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제 18구간 보충산행 (신의터재-백학산-개터재)
도상거리:
일 자: 2003년 9월 10(수)
날 씨: 맑음
기 온:
산행시간: 6시간 40분
07:20 : 신의터재
08:35 : 임도
08:50 : 기지재
09;15 : 산꼭대기 갈림길 우측
09:50 : 민가
10:05 : 부부 종주객 조우
10:10 : 임도
10:35 : 다시 거미줄이 걸린다.
11:00 : 백학산 전 임도 (넓은 공터 )
11:20 : 백학산
12:05 : 중식 (젊은 야영 종주객 조우)
12:20 : 식사후 출발
12:40 : 윗왕실 임도
13:00 : 길 위에 꽃뱀
01:50 : 개터재
15:10 : 화령재 도착 산행시작
16:00 : 산불감시초소
16:30 : 하산완료
13:00 : 횡경재 삼거리 6.8km지점, 송계삼거리 11km지점
13:36 : 갈미봉 (1201.5m)
13:40 : 횡경재삼거리 5.2km지점, 송계삼거리 8.4km
<- 신풍령 2.6km
24:05 : 대봉
<-신풍령 3.6km -> 횡경재삼거리 4..2km
->송계삼거리 7.4km
14:40 : 월음봉
03;05 : 못 봉 1342m
횡경재 삼거리 1.7km, 송계삼거리 4.9km
추석연휴가 설레임 속에 다가 온다.
오랫동안 만날 수 없었던 동생들을 만나고
반가운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모처럼의 한가로운 편안함이 산속에서 기다린다.
연휴 첫날
마누라를 보채서 도시락을 싸고 새벽 5시 30분에 차를 몰고 나선다.
오늘은 지난 겨울 부득이하게 출정치 못했던 신의터재와 개터재 구간의 끊어진 대간을 이을 예정이다.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새벽 길
예상외로 귀성 인파의 흔적이 없는 호젓한 길을 따라 초록이 무성한 국도를 달린다.
차창가에 손을 얹고
불어내리는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길
참으로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길이다.
저번주에 비가 와서 출정을 포기하고 소나기 한 두 번으로 마무리되면서 의외로 좋았던 날씨가 애석했는데 오늘 이렇게 여유롭고 기분 좋은 출정을 하게 되니 저 번 출정포기가 훨씬 잘했던 셈이다.
국도를 따라 보은을 거쳐 화령재 못 미쳐 화령중학교 앞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어렵지
않게 신의터 재에 도착했다
07시 20분이다.
오늘 산행은 작년 겨울 부득이한 일로 대원들과 함께 출정치 못한 후 오랫동안 혼자 마무리할 기회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미뤄 온 구간으로 백두대간 중에서도 가장 낮은 해발에서
움직여 가는 길이라 별다른 난코스나 장쾌한 풍광은 기대하기 어려운 뒷동산 같은 평범한
능선 구간이다.
이직 풀들은 이슬을 머금고 있다.
등산로에는 온통 거미줄이 가득하다
거미란 놈은 거미줄을 치는 기술이 비상해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 산행로에도 그 다음날 새벽이면 지나가는 곳곳에서 거미줄이 걸리기 일쑤다.
하물며 오늘의 산행로는 백두대간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 이외에는 지날 일이 없는 한적한 곳이니 몇 발자국 마다 얼굴에 거미줄이 감긴다.
스틱을 휘젓기도 하고
굴참나무 잎을 꺾어 휘두르기도 하고
여러가지 궁리를 해 보지만
한적한 여행 길을 거미란 놈이 꽤 귀찮게 한다.
어릴 적 수 많은 거미를 잡아 먹은 데 대한 보복으로
오늘 거미들의 반격과 시달림을 받는 격이다.
30분 정도 야산을 지나다 보니 능선이 들판으로 흘러내린다.
들판을 건너 능선이 이어지는데 벼가 가득한 논이 나타난다.
세상에 여기가 정말 백두대간 맞아?
해발이 들판 까지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여기가 고랭지 채소밭인지 모를 일이다.
하여간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아늑함 속에 제법 넓은 논이 자리하고 여치소리 ,흐르는
물소리만 허공에 가득하다.
한 시간 남짓 지나 기지재를 만난다
대간은 다시 들판과 맞닿아 버렸다
농가를 바라보며 논과 밭을 가로 지른다.
산에 들어서서는 좌측 갈림길로 대간로가 이어지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울음 소리 닭울음 소리 개 짖는 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그 옛날 수림이 무성하여 연해주 호랑이가 오르내리는 통로였던 백두대간은 이제 들판에
맞닿아 사육되는 가축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
표지기는 두엄 냄새와 낙과한 과일이 썩는 냄새가 가득한 마을 길을 돌아 포장 도로 까지
계속된다.
