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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현명하게 실패하기

이 세상에서 무식하면 안 되는 몇몇 직업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다. 의사가 무식하면 사람의 목숨이 위험하다. 이 사회가 의사라는 직업을 존중하고 예유해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 크든 작든 조직의 리더다. 리더가 무식하면 조직원이 고생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직원의 식솔까지 합친다면 평균 조직원의 4배 이상 되는 사람들이 고생한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빠른 판단과 결정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다.

 물론 똑똑하다고 기업이 무조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한 기업의 리더는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배운다. 훌륭한 리더가 많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선 리더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유독 돋보인다. 애플은 ‘죽었다가 살아난 기업’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의 회생을 여러 관점에서 풀이했다.

 애플의 성공 요인 첫 번째는 남의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었다는 점이다. 자기 방식을 고집하면 분명 착각에 빠진다. 기업 안팎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답을 찾으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

남의 아이디어와 자기의 생각을 잘 버무리면 독창적인 상품이 나온다.

 둘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앞선 제품,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외면 하면 그 기업은 망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미래의 소비자’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오늘내일 장사하고 말 것 같으면 상관없다. 하지만 영속성을 생각한다면 현재와 미래를 모두 살펴야 한다.

 넷째, ‘현명하게 실패하는 것’이다. 매킨토시는 리사, 아이폰은 뮤직폰의 실패를 딛고 개발됐다. 실패를 비난하지 않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유럽이 미국처럼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이유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엄격한 파산법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정권교체로 들썩이는 정국에 웬 실패 타령이냐 싶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단, 실수와 실패는 한 번만으로 족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청년실업자의 절규는 지난 5년간 정권의 실수를 곱씹게 만든다. 국민은 가슴 아픈 절규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경제를 택했다. 정치의 기본은 ‘배 부르고 등 따뜻한 것’이다. 그 다음에 사상을 논하고 이념을 말하는 것이다. 배를 곯는 국민이 있는 한 아무리 좋은 사상, 이념이라도 메아리에 불과하다.

 CEO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은 분명 나은 살림살이를 바라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모르는 ‘세금 폭탄’과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규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단호했다. ‘곳간에서 인심나는’ 원리를 모르고 가진 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다보니 영혼까지 팔겠다는 청년실업자가 나온 것이다. 국가경제의 근간이 기업에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몰랐다면 정말 무식한 리더십이다.

 정책의 실패는 참여정부 이전에도 흔히 있어 왔다. 또 국민은 정책의 실패에 관대하다. 실패를 했으면 바로 수정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순리다. 고치고 다듬고 보완하는 것이 정책이다. 실패를 해도 현명하게 해야 한다. 교훈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그런 면에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실패란 실패, 실수란 실수는 이전 정권에서 다 해줬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사의 교훈만 남았다. 앞으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무식한 리더는 실패와 실수를 덮고 넘기지만 똑똑한 리더는 현명한 교훈을 얻는다. 대통령이 유식하지 못하면 5000만명이 괴롭다. 그리고 지난 5년 국민은 현명하게 실패했다.

 이경우 퍼스널팀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