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내 사는 금수강산의 등줄기
1400km를 이어가는 변화의 질곡 안에 한 많은 역사와 수심을
묵묵히 보듬어 안고 상심한 삶에 새 희망과 기쁨을 실어주며
범접할 수 없는 기상과 아름다움으로 한반도를 지켜가는 깊고 푸른 힘
이 땅에 태어나서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산의 넉넉함과
그 심오한 철학을 알았고 불혹이 훌쩍 넘은 이제사 나는
이 땅에 한 맥으로 연결된 등줄기에 남아 있는 그 웅혼한 기의 연결과
그 허리에 기대어 살아 가는 삶들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싶어졌다.
언제나 거기 서 있었던 우리가 알지 못할 그 힘에게 다가가
지난 시절의 나를 돌아보고 혼돈의 시대를 살아 갈 여유와 지혜를
얻고 싶다.
언제나 찾았던 산에서 느끼던 위안과 감동에 이제 머지 않아 늙어갈 세월의
안타까움이 더해 백두대간을 향한 사모의 정은 오랜세월을 그렇게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이젠 긴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산은 사랑스런 여인처럼 다가온다
언제나 변화무쌍한 아름다움과 고혹의 자태로
권태롭지 않은 여인.
한편의 시를 떠올릴 수 있는 여유로
한 결 같은 모습으로 그 곳에서 날 기다리며
장미처럼 슬퍼하지도 배반하지도 않는
산은 한시라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이다.
산은 견딜 수 없는 그리움 이다.
마등령에서 마주한 구름한 점 없는 해돋이와 그 황금 빛에
불타던 장엄한 단풍
거친 호흡으로 일망무제의 고원을 지나는 고적함
그 호젓한 고독을 말 없이 함께하던 잊을 수 없는 지리산 능성이의 바람
녹담만설 지천의 눈밭에서 또 하늘 가득 춤추며 눈을 바라보던….
산은 코끝을 따라 오르던 감동이고 잊고 살았던 지난 시절의 추억이다.
젊을 시절부터 산을 함께 했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진정으로 산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 깊어지는 것 같다 .
큰 산의 정기로 왕성한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고 더 오랜 세월을 대자연과 교감하며
산과 더불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삶이길 바랄 뿐이다.
이제 언제 닫혀버릴지 모르는 대간의 문을 이제 내가 열어야 할 시간이다.
긴 시간 여행의 의미와 더불어 그 수 많은 눈부신 추억과 빛나던 감동을
내일 다시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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