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 제 4구간 구룡령 -동대산 - 진고개
도상거리 : 22.1km(실측거리 40.7km)
일 자 : 2002년 7월 13일 (토 10시 20분 ) 2002년 7월 14일 (일 22:30)
토 10:40 : 대전출발
일 04:50 : 구룡령
05:30 : 약수산(1306.2M)
07:20 : 응복산(1359.6M)
08:15 : 구룡령<- 3KM 두로봉 -> 5KM
: 만월봉(1280.9M)
: 신배령(1121M)
10:20 : 두로봉(1421.9M)
11:05 : 차돌배기(1230M)
두로봉<-3.9KM 동대산 -> 2.7KM
11:50 : 동대산 (1433.5M)
12:45 : 진고개
계속되는 비
8시간 동안 간헐적인 휴지기간은 있었지만 계속 내리는 비와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장딴지를 타고 흘러 등산화로 들어간 빗물은 다시 빠져나가지 못한 채 개구리 울음으로
찌꺽이고 몇년인가를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기다려 왔을 무좀은 포개 신은 등산양말 아래
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폭우와 폭풍주의보는 천불동을 거친 설악산 대청봉 -한계령 코스의
등산로 폐쇄를 몰고왔다
폭우속에서도 가장 무난한 전구간 능선산행 코스인 구룡령 ~진고개 구간이 안전을
빌미로 꿩을 대신할 닭으로 추천되었다
조부장은 살벌한 일기예보에 아예 산행신청을 포기했고 설악동에서 되돌아 올라 도착한
구룡령에서 계속 앞이 안보이게 쏟아지는 폭우가 꺼림칙 했던지 구룡령에서 준족급에
속하는 산사나이 한명도 백기를 들고 버스에 남았다.
못먹어도 고우~
악천우 등산 삼박사일 하나?
반팔티에 수영복팬티만 입은 사람은 32명중 나혼자다.
예상된 온종일 우천산행이고 장거리 산행에 계속 우비를 입을 수 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물에젖은 바지가 다리에 달라붙어 거추장스럽기 보다는 차라리 간편한 수영팬티 바람으로
빗물을 받아내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보온이 필요하면 속도를 더내면 될 일이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고 밀어붙였지만
구룡령에 막 도착했을 때 마주한 폭우의 차가움과 그 살벌한 폭우소리에 간담이 서늘해
온다.
(오늘 제사날 아이가?)
일단 처음부터 비를 맞기가 겁나 1회용 우의를 꺼내어 걸쳤다.
능선위로 올라 서는 길은 엄청난 경사의 직벽이었다.
쏟아지는 비로 직벽의 등산로는 흙탕물이 거칠게 쏟아져 내리고 그물은 등산초입부터
내리는 비와 함께 등산화로 스며든다.
백두대간을 위해 비싸게 주고 산 등산화인데 무슨 등산화가 나가는 물만 방수처리가
되었는지 빗물은 하염없이 들어오고 한번들어온 물은 나갈 생각을 안하니 시간이 갈수록
등산화 무게가 무거워 지는 것 같다..
벌써 밝아오는 구룡재를 후랫쉬를 켜고 오르자니 어느덧 날이 훤히 밝아온다
올라선 능선에서 거친 굴곡으로 이어지는 목적지를 가늠할 수 없는 초행의 등산로
에는 굵기가 자주 변하는 빗줄기 속에 낮게 구름들이 떠돌고
빗물에 씻기워 더욱 검게 보이는 나무둥치들과 번쩍이는 나뭇잎들은 마치 날이 저문
저녁 산행인 듯 등산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든다.
거친 바람에 남쪽으로 드러누우며 춤추는 이름모를 들풀과 군데 군데 피어난 야생화가
낯선 초행 길 나그네 수심을 달랜다.
나의 의지와 한계에 시험한다는 의미이외엔 다른 의의를 달 수 없는 산행 코스였다
변화를 분간하기 어려운 비슷한 풍광 일색의 변화 없는 능선로
자연 경관의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 능선의 시계
그리고 하염 없는 비
4명이 1진에서 계속움직여 가다 휴식하는 통에 나만 혼자 선두로 나섰다.
