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 가는 국도변에는 푸른 나무가 시원한 모습으로 도열해 있고 누군가 여기 저기 화사한 많은
꽃들을 심어 놓았다.
마눌과 100대 명산 주유길이 아니라 강원도 어디에 숙소를 정해 놓고 바다로 넘어 가는 것처럼 마음이
들떠오는 날이다.
휴가철이지만 이른 아침이고 또 바다로 난 길이 아니라 차량의 왕래는 드물어 여정은 호젓하다.
장마가 지나고 난 후의 땡볕이 걱정스러워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먹고일찍 떠나온 길이라
편안하고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새벽여행이란 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나는 기대를 증폭한다.
우리는 모처럼 푸른 들판과 속리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늘 1등의 그늘에서 외로워하는 구병산으로 갔다.
구병산 가는 길
대전에서 국도를 따라 옥천읍내에 들어가기 전에 좌회전하거나 옥천 IC에서 대청호수 길을 따라 보은
쪽으로 간다.
가는 길에 아이들 놀이시설인 대청비치랜드를 지난다.
오래 전 아이들을 데리고 한번 가본 놀이시설인데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머지 않아 문닫게 생겼구나
했는데 역시 그렇게 된 모양이다.
하여간 보은 쪽으로 가다 보면 삼승,상주 가는 길이 갈라지고 그 길을 따라 산을 하나 넘어서 상주 쪽으로
계속 직진하다 보면 관기읍이 나온다.
관기읍에서 신설 4차선 도로를 올라 7~8분 진행하면 4차선이 2차선으로 줄어들면서 곧이어 구병산 이정표가
나오고 구병산 들머리 적암휴게소가 나타난다..
구병산 들머리는 국도변 적암휴게소 이다
산행일자 : 2007년 7월 28일 토요일
산 행 지 : 충북 보은군 적암리 구병산
동 행 : 마눌
날 씨 : 오전엔 흐리고 우후엔 맑음 무더우나 산상에는 바람이 좋다
거 리 : 약 7.km 총 소요시간 6시간
경유지별 시간
06:22 아파트출발
07:28 적암 휴게소 도착
07:56 적암리 반석교회
08:07 마을 앞 갈림길 (좌측 구병산 최단코스)
08:25 계곡 들머리 이정표
08:52 정수암 절터 샘
09:43 능선 아래 소나무
09:51 능선 안부 853봉 300m 전방
10:12 853봉 (약 23분 휴식)
10:35 출발
10:47 구병산 800m 전방
11:13 구병산 100m 전방 (통신지국 하산길 안부)
11:19 구병산 (약 23분 휴식)
11:42 구병산 출발
12:29 하산길 폭포 계단
13:07 구병산 들머리 이정표 (구병산 2.6km)
13:17 통신지국 옆길
13:30 적암 휴게소
휴게소
휴게소는 식사도 되고 음료수며 빵을 준비 할 수도 있다.
입구 한가운데 커다란 정자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휴게소 건물 옆에는 커다랗게 그려진 산행 개념도
표지판이 있다.
넓은 휴게소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그 옛날 채송화
적암리 마을
낡은 교회를 자나가면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다.
올해는 허리 때문에 야생화가 흐드러진 지리산의 여름을 만나지 못했는데 마을은 온통 원색의 여름 꽃으로
화사하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람들이 두문불출하는 뜨거운 날 무수한 꽃들은 화려함을 시새우며 향기를 날린다는 걸
폭염의 태양 속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소박한 기쁨이다.
한 여름의 지리산 종주
수 많은 이름 모를 꽃들의 길을 걸어 속세의 진폐를 땀으로 쏟아내고 산상에서 솟아나는 맑은 샘물을 들이키면
그 청명한 기운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벌써 발갛게 익어가는 고추며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작은 사과와 배들이 지나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어
주는 그런 길이다.
