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고이기
안개 낀
한계령에 서면
잊혀진 시절의 기억이 서글픔으로 서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울음소리
칠흑의 어둠 속에
서걱이는 삶의 아픔마저 돌아 누우면
낙엽처럼 흩어져간 추억만
바람 결에 일렁이는
한계령
칼날같은 바위와
먼산의 실루엣이 달려오는 새벽을 깨고
푸른 아침의 이슬 빛으로
겁을 흘러내린
용아와 공룡의 위용이 아득히 다가선다.
세찬 안개 바람에
녹음의 바다가 일렁인다.
깨어 있는 그 누군가여
가슴을 열어라
깊은 호흡으로
태고적부터 살아온 심산의 영기를 가슴 가득 들이켜라.
백두대간의 한마루 대청봉 위에서
안개바람 흐르는 고원에 서서 …
숱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다시 여기에 선 아쉬움으로
서러운 잿빛 하늘 열어
능선 위로 쏟아지는 회한의 눈물
긴 세월을 씻기 운 암봉들처럼
세월은 그렇게 흘렀으리라.
사람들은 해마다 바뀌어가도
말 없는 공룡능선 변함 없구나
가슴을 여미는 조화된 자연과의 합장
그리고 한 폭의 동양화 속의 나
사진 : 고이기
구 간: 제 5구간 (한계령-대청봉)
도상거리: 25km 백담사
일 자: 2003년 6월 14일(토) ~15(일)
날 씨: 흐리고 비
기 온: 10 ~22 c
02 : 25 한계령 출발
03 : 20 1307봉
04 : 00 귀때기봉 갈림길 (1380m)
05 : 15 <-한계령 5.1km 중청대피소 2.6km
05 : 45 끝청
06: 23 중청 대피소
06 : 40 대청봉
07 : 15 소청봉
08 : 00 회운각
08 : 30 출발
08 : 55 신선봉
09 : 30 천화대
10 : 13 1275봉
11 : 30 나한봉
11 : 45 갈림길
11 : 55 마등령
12 : 40 금강문
13 : 00 세존봉
13 : 15 1025봉
13 : 45 금강굴
14 :10 비선대
14 :55 설악동 주차장
오늘은 한계령으로 간다.
1년 전 백두대간 출정 때 공룡 까지 내려와서 동생들과 함께 하기로 한 휴가 때문에
대청봉-한계령 구간을 건너 뛰었었다.
예전에 많이 갔던 구간이라 사실 빼먹은 것은 아니지만 맘 먹고 백두대간을 타고 내리면서
대청봉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리긴 했다
세월은 1년이 흘러
바위산장의 5차 백두대간 팀이 결성되었고 1,3주에 출정하는 그들이 한계령으로 가는 차편
에 편승한다.
오늘은 한계령-대청봉-공룡능선 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서는 코스로 꾼들에게는 모처럼
몸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작년 4차 때도 한번에 끝내자고 했건만 김대장이 상업성을 고려하여 굳이 2구간으로 나누어 흥행몰이를 시도했던 것이다.
나처럼 휴가가 맞물려 이 구간을 빼먹은 사람이 4차 대원 중 4명이나 되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내일 우중산행이 확실시 되는 데도 2대의 버스가 꽉 찰 만큼 초만원
이다.
우리 대원 4명은 곁방 신세라 2호차 뒤꽁무니에 나란히 앉았는데 앉고 보니 그 중 내가
가장 어리다.
사회와 조직은 젊은 피를 지향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체력소모가 많은 백두대간 종주 산객들은 고령화 되어 간다.
예전에는 거대한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눈에 뛰지 않고 나이든 아저씨와 아줌마들만 득실거린다.
젊은이들은 힘든 취미 생할을 기피하고 설자리가 점점 마땅치 않은 나이든 사람들은 한
많은 세상을 피해 자꾸 산속으로 숨어 든다.
산은 이제 세상에 닳아 허전해진 가슴을 간직한 중년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저번 주 10시간 산행에 호되게 질책을 받은 터라 비가 많이 오면 공룡은 타지 않을 작정이
다.
공룡의 풍광이야 사계절 찬탄을 자아내지만 비오는 공룡은 안개구름으로 뒤덮여 있을 것이 뻔했다.
