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산행지 까지 가는 것은 여행 길이다.
봄에 처음 달려보는 공주-청양간 국도 길
날은 조금 흐리고 손수운전하며 마눌과 둘이만 함께 가는 길에 배 꽃과 복사꽃이 흐드러 지고 메마른
가지들은 저마다 풋풋한 연초록의 잎새를 올리고 있다.
푸르름으로 덮여가는 산과 들은 모처럼의 봄나들이를 여유롭고 푸근하게 해준다.
꽃이 바람에 잎을 떨구고 나면 아쉬운 봄은 복사꽃 가지를 부여잡고 더 화사하고 붉은 꽃을 피운다.
아파트에는 철쭉이 한창이고 성급한 오월의 라일락이 벌써 진한 향기를 바람에 날리며 훨훨 떠나갈 봄을
아쉬워 하고 있다.
마눌과 떠나는 100대 명산 여행길 첫 번째다.
칠갑산은?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은 해발 561m의 높이로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이며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은 청양군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 남양면 등 33.013㎢의 면적에
걸쳐 있고 1973년 3월 6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주요 명소로는 칠갑광장, 벚꽃길, 아흔아홉골, 자연휴양림, 지천구곡, 천장호, 장곡사, 장승공원, 정혜사,
도림사지, 두륭성 등이 있다.
청양 군청에서 소개한 자료에 보면 칠갑산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봄에는 산철쭉과 벚꽃으로 단장하여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울창한 천연림이 현대인들의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또한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어우러지고, 겨울의 설경은 천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사시사철 등산
객들에게 독특한 묘미를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칠갑산에는 제각각 발달한 7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7개의 등산로란 ① 산장로 (철쭉로 3.0km) ② 사찰로(송림로
3.0km) ③ 휴양로(계곡로 6.5km) ④ 지천로 (설경로 3.9km) ⑤ 장곡로(단풍로 5.0km) ⑥ 천장로(호수로 3.7km) ⑦
도림로(온천로 2.5km) 등을 말한다. 제각각 가지고 있는 특징이 달라 한번쯤 가 볼만하다.
기호에 따라 두 가지를 연결해서 산행을 할 수가 있다.
칠갑산 휴게소 주차장
대치터널 지나서 바로 나타나는 국도변의 넓은 칠갑산 주차장에는 사람이 없고 차만 몇 대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다.
큼지막한 등산 안내도는 등산로가 알기 쉽게 표시되어 있다.
산장로로 올랐다가 사찰로를 따라 장곡사로 내려오면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너무 짧은 코스니 산장로로 올랐다가 장곡로를 따라 장곡리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바로 옆의 장승공원을 구경하고 장곡사까지 둘러보면 안성맞춤이다.
하산 후 차를 회수하는 문제가 걱정스러웠는데 청양에서 하루 3회 순환버스가 운행된다.
하산지 장곡주차장에서 오후1시 30 과 4시 15분에 출발하는 차가 있다.
현재시간 10시 50분 이니 4시 15분 버스는 충분히 탈 수 있겠다.
도시락은 마눌이 풋고추와 상추쌈으로 준비했지만 소풍기분을 내기 위해 주차장 한 켠의 휴게소에서
삶은 달걀과 빵 한 봉지를 사서 넣고 주차장 입구의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산 행 지: 칠갑산 도립공원
산행코스: 칠갑산 주차장 – 산장로-정상-장곡로 – 장곡주차장- 장승공원 - 장곡사- 장곡
주차장
도상거리: 약 12km
일 자: 2007년 4월 22일(일)
날 씨: 약간 흐림
동 행 ;마눌
11:00 : 출발
11;13 : 도로
11:23 : 칠갑산 공원
11:27 : 충혼탑
11:57 : 정자
12:50 : 식사 후 출발
13;23 : 삼형제봉 (작은 칠갑산 갈림길)
14:40 : 하산
긴 계단의 오름길을 지나 산모퉁이 돌면
콩밭메는 (?) 아낙이 있다.
정상 기는 길
5분쯤 올라 가다 보니 등산로가 도로에 의해 관통된다.
한치고개로 연결되는 구도로 이다.
앞 쪽에 쉽터와 표지판 두개가 서 있다.
하나는 칠갑산 소개 표지판이고 또 하나는 “콩밭메는 아낙네야 ~”로 시작하는 칠갑산 노랫말이다.
칠갑산 공원에 서 있는 순환버스 시간표
시간을 잘 맞추면 원점회귀를 하지 않아도 차량회수가 번거롭지 않다.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올라 가면 칠갑문이 나오고 주차장이 나온다
칠갑산산장 식당과 매점이 있다.
