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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두대간 제33구간 (복성이재-고남산-여원재)

,부장 대상의 한마음 교육이 있었다.

이 시대의 화두처럼 또 난무하는 변화와 혁신이 뼈아프게 심금을 울린다.

요는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란 고육지책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거다.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던 과거는 서글픈 전설일 뿐이다.

살아감에 있어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변화해 가는 시대의 길목을 따라

이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지만

세월의 변화에 너그럽고 여유로울 수 있었던 우성의 영광은 이젠 사라진 신화일 뿐인가?

마치 답답해진  한국의 경제현실처럼 창 없는 강의실에 앉아  세상의 변화를 듣고

우성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  만났던  숱한 기쁨과 보람 그리고 그 빛나던 시간들 ..

모두의 노력과 땀으로  다시 정상에 서서  슬픈 시대의 조류를 거슬러 모두들 행복하고

신명 나는 우성을 기대해 보자

 

토요일 아침엔 아직 어둠이 흐르는 길을 따라 콘도 뒷산 정상에 올랐고 아침식사 후엔 삼도봉을 거쳐 석기봉으로 하산했다.

사월의 봄에 올랐던 백두대간 삼도봉

눈부신 태양을 받아내며 고원엔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가?

백두대간 출정이 토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라서 ..

이틀 연속 산을 타는 행운을 누리니 사오정 세대가 무색하다.

다시 한 번 심산에 땀을 쏟고 우리 사는 시대와 변화란 명제를 고심해 볼 일이다.

 

 

 

 구      간: 제 33구간 (복성이재-고남산-여원재)

 도상거리: 17.7km

       자: 2003년 9월 28일(일)

       씨: 맑음

       온: 17~27 c

 산행시간: 6시간 40분

 

 

안전에 가득하던 신록은 성하의 푸르름을 거쳐  가을로 간다.

주객일체 물심일여로 황홀하고 현효했던 신록

무념무상과 무장무애로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스럽고 아무런 감각의 혼란도 없고 심정의 고갈도 없고 다만 무한한 풍부와 유열과 평화가 있을 뿐이라던

그래서 비로소 모든 오욕과 우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마음의 모든 상극과 갈등을

극복하고 고양한다고 어느 수필가가 극찬에 마지 않던  신록은 무성한 숲을 뒤덮는 매미

소리를 끌고 남으로 갔다.

그렇게 세월이 빠르다.

 

이제 4구간을 남겨 놓은 백두대간

지리산은  남하하는 대간 저편으로 남녘하늘을 당당히 가로지르고 있다.

숱하게 감동해왔던 지리산의 등성이를 따라 긴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이젠 멀지 않다.    

복성이재에서 부드러운 능선으로 올라서는 백두대간은 매요리에서  최대한 허리를 낮추어

분지를 만들고 다시 융기를 준비한다.

이동 베이스캠프를 매요리에 설치하기로 하고 모두들 비무장이나 간편한 행장으로 벌써

제법 강렬한 태양빛이  쏟아지는 대간을 오른다.

복성이재를 올라 왔는데 원조 복성이재 인지 산 길이 작은 재에 두 번이나 끊어 지고 있다.

어제 산행이 있었지만 오늘은 7시간 남짓이면 마무리되는 산행 길 이니 가벼운 마음이다.

 

20여분을 오르니 세월의 이끼와 무성한 풀을 보듬고 있는 고독한 성벽의 적층과 허물어진

잔해가 나타난다.

아막산성

여기가 백제에서는 아막성 , 신라에서는 모산성이라 불린곳으로 두 나라의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했던 전략적 요충지다..

성의 둘레가 632.8m 정도로 추정되고 주변에서 기와조각과 백제토기가 출토된다고 한다. .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문득 마주 친 역사의 현장

긴 세월의 두께는 고추잠자리 나는 산야의 평화로움 아래 감추어진 그 시절의 긴장과 무게

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별 특징이 없는 그저 뒷동산  같은 편안한 산행길이다.

눈부신 하늘엔 고추잠자리 날고

억새가 하늘거리고     

능선엔 가끔 바람이 불어 내린다.

시리봉을 오르는 길에는 키 높이를 훌쩍 넘긴 진달래 군락이 등산로에 가지를 뻗어 애정

어린 손길로 얼굴이며 팔을  잡아채고 있다.

시리봉을 지나서는 일대를 한 눈에 굽어보며 산행할 수 있는 능선의 흐름이 이어진다.

별로 높지 않은 능선이라  발 아래 보이는 아기자기한 전망이 가끔은 백두대간 종주산행

중임을 잊게 만든다.

새맥이재를 넘어서니 멀리 지리산 휴게소와 88고속도로가 보인다.

산불이 있었던 듯 능선 우측에 즐비한 고사목과 낮은 관목들의 애처러움은 들녁의 풍요로운 황금 빛 속에서 작은 아쉬움을 일깨운다.

.

헬기장을 지나 사치재에 내려서니 코 앞에 88고속도로가 지나고 포장된 밭 길이 사치마을로  이어진다.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는 지하통로가 있는데 모두들 마을쪽으로 간다.

