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새로운 길이기에 가늠할 수 없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얼만큼 시간이 걸리고 얼마나 힘든 길인지…
어쩌면 그것은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선답자들의 기록이 있고 적절한 구간의 안배가 있어 해거름엔 그 길이 끝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러나 기대와 설레임이 살아 있는 길이다.
산길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들이 얼마나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인지 궁금해지는…
가을이 농익어 간다.
단풍의 화려함으로 유명한 내장산군을 굽어보며 만추의 서정에 남겨질
멋진 길이다.
오랜 시간 침묵하다가 다시 떠나는 길
뜨거운 태양아래 지리의 깊은 자락을 떠돌고 심산의 계곡에서
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제 남겨진 길을 떠나려 한다.
가을을 위해 갈무리된 내장산능선을 이어가고 그 여름에 둔병재 남겨진 아쉬움을
걷어야 한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가을로 가는 마차는 쓸쓸하다.
한 줄에 한 명씩 앉고서도 너무 많은 자리가 남았다.
빈자리만큼 집행부의 수심과 시름이 깊어지고
항상 미안한 마음에다 바라보기 안스러운 빈 좌석들이다.
반가운 얼굴들
모두들 건강한 모습들이다.
처음 보는 PLUS님
귀연에 여러 번 나오셨다는데 내가 결석을 많이 해서 처음 뵙는데 대단한 준족이라
칭찬이 자자하다..
호남정맥 제 5구간
산행지 : 호남정맥 제 5구간(개운치-추령-장군봉-상왕봉-곡두재-감상굴재)
일 자 : 2006년 11월 5일 (일요일)
날 씨 : 맑음
산행거리 :
산행시간 : 약 11시간 8분
동 행: 관홍,청계,나선생님, 금강초롱,계백장군,산꼭대기,양반곰,GOODNAM
황태자, 호나우드
개운치 출발 : 08:06
시멘트도로길 (중계소 정문) : 08:38
두들재 : 08:59
여시목 : 09:37
506봉 : 09;59
복용재 : 10:08
국립공원표석 : 10:25
급오름봉 : 10:53
550봉(송곳바위) : 11:21
추령 : 11:58 (양지바른 곳에서 중식20분)
유군치 : 12:53
장군봉 : 13;18
연자봉 : 13:45
금선계곡안부 : 14:01
신선봉 : 14:15
헬기장 : 14:46
까치봉분기점 : 14:49
소둥근재 : 15:37
순창새재 : 15:52
상왕봉 : 16:47
노송전망대 : 17:13
이정표삼거리봉 : 17:23
백학봉갈림길 : 17:29
곡두재 : 18:14
시멘트도로 : 19:01
감상굴재 : 19:10
비가 온다고 했다.
지난 적상산 산행길에서 붉게 물들기 전에 말라가는 안스런 단풍을 보았다.
계룡산 남매탑 암자의 샘물이 마른 건 처음 보았다.
너무 가물어 비가 좀 흠뻑 오긴 와야 하는데
먼길에 우중산행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중계소 포장길(개운치 들머리에서 30분)
개운치 들머리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오름길을 10여분 오르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에서 중계소가 설치된 망대봉이 보인다.
중계탑이 마루금 정상에 설치되어 철조망을 따라 우회한다.
전쟁터의 잔해처럼 곳곳에 철사와 쇠막대들이 땅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중계탑을 지나자 포장 도로가 나타난다.
산길을 한참 걸어 올랐는데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나니 자못 황당하다.
두들재들머리(중계소 포장길에서 21분)
우울한 날씨 구름 사이로 태양이 얼굴을 내민다.
아까 대전에는 엄청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걱정하는 마눌의 전화가 있었는데
재수 좋아서 비 안 맞고 산행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감 없는 가을풍경이란 어딘지 허전하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 가는 데 나뭇잎을 죄 털어낸 감나무가 웃고 있다.
그 뒤로는 우리가 가야 할 능선이 말없이 흘러가고…
두들재 들머리에서 오름길을 올라 묘1기가 있는 480봉을 지나고 여시목에 도달했다.
거기도 감나무가 서 있다.
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올 것이 왔다.
배낭에 방수포만 씌우고 추이를 좀 지켜 보기로 했다.
