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 제 2구간 (미시령 ~ 마등령)
도상거리 : 20km
일 자 : 2002년 6월 8일(토 오후 10시 20분 ) ~ 2002년 6월 9일(일 오후 8시)
참여인원 : 약 60명
소요시간 : 약 8시간
토 13:10 : 대전출발
일 03 :25 : 미시령 도착 산행시작
04: 20 : 1차 너덜바위 지대 (통과 약 5분 소요)
04:30 : 2차 너덜바위 지대
2차~4차 너덜 지대 통과 (약 24분 소요)
04:54 : 너덜 지대 끝 봉우리
05:15 : 해돋이 바위
양쪽으로 해를 번갈아 볼 수 있는 능선 통과
05:45 : 황철봉(1381)
06:15 : 저항령
너덜 바위 사면
06:30 : 저항령 위 봉우리 (1249.5)
07:40 : 저항령 봉우리가 보이는 바위 (서쪽면 조망 좋다)
07:50 : 아침식사
08:15 : 마등령 위 고지 (1326.7) 내외 설악 완전 조망권
08:30 : 마등령 (비선대 까지 3.5 km)
09:30 : <= 마등령 1km => 비선대 2.5km
09:40 : 직사면 지대 (바위)
09:45 : <=마등령 2.8km => 비선대 0.7km
10:00 : <=금강굴 0.2km => 비선대 0.4km
11:15 : 설악동 매표소 도착 (60명중 제1착)
13:35 : 설악동 출발(1진차량만 출발)
14:37 : 바다가 보이는 강릉변 7번 국도
20:00 : 대전 도착
마누라는 장모님 입원한 병원에 가 있고
나는 브라질과 사우디의 축구경기를 보다 행장을 수습한다
“아빠 내일 안가고 또 밤에 산에 가?”
집사람도 없는 터에 함께 축구를 보던 아이의 맥빠진 목소리가 자꾸 뒷덜미를 안스럽게
만든다.
동해를 향하는 차는 점액질의 밤 속으로 무기체의 고독을 실어 나른다.
어두운 창 밖 만큼이나 컴컴한 버스 한가운데서 나는 비몽사몽을 헤메고 군상들의 개별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는 버스는 그저 어둠속을 질주해간다.
얼마나 잤을까?
그만 일어나라는 산행리더의 소리가 개운치 않은 잠의 뒤꼭지를 흔들어 댄다.
새벽 3시 어렴풋이 휴게소(밖으로 나갔는데 간판을 볼 정신도 없었다 )에 도착한 것
같아 사람들이 내리기에 정확히 정신 수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따라 내렸다.
(미시령 휴게소는 아니었다)
버스 밖을 나서니 차가운 공기가 목에 감긴다.
뻐근한 근육을 풀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시 들어오니 또다시 버스가 움직이고
3시20분쯤 미시령 출발점에 섰다.
괜히 일찍 깨었다고 투덜댔는데 칠흑의 밤에 후랫쉬 불빛으로 움직이는 미시령 등산로는
경사가 가파른 직벽 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무막지하게 계속 올라가는 등산로를 잠에서 깨자 마자 등반하다간 심장이 그냥 멎어버릴 일이었다.
차가운 새벽공기에도 불구하고 급경사 난코스 산행에 등산점퍼 밑으론 땀이 배어난다.
40분쯤 지나 완만한 능선에 서자 당장 반팔 티셔츠 위 점퍼를 벗어 던졌다.
땀에 젖은 몸 위로 새벽 설악의 바람이 시원하다
동편하늘이 희끄무레 열리고 풀과 숲의 향기가 강렬해 진다
설악의 새벽이 열리고 있다.
1시간 쯤엔 첫번째 너덜 바위 지대를 만났다. 5분도 채 안되어 너덜 지대를 통과하고 등산
로를 헤쳐나가자 본격적인 급경사의 너덜바위 지대를 만난다.
너덜바위 지대를 좀 오르자 숲에 갇혀 있던 시야가 갑자기 터진다.
동편을 물들이는 엷은 무지개 빛 여명을 이고 회색으로 밝아오는 계곡의 실루엣 뒤로 속초의 불 빛도 보인다.