김대장이 사치마을에서 고가 도로를 통과해서 매요 마을로 진입하라고 했었는데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우리가 갔던 길은 뒷동산처럼 이어지는 작은 대간의 흐름을 우회한 셈이었다.

 

사치마을은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풍경이었다.

길에 벼와 고추를 널어 놓고 말리고 방앗간에서는 탈곡기가 돌아간다.

대문 위로 무성한 감나무와 배나무에서는 가을 햇살아래 감과 배가 잘 익어간다.

매요 마을 까지는 계속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매요마을 입구에서 매요리휴게소라는  큰 간판을 만났는데  사투리가 구수한 할머니가

장사하는 가게였는데 뙤약볕 아래를 장시간 걸어온 탓에 시원한 한잔의 맥주 맛이 기가

막히다.

목이 탈 때 단숨에 비워내는 목젖이 얼얼한 시원한 맥주

그 잔에도 살아가는 작은 기쁨이 가득 담겨있다.

 

매요 마을은 넓은 마을 공터가 인상적이다

새로 지은 듯한 마을회관이 있고 사방을 유리로 막은  멋들어진 최신식 정자가 꽤 실팍한

부자마을의 인상을 풍긴다.

정자 그늘아래 식단을 풀었다.

경황이 없어 마누라에게 된장국만 싸달래서 편의점에서 김밥 1줄을  사왔다.

젊은 친구가 김밥을 세 줄이나 싸와서 모자라는 양을 채웠다.

이틀 연속 산행이니 오늘은 빨리 마무리하고 좀 쉬고 싶어서 식사를 하자 마자 장형과,

진서 그리고 나 그렇게 넷이 출발했다.

 

준족들만 모였으니 산행속도가 빨라진다.

오늘따라 선두에 섰던 식사중인 윤성생팀을 추월하여 파죽지세로  남하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온 고남산 중계소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사진 한장을 찍는다.

날씨 탓인지 오늘 따라 제법 물이 먹힌다.

고남산 정상은 그나마 엎어진 백두대간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일단의 무리들이 한꺼번에 내려간 고남산은 눈부신 태양아래 인적 없이 앉아 있다.

동쪽을 보니 황금의 들판을 너머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래봉, 고리봉, 그리고 우뚝 솟은 반야봉

서쪽으로는 남원으로 향하는 88고속도로와 고남산을 따라 맑은 개울이 이어진다. 시원한

바람을 기대했지만 바람은 약하고 9월의 태양은 강렬하다.

주위를 조망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서둘러 길을 잡는다.

 

 

고남산을 흘러내리는 능선에서  노송 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산록과  그림 같은 황금들녁은

정겹고 아름답다.

살아 있는 자연을 죽어 있는 인화지 위로 옮기는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만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의 화폭에 담는다.

 

2시 10분쯤 막바지인 듯한 봉우리에 올랐고 10분쯤 뒤엔 비닐하우스가 보이는 해발제로의

밭두렁에 내려섰다.

다시 솔 숲이 무성한 산의 가파른  비탈을 올라 한참 능선을 따라 돌아가니  아까 내려섰던

산허리가 빤히 보인다.

대간이 말발굽형으로 감아 돌고 있는 셈이다.

할머니가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밭으로 내려서서 밭두렁을 따라 가는 이 길도 낮은 포복으

로 바닥을 기고 있는 백두대간이다.

들판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고 억새는 여전이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고

있다.

 

밭길을 가로질러 다시 능선을 완만하게 휘어든 곳에서 홀연히 여원재를 만난다.

한 켠에 말 없이 앉아 있는 이동베이스 캠프.

아직 태양의 뜨거움이 살아 있는 2시 50분

마치 따사로운 가을날의 산보인 듯 6시간 20분만에 오늘의 구간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씻을 만 한 계곡이 없어 민가에 들어가서 주인을 찾아도 대답이 없다.

쇠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도사견은 인기척에도 짖을 의사가 없다.

고단한 견생이 개이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나 보다.

 

어쨌든 염치 불구하고  뒷켵 샘가로 가서 시원한 물에 머리 감고 세수하고 등목 까지

한다음 옷을 갈아입으니 그 상쾌함에 날아갈 듯하다.

진서군이 준비한 김치찌개 재료를 큰 찜통에 담아서 찌게를 끓이고 즐거운 대화와 함께 

마시는 그 시원한 막걸리

원체 큰 위장과 지칠 줄 모르는 식욕을 가지고 다니는 터라 그 맛과 분위기에 반해 장시간

이 잔 저 잔 받아 먹다 보니 배가 남산만하다.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 하는데 내쳐 앉아 있다 보니 둥근 큰 통 막걸리 두 개는 족히

마셨나 보다 .

무슨 문제 있으랴?

왕성한 의욕과 식욕처럼 또 강력한 소화력이 모든 문제를 클리어하게 해결하고 나는 돌아

오는 차 안에서 한잠을 때리면서 아무일 없던 것처럼 그렇게 무사히 귀가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