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잘도 흐른다.
목요일 날 보호대를 전달받아 차고 다니려니 좀 불편하다.
걸으면 보호대가 아래 통증이 있는 근육부위를 눌러 걸을 때마다 아프다.
금요일 날은
내가 다친 것을 알리지 않았으니
이소장 아니고는 아무도 모른다.
이 친구들 내가 뚱뚱해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내가 이야기하기 전에 동작의 어색함을 알아채는 친구가 없다.
킹덤 부페에서 3접시를 가져다 먹고 술도 몇 잔 했다.
걸을 수도 없고 고스란히 살로 가겠지…
아파도 입맛은 줄지 않으니 평소의 운동량을 생각하면 빵빵해 지는 건 시간문제다
자다가 통증으로 몇 번을 뒤척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움직일 때 어제 보다 더 아프다.
누군가 그랬다
산에 중독된 사람이 얼마나 답답할 것이냐고…
사실 나도 답답할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실 병자라는 거 내가 견딜만하면 신선놀음이다.
주말청소 안 해도 되지
마눌이 양말도 신켜 주지
모두가 날 배려하려만 드니 갑자기 신분상승이라도 된 것 같다
잊을 뻔 했다.
돌아 볼 작은 기쁨들은 산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클린턴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던 책 중 잭웰치는 책방에 깔리자 마자 읽었는데
가브리엘 마르께즈의 백년간의 고독은 읽지 못했던 터
아침 먹고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두 권짜리 책이라 한 권 밖에 못 읽었지만
하루 종일 산길을 걷는 거나
하루 종일 책 속에서 고대 스페인의 마을을 거닐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거나 …
산을 많이 타면서 참을성이 몸에 배서인지 아니면 단조로움과 고통을 즐기는 법을 터득해서 인지 몇 시간이고 사념 없이 책에 몰두할 수 있으니 산이란 내게 참으로 많은 변화와
가쁨을 가져다 주었다.
남이섬 한국의산하 어느 산님 사진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다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일어나 보니 새벽 다섯시
뉴스만 보고 잠들었으니 그래도 7시간 잔 셈이다.
빵 하나 먹고 온천으로 갔다.
손수운전이 가능해졌으니 그래도 많이 나았다.
2시간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긴다.
옛날 이 온천지에서 학이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온천을 만들었다 한다.
온천물의 영험함이 통증과 상처를 빨리 낫게 해주기를…..
우려했던 것처럼 체중이 2키로 불었다.
우짜?
많은 운동량은 제로로 떨어지고 나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먹성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럼 삼월 쯤이면? .
이러다 회복하고 몸 만들려면 여름까지 보내야겠다.
8시
온천욕을 즐기고 돌아왔는데도 마눌과 아이들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다.
내가 새벽 산행 가면 모두 몇 시쯤 기상하는지 내 오늘 알아봤다.
귀연팀들 오늘 호남정맥 출정했겠구나
몇 번 시도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넘지 못했던 고비산을 오늘에사 넘겠다.
나만 빼 놓구…
대충산사와 낙남길을 이어 가다가 팔을 다쳐 중도에 하차했고
수석졸업하고 싶었던 호남 길도 고비산을 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고이기님 황병산
그 길에
다 무슨 뜻이 있으리라
그 옛날 꿈에 현몽하셔서 갈 길을 되돌아 가라 하시던 할아버님 뜻처럼…
충주호 가족 여행 때 마눌이 지갑을 분실했던 이유처럼….
인간만사 새옹지마
어쩌면 어제의 액이 내일의 의미와 기쁨이 되지 않을까?
낙남길과 호남 길은 아직 거기 있고
나는 조용히 회복기를 거치는 중이다.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린다.
옛날 그렇게 공부했으면 고시인들 패스하지 않았을까?
수 많은 책 중에서 류시화의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명상과 수행의 세계에 가까이 간 듯 하다.
그의 문학과 사상을 “지구별 여행자에서 만났었고
그가 엮은 법정스님의 잠언록이나 영혼을 울리는 시 모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엔 그가 번역한 (엘리자베스 퀴블러스)의 “인생수업”을 읽은 적도 있다.
그 책들은 모두 인생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찾아 여행하는 그의 여정과 '
철학을 보여 주었다.
역마살이 낀 사람.
대물림 받은 방랑벽을 따라 세상을 여행하는 남자다.
그의 책이나 명상의 역서들을 읽을 때마다 내가 살아 오면서 무수히 느끼고 찾으려 했던
것들을 본다.
그리고 먼 길을 걸어 가면서 혹은 삶의 긴 고개를 넘어 가면서 따라온 작은 깨달음들을
그는 일찍부터 찾아 나섰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는 시간이 지나고 연륜이 쌓여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은 너무 짧고
무언가를 깨달을 만 할 때면 우리는 조용히 한 줌 흙으로 가야 한다.
허기사 짧은 인생길에서 서둘러 그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많은 현자들과 수행자들이
고행하고 정진하는 것일 터
오늘은 그의 종교관도 인생관도 너무 비슷하다는 사실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그가 느끼고 구체화 하려 노력했던 것들은 산상에서 언젠가 한 번쯤 나의 뇌리를 스쳐간 것들이었다.
그가 뱉어내는 많은 언어들은 숱한 명상과 고뇌를 통해 마치 어떤 영적인 의미가 부여된 듯 하다.
비록 구체화 시키진 못했을지라도 나는 숱한 산행 길에서 명상과 깨달음을 만났었음이 그를 통해 명징해 짐에 딱딱한 나무 의자 위에서 나는 다시 법열을 느껴야 했다.
범인이 다가갈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의 영역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겠지만 그 접경을 기웃거린 것 만으로도 범인은 마치 득도라도 한 듯 감동과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
그가 걸었고 보았던 세상에 진한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며 하루를 꼬박 그가 설파하는 삶의 일방적인 얘기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한번쯤 길게 목을 늘이고 있는 가녀린 1월의 햇빛을 마당에서 만나고 한 잔쯤 커피를 마시고 그렇게 훌쩍 지붕 위로 하루 해를 넘겨 버렸다.
참 도중에 막내 놈이 책한 권을 들고 쫄랑거리고 왔다.
게임하다 마눌이 가라고 성화해서 마지 못해 왔을 게다.
산이던 바다이던
어디서나 기쁨을 본다.
한 장의 책 속에서 시간을 넘고 역사를 넘고
마치 먼 산을 넘어 가는 것처럼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는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행복은 다 내 가슴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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