4차 대원들은 모두 공룡을 탔으니 기회를 봐서 공룡을 생략하고 천불동으로 내려서서 남은 시간 온천에서 사우나나 하고 대포항에서 회 사라 먹고 오면 우중 공룡산행에 비견할 바가 아닐 것이다.
작년 계속된 우중산행의 기억처럼 5차 역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에델바이스산장과는 용아장성이건 공룡능선이건 구름 한 점 최상의 날씨였는데 바위산장과 함께한 공룡은 언제나 빗 속에 있었다.
김대장 집안에 용을 때려 죽인 소사가 있는 모양이다.
새벽 세시의 한계령은 자욱한 비안개에 젖어 있다.
등산로 개방이 얼마되지 않아서 인지 도데체 여기가 강원도 심산의 한계령이란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라 서북능선을 따라 한계령을 내려서 본지도 5년은 훌쩍 넘었다.
어느 해 가을엔 하늘 가득 날리던 단풍의 비를 차 안에서 맞으며 불타는 한계령을 벅찬
가슴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세월은 많이도 흘렀고
그전보다도 훨씬 많아진 사람들이 큰 산에 기대어 위안을 받고 있다.
후랫쉬 불이 닿는 길섶의 풀은 아직 마르지 않은 빗 물에 번쩍거리고 바람이 불지 않는
오늘은 별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흐르는 능선을 따라 한계령을 오르는 길
108계단 위의 한계루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주전골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남설악의 위용은 백두대간 63경인데 어둠에 묻혀있다.
어둠 속에 묻혀 있으되 여기가 한계령과 연결되는 대청봉 가는 서북능선자락이라는 이유만으로 감회에 젖는다.
10년 이상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휴가를 속초에서 동생 가족들과 함께 보냈으니
동해안 일대와 설악산은 내 머릿 속에 훤하고 동해로 넘어가고 넘어 오는 고갯길 치고
내가 한번이라도 넘어보지 않은 길이 거의 없을 듯 싶다.
게다가 내가 심산 주유를 시작한 이래 한 해라도 설악을 거른 적이 있을까?
대청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가 오색약수 이다 보니 주로 오색에서 대청봉을 많이 올랐었다
가을 단풍길을 따라 대청봉에서 서북능선을 따라 내리다 한계령으로 흘러내린 지도 꽤 오
래 되었다.
사실 한 동안은 가을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의 환상적인 절경에 푹 빠졌고 한국 최고의
절경이란 수사를 거침없이 남발하기도 했다.
아직도 휴식년 구간인 화채능선을 비롯해서 서북능선 종주를 못해 봤고 12선녀탕 계곡도
가보질 못했으니 설악에도 아직 미답의 절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살아 있는 셈이다.
제발 동해안으로 그만 가자는 마누라의 성화에도 아랑곳 없이 해마다 동해로 발길이
돌려지는걸 보면 동해는 언제나 고향처럼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동해에는 설악산이 있고 서울에서 생활하느라 자주 만나기 힘든 동생들과 마음놓고 흰 소주 한잔을 마주할 수 있고 가슴 후련한 동해바다와 잊혀진 시절의 감상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도사린 바위구간과 수 많은 인파로 인해 앞 사람의 불꽁무니를 놓칠세라 쫓아
가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으니 자욱한 안개처럼 무수한 상념이 피어 오른다.
사실 오늘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산행이 그렇게 힘겨운 것은 아니지만 오르는 발길이 무겁다.
아마 인파로 인한 교통정체가 없는 상태에서 예전의 페이스로 움직인다면 꽤 힘겨운 산행길이 되었을 게다
바람마저 없는 길을 오르며 오늘은 다시 공룡을 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작년에도 공룡을 두 번이나 탔고 내가 빼먹은 구간이 무너미고개-회운각-대청봉-한계령 코스이니 오늘 같은 안개가 자욱한 날 공룡은 멋진 풍광과 조망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구실로 힘겨운 공룡의 등성이에 걸터 앉지 않겠다고 애써 자기합리화를 시키고 있다.
한 참을 땀을 내서 오르다 보니 옆쪽을 막아 서는 산 비탈이 사라지고 한줄기 바람과 함께
어두운 하늘이 날아 든다.