경건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땀에 밴 몸이 그 청명한 새벽공기를 가득 실은 설악의 바람에 노출되자 비길데 없는 상쾌한 기분에 온 몸이 날아갈 듯하다.
새벽 4시 20분
3차에 걸쳐 연속된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마지막 마루에서 이미 깨어난 새벽과 붉어진 동편하늘을 배경으로 울산암의 웅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1318.8봉 목전에서 이 곤희를 만났다.
퇴사한 후로 상가집에서나 가끔 조우했는데 설악의 한가운데서 다시 만나니 뜻밖의 반가움이 함께한다
시간은 5시 5분 이제 날은 훤히 밝았고 오히려 올라선 봉우리의 시계가 좋지 않아 해가
곧 뜰 것 같은 동편 하늘을 두고 갈등이 생긴다.
동해안 일출을 산상에서 잡아야 하는데 봉우리에서는 동편 나무 숲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있어 너덜바위 지대로 온 길을 내려 가던지 앞으로 제법 멀리 보이는 능선 고지로 올라야 한다.
망설이는 사이 선두그룹은 출발했고 사진과는 거리가 먼 조부장도 출발했으면 하는 눈치다.
앞 능선의 숲이 하도 울창하여 해돋이를 볼만한 고지에 다다르기 전에 해가 먼저 뜰 것
같았다
어쨌든 빠른 걸음으로 가보자는 쪽으로 스스로 결론을 냈고 나는 해돋이를 놓치기 싫은
욕심에 발에 모타를 달아야 했다..
능선 숲으로 접어든지 오분 남짓 되었을까?
능선 모퉁이를 돌자 수림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지 황금 빛이 흔들리는 나뭇잎 위에 내려
앉는다..
그리고 이내 황금 빛 햇살이 후회와 안타까움을 걸고 쏟아져 내린다.
이렇게 맑은 날 한 점 티 없는 해돋이를 볼 기회를 결국 놓치고 마는가?
주위를 둘러보아도 해돋이를 온전히 볼만한 곳은 찾기가 어렵다
마음은 더 급해 지고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드는 황금 색 태양 빛은 더 강렬해져 갈 때 쯤
능선 좌측으로 높이 솟아 있는 바위를 만났다.
아래로는 깍아지른 절벽을 등에 업고 담대한 위풍으로 솟아 있는 바위 위에서 산봉우리
나무 숲 우측으로 만난 태양은 충만한 붉은 색으로 건너편 암봉에 황금 빛을 드리우
고 있었다
5시 15분쯤 되었으니 떠오른지 5분 정도 되는 듯 싶었다.(해돋이 : 5시10분)
동해 바다를 솟구치는 태양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아직 떠오른지 얼마되지 않은 붉은
얼굴의 태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후 황철봉 까지 가는 길은 태양을 등지고 가는 능선으로 능선의 좌우측 편으로 번갈아
가면서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축복처럼 쏟아져 내리는 황금햇살과 함께 싱그러운 설악의
아침을 열었다.
황철봉(1381)은 뒤편으로 내려서서야 방금 마주했던 고지가 황철봉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을 한 장 찍고 앞에 보이는 너덜 사면 봉우리 아래 감춰져 있다는 저항령를 향해
하산의 길을 잡았다.
내려서는 길에서 먼저 갔던 이곤희를 만났는데 너덜 바위 한 쪽에 자리를 잡아 평평한
바위에 친구들과 반주 곁들인 아침상을 펴놓고 있었다.
같이 식사할 것을 권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양주만 한잔 받아 먹고 조부장과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저항령은 울창한 수림에 덮혀 있었고 야영 텐트 몇 동이 보인다.
저항령 위 1249봉으로 오르는 길은 또 가파른 너덜바위 지대다.
급경사 너덜사면 위로 먼저 갔던 1진 그룹들이 힘겹게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큰 바위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쌓이고 포개진 위로 별도의 길도 없이 만들어가는 단조롭고
힘겨운 오름의 반복 !
그 거칠고 황량한 석산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 법도한데 오르는 속도는 다소 느려졌을
망정 모두들 잘도 오르고 있다
조강쇠(조부장)와 나는 1진을 모두 따라 잡고 1착으로 너덜사면 봉우리에 올랐다.