결국은 가는 길에 빗발이 거세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천둥마저 으르릉 거린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우의를 꺼내 입었다.
등로에 들풀이 빗물을 머금고 있어 금새 등산화가 젖어 든다.
난 배낭까지 덮는 판초우의가 너무 덥고 무거워 1회용 우의를 갈아 입었다.
속도를 내어서 이동하니 모두들 더운 모양이다.
제법 가파른 오름 길을 극복한 506봉에서 아직 약해진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은데
모두들 휴식하면서 우의를 벗어 던진다.
복용재(두들재로부터 1시간 7분)
일행들 뒤에 쳐져서 한참을 길을 따라 가다 보니 길이 봉우리를 돌아간다.
아래로 민가가 보이고 길은 봉우리 앞쪽으로 이어져 철망 문안으로 들어 간다.
이쪽에서 봉우리 넘어가는 길로 표지기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아까 봉우리 앞쪽에서
마루금을 잠시 놓친 모양이다.
철망 안으로 들어 가고부터는 급오름 길이다.
잠시후 국립공원 표석과 산죽지대가 나타난다.
내장산권에 들어간 모양이다.
산릉은 가파르게 일어나 앉아 있고 거친 호흡을 내 뿜으며 앞사람의 엉덩이를 올려다
보아야 한다.
철망을 따라 오름길이 20여분 지속된다.
봉우리에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꺽인다.
봉우리에서 거친 호흡을 잠시 고르며 휴식한다.
550봉 송곳바위(급오름봉에서 28분)
가는 길에 운무가 오락가락한다.
벌목능선 길에 흩어지는 안개 사이로 지나온 산과 앞에 보이는 산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처음 가는 길의 어슴푸레한 모습이 낯선 이향을 느끼게 한다.
약 20분쯤 후에 가파른 절벽지대를 오르고 나니 전망이 좋은 송곳바위에 도착한다.
멋진 조망처인데 날리는 운무에 내장사가 희미하다.
추령(송곳바위에서 37분)
돌이 많은 바위지대에다 떨어진 낙엽 위로 비가 뿌렸으니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도 체력소모는 다른 때 보다 많을 듯 싶다.
중간 중간 내장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바위들이 나타난다.
추령 가는 길에 차가운 바람과 조망미가 살아오니 가슴이 후련하다.
안개에 가린 단풍의 빛깔이 선명하지 못해도 흘러가는 가을이 가슴을 느껴진다.
구불거리며 추령으로 오르는 두 갈래 길 위로 성냥갑처럼 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내장산은 아이들이 어리던 오랜 옛날 마눌과 아이들과 왔었다가 짜가운 홍합국물
마시고 케이블카 탓 던 기억이 있다.
수년 뒤엔 회사 직원들과도 한번 왔다가 서래봉 쪽으로 올랐었다.
가을단풍 만큼 붐비고 현란한 사람들 속에서 속세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은
사람들 틈에서 혼란 했던 기억들 때문에 내장산은 마음에서 조용히 멀어져 갔다.
먼 훗날에
단풍이 내장사 까지 내려오기 전 조금 빠른 가을에 병풍처럼 둘러싼 내장산의
봉우리들을 꼭 한 번 혼자 돌아보리라 했건만 바쁜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말았다.
지척에 있는 산
가을이면 불타는 단풍의 화려함을 알고 있고 가을이면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그곳에 가지 못했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부질 없고 세월이란 또 얼마나 허망한가?
떠나고자 하면서도 가지 못하는데 내 마음에서 자연을 향한 열망과 감동이 사라지는 날
대자연의 가득한 빛과 감미로운 목소리가 사라지는 날
떠날 마음이 사라지는 그날엔
마른 눈물로 통곡하며 체념의 눈으로 우울한 하늘을 바라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해마다 가을이면 한번씩 떠올리다 그저 세월에 묻어 놓은 내장산인 셈이다.
그래서 추령을 거쳐 그 유명한 내장 능선을 따라 솟아오른 봉우리 위로 처음 내
발자국을 남기는 날이다.
요즘도 가끔 자장면을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던데 처음 자장면을 먹던 맛은 어땠을까?