어딘지 분간은 가지 않지만 어느 정도 고도를 차고 올라 좌측이 트인 능선 길을 올라 가는
모양이다.
백두대간 64경 1307봉도 어둠 속에 지나쳐 간다.
가파른 굴곡과 바위를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희미하게
여명이 뜨고 한참을 더 진행하다 보니 지나온 한계령이 5.1km이고 중청대피소가 2.6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5시 15분이다.
끝청에서는 새벽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조망이 트인다.
설악의 새벽이 열리고 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차가운 새벽공기와 격렬한 움직임으로 달구어진 몸을 휘감는 서늘한 능선의 바람 웅혼한 능선의 구비를 돌아 안개에 쌓여 신비롭게 깨어나는 설악의 신새벽을 끝청 바위 위에서 바라본다.
어슴프레한 안개 속에 깨어나는 설악의 아침은 몽환적이다.
다람쥐들이 반긴다.
얼마나 숱한 사람들에 의해 반복 학습이 되었으면
산다람쥐들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해꼬지 하지 않고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사람들 사이로 분주히 오가며 먹을 것을 받아 먹는 다람쥐들
인간과 미물이 함께하는 살가운 자연과의 교감이 인상적이다.
끝청에서 오르는 길에 두어 번 멋진 풍광이 있는 곳에서 두어 번 휴식하면서 청명한 설악의 바람을 가슴깊이 들이 마셨다.
중청대피소를 가는 능선에서 바라보던 웅장한 대청봉은 중청 대피소로 내려서는데 어느결에 자욱한 안개가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가는 길은 약 20분 소요된다
흐르는 안개 속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 들이 피어 있고
흐린 날씨에도 부쩍 많아진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시계제로
자욱한 안개에 쌓인 대청봉에는 바람과 안개만 무수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대청봉 표석 옆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작년에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정작 대청을 걸렀으니 2년 만인가?
오늘도 산신령은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동해를 조망하는 멋진 풍광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정작 대청봉을 내려서면서 홀연히 안개가 걷히며 웅대한 능선의 흐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 따라 오락가락 하는 안개들은 설악의 절경들을 베일 속에 감추기도 하고 때론 풀어
내기도 하면서 가득한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다.
설악은 공룡능선을 경계로 서쪽의 내설악과 동쪽의 외설악 그리고 남쪽 점봉산 중심의
남설악 북쪽 신선봉 쪽의 북설악으로 나뉜다.
서쪽의 내설악에는 십이선녀탕계곡 ,백담사와 수렴동계곡 그리고 그 우측의 백운동계곡
구곡담계곡 과 가야동 계곡등은 남한 최고의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울창한 원시림과 맑은
계곡의 소와 폭포가 어우러지는 계곡미의 진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외설악은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천불동계곡에서 그 진면목을 볼 수 있고
남설악은 점봉산의 위용을 업고 반석 위를 흐르는 물과 기암괴석 그리고 분재 같은 나무들
이 어울어지는 주전골이 천혜의 절경을자랑한다.
그리고 구룡령 너머에 위치한 미천골의 옥수와 태고의 원시림과 권금성으로 이어지는 화채 능선의 수려한 기암릉 설악은 어느쪽이나 우열을 가늠하기 힘든 눈부신 풍광과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어 한번이라도 그 풍광을 경험한 사람들은 설악을 잊지 못해 언제라도
다시 찾고야 마는 것이다.
화운각 가는 길은 소청에서 가파른 수직강하로 이어진다.
흐름을 알고 있는 길이지만 대청봉을 올랐던 많은 사람들이 가파른 내리막에 관절에 부담
을 느끼는 구간이다.
그래도 안개 속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의 멋진 자태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어 가는 발길이 가볍다.
대청을 오르고 나서 컨디션은 급반전 했다.
대청의 기를 받았음 인지 아니면 이제 몸이 좀 풀려서 인지 묵직한 머리가 상쾌해지고
발길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회운각에서 식사를 하면서 마음이 180도 바뀌었다.