숨이 턱에 까지 오른 1249.5 봉우리에는 장쾌한 설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멋진 암봉들의 연결
연무에 쌓인 황금빛 계곡
일망무제의 조망과 비길데 없이 시원한 고원 바람.
뒤로는 황철봉이 보이고 앞으로는 저 멀리 대청과 중청이 솟아 있다.
마등령을 위 1326.7봉을 향해 내려 가는 길에 중간쯤 저항령 봉우리가 보이는 바위 위에서
조부장과 식사를 했다(07:50)
식사중에 어디서 냄새를 맡고 나타났는지 시커먼 쉬파리 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때아닌 불청객의 난입으로 우리는 나뭇가지를 꺾어 파리를 쫓으랴 밥을 먹으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식사하던 사이 앞질렀던 1진 6~7명이 지나 갔다.
분위기 좋은 자연 속의 호젓한 성찬은 애초에 물 건너 갔고 잠시의 휴식도 고려하고 싶지
않은 쉬파리 골에서 우리도 서둘러 행장을 수습했다 .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새로 장만한 등산화는 불량품인지 이번 주에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에 통증을 남긴다.
오늘은 등산양말도 벗어 던지고 등산화 끈도 느슨하게 매었건만 1차 구간 종주 때 보다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체력은 전혀 문제 없어서 봉우리에 다다르기 전에는 거의 휴식 없이 상당한 속도로 산행을
할 수 있었고 사진 찍을 것 다 찍고 빼어난 경치도 두루 감상해 가면서도 손쉽게 1진을
따라 잡을 수 있었다.
1326.7봉우리는 8시 15분에 일행 중 가장 먼저 올랐다.
야호 !
초록의 천지를 굽어보는 고독한 준봉
그늘이라곤 한군데도 없는 고지 정상은 뜨거운 태양 빛으로 가득 차 있고 가볍게 지나는
바람 만이 고독한 종주객을 반겨주고 있다.
내,외 설악을 한눈에 굽어보는 환상의 조망권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첩첩의 녹색능선들을 굽어보는 고봉의 한가운데 마치 하늘로 솟구
치듯 나는 서 있다.
나르는 새와 흘러가는 구름을 발아래 굽어보면서 …
뒤로는 우리가 새벽부터 걸어온 대간로가 저항령 봉우리와 황철봉을 품에 안고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그 웅자를 새삼 경탄케하고 앞으로는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하는 기암과 암봉
의 산들로 연결된 공룡능선이 그 당당한 위용으로 범상치 않은 산세를 과시하고 있다
공룡 능선 너머엔 그 수려한 암릉미와 다듬지 않은 거친 자연미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작은 모습으로 용아장성이 작은 용의 발톱을 드러내 보인다..
동쪽 저 멀리로는 울산바위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 너머엔 눈부신 동해바다가 맑은 하늘빛을 머금고 뜨거운 태양아래 번쩍이고 있다.
하늘 아래 거칠 없는 눈길로 훝어가는 설악의 능선과 동해 바다는 장엄한 한편의 서사시
였다.
그 장대한 모습과 진한 감동을 간직한 채 나는 멀리 대청봉으로 기세 좋게 이어지는 백두
대간로 를 따라 거침없이 나아가는 나의 모습을 꿈꾸며 다시 마주하기 힘든 고지에서 바라 본 설악의 기억을 부질 없는 증거로 남긴다.
이젠 1진이 바꾸었지만 뒤늦게 합류한 1진들은 아침 식사를 위해 고지의 성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부장과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고 마등령으로의 하산길을 잡는다.
1326.7봉에서 짐작했던 마등령은 5분도 채 안되어 많은 사람의 웅성거림과 함께 홀연히
나타났다.
작년 가을 구름한 점 없는 해돋이와 황금 빛 태양아래 불타던 단풍의 장관을 보고 숨조차
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전율과 감동을 느끼던 곳이다.
계절의 변화 속에 풍광은 많이 바뀌었지만 낯익은 표지판과 동해를 조망하는 바위는 그대
로 였다.
지난해의 멋진 추억을 떠올리며 조부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7시간이 걸린다던 2구간 종주는 5시간 만에 끝났다.
이제 몇번이나 오르내린 적 있는 마등령 ‐ 금강굴 ‐ 비선대 ‐ 설악동의 3.5km 하산로를
남겨놓고 있다.
