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사진 (강물처럼)
태양 빛이 눈부신 날 답답한 수림을 헤치고 만난 푸른 초원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최선생님이 푸른 빛 하늘이 초록의 초원과 맞닿아 있는 곳으로 뛰어가 초원이 빛 위에 포즈를 취하라 합니다. 햇빛이 쏟아지는 북산으로 난 초원에 일렬로 서서 포즈를 취해 봅니다. 멋진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열씸히 달려가는 총각 같은 열정과 아이들과 같은 해맑은 웃음으로 즐거워하는 불혹을 넘긴 동심이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북산에 올라 무등산 가는 길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립니다. 날선 풀잎을 따라 후끈한 땅의 열기가 오르고 목과 등줄기에서 굵은 땀이 배어납니다. 초원 위 소나무 두 그루가 등을 맞대고 바람 길에 서 있습니다. 긴 가지를 뻗어 그늘을 드리우고 고원의 시원한 바람을 끌어 옵니다. 무더운 산상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그늘과 시원한 바람 그 아래에서 즐거운 휴식이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무등산 오름 길에 만난 초원
눈부신 신록으로 뒤 덮힌 푸른 초원의 빛 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 홀로 서 있습니다. 그 나무가 던지는 그림 같은 평화가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초원에는 군데군데 소똥이 수북 쌓여 있습니다. 어릴적 시골 산길에서 만나던 소똥이 간직한 비밀을 찾아 막대기로 그 추억을 파헤쳐 봅니다. 소똥구리, 뿔소똥구리를 만날지 모르는 그 아련한 설레임과 기대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규봉암 지나치던 길가에서 별 기대 없이 암자에 오릅니다. 부처님 모신 그저 조그만 암자려니 생각합니다. 집채 같은 바위와 조화된 암자를 보았습니다.. 푸르름이 에워싼 절벽 난간에 서있는 청솔을 만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풍경이 주는 충격 예술 같은 풍경 가운데 서 있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긴 여행길 중간에 맑은 샘물을
만납니다. 1000고지 가까이에서 솟아나는 맑은 샘물 미지근해진 물이 해갈하지 못 했던 그 목마름을 목젖을 꿀럭이며 단숨에 마셔버리는 그 하늘빛 물의 시원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입석대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 우연히 그 길을 다시 지나 갑니다. 먼 발치에 바라보이는 암벽에는 지난날의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은 많이 흘러왔습니다. 그 길을 다시 걸으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세월에 주눅들지 않은 채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바위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함 없는 것과의 만남 그리고 그곳에 남아 있는 지난 시절의 추억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서석대 큰 산에 올랐다는 기쁨 눈부신 초록 빛이 뒤덮여 가는 암울한 회색의 바위 너덜을 따라 산허리를 길게 돌아 왔습니다. 아직 오를 곳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가던 발길을 되돌립니다.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곳 더 멀리 볼 수 있는 곳 더 높이 오를 곳이 없는 곳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과 목덜미를 휘감는 시원한 바람이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안양산 가는 길 하늘장성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능선을 걸어갑니다. 야생화가 인사합니다. 아직 봄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철쭉은 빛 바랜 붉은 빛으로 마지막 고원에서 봄과의 이별을 아쉬워합니다 벌써 찾아온 무더위 속에 훌쩍 떠나 버린 줄 알았던 봄 먼 발치로 떠나는 봄을 전송하는 고원의 능선
길이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긴 방학에 들었습니다. 함께 했던 긴 사간들이 그렇게 훌쩍 흘러가 버렸습니다.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고 벌써 중간지점을 지나 이렇게 축배를 듭니다. 긴 능선길을 돌아 내려 길동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마시는 한 잔의 차가운 맥주가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한 무더운 날. 오늘은 상반기 결산의 날입니다. 호남정맥길의 백미 무등산 구간을 마치고 태양빛이 부드러워질 9월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더 즐겁고 더 아름다운 여행길을 위하여… 지칠 줄 모르고 파죽지세 남진 하던 발길이 멈추어 서는 날 긴 시간이었지만 훌쩍 지나가 버린 시간이 그리워 지고 폭염 앞에 멈추어선 발길이 아쉬워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여름의 추억이란 염천의 능선에서가 아니라 심산의 푸른 계곡과 파도가 이는 해변에서 포말지는 것 기억에 남을 2006년 여름을 보내고 가을엔 다시 호남 정맥의 멋진 꿈을 이어갈 겁니다.