다소 분위기가 우울하지만 심산 한가운데 폭우를 맞으며 혼자 산행하는 멋도 괜찮다
나는 마치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무리를 찾아 고독한 행군을 계속하는 한마리 외로운
하이에나
내 발끝에는 방황이 머물고 차가운 머리는 뜨거운 태양을 꿈꾼다
한여름 구중심처의 비오는 새벽길에 적당한 고독을 걸고 호젓한 사색을 즐긴다
우울한 빛에 쌓여 있는 등산로가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마음이 오히려 편해진다.
시각의 변화가 없으니 흔들림 없는 마음의 평화속에 방해 받지 않는 깊은 상념이 또한 긴
마음의 등산로를 만들어 간다.
세월은 참으로 많이 흘러왔고그 숱한 세월을 지나 나는 오늘 다시 처음의 의미를 간직한
이 길을 걷는다.
등산속도는 엄청날 것 같다 .
백두대간 리본을 따라 왔으니 길은 잘못들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인적과 동물의 자취가
없으니 괜스레 걱정스럽기도 하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장면 같은 안개자욱한 초원지대에 아람드리 나무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곳에서는 누군가 불쑥 튀어 나올것 같다 .
백두대간로가 공식적인 등산로가 아니니 어디에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올바른
등산로인지 얼마의 거리를 걸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몇개의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는 등산로를 따라 열심이 내려가는데 드디어 사람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려니 아뿔사 그건 바로 우리 팀이 아닌가?
먼저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고 있다.
우짜 이런일이 ......
어디에서 단추가 잘못 꿰어 졌는지 모르지만 나는 온 길을 열심히 되돌아 가고 있었다.
날궃이 ----
맥이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30분인지 40분인지 난 산허리를 길게 감돌아 내려 왔던 길을 열심히 되짚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
만일 일행을 만나지 못했으면 나는 이정표없는 길을 하염 없이 걸어 인적이 없을 구룡령
으로 다시 돌아갔을 것 아닌가?
다리에 맥이 빠졌지만 일행과 함께 1진의 길을 잡았다.
응복산에서는 봉우리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목적지를 향한 내리막길을 잡는데
오르는 길과 내리는 길이 거의 붙어 있어서 우리가 올라 왔던 길이 어느길인지 정말
헷갈리는 곳이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올라온 쪽이 아니라고 결론을 낸 길로 한참을 내려 가다보니
올라온 사람 발자욱의 흔적이 있다.
우리 앞에 간 사람이 없어 계속흔적이 없는 길을 올라 왔는데 사람 발자욱이 있다면
그건 우리 발자욱 아닌가?
우린 다시 봉우리로 회군해서 다른쪽 등산로의 발자욱 여부를 검사하고 나서야 오던 길로
내려 갔음을 알았으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4사람 모두 눈감고 산행한 것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등산로 주변의 풍광이 비슷비슷
해도 올라온 길을 한참 다시 내려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여간 나는 두번씩이나 가던길을 리바이벌을 했으니 오늘은 살이 낀 날인 모양이다.
8시 15분 쯤에서야 프랑카드처럼 나무사이에 걸어 놓은 천으로 된 이정표를 보고서야
우리가 제대로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쨋든 혼자하는 산행에 이골이 난 상태지만 이정표도 거의 없는 백두대간 초행길을
혼자 산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할 수 있는 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두로봉으로 가는 중 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둘러 불편한 식사를 하고 거의 휴식
없는 산행을 한 덕에 후진 보다 세시간이나 앞서서 내려왔다.
그래도 꽤 많은 굴곡이 있는 두로봉 - 동대산 구간 7km를 1시간 30분대에 주파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앞으로는 도저히 달성 불가능할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이정표가
맞는지 모르지만)
진고개에 도착해서는 염치불구하고 화장실에서 웃통벗고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
휴게소에서 육계장 한그릇 간단히 비웠다. (역시 비오는 날엔 수영팬티 산행이 좋다)
그리고 우중에도 막걸리 세잔을 때린다음 여름에 난방를 틀어대는 버스안에서 비오는
차창을 바라보며 한낯의 뻐근한 나른함을 즐기다 그렇게 잠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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