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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두대간 제 27구간(하늘재-월항삼봉-조령산-이화령)

       간: 제 27구간 (하늘재-월항삼봉-조령산-이화령)

 도상거리: 275KM   11시간 30분 소요

       자: 2003년 6월 28~29일 (토~일)

       씨: 맑은 후 흐림

       온: 21~28c  

 

  03:07  저수재 출발

  03:30  옥녀봉

  03:55  문봉재

  04:55  828m봉

  05:10  벌재

  06:20  하늘재 출발

  07:05  월항삼봉(856.7m)

  07:27  평천재

  07:37  959m봉

  07:45  부봉(916m)

  08:15  마폐봉쪽으로 출발

  09:10  동암문

  10:00  북암문(756m)

  10:20  마폐봉(927m)

  10:50  조령 도착

  11:35  조령(사진 촬영, 식사)

  12:00  치마바위봉(812.5m)

  12:40  923m봉

  14:00  889m봉

  14:40  조령산(1026m)

  15:05  조령샘

  15:45  이화령

 

죽령에서 벌재까지 예정구간 중 하염 없는 비로 인하여 저수령까지 종주를 마무리하고 저수령에서 벌재의 2시간 구간은 오늘을 위해 남기어졌다.

우리의 이동 베이스캠프는 대원들을 비무장 상태로 저수령에 내려 놓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헤드랜턴에 의지하는 칠흑의 어둠

그리고 비가 오지 않는 중에도 자욱한 안개로 인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시작부터 오르막을 차고 오르며 앞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저번 죽령에서 저수령 까지의 8시간 40분 소요산행은 그렇게 힘겨운 난코스는 아니었는데

준비되지 않은 체력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우천으로 평상시 보다 힘이 들었다.

마지막 저수령을 내려서는데 관절 까지 아팠던 것을 생각하면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산행

하는 것이 체력소모가 상당하고 관절에 적잖은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그런 상황에서 2시간 30분 거리 산행을 계속했으면 아마도 상당히 고통스런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봉우리를 몇 개를 넘어서면서 우리를 앞서가던 일단의 무리들이 사라졌다.

저 번에 이 구간을 산행했다는 대원이 우리 팀에 있었는데 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고 하는

걸 보면 아마도 선두그룹이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바위’” “바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초반이니 별 무리 없이 다시 돌아 올 게다.

 

한 시간쯤 지나 산불감시탑에 도착하고 비무장의 날렵함으로 파죽지세로 진군한다.

간단히 마무리 될 줄 알았던 구간이었는데 그래도 제법 굴곡이 있는 봉우리와 골짜기를

오르 내리는 길이다.

5시 10분 운복대(운봉산)에 내려서니 날이 어느새 훤하게 밝아 온다.

이정표를 보니 벌재는 아직 40분 정도 더 가야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임도에 내려서서 산등성이를 지나자 홀연히 벌재가 나타나고 안개 속에 반가운 베이스 캠프가 보인다.

어제 온 비 때문에 탕탕히 불어난 작은 계곡물에 세수도하고 머리를 감으니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진다.

배가 출출해져서 주스와 떡을 몇조각 먹고 하늘재로 향한다.

 

잊을 수 없는 포함산과 애타던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했던 하늘샘이 있던 곳

그리고 내 배 안에서 출렁이던  하늘 빛 물소리……

 

이제사 오늘 산행 구간의 시작이지만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안개와 새벽으로 깨어나는 싱그러운 산과 수림은 아름답고 신선하다.

 

하늘재

포장된 도래엔 자욱한 안개가 떠돌고 있다.

어슴푸레한 안개의 베일 속에 희미하게 다가 오는 물상의 차분한 모습들이 가져다 주는 정갈한 고요와 마음의 평화

심산의 새벽은 자극적인 향기와 강렬한 기를 간직하고 있다.

6시쯤 이지만 격렬한 체력소모 때문에 일찍 아침식사를 하고 움직이기로 했다.

우리 이외에 통행하는 차량이 없는 안개 낀 도로 한 켠에 성찬을 펼친다.