사진 (강물처럼)
호남정맥 제 10구간
산행지 : 호남정맥 제 10구간(유둔재-무등산-안양산-둔병재 일 자 : 2006년 5월 20일
(일요일) 날 씨 : 무더운날 무등산의 바람 좋은 날
산행거리 : 16km 산행시간 : 약 7시간 13분 동 행: 나선생님,새벽안개,담헌,양반곰, GOODMAN,백운봉,계백장군, 이창근님, 청계,백종수님, 신샘,한림정,강물처럼,로즈마리,
오아시스(16명) 호남정맥
제10구간 경유지별 시간
유듄재
출발 :
08:45 444.7봉
:
09:20 수레길 :
19:30 650봉
:
10:35 광일목장
안부
: 10:50 북산쌍소나무 : 11:10
~11:20 신선대
:
11:22 안부수레길 :
11:30 무등산
일반등산로 :
11:45 꼬막재이정표 :
11:48 식사
: 약 20분 꼬막재3.1km지점 :
12:54 규봉암
:
12:57~13:07 지공터널
: 13:13 석불암
:
13:16 장불재
: 13:44 입석대
:
13:56 서석대
:
14:12 장불재
: 14:34 암봉
: 14:57
능선삼거리 :
15:15 안양산
:
15:27 둔병재
: 15:53
특별한 오늘 호남정맥 길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신 주역이면서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셨던 최선생님 부부께서 참석하셨습니다. 귀연의 준족 짱산꾼 오아시스님도 중간마무리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 홍삼 드링크 한 박스를 챙겨서 산행에 합류하셨습니다. 시간상 별로 무리 없는 길이고 가장 유명한 구간이라 멋진 풍광의
기대와 설레임이 살아나는
가벼운 발걸음 입니다.
447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무등산
447봉(유둔재로부터 35분) 20분쯤 산길을 걸어 444.7봉에 오르고 내림 길에 초록으로 뒤덮힌 두 겹의 산릉 뒤로 웅장한 무등산을 바라 봅니다. 신록의 바다를 유영하는 기쁨과 새로운 길을 가는 즐거움이 살아 납니다.
10분쯤 내려가서 수레길을 만나고 송전탑을 지나 갑니다. 벌써 후덥지근한 기운이 따라나서고 초록 수림이 무성한 길을 올라 또 한 봉우리 넘어 잠시 휴식합니다. 서로 가지고 온 과일들을 풀어 내는 인정들 혼자만의 산행에서 만날 수 없는 따뜻함과 살가움 입니다.
백남정재에는 성황당이 있다고 했는데 지나쳐 버린 것 같습니다. 650봉 가는 길은 사나이 가슴에 불을 당기는 길입니다. 말은 덥고 지열은 팍팍 올라 오고 70도 경사 길을 오르면서 장단지가 뻐근하고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 내립니다. 산꾼들의 여름나기 도심의 콘크리트 숲 속에서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는 데는 이렇게 좋은 보약도 없습니다. 사실 한 여름에는 지리산 보약이 최고 입니다. 무더운 길일을 택해 지리의 주릉을 걸어 내리며 서말의 땀을 쏟고 100고지에서 솟아나는 약수로 오장육보를 세척하면 그날로 무릉에 입적합니다. 그 후련하고 상쾌한 여운은 가을 단풍이 물드는 날 까지 계속 남아 있어서 여름의 지리산 종주란 건강유지와 지혜로운 여름나기를 위해 산꾼들에겐 빼 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 입니다.
650봉의 휴식
650봉(447.5봉으로부터 1시간 15분) 바람기 없는 650봉 봉우리에서의 휴식 거친 길과 굵은 땀방울의 후련한 역설과 휴식의 달콤함이란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기쁨을 자극합니다. 대리만족을 허용하지 않는 기쁨 스스로 그 거친 길 위에서 찾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적인 카타르시스 입니다.