불타는 단풍이 그리울 때면 돌아 내리던 길
단풍의 색깔로 만들어진 추억 만이 남아있는 그 길 위로 이제 새로운 여름의 기억과 전설
을 만들어 간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긴 하산로
주로 야간에 설악동에서 거꾸로 올랐던 그 길을 따라 가끔 수림이 드러난 군데군데 등산로에서 강렬해진 태양의 열기를 느끼면서 조망이 트인 순간순간 마주보는 공룡능선의 장대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비선대를 향한 쾌속하산을 계속했던 것이다.
뒤따라 오던 조부장이 내려가는 길에 옆으로 걸어 내리는 걸 보니 발이 좀 아픈 것 같았다.
매일 아침 1시간씩 마누라와 아침 산보를 하고 1시간 15분씩 걸어서 출근하면서 대간준비를 위해 체중을 4킬로그램이상 줄인 덕분인지 나의 두발은 아직 짱짱하고 피로한 기색이 없다.
백두대간이 목적은 완주에만 있지 않다.
긴 국토의 허리가 아우르는 대자연과 그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 산하를 바라보고 그 내밀하고도 낭만적인 교감을 통해 멋진 감동과
삶의 기쁨을 만나고 싶다.
대간 종주를 즐기고 더 많은 것을 바라보고 느끼기 위해서 가장 필수 적인 것은 강한 체력
이다.
온갖 악천후와 악조건 속에서도 장정을 즐기며 대자연속에 흠뻑 젖어들 여유를 위해서는
잘먹고 잘자고 잘걸어야한다.
선천적으로 미각과 후각은 이상발달 되어 있고 기본적인 역마살에 교각같은 두다리가 받쳐 주고 있으니 이번 장정에 문제될 건 전혀 없을 듯 싶다.
비선대에서는 등산화를 풀고 계곡에 발을 담구었다
강원도 심산인데도 수량이 적어서 인지 덕유산과 같은 발을 깨는 시려움은 없었다.
잘못 제작된 등산화에 짓눌린 발의 상흔도 흐르는 물에 완전히 씻기우는 기분이었다
머리 감고 세수하고 발 씻고 계곡을 불어 내리는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자니 아무생각 없다.
무념 무아의 아타락사
날개 옷만 준비된다면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 것 같은 홀가분함
거친 긴 산행후의 뿌듯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긴장이 풀리는 나른함이 너무 좋다
설악동 소공원 매표소를 나서니 시간은 11시 1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비선대에서 30분 정도 물가에 노닌 것을 감안하면 7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당초 10시간 예상에 3시간 정도 앞당기고 좋은 컨디션으로 60명중 1착으로 산행을 마무리 했으니 이만하면 내가 항상 주장하는 30대 같은 40대 체력으로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버스에 행장을 수습하고 조부장과 함께 계곡 숲에서 식사를 하고 나온 12시 30분 경에 2진
으로 6~7명이 내려왔다.
기사가 얼음박스에 채워 가지고온 막걸리 한통과 안주를 내놓았는데 오랜 등산과 뜨거운
날씨로 인한 갈증으로 나는 막걸리 세잔을 배가 부를 때 까지 연거푸 비웠다.
뜨거운 날씨가 막걸리를 부르고
막걸리는 돼지 껍데기를 부른다.
그 한주발의 막걸리와 값싼 돼지껍데기 안주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산을 불어가는 한줄기 바람에도 행복을 느끼듯
삶의 기쁨은 도처에 널려있다.
나는 등산이 가져다준 적당한 피로감과 6월 오후의 나른함 그리고 막걸리의 취기로 기분
좋은 오수와 선잠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하산한 사람들이 많아지자 1시 30분쯤 1호차는 먼저 내려온 37명을 태운 채 대전으로
출발했다.
강릉으로 가는 7번 해안도로는 눈부신 여름 빛 해안을 끼고 달리고 붐비는 인파가 없는
코발트 색 바다는 그 유월의 여유로운 해변의 모습으로 더욱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나는 동해안의 추억과 상념 속에 비몽사몽을 헤메면서 여느 때처럼 막히는 영동고속도로
정체도 별로 의식하지 못한 채 편안하게 대전으로 입성했던 것이다.
아이들과 마누라에 미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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