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떠나고 싶습니다.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 상처에 마음을 잃지 않은 것 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정심화홀에서 공연하는 4050 무대를 보았습니다.
60세
남궁옥분은 아무 걱정 없는 아줌마처럼 유쾌하고 싱싱합니다.
예전의 인기만 못하지만 아직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나간 젊은 시절의 길목에서 바람처럼 사라져 가는 인기에 고뇌하고
밀려가는 갈채에 아파했겠지요
하지만 흐르는 물이 강가의 조약돌을 벼린 것처럼 세월이 그들을 세상에
둥글어지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세월을 보냈고
마음은 아직 늙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은 한탄할 그 무엇만은 아닙니다.
수 많은 기쁨과 추억을 쌓아가고
눈물을 훔치고 상처를 잊을 수 있는 긴 시간 입니다.
나이를 많이 먹었지요
무언가로 채우고 또 무얼 내려 놓아야 하는지 깨닫게 한 것도 세월 이었습니다.
세월과 함께 늙어간 가수들 얼굴을 보며 지나간 시간의 추억과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엊그제 같은 그 시절 위로 많은 세월이 퇴적되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운 시간 입니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가슴에서는 바람소리가 쏴아 나더군요
그들의 노랫소리를 따라 기쁜 젊은 날로 돌아가서 그 시절의 향기에 젖을 수
있었던 추억여행은 따뜻하고 감미로웠습니다.
마눌과 함께 돌아 오는 길에는 싸늘한 바람이 목을 휘감고
여기 저기 흩어진 구름 사이로 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향적봉의 해돋이가 보구 싶었습니다.
그 용골마루에 서서 한 해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
나의 영혼이 다시 노래할 수 있기를 빌고 싶었습니다.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야생마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돌려 받아
일망무제의 고원을 바람처럼 흘러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훌쩍 떠났습니다.
동행은 없고요
준비란 이미 비워 놓은 마음 하나로 충분 합니다.
채우고 와야지요
설산의 고독과 바람
능선에서 떠 돌고 있을 수 많은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 까지….
어제 늦게 잠들고도 기꺼이 떠나고자 하는 열정이 남아 있음에 안도 합니다.
어두운 만선하우스 주차장 귀퉁이 차 안에서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도시락을
혼자 먹을 수 있어 아직 십 년은 끄덕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올랐습니다.
변해버린 슬루푸에서 들머리를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한 탓에
향적봉 일출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새벽과 함께 밝아 오는 가득한 운해를 바라보는 오름 길
어느 이름 없는 언덕에서 이미 떠오른 태양을 만났지만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또 가슴이 울렁이는 날
하늘에 별이 총총한 어느 날 훌쩍 새벽의 들창을 열어 버리면
언제라도 그 넓은 덕유의 품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기쁨과 희망을 만날 것입니다.
눈 시린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제가 있었습니다.
침묵하는 모든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묵상하는 모든 것이 명상이고 교훈이었습니다.
흰 눈을 가득 이고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선 나무들
말 없이 어디론가 흘러 가는 능선들
빙결된 눈을 옷처럼 입고 선 바위와 이정표
나는 예상치 못한 때 장대한 덕유의 설국을 만났고 그건 덕유 산신령님이
제게 보내 준 올해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가슴이 울리는 대로 준비 없이 훌쩍 떠난 오늘
또 가득한 덕유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
오랫동안 잊었던 그 풍경이 내 가슴을 흔들었습니다.
바람은 조용한 가슴에 다시 뜨거운 피가 흐르게 하고
아직 뜨거운 내 심장의 힘찬 박동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서 있던 그 곳이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내가 걸어 내렸던 덕유의 주 능선이 세상의 축이었습니다.
어느 젊은이의 노래처럼
내가 참피언 입니다.
지금 이 시간 이 멋진 풍경 앞에 서 있는 내가 세상의 주인공 입니다.
세상의 비경을 찾아가는 나그네
무릉객이 그 세상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다시 큰 소리로 노래했습니다.
산은 언제나 나의 위대한 스승 이었습니다.
그 황홀한 능선을 걸어 내린 것 만으로도 나는 언제나 삶의 무한한 영감과 교훈에
가까이 다가 갔습니다.
아버지가 말하셨습니다.
“인생을 즐겨라!”
늘 산은 말하지요
“살아감이란 가볍게 스치는 바람 같아야 한다.”
“흐르는 물처럼 경쾌하고 새처럼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기쁨과 행복이 내 작은 가슴에 들어 있다.”고….
나는 자연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고 오늘 내가 누리는 기쁨이
나의 살아가는 이유 입니다.
칠연계곡으로 내려 서면서
황홀한 풍경에 넋이 나가 잊고 있었던 등이 시큰하고 뻐근해 옵니다
괜찮습니다.
힘들 때 상처받은 가슴을 위로해 준 것처럼
다시 세월과 산이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겠지요.
그저 가까이에 덕유산이 있다는 것 만으로
새벽을 열고 그 능선에 오를 수 있는 열정과 아직 시들지 않는
꿈이 있는 것만으로 인생은 행복합니다.
그 길을 걸어 가는 것 만으로 기쁨과 평화가 밀려오고
내가 벌린 두 팔로도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벅찬 삶의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흰 눈의 축복으로 아름답게 한해 마무리하시고 희망의 새해 두 팔 벌려 맞으소서
산하 가족들 안녕하신지요.?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그러니까 올 1월 7일 계룡산에서 사고를 당한 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1년 가까이 산하에는 발길을 뚝 끊었지요...
칩거하고 요양하는 동안 산님들이 누리는 자유와 기쁨이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더 크게 했기에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날 다시 찾으리라 했지요
허리를 다친다는 것이 이렇게 치명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3개월 째 복대를 풀고 나서 조금씩 나아 지는 듯 하여 호남정맥길에 합류했다가 다시 주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좋아지긴 했는데 예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무리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허리의 뻐근한 통증이 되 살아 납니다.
오래 앉아 있거나 차를타고 먼 여행을 하면 상태가 특히 나뻐 지구요
요물님께서 소개한 척추지압을 받아서 좀 차도가 있는 듯 했는데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다시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마눌과 100대 명산 주유중입니다
산행시간을 예전의 반 정도로줄였지요
다치고 나서 처음 혼자 떠난 덕유산 여행길이었습니다.
덕유 산신령님의 가득한 축복을 받았지요
그 감동이 너무 커서 자랑 좀 하려다 보니 애초의 결심을 버리고 이렇게 산하에 들어와 인사 드립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걱정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 그거 별거 아니지요.
자기가 원할 때 가고싶은 곳에 갈 수 있는 거 그게 인생의 기쁨이고 축복입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안전사고 유의하시구요
더 세월이가기 전에 스스로의 영혼을 노래하게 하소서
매일 매일 즐거운 춤을추소서
무릉객
혹시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전 올 1월 달 계룡산 삼불봉 -자연성릉구간 철계단 에서 미끄러졌
습니다.
손으로 난간을 잡을 새도 없이 등으로 철제 난간을 치며 추락했는데 다행히 등뼈는 다치지 않았고
등뼈에서 갈라지는 뒤쪽 갈비뼈가 2개 부러졌습니다.
3~4개월 지나 뼈는 아물었는데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까지도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고 무리하면
좀 더 않 좋아 집니다.
산님들중에 이러한 상황에 대한 좋은 치료법을 알고 계시면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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