함께한 4명의 4차 대원들중 한 두명을 꼬드겨서 사우나하고 대포항에서 회나 한사라 하겠다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좋아지자 비가 오건 말건 공룡능선을 타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오늘따라 힘 들어 하던 곽선배는 넷 중 누군가 천불동으로 하산하면 같이 갈 요량이었는데
모두 공룡으로 간다는 통에 불안한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따라 붙었다.
사실 공룡은 절경과 험한 등산로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닌 듯 싶다.
이상하게도 나는 공룡에서는 그다지 고생했던 기억이 없다.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대부분 3시간정도의 시간에 공룡의 잔등을 타고 내렸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공룡에서 자주 비를 맞았고 오늘도 계속 흐려지는 날씨로 보아 비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작년에 조부장의 공룡 처녀 출정에 내가 겁을 많이 주었더니 무너미 고개에 이르러서는
너무 싱겁다고 하기도 했다.
회운각에서 아침을 먹고 8시 30분 경에 출발했다.
가파른 비탈길을 25분쯤 차고 오르니 신선봉에 도착한다.
신성봉에서 바라 보는 구름 쌓인 공룡의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환상적인 타이밍
동양화 같은 절경의 공룡능선이 허리에 안개가 드리운 모습은 무릉 속의 산봉우리 한가운데 둥실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속을 떠나 몽환의 능선 길을 내가 걷는다.
운무가 흩날리는 오늘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변화 무쌍한 공룡의 선경을 바라다보며
언제나 예측을 불허하는 조화와 자연에 대한 외경을 간직하게 하는 큰 산의 웅장한 기에
압도되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된다..
안개는 구름 한가운데 큰 나무의 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 한 가운데 봉우리만
남기고 등성이를 모두 가리기도 하면서 시시각각 자연의 거대한 화폭에 감칠맛 나는 필치
로 조화 가득한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그 박진감 넘치는 자연의 풍경화로 또 이젠 완전히 최상의 페이스를 회복한 덕분으로 안개
와 구름을 밟고 공룡의 잔등을 날아오르는 길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1275봉의 비경은 백두대간 66경인데 빗 속에 구름만 떠돌고 있다.
가끔 내리던 비가 1275봉 근처에서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하는데 모두들 우비를
꺼내 입느라 부산하다.
나는 비가 맞고 싶은 것은 아닌데 우비를 꺼낼 마음이 없다.
또 그칠 비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묵묵히 걸어 가는데 신기하게도 비는 10여분 정도 내리더니 멎어버린다.
이래저래 공룡과는 궁합이 잘 맞는다.
마등령 가기 전에 오세암으로 빠지는 안부가 있다.
할머니가 머리에 봇짐을 이고 오르던 모습에 경악했던 오세암은 5살짜리 신동이 성불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고 오세신동으로 불린 매월당 김시습이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이곳에서 오래 머물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백담계곡 하류 쪽 한시간 30분 거리에 백담사가 위치한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한계사를 정조때 현위치로 옮겨 백담사라 개명하였다는 속세와 고립된
오지 의 구도도량
그 바람결에 묻혀 있던 산사의 고독한 칩거가 만해 한용운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전두환
전대통령에 이르러서는 아얘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힘들여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만의 성지처럼 아직까지 세속에 고립된 시린 자연의 한가운데 남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고이기
마등령 까지는 3시간 30여분 소요되었다.
가을 단풍의 기억이 선명한 마등령은 촉촉히 젖어 있고 가파른 오르막을 차고 오른 열기를
걷어가던 골바람 솟구치던 바위도 그대로 있다.
바람과 자연은 그대로 이고 세월에 변하는 것은 사람들일 뿐이다.
세월에 흘러가는 변화는 자연의 수많은 섭리 중 하나일 뿐……
자연의 시계에 비추어 인간에게 주어진 찰나의 시간과 변화를 받아들이며
자연과 산을 닮는 모습으로 살아 가는 것
뜬 구름 같은 세상의 이치를 깨우침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마등령을 내려가는 중간에서는 어두 침침한 하늘과 서늘한 비바람의 냄새가 진동하더니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지 시작했고 나는 우비를 입은 채 빗물을 그으며 설악동 까지 장장 12시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 했다.
진창에서 애써 빠져나 온 생쥐의 모습으로 …….
대청봉과 공룡능선은 여전히 강건한 배두대간의 용골마루처럼 거기 담대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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