좌측 희미한 길을 따라 올라감
너덜지대
계곡 들머리 이정표
구병산 오름 길
태양은 아직 구름 속에 있는데 후덥지근 한 날씨에 땀이 많이 흐른다.
구병산은 사람들의 범접을 싫어하는 듯하다.
혼자 충북알프스를 종주하던 날에 인적이 사라진 거친 능선에서 마치 시간의 벽을 허물고 과거로 돌아가는
듯 탈속의 착각이 들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구병산에는 사람이 없다.
서원리 충북알프스 시작점에서 올라 줄곧 능선을 따라 간 적 밖에 없으니 오늘 오름 길은 신선골을 오르는
초행길인 셈이다.
구병산은 벌떡 일어나 앉아 있었다.
허리도 아직 낫지 않았고 마눌과 함께 가는 무더운 여름날이라 대전에서 가까운 곳을 택했는데 명주 고르려다
삼베 고른다고 등로는 몹시 험하고 가파르다.
마눌 때문이 아니라 내가 힘들어 자주 휴식을 해야 했다.
태양은 구름 속에 숨어 있고 울창한 숲은 그늘을 끌어 놓았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골짜기의 거친 길은 통행료로
굵은 땀을 받아낸다
절터에 샘이 하나 있다.
이곳에서 능선 길은 두 갈래로 갈라 진다.
좌측으로 가면 853봉을 건너뛰고 능선을 따라 구병산에 이르는 길이고 우측으로 가면 853봉을 거쳐 거의
2km 정도의 낙차 큰 능선 길을 가야 구병산을 만날 수 있다.
힘들기는 해도 사람마음이 또 그런가?
가지 않은 길이 있고 어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심산의 서리서리에 감추어져 있을 풍경들을 그저 남겨두고
싶을까?
사실 이미 그 길을 알아버렸다면 선택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제일 먼 길로 둘러가서 힘겨운 하루를
예약해 버렸다.
약수를 마시러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바가지는 걸려 있는데 수질검사표는 붙어 있지 않다.
물은 처음부터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솟아 흘러내려오는 물이었다.
표지판에는 재미있는 말이 쓰여 있다.
이곳이 정수암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옹달샘만 남았단다.
한 때 이곳에서 정진하던 스님들이 모두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환속했는데 이 옹담샘의 물 때문 이라고 한다.
이 물을 마시고 정력을 주체하지 못했다나 어쨌다나….
하지만 맑은 샘물의 정갈함을 느낄 수 없으니 몸에 좋다 한들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정수암 샘터 이정표
멋드러진 소나무가 벼랑 위에 앉아 있다.
멀리 산 봉우리들이 산 안개에 희미하게 보인다.
소나무 그늘아래 앉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거친 호흡과 땀을 거두어 간다.
그래 이 맛이다.
심산의 가슴을 풀어헤치는 바람 맛
인적 없는 산마루를 불어가는 바람
한바탕 땀을 쏟고 만나는 한줄기 바람에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 실려온다.
아마도 내가 다닌 산 중에서 구조지점 번호를 알리는 표지판이 가장 촘촘히 설치되어
있는 산이 구병산일 듯 싶다.
능선 위의 이정표
능선 위에서
능선 위에는 자욱한 안개와 바람이 휘몰아 친다.
맑을 날씨면 내려다 보일 적암휴게소도 통신지국도 모두 안개가 가리웠다.
능선 위 길은 평탄하다고 마눌을 안심시켰는데 혼자 충북알프스를 유랑할 때의 기억은이미세월에
탈색되었다.
길은 여전히 거칠고 낙차가 크다.
가끔 새로 설치된 이정표가 구병산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300m 남았다던 853봉은 위험한 바위구간의 능선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 산허리를 돌고 나서 한굽이
오름길을 올라야 겨우 100m 전방의 이정표를 내어 보인다.
휘어져 오른 갈림길에서 100m를 좌측으로 올라야 853봉이 있고 구병산 등로는 앞쪽으로이어진다
853봉에서 처음 사람들을 만났다.