광일목장 안부 초지를 걸으며
광일복장 안부(650봉으로부터 15분) 북산을 오르기 전 광일 목장 안부에 섰습니다. 650봉에서 북산 가는 길에 연결된 푸를 초지는 목가적입니다. 뜨거운 태양 빛이 쏟아지는 초지에 서서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처럼 즐거워 합니다.
광일목장 안부에서 바라본 능선의 흐름
북산 오름길은 수 많은 갈래길이 갈라져서 봉우리에 오르고 아직 고사리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습니다.
북산 쌍소나무에 걸린 휴식
북산 쌍소나무 (광일복장 언덕으로부터 20분) 두 그루 소나무가 서 있습니다. 태양 빛 뜨거운 푸른 능선에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은 솔가지를 맴돌아 지나 갑니다. 여정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휴식합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저 푸른 초원의 낭만과 그 시원한 바람이...
신선대에서 사진 (강물처럼)
신선대(북산 쌍소나무로부터 2분) 북산을 내려오는 길에 멋드러진 바위 하나 만납니다. 앞에는 무등산이 우뚝하고 바라보는 능선에는 짙은 청록의 조림을 에워싼 푸른 산록이 이국의 풍광을 느끼게 합니다. 누군가 돌아가신 분을 위해 마지막 효도라도 하듯이 풍경 좋은 바위 한가운데 묘소를 만들었습니다. 풍류를 즐기던 이름 없는 묵객의 마지막 소원 이었는지도 모를 일 입니다. 정말 멋진 바위 위에 올라서니 가슴이 후련해지는 풍경 입니다. 코 앞에 보이는 무등산에 아이들처럼 신이 납니다.
초원지대를 지나는 일행들
콧노래가 절로 나는 길입니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싱그러운 초록 빛 그 옛날 삼양목장 초지를 걸어 가던 시간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거친 길에서 벗어나 동화 속의 알프스 초원 길을 걸어가며 황홀했던 날 속세의 삶 한가운데서 꿈꾸는 전원과 목장의 낭만이 살아 있는 길입니다. 가던 길에 여기 저기 떨어져 있는 소똥을 보았습니다. 나뭇가지로 죄 파헤쳐 보지만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 계시던 시골에서 잡아 곤충채집 “수”를 받았던 뿔소똥구리는 보이질 않습니다.
꼬막재
무등산 등산로(신선대로부터 23분) 초원의 언덕을 넘어서서 아직 갈색의 대공이 남아 있는 억새 숲을 지나 산허리를 휘돌아가는 무등산 등산로를 만났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 발길에 얼마나 다져졌는지 넓어진 산길을 단단히 굳어져 있습니다. 호젓한 산길의 평화는 깨어지고 수 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즐거운 목소리가 함께합니다.
꼬막재 3.1km 지점
꼬막재3.1km 이정표(꼬막재로부터 46분) 청계님과 양반곰님의 소식을 잃어 버렸습니다. 열심히 어디쯤인가 가고 있겠지만 식사 때 까지도 만나지 못하고 규봉암 가는 중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4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했는데도 이것저것 일행들이 풀어놓은 간식을 먹었더니 다른 날처럼 그다지 허기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산속에서의 식사시간은 항상 즐겁습니다. 격렬한 체력소모가 허기를 부르고 신선한 공기와 풋풋한 산내음이 미각을 돋구고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이 평범한 반찬으로 멋진 식탁을 만들어 줍니다. 최선생님이 제조한 맥주 샤베트도 먹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청계님표 고추장은 얻어 먹기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규봉암 바위병풍
규봉암(꼬막재 3.1km지범에서 3분) 누군가 그냥 지나쳐 가자고 했는데 이런 뒷길에 있는 암자란 오늘이 가면 다시는 오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규봉암은 겨우 20M 전방에 집채 만한 두 바위 기둥을 세우고 종루에 큰 종을 건 채 산객을 맞이 합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절경입니디. 이런 곳을 놓아 두고 그냥 가버렸다면 두고두고 후회스러울 뻔 했습니다. 거대한 기암괴석 난간에 푸른 청솔이 기대어 서고 싱그러운 초록 빛이 회색의 바위를 감싸고 돕니다. 그 아래 단아한 암자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을 벗고 불전 앞에 서면 항상 숙연해집니다.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삼라만상의 한가운데 제가 있음이 고마울 따름 입니다. 흘러 가는 세월과 상관 없이 아직은 늘 넘치도록 건강하고 자연을 향한 애정의 깊이는 더 각별해 집니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시간 이렇게 건강하게 산야를 주유할 수 있음은 살아가는 날의 큰 기쁨입니다. 언제나 보살핌과 늘 새로운 감동을 허락하시는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나서 멋진 절경을 차근차근 감상합니다. 지공너덜(규봉암에서 6분) 낙석지대는 황철봉 가는 길의 너덜지대 같습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색 바위들 위로 번져가는 눈부신 초록의 색감이 강렬하게 다가 옵니다. 지나는 길 바위지대의 샘터에 고여 있는 물 맛이 기가 막힙니다. 혀 끝에 감도는 미각으로 몸이 받아들이는 반응으로 그 물이 내 몸 구석구석의 모든 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걸 느낍니다. 무더운 날이어서 더 그런지 이 고원의 바위 사이로 흘러 내리는 석간수는 그 시원함이 뱃속을 쩌렁쩌렁 울립니다.
