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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두대간 제 17구간 (화령재-신의터재)

      간: 제 17구간 (화령재-신의터재)

   도상거리: 14.5 km

         자: 2003년 2월 26일(일)

         씨: 눈

         온: -3c ~1c

 

 10 : 25 화령재 출발

 11 : 15 윤지미산(538m)

 11 : 25 437.7m봉

 12 : 05 무지개산(437.8m) 근처

 13 : 20 304m봉

 13 : 20 신의터재(238m)

 

 

산에ㅡㄴ 왜 가나요?

산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니 산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산은 사랑으로 나를 부른다."

 

산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또 걷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난 그 곳에서 진심으로 내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산은 언제나 그리움처럼 거기 서 있다.

어린 시절에 잃어 버린 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곁에 잠깐 머물다 떠나 버린 새의 기억처럼

산은 언제나 아쉬움과 아직 남아 있는 미련 속으로 다가온다.

살아가는 의미와  생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가는 긴 여행 길에도

나는 끊임 없는 그리움에 언제나 목이 멘다.

 

 

저번구간 결행으로 백두대간 종주산행으로는 처음 맞이하는 당일산행이다.

아침에 이것저것 산행준비를 하려니 그냥 훌쩍 근교산행을 떠나는 것처럼

도무지 긴장이 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이다.

 

기분 좋은 눈이 내린다

동네 뒷산 같은 별다른 특징 없는 산

그저 가족들과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 봄 직한 그런 산길을 걷는다 

어디에도 백두대간의 당당한 위세를 찾을 길 없다

 

나이 사십줄이 넘어서도 눈이면 여전히 좋다

올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았고 백두대간 종주 덕분에 산상에서 많은 눈을 맞을 수 있었다..

미세한 떡가루처럼 날리는 눈을 맞으며 길위에 쌓인 낙엽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조용히 사색하며 걷는 편안한 대간 길

눈은 윤지미산을 오르면서 함박눈으로 변한다.

백두대간을 빚다가 잠시 졸던 조물주가 흉몽에 화들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계곡을 곧추 세웠는지 윤지미산에 오르는 경사는 70도를 육박한다.

만일 빙판이 져서 미끄러운 길이라면 순간에 배낭 무게로 홀랑 뒤집어 질 수 있는 가파른

경사가 상당 구간 계속되는 통에 모두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땀깨나 흘린다.

오르막의 경사도만 놓고 보면 강원도의 이름난 대간로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래 백두대간의 체면이 있지 그렇게 밋밋하게 산행을 마무리해서야  기억에  남길 만한

추억을 만들 수 없지 않은가?

"경사가 장난이 아닌데...?"

해발 538m의 낮으막한 산이라도 작은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윤지미산은 가파를 경사를 간직한 산으로만 기억에 남았다.

바로 건너 동쪽에 상주로 가는 고갯길이 보이고 밤원 휴게소가 저만치 있다. 남서쪽에는 판곡 저수지가 보이고 하동 동네가 올망졸망 우리들 종주 길을 따라 이어지리라.

 

윤지미산을 지나면서 다시 길은 온화하고 순탄해진다.

비록 눈이 많이 쌓여 빠른 걸음을 허용하지는 않지만 눈꽃 속을 바람처럼 가르는 설산주유

는 저절로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제 온 천지가 흰 눈으로  하얗게 덮히고 더 큰 망울의 함박눈이 하늘가득 춤추며 내려온

.

선두에서 맹렬히 움직여 가는데 산악대장이의 무전이 온다 .

예상되는 폭설로 인한 교통두절의 우려로 오늘 산행은 신의재터에서 종결하니 선두는 신

의재터 고개에서 대기하라!."

이제 몸이 풀리려고하는데...

장하게 날리는 눈발에 날아갈 것 같은 유쾌한 기분으로 쾌속 전진중인데...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차가 고립되는 것이 문제라니

올 겨울엔 별 희한한 일도 다 겪는다.

 

그래서 오늘 산행은 백두대간 산행 역사상 가장 짧은 3시간 만에 마무리되었다.

뒷동산도 아니고 백두대간을 3시간 만에 접어야하다니

못내 아쉬워 지는 발길이지만 또  어쩌랴?

계속되는 폭설로 어두워지는 산간에 차와 더불어 고립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종주를 마무리한 신의터재에는 강한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있었고

무방비로 바람에 노출된 산아래에는 김치찌게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산이며 나무는 온통 흰눈을 뒤집어 써서 마치 장대한 강원도의

설경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이르켰고

아직 훤한 날에 입성한 대전에는 비가 하염 없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