나이드신 분 3명과 젊은 아가씨 1명
우리가 오른 길을 따라 온 듯한데 고생이 심했다고 혀를 내두른다.
853에서는 등허리에 산 안개를 두른 채 고압적인 태도로 버티고 서 있는 건너편 능선이 바라다 보인다.
가야 할 능선은 발 아래로 꺼졌다가 다시 솟구쳐 바라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아직 1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침을 적게 먹고 나선 마눌이 허기가 밀려오는지 밥을 먹자고 한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마눌 혼자 식사하게 하고 바위에 서서 건너편 산릉을 오락가락하는 산 안개와
차가운 바람을 맞는다.
해는 구름 속에 있고 고원이 산바람이 산 안개를 몰고와 뜨거워진 몸을 서늘하게 식혀준다.
어딘가 신선의 마을이 숨어 있을 구병산에는 늘 속세를 떠난 바람이 불어가고 있다.
씩씩한 마눌
오름 길을 씩씩하게 잘 올라서고 853봉에서 점심을 먹고 잘 따라 오던 마눌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한결같이 험하고 거친 길에서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느라 체력소모가 많은 모양이다.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산길이었다.
군데군데 로프구간도 많아 그 동안 쓰지 않던 팔 힘도 제법 써야 하니 아직 험한 산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마눌에게는 무척 힘든 코스인 셈이다.
세시간 산보코스라고 둘러댄 구병산 등로가 길을 잃고 방황했던 운장산보다 더 난코스니 마눌이 앞으로
남아 있는 100대 명산 여행길에 주눅이 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여간 험한 길을 걸어 우리는 구병산 정상에 올랐다.
세상일이란 힘든 만큼 항상 성취감이 더 큰 법 아닌가?
구병산 정상에서 해는 구름 밖으로 나왔고 나는 먼저 도착한 853봉 산님들에게서 술 한잔을 얻어 먹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이속을 불어가는 바람을 맞았다.
마눌과 함께….
고난의 등짐을 벗어버리고 거친 산길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기쁨과 행복을 주워 담았다.
허리는 조금 아프지만 오늘 예상치 못한 거친 여행길에서 내가 만난 기쁨들은 남아 있는 시간에 소중한
추억이 되고 긴 세월에도 용해되지 않는 나의 꿈을 일깨워 줄 것이다.
운장산처럼 고추잠자리가 우리의 6번째 여정을 축하해주고 있다.
아쉽게도 풍요로운 보은들판의 조망은 없다.
우리는 정상아래 멋진 소나무그늘로 내려가 식사를 하면서 한참 동안 산상의 기쁨을 누렸다.
불어가는 바람과 안개에 추위를 느낄 때쯤 우리는 오던 길을 되돌아 하산의 길을 잡았다
하산길
하산은 밧줄을 타고 올라 오던 안부로 다시 내려서야 한다.
안부에서 위성지국 까지 2.5km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있다.
사람들이 구병산을 찾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아마도 구병산을 다녀간 누군가가 목청을 높여 소문 냈을 것이다.
그 산엘랑 가지 말라고….
5시간 30분 빡센 운동량을 소화할 체력이 되는 사람들만 가라
구병산 안부로 되돌아 통신지국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초심자들이 함부로 욕심낼 길이 아니었다.
하산 길에 비하면 우리가 올랐던 길은 양반인 셈이다.
초반에 가파른 산비탈에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은 길은 그래도 괜찮다
길이 갑자기 없어지면서 계곡의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고립될 수도 있다.
바위가 미끄럽고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이 계곡 바위를 구르게 할지 모른다.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에서 머리를 감았다.
그렇게 시원한 계곡의 물이라니…..
이 계곡에서는 태양의 그림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밑에서는 제법 많은 물길이 흘러 소를 만들고 있으리란 생각은 빗나가 버렸다.