오늘은 백두대간의 어떤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밝아진 대간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주유하니 가슴이 후련하다.

7시 5분 월항삼봉이다.

지나온 길에는 고생했던 포함산이 허리에 구름을 두르고 여전히 담대한 위용으로 버티고

있고 남으로는 주흘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월항삼봉에서 바라보는 포함산 전경은 백두대간 31경이다.

몇 개의  암릉구간을 지나 부봉에 오르니 거침 없는 시야가 터진다.

백두대간을 마무리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대문에 오늘 함께 졸업사진을 찍자는 최선생

의 제안으로 함께 움직이다 보니 부봉에 많은 대원들이 모였다.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부봉에서는 되돌아 내려와서 우측 산행로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별생각 없이 무리가 움직이는 쪽으로 가다 보니 부봉 정상에 도착한다.

반석 같은 바위 위에서 우거진 수림사이로 보이는 마폐봉의 모습과 흘러가는 청산의 자태가  수려하다.

이러한 풍광을 볼 수 있다면 다소간 대간을 벗어 나서 시간을 지체한 들 무슨 문제가 있으

?

하여간 두눈 벌겋게 뜨고 잘못 올라간 길을 되돌아 간다.

언제나 지나온 길을 돌아 가다 보면 새삼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움직였음을 느끼게 된다.

부봉 정상에서도 동화사를 거쳐 마폐봉에 갈 수 있지만 백두대간이 아니란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우리가 움직여가는 산행속도가 대단하다는 반증일 듯 싶다

 

동문에 도착하자 부봉을 거치지 않은 우리 대원들이 휴식하고 있다.

이 일대가 삼국시대에 전술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수비의 관문이었던 것처럼 대간을 움직여 가는 중에 허물어진 성터가 군데군데 눈에 뛴다.

성벽을 호령하던 그 숱한 군사들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 갔고 성문의 자리와 허물어진 성벽

의 흔적 만이 그 시절을 증거하고 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는가?

자연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스쳐가는 객일 뿐이다.

삼만 오천밤을 보내기 조차 힘든 인간들은 언제나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뜨고 전쟁하듯 삶을

살아간다.

전쟁 보다는 평화의 시대가 더 많았지만 삶이 전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는 도처에 전장이

널려 있으니  그 척박함은 현대인의 삶을 더 버겁고 힘겹게 만든다

자연은 자정능력과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심산 한 가운데서 사람들은 번뇌와 미망을 흐르는 바람에 날려 버리고 다시 삶을 마주할 

희망과 의욕을 일 깨울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여유로움으로부터 멀어져 있을  뿐 산은 언제나 고향처럼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

 

10시 20분에 마페봉에 도착했다.

속도를 내어 세명이 선두그룹을 형성해서 빨리 왔는데 사진 한 장 찍고 물 한 모금 마신

사이 대원들이 속속 도착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이젠 모두 평준화 되니 산행실력의 진정한 산 꾼들이다.

마폐봉은 암행어사 박문수가 마폐를 걸었다고 해서 마폐봉인데 남쪽으로는 가야 할 조령산과 백화산이 날아들고 서쪽으로는 신선봉이 버티고 있고 동북쪽으로는 주흘산과 지나온 부봉이 웅자를 자랑한다.

박어사는 그 중요한 마패를 왜 이런 곳에다 걸어두었을까?

 

마폐봉에서 바라보는 월악산 조망은 백두대간 30경이다.

 

10시 45분에 제 3관문에 내려섰다.

공원처럼 넓게 조성된 잔디 밭에 조령 제 3관문이 우뚝 서있다.

흐린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왕래하고 있다.

관문 한 켠에 들마루가 있고 그 앞 쪽으로 풍부한 수량으로 쏟아지는 약수가 있다.

저 번 포암산에서 물이 부족해서 고생한 터라 조령 제 3관문에 약수가 있다는 걸 알고도 

주스 1리터에 1.5리터 얼음물을 지고 이동했으니 물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물을 많다는 건 이동의 무게를 가중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물을 먹게 만드니 별로

좋을 건 없다

잔디와 성벽에서 기념 촬영을하고 가져간 간식거리로 들마루에 모여서 모두 식사를 했다.

