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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게임산업의 독버섯 불법서버

온라인게임 시장을 좀먹고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불법 서버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만들까. 취재 결과 불법 서버는 예상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프리 서버’나 ‘게임 사설 서버’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불법 서버를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주는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불법 서버 프로그램을 뿌리는 장본인은 주로 국내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킹 그룹이다. 이들은 정식 온라인게임 서버에 침투, 소스코드를 빼내 불법 서버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공한 후 이를 무상으로 살포한다. 이 프로그램은 클릭 몇 번만으로 불법 서버를 만들어 준다. 복잡한 네트워크 지식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이렇듯 쉽게 서버를 만들 수 있게 되다 보니 불법 서버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임 업계에서는 ‘뮤’를 필두로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 인기게임의 불법 서버를 2000개 이상으로 추산한다.

이 중에는 서버 7개를 운영하면서 2만 명이 넘는 회원에 동시 접속자 수도 700명에 달하는 대형 불법 서버도 있다. 특히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실시, 정식 온라인게임을 방불케 하는 불법 서버도 존재했다.

이들은 불법 서버 이용자에게 아이템을 팔아 돈을 챙긴다. 정식 온라인게임에서는 아이템을 얻기가 쉽지 않지만 불법 서버에서는 돈만 주면 운영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다. 경험치도 훨씬 많이 줘 레벨을 빨리 오르게 한다. 단시간 내에 강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게임 이용자의 심리를 파고 든 셈이다.

서울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윤대근 경장은 “기업형 불법 서버 중에는 400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판 사례도 있다”며 “과거에는 무료 불법 서버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점 유료화로 변해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온라인게임의 불법 사설 서버의 운영이 적발될 경우 저작권법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 경찰의 단속 이후에 공개적으로 운영하던 불법 서버 사이트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개인 블로그 속의 비공개 게시판이나 지식 검색 등을 통해 여전히 불법 서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유통되고 있다.

웹젠에서 불법 서버 차단 업무를 담당하는 이정훈 과장은 “불법 서버 제공자가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에서 ‘게임 프리 서버를 어떻게 만드나요?’란 질문을 스스로 올리고 답변까지 달아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며 “단속이 시작되면서 불법 서버 제공자들은 점점 교묘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설서버 운영과 이를 이용한 아이템판매 등이 명백한 실정법 위반임에도 아무런 죄의식없이 즐기는 가운데 우리의 게임문화는 왜곡되고 오염되고 있다.  

윤대근 경장은 “불법 서버를 만든 사람 중에는 게임의 절대 권력자인 운영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이들은 불법 서버가 위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저작권 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