석불암 풍경
석불암(지공너덜에서 3분) 집이 한 채 있습니다. 사람들이 앉아 있고 누군가 기와에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지붕 위에서 산의 정기와 기운이 기왓장을 통해 내려 오라고…. 뒷 편에는 부처님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아는 사이인지 앉아 있는 노인에게 한 접시 떡을 내어 놓습니다.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떡이 너무 맛있게 보여 청하지도 않는데 염치불구 하고 앉았습니다. 아직 따뜻한 그 떡 맛이 기가 막힙니다.
장불재
장불재(석불암에서 28분) 완만한 언덕 길을 걸어 장불재에 섰습니다. 어느 가을날 혼자만의 여행길에서 만났던 장불재는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여기가 1000고지가 넘은 능선 인데 마치 산동네 뒷길인 듯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습니다. 걸어 오르는 산이 아니라 타고 오르는 산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느낄지 궁금해 집니다. 땀의 의미를 느끼지 않고 바라보는 액자의 그림처럼 표구된 풍경이 얼마 만큼의 감동을 가져다 줄지 모를 일입니다. 산으로 길을 낸 사람이나 그 길로 차를 타고 오르는 사람이란 실용주의파가 분명하겠지만 수려한 풍광의 산으로 난 찻길만 보면 부아가 치미는 나는 후기인상파요 비분강개파에 속하는 모양 입니다.
모두들 다녀와서 인지 키 작은 나무들이 피워낸 초록의 잎새에 쌓여 있는 입석대를 코 앞에 두고도 오르려는 일행이 별로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난 입석대가 보고 싶고 내 발자국을 호남정맥의 의미 속에 다시 새기고 싶어 백운봉님과 이창근 님과 산길을 오릅니다.
입석대에 오르며 바라본 백마능선
기운차게 흘러 가는 백마능선과 점점 고도를 높여 가며 내려다 보는 주위의 풍광은 그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입석대에 오르며 바라본 장불재 풍경
아쉽게도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세워지고 누런 황토길이 드러난 장불재는 너무 훼손이 많이 되었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광주 시장이 되어 훼손을 복구하고 차량출입도 금지시켜 땀의 의미를 소중히 하는 사람들의 멋진 공원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입석대 주상절리
입석대(장불재에서 12분) 영원히 사는 것은 바위 뿐. 오랫동안 잊었던 입석대 앞에 다시 섰습니다. 여기가 바다였을 거란 생각을 하며 거대한 돌기둥을 바라봅니다. 하얀 파도에 부딪히며 심해의 전설을 그리워하는 제주도 해안가의 바위를 기억합니다. 산 위에서 떠올리는 바다의 기억 바닷속 주상절리의 집채 같은 용트림은 변함 없는 모습으로 거기 서 있었습니다.
서석대 전경
서석대(입석대에서 16분) 그 언제가 바닷속 길이었을 겁니다. 수 많은 바위들이 포개져 있고 초록의 잎새들 사이로 화사한 철쭉이 아직 힘겹게 꽃잎을 올리고 있는 그 길을 따라 서석대로 올라 섭니다.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르고 머리의 모자를 날립니다. 발아래 트이는 광주벌의 풍광이 후련한데 황량한 동쪽 봉우리와 금지 구역의 철조망이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서석대 내려서는 길 풍경
서석대에서는 그 시절의 빛 바랜 추억과 감동이 아직 묻어 납니다.