아직 남겨진 풍경이란 새로움에 기대와 설레임이 풀어놓은 신비가 보태져서 언제나
감칠맛이다.
추령에서 고운 빛깔의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붐비는 추령에서 잠시 난장이 아가씨들의 노래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우측의 능선길로 접어 든다.
세시간 예상은 빗나가고 3시간 50분이 걸렸으니 추령에서 출발하여 우리보다 가까운
백양사로 하산예정인 A팀과의 시간차를 의식하면 마음 놓고 퍼질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유군치(추령에서 약 35분)
유군치 가는 길
추령을 오라서자 마자 둔덕 하나 넘어 묘지 옆에서 식단을 풀었다.
병사들과 함께 식사하기 어려운 계백장군은 추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배가 빵빵하면 오름길이 힘겨운 법이다.
제법 올라치는 오름길을 한참 올라 가니 거기 떡허니 차려진 매표소가 있다.
내장사와 백양사를 연결하는 길목
새재에서 통행료 징수라
매표하는 분들 장길산에 나오는 그 옛날 구월산 산적들 후손 아닌지 모르겠다.
직진은 장군봉으로 가는 길 백양사7.3km 내장사 2.0km 이정표가 섰다
“임진왜란 때 순창에 진을 치고 공격해 오는 왜군을 승병장 희묵대사가 이곳에서
머무르며 유인하여 크게 물리친 사실이 있어 유군치라 유래되었다.”라고 안내판에
씌여 있다.
장군봉 (유군치에서 25분)
오늘 구간중 낙차가 제일 큰 구간이다
날은 더워지고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등산로에 먼지는 펄펄 날리고…
정말 너무 가물어 나무나 사람이나 모두 힘겨운 가을이다.
연자봉으로 돌아 나가는 산릉이 우렁차고
그 산을 바라보는 장군의 호연지기가 느껴지는 장군봉에서 거친 호흡을 내리고 가을이
깊어 간 내장산군의 위용을 바라본다
승병장 희묵대사의 용맹이 살아있는 봉이라 장군봉이다..
정상부의 능선은 벌써 초겨울로 가고 있고 현란한 내장산 아래 단풍은 갈색의 가을에
묻혀 있다.
내장산도 올해는 고운 빛의 단풍을 내기가 힘겨운 모양이다.
장군봉 (유군치에서 25분)
오늘 구간중 낙차가 제일 큰 구간이다
날은 더워지고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등산로에 먼지는 펄펄 날리고…
정말 너무 가물어 나무나 사람이나 모두 힘겨운 가을이다
연자봉으로 돌아 나가는 산릉이 우렁차고
그 산을 바라보는 장군의 호연지기가 느껴지는 장군봉에서 거친 호흡을 내리고 가을이
깊어 간 내장산군의 위용을 바라본다
승병장 희묵대사의 용맹이 살아있는 봉이라 장군봉이다..
정상부의 능선은 벌써 초겨울로 가고 있고 현란한 내장산 아래 단풍은 갈색의 가을에
묻혀 있다.
내장산도 올해는 고운 빛의 단풍을 내기가 힘겨운 모양이다.
연자봉(장군봉에서 약 27분)
연자봉 가는 길에 내장산 산군과 굽어보는 내장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잇는 멋진
조망처가 많다.
콧노래를 부르며 가을이 지나간 길을 따라 걸어가노라니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삶의
여유가 조용한 고원의 바람에 실려온다.
그래 인생이 별거냐….
풍경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내 살아가는 멋에 취하는 거
약간 흐린 듯 한 하늘아래서도 멀리서 첩첩이 포개진 산릉위로 군데군데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마주선 벽련암이 제비의 보금자리란 뜻으로 연소(燕巢)라 부르는데서 연자봉으로
유래되었다고 씌여 있다.
신선봉(연자봉으로부터 30분)
신선봉 갈림길을 지나 금선계곡 안부에 떨어 지니 수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잠시 사막화된 등산로의 오름길을 올라서자 표지판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내장산군의 최고봉(해발 763m)이다. 산정에는 산신들이 바둑을 두던 마당바위가
있고 산넘어에는 구암사가 있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다.
한 켠에 “담양22” 삼각점과 함께 삼각점 안내문도 설치되어 있다.