적당한 곳에서 몸을 씻으려 했지만 군데군데 많았던 물은 계곡 바위 아래로 스며들어 산 아래로 내려갈 때
까지 차가운 물이 넘치는 웅덩이를 만나지 못했다.
가끔 점박이 나리꽃과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흰 꽃을 만났고 등산로를 가로질러 풀숲으로 기어가는 꽃
뱀을 한 마리 만났다.
갑자기 넓은 들판을 만났다.
이쪽에서 오를 때 만나게 되는 들머리 표지판이 있다.
수림에 가리운 시야가 트이는 것 하나만으로 신경은 이완되고 마음은 편안해 진다.
힘들고 위험했던 여정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태양은 이제 본격적으로 뜨거운 열기를 우리 머리위로 내뿜고 있었다.
우리는 구병산의 추억을 빈 배낭에 담아 통신지국이 바라다보이는 길을 걸어 적암리 마을로 돌아왔다.
산으로 들어갔다가 걸어나오면서 만나는 풍경은 더 평화로워 보이고 우리는 좀더 너그러운 얼굴을 한 채
그렇게 웃고 있었다.
날개를 펴고 더위를 식히고 있는 마이 애마
구병산 소개 – 한국의 산천 발췌
♣ 구병산(九屛山)은 백두대간중 호서의 소금강인 속리산줄기 형제봉(828m)과 '비재' 중간지점에 위치한 '690m봉'에서 분기한 산줄기가 남서쪽으로 약 12km를 뻗어가다가 마로면 적암리와 경북과의 도계에 웅장하고 수려한 아홉 폭의 병풍을 펼쳐놓듯이 아름답게 솟구친 산이다. 단애를 이루고 있는 암릉과 울창한 수림, 그리고 정상에서의 빼어난 조망 등 경관이 수려하여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다.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고 산행을 해야 하므로 곳곳에 깍아지른 절벽지대가 있으므로 등산로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가급적 보조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병산은 우거진 숲으로 물도 맑아 여름산행지로 적격이나 가을단풍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어 가을 산행지로도 적격이다.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토골사 터가 있고 절 터 앞뒤로 수백년 생의 참나무들이 있다.
구병산은 산악탐방 코스로 연계된 관광 자원은 10정도 거리에 아름다운 자연과 시설물이 조화를 이룬 서당골관광농원과 서원, 만수 계곡, 삼가호수등이 있으며 계곡 위주로 자리잡고 있는 99칸의 선병국 고가를 비롯하여 역사의 산교육장인 삼년산성,그리고 우리나라의 8경의 하나인 제 2의 금강산 소금강이라 불리는 속리산 등이 자리하고 있어 머물면서 자연과 문화유적을 둘러 볼수 있는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의 천황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삼산'이라 일컫는다.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보은군청에서는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1999년 5월 17일 '충북 알프스'로 업무표장 등록을 하여 관광상품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다.
산행은 청주나 보은에서오면서 , 적암리에서 내려 마을 한복판의 넓은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하며 약 7km에 이른다. 정상은 평평하며 넓은 보은평야가 내려다 보인다.
이 산과 속리산 사이에 숨어 있는 서원계곡과 계곡 진입로 주변에 있는 속리산 정이품송을 닮은 큰 소나무를 살펴볼 만한데 전설에 의하면 정이품송의 부인으로 '암소나무'라고 불리며 수령 250년의 충청북도 지정 보호수다.
'마눌과 백대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눌과 추는 춤 - 덕숭산 (100대 명산 제 8산) (0) | 2007.08.24 |
---|---|
마눌과 추는 춤 - 금오산(100대 명산 제 7산) (0) | 2007.08.24 |
마눌과 추는 춤 - 운장산(100대 명산 제 5산) (0) | 2007.07.17 |
마눌과 추는 춤 - 홍도 깃대봉 (백대명산 주유 제 4 산) (0) | 2007.06.26 |
마눌과 추는 춤 - 미륵산 (백대명산 주유 제 3산) (0) | 2007.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