우측편에는 최익현 선생님의 동상이 있다.
여기 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점회귀하지 않으려면 아랫쪽 칠갑산 주차장에
차를 놓고 올라오는 것이 나을 것이다.
칠갑산 유래에 대한 설명이 보인다.
생명의 시원을 의미한단다.
만물의 7대근원을 의미하는 '칠'자와 싹이난다는 의미의 '갑"이 합쳐진 말
칠갑산에서 난다는 일곱 장수는 이 난세에 어디에 있는 걸까?
잘 닦여진 길을 따라가면 그림 같은 벤치가 보이고
조금 올라가면 충혼탑이 있다.
이렇게 쓰여 있다.
용감 했도다.
오오 임들은
청양의 힘이요
겨레의 참 빛 이외다.
굽힐 줄 모르는 정의는
조국애 민족애 고향애로
대한 땅 무궁화 꽃 피였도다.
일천구백구십삼년 구월
길은 너무 잘 닦여 있다.
그럴 필요 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10톤 짜리 담프트럭이 다녀도 끄떡 없는 길을 닦아 놓았다.
만인을 위한다는 명분이겠지만 때묻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충남의 알프스라고 하면서 군사도로처럼
이렇게 산 속 고속도로를 개통해 놓아야 했는지…
수려한 산과 파헤쳐 졌을 수림이 애석하고 아까워 진다..
수림이 우거진 호젓한 산길을 기대 했는데 “군자는 대로”행이라 원근각지의 등산인을 배려한 청양
군의 자상함(?) 때문에 산 위의 공원길을 걷는다.
모르겠다.
세상일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
아주 먼 훗날 이 길을 따라 심어진 벚꽃이 큰 나무로 자라고 그 꽃 그늘 아래서 무수한 사람들이 행복한
봄날을 보내며 청양군수님의 선견지명을 칭송하게 될지도…
벚꽃이 꽃잎을 날린다.
화려했던 시절은 3일전쯤일까?
요즘 지구 온난화로 꽃들의 개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으니 날짜로 개화를 예측함은 어려울 것
같다.
도심 한 가운데 만개한 벚꽃을 보고 나서 3일 후 계룡산과 대청호반 길에 벚꽃이 피고 3일 쯤 뒤에
칠갑산에 가면 진달래와 만개한 벚꽃을 만날 수 있겠다.
잠시 오름 길 정자에서 쉬어간다.
나무로 지어진 정자란 예산이 많이 들겠지만 시멘트에 단청을 입혀 놓으니 미국 아줌아 한복 입은
것처럼 어째 어색하다.
4월 22일 수많은 진달래는 이미 꽃잎을 떨어뜨리고 초록의 잎새를 올리고 있는데 아직 아쉬운 봄을
놓아주지 않는 진달래들….
“벌써 철쭉과 라일락이 피고 있는데…..”
마지막 봉우리에는 긴 계단이 있다.
이마저 없으면 산에 온 느낌마저 없을 뻔 했다.
능선과 나무에 가리어 답답해 하다가 사방이 훤히 트이는 정상에 올랐다
첩첩의 산릉위로 신록이 솟아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산속에도 바야흐로 봄이 짙어가고 계절의 향기는 바람을 타고 가슴으로 온다.
처음 오는 곳이라 풍경이 새롭다.
지나 온 길에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정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청양골에 찾아 든
봄을 노래하고 있다.
정상의 도립공원 안내도
이 안내도는 공원내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표준화 되어 있다.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얼마나 축복받은 시간인가?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고원의 레스토랑에서 감미로운 봄바람 속에 푸르러 가는 산릉을 굽어보며
식사하는 즐거움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의 영혼을 노래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행여 건강상의 이유로 좋아하는 그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 낙담과 실의를
세상의 어디에 하소연할까?
세상은 나의 불행에도 무표정하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갈 텐데…
그래서 행불행을 가르는 마음의 상처와 기쁨은 정말 사소한 것에 그 근원이 있다.
대자연 앞에서 항상 겸허해야 함을 더 뼈저리게 느꼈던 한 해
아직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이 봄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시간들이다,
정상을 내려가며
예상했던 시간이라 장곡로로 길을 잡았다.
장곡로는 잠시 내려가는 길 이정표에서 삼형제봉 쪽으로 갈라진다.
길은 인적 없는 오솔길의 정적을 되찾고 잠시 내려서다가 다시 삼형제봉 쪽으로 급하게 올라 간다.
