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슈퍼컴퓨터 시장이 기관, 연구소, 대기업 등에 이어 중견·중소기업들의 잇따른 도입으로 올해 안에 2000억원 이상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해 국내 전체 서버시장 규모가 1조1378억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단일 해석 및 연구용 서버 용도로는 최대 규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슈퍼컴 시장은 최근 2∼3년 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상청 등 국가기관과 현대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 이미 1000억원을 돌파했고, 올 들어선 특히 자동차 부품,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중견·중소기업들의 도입이 급증하면서 2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KISTI가 국내 최대 규모인 6100만달러에 달하는 슈퍼컴 4호기를 도입키로 하면서 시장 확대에 물꼬가 트인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학교, 기상청, 포스데이타 등이 잇따라 슈퍼컴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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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올 3분기 이후엔 자동차 부품·화학·조선·공조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중견 및 중소기업들의 신규 도입도 예정돼 있어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한 국내 슈퍼컴 시장이 새로운 성장 기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 슈퍼컴 도입 붐=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슈퍼컴 도입을 위한 RFP를 내고 최근 벤더사들을 상대로 BMT를 마쳤다. 현대차는 현재 남양연구소·울산·전주 등에서 1000코어 이상의 슈퍼컴을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에 기존 IBM의 클러스터(250코어)를 교체하면서 추가로 1000코어 이상 신규 슈퍼컴을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그룹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수백 코어 이상의 슈퍼컴을 돌리고 있지만 내년까지 대용량 컴퓨팅(SMP)· 초병렬시스템(MMP)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도입을 진행하고 있고, LG그룹이 LG생기원을 통해 슈퍼컴의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현대모비스, 한라공조,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등도 연내 교체 및 확장을 검토 중이다.
◆중견기업으로 도입 확산=자동차 부품·조선업종을 중심으로 중견 및 중소기업들의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토에버, VNS, 다이모스, 만도기계, 동양기전, 한국타이어, 에스엘, 서한산업, 넥센타이어, 덕양산업 등이 8소켓 및 16소켓 MMP를 도입해 해석 및 연구용 서버로 활용할 예정이다. 제조업종 해석 용역업체들의 수요도 기대된다.
조선업종의 경우 최근 2년 전부터 슈퍼컴을 도입 중인데 이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60코어 이상을 도입한 상태다. 연내 한진중공업과 삼호중공업 등이 신규로 도입할 계획이다.
◆전망 및 과제=슈퍼컴 수요가 늘어나면서 CPU 개수당 받는 소프트웨어(SW) 구입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관련시장의 급팽창이 예상된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HP 등 슈퍼컴 공급사들은 제조업종과 해석분야(SW·HW·용역) 등을 합치면 수 천억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시장은 확대 일로에 있지만 활성화를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슈퍼컴 공급업체들은 “도입업체들이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활용도를 접목하는 부분보다는 가격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슈퍼컴 교육기관 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슈퍼컴 해석과 접목된 교육과정에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려대학교의 이기식 교수는 “슈퍼컴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슈퍼컴퓨터 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며 법·제도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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