까치봉 분기점 (신선봉으로부터 약 1시간 4분)
20여분 진행하고나니 헬기장이 하나 나타나고 3분 뒤에 까치봉 분기점이 나타난다.
먼저 출발한 A팀이 이 갈림길을 놓쳐서 까치봉을 너머 가다 되돌아 왔다고 했다.
까치봉은 마루금에서 살짝 빗겨나가 있는 셈이다.
까치봉 200m라고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다.
생각 같아선 까치봉에 들르고 싶지만 거기 같다 오면 오늘 팬티만 입고 쫒아가도
A팀을 따라 잡기 힘들 판이다.
까치봉(717m) 연지봉(670.6) 불출봉(619) 서래봉(624)를 연결하는 내장산 북부
능선은 단풍이 불타는 훗날의 능선종주를 위해 남겨두자.
3년이 가던 5년이 가던 마음이 먼저 늙어 가지만 않으면 다시 찾지 않으리?
소둥근재(까치봉 분기점으로부터 48분)
룰루랄라 하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0.9km 소둥근재 이정표도 확인하고 표지기도 달려 있어서 열심히 길 따라 내려 갔는데
느낌이 좋지 않다.
“너무 하염 없이 내려 가잖아!”
완죤히 계곡 바닥으로 떨어지고 능선은 우측으로 휘돌아 간다.
집단 알바
아뿔사 모두가 함께 움직였는데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마루금을 놓쳐 버렸다.
선천적인 길잡이 “산꼭대기”도 실수하는 날이 있구나 !
별 생각 없이 큰 길을 마냥 따라 갔던 것이 불찰 이었다..
나는 회군하여 다시 능선을 타는 쪽으로 한 표를 던졌는데 목소리가 더 큰 사람들이 있다.
하긴 어짜피 후미조와 시간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발길을 되돌릴 시간적 여유도 없다.
계곡 바닥 까지 내려서니 물길도 지나 간다.
하지만 등로는 다시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길은 내장산에서 백양사롤 넘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편안한 계곡 등산로이고
호남정맥은 위쪽 능선에서 우측으로 분기하는 길이다.
내장산권 정맥종주자들이 가장 알바하기 쉬운 구간일 것 같다.
어쨌든 소둥근재는 한참 내려선 계곡 안부였는데 던 편한 길로 빨리 도착한 셈이다.
우측 계곡 오름길은 상왕봉 가는 길이고 좌측계곡 내림길은 대가마을 가는 길이다.
순창새재(소둥근재로부터 15분)
소둥근재로부터 0.75km
탐방로 아님 표지판 서 있고 누군가 호남정맥 길을 자세히 그려 놓았는데 그것도
신빙성이 없다.
제대로된 호남정맥은 소둥근재를 거치지 않고 능선을 타야 되는 것이었다.
제대로 그 길을 따랐으면 탐방로 아님 표지판 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영산기맥의 시작점 입암산도 놓쳤다.
상왕봉((순창 새재로부터 55분)
상왕봉 쪽 오름길을 따라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을 따른다.
오름길이 가파라져도 길이 좋아 부담이 별로 없다 20여분 오르면 봉우리를 하나 넘는다.
태양이 고개를 숙이는 상왕봉에 섰다.
유장하게 흐르는 능선을 굽어 본다.
황금 빛으로 부드럽게 구비 치는 능선은 화려한 단풍에서 멀어 있어도 소박한 갈색의
가을 빛으로 조용히 가슴을 흔든다.
멀리 백양사가 보이고 가야 할 아득한 능선을 따라가는 내 눈은 감상굴재가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주 그리운산님과 함께 태극의 기를 받아서인지 저무는 날에도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들 힘겨워 하는데 내 컨디션은 최상인 셈이다.
노송전망대 (상왕봉으로부터 25분)
멋진 바위암릉을 따라 10분쯤 가면 도집봉을 지나고 다시 10여분 후 안부에서
멋진 노송을 만난다.
바람도 소슬하고 여유 있는 여행길이면 쉬어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일대를 바라보는 전망도 훌륭하고 노송의 자태에도 고고한 기풍이 엿보인다.
모두들 기념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아쉽지만 아직 남은 먼 길을 의식해서 발길을 재촉한다.