바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봉우리를 생각했는데 마치 깍두기 머리처럼 깍아 낸 봉우리에 서서야
지나온 길 옆으로 언덕처럼 조금 솟아 있던 곳들이 삼형제 봉이었음 알겠다.
헬기장이 있는 이곳이 삼형제봉의 마지막 봉우리자 작은 칠갑산이다.
장곡리 하산 이정표가 있고 멀리 칠갑산 정상이 보인다.
가랑잎이 수북히 쌓인 길을 지난다.
신록이 번져가는 능선 길에서 아직 가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길이 신기하다
내려가는 길은 낙차가 크다.
이 길로 올라 오면 꽤나 땀을 빼야 할 것 같다.
인적이 많지 않은 곳이라 속세를 벗어난 호젓한 느낌이 드는 산길이다.
산을 물들이는 연초록의 색감이 봄의 기운을 전해주고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소백산에서 많던 분홍 빛 은은한 색깔의 키 큰 철쭉들이 군데군데 피었다.
아파트 화단에서 강렬한 색감으로 흐드러지던 철쭉에 비해 숲 사이에서 조용히 피는 연분홍 철쭉이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몇 개의 능선을 넘고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마을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계속될 것 같은 능선길은 장곡리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갈라지며 급격히 고도를 낮춘다.
조용하고 호젓한 산길에서 벗어나 갑자기 속세로 돌아왔다.
3시간 40분 만이다.
넓은 분지에는 한 켠에 상점들과 장승공원이 있고 그 위쪽으로 산악 마라톤 행사인 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한다.
나무들은 연초록의 잎을 흔들며 짧게 지나가버릴 봄을 아쉬워하고 사람들은 계절의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춘다.
그 봄의 향연에 초대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였다.
경내의 표지판에는 장곡사에 관한 많은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장곡사(절 자체 게시판)
장곡사는 850년 (신라 문성왕 12년) 보조국사 체징이 창건하였다고 전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변천하면서 지금의 대웅전이 상.하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사찰 이다.
도립공원 칠갑산 서쪽에 위치한 장곡사는 국보2점,보물 4점의 국가지정 문화재와 지방지정 문화재
1점을 비롯한 많은 비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로써 보물 제162호로 지정된 장
곡사 상대웅전의 바닥은 마루가 아닌 무늬가 있는 펴 놓은 특이한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하대웅전은
맞배지붕의 소규모 건축인데도 다포(多包)집 계통의 공포(栱包)를 받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자아
내고 있다.
또한 상대웅전의 약사여래는 일념으로 기도하면 난치병이 낫는 가피력 (加被力)을 지닌 영험 있는
부처님으로 유명하며 전국에서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이 찾아와 기도하고 있다.
장승공원을 돌아보고 장곡사에 올랐다.
생각보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간다.
가는 길에 꽃잎이 엄청나게 뭉쳐있는 처음 보는 종의 벚꽃을 만나고 절 입구에서 절의 역사만큼 오
래되었을 큰 나무를 만났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축복인 봄이다.
고색이 창연한 절
역사도 오래되고 보물도 많다.
대웅전이 두 개인 절은 처음 보았다.
각 대웅전에서 삼배를 드렸다.
허리 아무 이상 없이 벗어 낫게 하소서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항상 기쁨과 열정이 가득한 삶을 살게 하소서…”
장곡사 (청양군청)
도립공원인 칠갑산(561m)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장곡사는 약사여래 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곳으로
신라 문성왕 12년(850)에 보조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곡사에는 철조약사여래좌상(국보 58호), 미륵불괘불탱화(국보 300호) 철조비로 자나불(보물 174호),
하대웅전(보물 181호), 금동약사여래좌상등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천년사찰이다.
그리고 대웅전이2개로 상대웅전(보물162호). 하대웅전(보물161호)으로 나뉜 독특한 구조를 보인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곳에는 길이 7m, 폭1m의 비자나무로 만들어진 밥통이 보존되어 있는데 이 밥통의 크기로 보아
옛날에는 절의 규모가 상당했음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목어, 코끼리 가죽으로 만들어진 큰북 등이 있다.
문 의 : 장곡사(041-942-6769), 청양군청 문화공보실 : 041-943-2285
셔틀버스는 4시 10분에 도착하여 어김 없이 15분에 출발했다.
마눌과 나 말고 두명의 탑승객이 더 있을 뿐이었다.
무뚝뚝한 운전사 아저씨 폭주드라이브에 간이 벌렁벌렁하면서 의자에서 떨어질 까
노심초사하며 갔다.
기분 좋은 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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