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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매출 16조원 인터넷 유통 대해부

 ▦대한민국 인터넷쇼핑몰 리포트

 강병준 지음, e비즈북스펴냄.

 1996년 14억원, 2000년 6600억원, 2007년 15조9000억원.

 믿기 힘든 속도로 불어나는 이 숫자의 비밀은 국내 인터넷쇼핑몰 시장 규모다. 1996년 데이콤이 국내 1호 쇼핑몰을 선보인 지 10년 만에 인터넷쇼핑몰은 할인점·백화점에 이어 3대 유통 채널로 부상했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에 모두가 웃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침이 심했다. 후발주자인 G마켓이 시장을 천하통일하고 연 매출 4억원을 올리는 쇼핑몰 소녀 사장이 스타로 등장했지만 ‘선영아 사랑해’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마이클럽 등 여성 포털은 외형이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져갔다. 왜 그럴까.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온 국내 인터넷쇼핑몰의 10년사에 ‘왜냐하면’이라는 분석을 달고 ‘앞으로는’이라는 키워드를 제공하는 최초의 산업보고서가 나왔다.

 ‘대한민국 인터넷쇼핑몰 리포트’는 인터넷이 촉발시킨 신유통 메가트렌드와 새로운 수익 모델을 해부하고 인터넷쇼핑몰 마케팅의 비법과 신기술·글로벌 쇼핑 비즈니스까지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다.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인터넷쇼핑몰의 방정식을 풀어나가기 위해 저자가 잡은 단서는 무엇일까. 바로 인터넷 유통 혁명의 본질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보의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점이다. 기업이 독점했던 제품과 유통 정보가 인터넷을 거쳐 소비자로 넘어가면서 유통의 새로운 혁명은 시작된다. 가격 비교 사이트가 생긴 후 용산 전자상가는 최저 가격을 알고 찾아오는 소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 지식으로 무장한 소비자는 ‘여론 구매’를 주도하며 기업의 감시자로 떠올랐다.

 이 책은 최근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오픈마켓의 급성장도 정보라는 맥락에서 해석한다. 오픈마켓은 공급자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 수수료도 저렴해 판매자가 몰리면서 오픈마켓에는 다양하면서도 값싼 상품 정보가 넘쳐났고 소비자도 몰리면서 입소문이 확산됐다. 정보가 오픈마켓으로 쏠리면서 그동안 제품과 가격 정보의 관문 역할을 해온 가격 비교 사이트의 위력도 약화됐다.

 그렇다면 미래 쇼핑몰은. 정보 창구가 확산되면서 e커머스(인터넷)에 이어 m커머스(모바일)·t커머스(TV)·v커머스(자동차)를 아우르는 유비쿼터스 전자상거래가 등장하며 엔터테인먼트형 쇼핑·쇼핑동영상(SCC) 등이 인터넷쇼핑몰의 새로운 구세주로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 전망의 일부다.

 쓸데없는 그래픽을 줄이고 정확한 데이터 위주로 기술한 이 책은 의외로 술술 읽힌다. 좋은 참고서에 예제가 살아있듯 지난 10년 동안 유통업계를 울리고 웃겼던 사례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맞춤형 판매에 나섰다가 대리점과 갈등을 겪은 리바이스, 아바타에 옷을 입혀보고 구매하는 옥션, 성인용품을 제대로 포장도 안 하고 배달한 롯데닷컴의 초기 사례 등이 흥미를 더한다.

 그동안 인터넷쇼핑몰에 관한 실용서와 성공 스토리는 수없이 나왔다. 그러나 10년 역사, 쇼핑몰 생태계와 진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전무했다. 미래 소비 코드와 마케팅2.0 정보에 목말랐던 독자라면 이 책의 목차만 봐도 크고 작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만3800원.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