산허리 끼고돌아 고갯길을 넘자오니
멀리두온 내님인저 이별이 애닯구려
가는길 고운잎새 바람길에 흩치오고
울음우는 두견조에 흐르는 수심이라
재넘어 초집찾아 발길을 재촉할 새
분홍 갑사댕기 님모습 웬 말인고
노을이 스러지고 어둠이 밀려오니
아득한 고향산천 멀기만 하더이다
세월이야 쉬지도 않으니 많이도 흘러왔다.
아직 넘어야 할 고개는 많이 남았어도 내가 걸어 온 길도 아득하다.
무수한 산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돌아 다녔어도 난 언제나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었고 가지 못한 산과 아직 돌아보지 못한 세상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많구나
세월은 바삐 가는데 언제 마음은 바빠지지 않을까?
헬기장-백학봉 갈림길 (노송으로부터 10분)
오랜만에 원거리 출정이라 모두들 힘겨워 한다.
모두들 백양사 하산을 생각하는 눈치다.
백양사로 내려서면 다음 이어가는 길이 어려워 진다.
다시 올라 오는 길도 그렇고 그렇다고 개운치 구간 까지를 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한 명만 동행자가 더 있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가려고 하는데 그래도 3명이 동행으로
나섰다.
땅거미가 서서히 밀려오고 있다.
하루가 저물고 있다.
곡두재 (백학봉 갈림길로부터 약 45분)
구암사 삼거리 안부는 5분도 채 안되어 나타났다.
빽빽한 숲이 하늘을 가려서 제법 어둑해 졌다.
숲을 헤치고 10여분 오름길을 오르니 일대의 평야지대가 조망되는 거친 바위능선 길이
이어진다.
바위능선이 드러난 곳에서 잠시 어둠이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어두어져 가는 하늘아래 백양사 불 빛이 오르고 멀리 은빛으로 희미해가는 저수지
물길이 보인다.
능선을 지나면서 길은 가파르게 하강한다.
이제 내장산권의 주능선과는 이별이다.
내장산 종주길과 내장산에서 백양사로 내려서는 길은 단풍이 고운 어느날 다시
찾아야 할 길이다.
밤나무 밭 철망 길에서 길은 평탄함을 되찾는다.
이젠 길이 식별하기가 어려워져 등불을 걸었다.
곡두재는 사,오십분 걸렸을 듯 싶다.
우리와 함께 이제 온전한 모습으로 내려선 어둠은 가야 할 길과 지나야 할 지형지물을
어둠에 묻었다.
지도도 소용이 없어졌다.
머리의 작은 불 빛으로 선답자의 표지기를 더듬어 가면서 야전에서 체득한 감각으로
길을 잡았다.
타고난 길잡이로서 산꼭대기의 감각은 훌륭했다.
갈림길이나 헷갈리는 길에서 그의 생체 레이다는 예민하고 정교하게 작동했다.
단련된 몸은 쉽게 적응하는 모양이다.
지난주 태극종주 마지막 동부능선 구간에서 16시간의 산행은 체력의 임계점을 늘려
놓았다.
나는 다시 긴 시간과 어둠에 그렇게 익숙해 있었다.
감상굴재 (곡두재로부터 약 55분)
임도를 만나고 다시 무덤을 지나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감상굴재에 올라섰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더 짙어가는 늦은 시간의 마무리였다.
오랜 방학 후에 마주하는 거친 길이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이젠 경지에 도달하려는 것인지 동행들의 힘겨움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만 아직도
얼마든지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영남알프스종주와 태극종주가 산행의 지평을 한 차원 넓혀 놓았다.
오래도록 기다렸을 A팀에게 전화를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올 수 있느냐고 놀란다.
붉은 단풍과 함께한 시간여행은 그렇게 끝나고 우리는 목젖이 얼얼한 차가운 맥주를
대차게 들이키며 그렇게 나른한 귀향을 서둘렀던 것이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새여울 산악회에서 동행한 태풍님이 찍은 사진이고
마지막 두컷은 역시 같은 날 산행한 한국의 산하 브리뜨니님 사진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대하는 느낌과 감회가 사람마다 다르 듯 그 멋진 풍광을
찰나의 영상으로 간직하는 재주 또한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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