충분히 휴식하고 든든해진 배로 오르는 조령 3관문 오르막 능선의 발길은 가볍다.

 

조령 3관문이 잇는 문경새재는 산들이 높고 험준하여 새도 날아가기 힘든 곳이라 이 이름이 붙여졌다는 유래가 있고  억새가 많은 곳 , 새로 닦은 길이란 의미로 문경새재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다.

영남에서 한양을 오가는 가장 큰 대로(영남대로)  새재 길 중턱에는 경상감사가 교체될 때

마다 서로 업무와 직인을 인수인계하던 교구장터가 있다.

 

부산포로 상륙하여 파죽지세로 치달아 오르던 왜군을 새재 협곡에서 막자는 부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탄금대에서 배수진

패전과 패장의 한은 탄금대를 떠돌고 있지만

문경새재는 그 역사의 후회와 아쉬움이 서린 곳이다.

 

11시 35분에 출발하여 35분쯤 조령산 4km의 이정표가 있는 곳(백두대간 29경)에 도착한다.

4km가 세시간이나 걸린다고 되어 있으니 상당히 험준한 등산로인 모양이다.

여기서부터 조령산 까지는 눈부신 풍광과 암릉미가 함께하는 환상적인 등산 코스이다.

백두대간 28경에 속하는 조령산 능선을 바라보며 강원도의 대간 못지않은 웅장한 건강미와 조화로운 암봉의 모습에 압도 되었다.

 

치마바위에서 바라보는 절경의 조망은 감동적이었다.

울창한 숲과 계곡은  연하의 베일에 가린 맞은편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푸른 산주름

아래 가리운 채 물이 불었는지 탕탕한 물소리가 허공을 메운다.

고적대에서 바라 본 청옥 줄기의 무릉계곡처럼 심원한 원시림이 광활하다.

숱하게 산을 쏘다녔어도 아직 이런 미답의 절경이 남아 있었다니….

이 절정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다.

조령산 가는 길은 누군가 오랜시간 공들여 정교하게 빚어 놓은 조각품의 전시장인 듯 날카로운 굴곡과 암봉이 조화로운 능선은 보이는 곳곳이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변화로 가득하다.

 

1시 40분

잠시 휴식한 큰 바위 봉에는 조령산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 점심식사가 한창이다.

식사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건네며 바위를 넘자 집채 같이 큰 바위가 나타나고 바위의 경사

가 흐르는 아래엔 또 다른 바위가 막아서고 있다.

마치 바위에서 굴러 우측 계곡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막아주려는 듯….

바위 한가운데가 등산로인데 흙이라고는 한 줌도 붙어 있지 않는 곳에 노송이 바위틈새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생명력이다.

나무도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는 모양이다.

 

2시 . 상암사 터에 도착했다

능선아래 새재 쪽으로는 2km , 신풍령 까지는 2.9km 지점이다.

 

 

드디어 조령산

참으로 대단한 능선이었다

누군들 그 빼어난 풍광을 절경이라 칭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이 오는 겨울엔 등산이 힘들겠지만 흰 눈을 암봉과 노송의 모습은 장관일게다.

백두대간 완주가 끝나면 대간의 잊지 못할 눈부신 풍광들을 다시 찾아 그 절절한 감동을

  더듬어 가야겠다.

40분 정도면 이화령에 내려 설 것으로 생각 했는데 조령샘을 거쳐 봉우리를 휘돌아 이화령으로 연결되는 길은 생각처럼 짧지 않은 길이었다.

계속되는 내리막이었지만 잔돌과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하염없이 계속되던 길.

주변의 조망과 산세로 보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조령산 능선과 만나기 힘들 것 같았던 이화령은 긴 산허리를 감돌아 나가자 갑작스레 나타났다.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마무리

얼마간의 아쉬움과  비로소 오늘의 산행을 안전하게 끝마쳤다는 안도감이 교차된다.

 

감동적인 대간 주유의  여운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로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세수한 다음

막걸리 한 잔을 걸치니 세상이 다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