안양산 가는 길 풍경
안양산 가는 길 바위봉(장불재에서 23분) 부드러운 능선의 흐름 입니다. 키 작은 관목들이 대부분이라 무더운 태양빛에 무방비로 노출되지만 가끔 태양 빛을 완전히 차단해주는 관목의 숲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이따끔 산행 길 옆에서 소나무들이 산객들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능선에는 아직 봄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숱한 능선 길에서 오래 전 꽃잎을 떨구었던 철쭉은 마지막 힘을 다해 거센 바람 속으로 떠나는 봄의 뒷자락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바위봉에서 잠시 휴식합니다. 이창근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 붙느라 잠시 페이스 오버된 백운봉님이 둔병재에서 마무리 한다고 하십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만 가면 속도상 별차이가 없어도 마음이 급하니 미안한 마음으로 백운봉님을 뒤에 둡니다.
능선삼거리 이정표
능선삼거리(암봉으로부터 18분)
앞선 팀들을 따라 어림까지 가려면 좀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안양산 까지 이어지는 후덕하고 부드러운 능선 길을 빠르게 흘러 갑니다. 아래를 굽어 보는 멋진 조망에다가 화사한 철쭉이 반겨주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그다지 힘들게 없는 멋진 종주길 입니다.
안양산
안양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길
아무도 없는 안양산 (능선삼거리에서 12분0 호젓한 고원의 망루에서 불어가는 바람 맛은 최고 입니다. 멋진 능선의 5월을 카메라의 눈으로 표구하고 뒤따라온 이창근님 안양산 증거사진 한 장 찍어주고 철퍼덕 주저 않아 마음껏 바람에 몸을 내맡깁니다. 이 풍경과 이 바람을 두고 가면 정말 후회할 일입니다. 그 바람은 금새 몸의 열기를 걷어가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줍니다. 천천히 오겠다던 백운봉님도 얼마 되지 않아 뒤따라 붙었습니다. 함께 휴식하다 다시 백운봉님을 남기고 둔병재로 내려 섭니다.
가는 길 가지에 까치 4마리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두 마리가 날아갑니다. 높은 산에 올라온 까치 무언가 좋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지열이 뜨거운 둔병재
둔병재(안양산에서 26분) 모처럼 속도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가파른 비탈사면을 내려갑니다. 조망도 안되고 사진 찍을 일도 없는데다가 앞선 일행들을 따려 붙으려니 자연적으로 가속이 됩니다. 이창근님 핸드폰으로 둔병재에서 마무리한다는 전갈이 옵니다. 당초 상반기 결산이라 둔병재에서 마무리하고 여유롭게 종강파티 하는 걸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어림까지 간대서 좀 의아해 하긴 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백운봉님과 함께 천천히 걸어 내렸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걸 그랬습니다.
안양산 휴양림 (둔병재 내려서며 좌측으로 300m)
안양산 자연휴양림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탁족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 집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옛말은 진리 입니다. 그 작은 시작을 함께했던 것 만으로 우리는 순식간에 이렇게 긴 역사의 반을 쌓아 왔고 남은 반이란 이제 관성과 관습으로도 순식간에 마무리 될 것입니다.
헤어날 수 없는 중독 산과 자연이란 너무도 중독성이 강해 함께 백두대간 길을 따라 발자국을 남기고도 모자라 다시 서로가 기꺼이 호남길 동행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호남 길에 합류한 몇몇 분들 역시 면면히 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분들 입니다. 산의 심오함과 넉넉함을 닮아가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호남 길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행복만큼 삶의 가치와 기쁨은 늘어나고 인생은 즐거워 집니다.
이렇게 좋은 길동무들과 멋진 호남 길 주유를 함께하고 중간마무리의 잔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호남종주를 위하여 우리의 만남과 대자연 속의 멋진 삶을 위하여!”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단풍이 물들어 가는 호남 종주길을 다시 이어갈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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