 이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점적 배타 규격 시큐어 디지털(SD)카드의 아성에 공개규격(오픈스탠더드)인 멀티미디어카드(MMC)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메모리스틱·xD픽처카드 등도 경쟁에 동참하고 있지만 협회 차원의 공개규격이라는 강점을 앞세운 MMC가 향후 SD카드와 쌍벽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와 세트의 광범위한 시장지배력과 MMC 활성화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멀티미디어카드협회(MMCA)를 구성하고 있는 MMC 진영은 향후 3년 내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MMC 시장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 아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세계 최초의 플래시메모리는 노어플래시로 만들어진 1MB 국제 개인용 컴퓨터 메모리카드협회(PCMCIA) 메모리카드로 1990년 첫선을 보였다.

당시는 주로 산업용 기기의 주요 작동 정보를 기억하는 한정된 용도로 일반인에게 다가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2년을 전후해서는 당시 PC에서 많이 사용되던 플로피디스크 대체용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작고 튼튼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싼 가격은 고객이 외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플래시메모리카드는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저장매체의 총아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1994년 코닥과 애플이 가정용 PC와 호환이 가능한 디지털카메라 ‘퀵테이크 100’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처음으로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의 저장매체로 채택됐다. 이어 1995년에 코닥 C40, 카시오 QV-11, 소니 사이버샷 스틸 카메라가 출시되면서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플래시메모리카드의 역할도 강화됐다.

 플래시메모리의 대중화는 노어플래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용량화가 쉽고 가격이 저렴한 낸드플래시의 보급과 맥을 함께한다. 1994년 미국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를 채택한 콤팩트플래시카드를 시장에 내놓으며 아날로그 필름시장을 잠식했다. 1995년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콤팩트플래시보다 작은 스마트미디어카드를 개발, 일본후지필름과 올림푸스의 디지털카메라에 성공적으로 탑재되면서 플래시메모리카드 범용시대를 열었다.

 플래시메모리카드는 1998년을 전후해 미국 샌디스크와 독일 지멘스가 공개규격으로 개발한 MMC와 일본 소니가 독자 개발한 메모리스틱, 후지필름과 올림푸스의 규격인 xD카드가 등장하며 소형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용으로 사용 가능한 초소형화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다양한 플래시메모리카드의 출현은 1997년 100만대 미만, 1998년 200만대, 2000년 580만대 등 매년 10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하는 시장에서 각각의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가 고유카드를 사용해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려 했던 것이 배경으로,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카드는 현재 상용화된 메모리 가운데 가장 성장률이 높은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제조업체 대상의 B2B 영역에서 소비자 대상의 B2C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낸드플래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매년 30∼40%씩 떨어지면서 응용 수요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제품에 채택되는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래시메모리카드 규격은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전략적 접근이 아닌, 플래시메모리카드 업계의 사실상 표준(디펙토 스탠더드) 획득을 향한 사활을 건 싸움으로 옮아갔다.

 현재 세계 플래시메모리카드 시장은 크게 공개규격(오픈스탠더드)과 배타규격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오픈스탠더드로는 멀티미디어카드(MMC)·콤팩트플래시(CF)카드가 대표적이다.

특정업체에서 독점적 지적재산권을 가진 배타규격에는 샌디스크·마쓰시타·도시바 3개사가 공동 개발한 SD카드, 소니의 메모리스틱, 올림푸스·후지쯔의 xD픽처카드 등이 경합 중이다.

 이 가운데 현재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규격은 SD카드로, 오픈스탠더드인 MMC와는 호환성을 확보하고 있다. SD카드가 시장 지배 규격으로 등극한 배경은 공동 개발회사인 도시바·샌디스크·마쓰시타의 연계 협력에 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공급하고, 마쓰시타는 SD 지원 호스트를 개발했으며, 샌디스크는 판매채널을 다각도로 확보하면서 강력한 마케팅을 추진했다.

 xD픽처카드와 메모리스틱도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공급처가 한정되고 제한된 응용처와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이 정체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 오픈스탠더드 제품인 MMC는 공개규격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초소형·대용량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플래시메모리카드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현 플래시메모리카드 시장은 혼전을 거듭하다가 점차 2∼3개 규격으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카드 시장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그 배경으로는 휴대폰 채택이 가속화되면서 이미 세계 휴대폰의 50% 이상이 플래시메모리카드 슬롯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 음악에 한정된 휴대기기의 콘텐츠가 게임·드라마·교육·영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사용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플래시메모리카드는 향후 가전기기·모바일기기·자동차 등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브리지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하고 기기·문화의 컨버전스화를 주도할 것이 확실시되며, 이에 따른 플래시메모리카드 시장 규격 경쟁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

○ 신문게재일자 : 2006/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