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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주말일기 - 3월 다섯째주

3월 30일 금요일

조사장에게 기별을 넣었다.

부부동반 식사 한 번 하자고....

서로가 친해지면 여행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였는데 기대를 접어야 할 모양이다.

미술을 전공한 조사장 와이프는 자신의 화실도 있고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린다는데 전시회도

열고 대학원 공부도 열심이라고 한다.

이야기만 듣고 처음 보았는데 수더분하게 생겼다.

하지만 너무 자신의 세계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여행은 별로 취미가 없단다.

서로의 관심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미술이외에 다른 것에 시간을 보내거나 타인들과의 교류는 시간은 아깝다고 한다.

 

생각이 많이 다르다.

늙어 가면서는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데

조사장 부부는 각자의 삶의 영역에 확실한 금을 그어 놓았다.

조사장은 산을 타거나 골프를 치거나 스키를 타고 부인은 그림 속의 세계에

자신을 표구시켜 놓았다.

그래도 마눌의 세계를 인정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사장이 좋아 보인다.

 

자신에 도취되어 제 멋에 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안다면

그리고 그것이 타인과 공유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는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기도 하다.

가족에 있어서는 더 그럴 것이다.

조사장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기를 바란다.

 

어쨌든 나는 다쳤고 덕분에 마누라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오래 전에 계획했던 대로 100대 명산 여행 길을 떠날 것이다.

 

3월 31일

봄비다.

오후까지 비가 많이 왔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비

이번 주에도 비

화창한 봄날을 시샘하는 자 누구인가?

아침먹고 마눌과  용운동 아파트에 갔다.

세입자가 나간다 해서 아파트 세를 놓고 또 겸사겸사 재개발 정보도 들을겸.

용운동 도로가에는 봄비를 맞으며 벌써 벛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청부동산 사장님이 재개발 조합장이라 어떻게 된 일인가 물으니 현 집행부의 재건축 추진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단다.

이 사람들이 아파트 한 동이 7세대인 곳의 입주자를 선동해서 동의서를 회수하게 하고 재건축

추진에  반대하도록 부추키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그 중 3 세대가 반대를 해서 추진이 불가하단다.

정작 세 명 때문에 대부분 주민이 동의한 재건축이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법의 헛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합설립 승인시 건물과 토지소유자의 4/5의 동의가 있어야 고 각 동 별로 2/3가 동의해야 한다는 법률 조항 때문에.

근데 7가구로 구성된 아파트 한 동이 있다니 그것도 신기하다.

 

통통하고 보기 좋던 순이 아줌마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살이 쪽 빠진 걸 보면 마음고생이 많았나 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눈물까지 보이시는 모습이 너무 안스럽다.

모든 건 귀결대로 될 겁니다

앞에서 애쓰시는 많은 분들이 있으니 잘 해결되겠지요

너무 속 상해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내가 해줄 말이라고는 그 말 밖에 없었다.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있긴 하지만 9500만원 까지 나가던 16평 주공아파트 가격은 8300만원 까지 떨어 졌단다.

4년 전 2900만원에 전세를 놓았는데 전세가도 600만원 내렸다..

그마나 찾는 사람이 드물다 한다.

수도권의 아파트 폭등이 어제적 일이지만 지방의 변두리는 폭등은 고사하고 몇 년 전 보다도 더 내린 침체수준이다.

조막만한 국토의 엄청난 양극화인 셈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또 사람들이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에 곧 될 것 같은 재건축이나 재개발도 하세월이 되는 모양이다.

나야 신혼 때 960만원 주고 산 것이니 일찍 되던 늦게 되던 별 문제될 건 없다.

다 쓰러져가니 언젠가 되겠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3만원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 조건으로 알아봐 달라고 했다.

 

 

 

공주 칼국수로 점심하고  마눌과 백화점 쇼핑가다.

내 옷만 사가지고 돌아옴

저녁에 어머님 댁에 여동생들이 왔다.

편찮으신 어머님이 걱정이 되어 둘이 함께 온 모양이다.

쇼핑도 시켜드리고 옷도 사드렸단다.

요즘은 아들보다 딸들이 낫다는데 그 말이 맞다.

저녁 먹고 가서 새벽 한시까지 이야기하다 돌아왔다.

 

4월 1일

황사가 자욱한다.

어제는 비가 오고 오늘은 심각한 황사

그나마 짧은 봄날에 화창한 주말을 맞이 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

아쉬운 봄날인데 그냥 집에 있으면 또 답답해 질 것 같아 마눌과 가까운 진악산에 가기로 했다

가까이 있는 곳들은 다리심 빠질 훗날을 위해 아껴두어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고 일기가 불순하니 별다른 방도가 없다.

가까이 있는 또 하나의 멋진 산이다.

보석사는 호젓한 산중에서 만난 조용한 감동이었다.

 

황사경보가 발효된 그 날

진악산 산행기 기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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