기지재를 지나 다시 산을 오르는데 산 꼭대기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표지기는 갈림길 우측으로 이어진다.
이후에는 같은 형태의 임도에 의해 길이 두 번 끊기는데 첫 번째 임도에서는 우회전으로
진행하고 두 번째 임도에서는 좌회전으로 진행방향이 바뀐다.
두 시간을 걸었지만 사람의 그림자도 만나지 못했다.
산 아래 과수원 입구에서 따왔던 사과 한 개를 망자의 영역에서 휴식하며 먹는다.
그 옛날 사과서리를 함께하던 친구들은 모두 떠났고 세월은 무덤가에 서리한 사과를 혼자 베어 무는 불혹의 중년을 홀로 우두커니 남겨 놓았다.
산 길은 다시 바닥 까지 떨어지고 밭둑을 너머 민가가 보인다.
배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 옆길을 지나 빨강 노랑의 대간 표지기가 걸려 있는 노송을 지나자 마자 포장된 개머리재가 나타나고 표지기는 건너편 과수원 길을 따라 산비탈로 다시 이어진다.
사실 백두대간은 이 곳에서 잠시 흐름이 끊어진 셈이다.
과수원 앞마당에는 생포한 까치를 사육하고 있다.
마치 물고기를 잡는 어항처럼 그물이 쳐진 까지 포획 틀 안으로 들어온 까치들은 주인이
들여놓아 준 물통과 던져 준 사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2시간 45분 만인가?
처음으로 부부 종주 팀을 만났다.
남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듯 한데 함께 대간 종주에 나선 모습이 보기가 좋다.
기지재를 묻는데 그들이 계속 진행해 온 길도 내가 온 길과 비슷한 모양이다.
사람을 만났으니 이제 거미줄에 시달려야 하는 걱정거리를 던 셈이다.
019-216-0102 김명수 이형자
또 다른 부부 대간 팀인 듯 예쁜 모양의 코팅한 표지 리본에 부부의 이름이 눈 길을 끈다.
5분 정도 더 걸으니 다시 임도가 나타나고 아직 푸른빛이 가득한 논이 보인다.
올해는 추석이 너무 빠르다.
백학산 전 임도에서 넓은 공터를 만난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계곡의 물소리만 요란하다.
임도 옆으로 흘러 내리는 작은 계류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니 아직 뜨거운 가을 태양으로 달아 오른 피부에 시원함이 감긴다.
흰 학이 사는 곳이라는 백학산에는 알록달록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큰 굴참나무가 인상적이다.
그래도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곳 인데 낮은 흐름으로 단선되었다 이어지는 대간은 별다른
감흥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정상 부 사진만 찍고 잠시 휴식하다 다시 행장을 수습한다.
백학산을 따라 내리다 오솔길 바람이 좋은 곳에서 식단을 풀었다.
혼자만 움직이는 산행 길이라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보니 체력소모가 상대적으로 많았던지 몹시 시장한 터라 혼자 먹는 점심도 가히 꿀맛이다.
큰 배낭을 지고 반대편에서 종주해오는 젊은 친구를 만났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사람을 만나니 화들짝 놀란다.
큰 재에서 1박을 하고 옮겨가는 중이라고 했다.
요즘은 힘든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젊은이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 인데 큰 배낭을
지고 혼자 묵묵히 산행하는 것을 보니 믿음직스럽고 대견하다.
윗왕실 임도에서는 윗왕실 마을이 빤히 내려다 보인다.
어린 시절 동구 밖 시골길을 걸어 가듯 잊혀져 간 시절을 회상하며 푸근함과 호젓함 속에
여유롭게 흘러가는 여행길이다.
다시 산길을 올라가는 오르막에서 꽃 뱀을 만났다.
꽃 뱀 치고는 상당히 큰 데 등산로 한가운데서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독이 없음은 알고 있지만 사람의 기척에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과 오랜 만에 만나는 뱀의
모습에 괜시리 간담이 서늘해진다
나뭇가지를 던져 쫓아 버리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개터재는 약 6시간 30분 정도의 산행 끝에 아직 체력의 여유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만났다.
처음 작은 소로가 개터재인 줄 몰랐지만 지난 겨울에 개터재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올라
온듯한 낯 익은 농로 길이며 작은 마을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폐교의 모습으로 목적지에
당도했음을 알았다.
효곡마을과 공서초등학교 효곡분교가 저만치 보이니 산행이 벌써 마무리 된 셈인가 ?
예상보다 훨씬 싱거운 대간 주유의 마무리였다.
아래 논에서는 도회지에서 살고 있으면서 시골에 다니러 온 듯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아들은 말끔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도와 논에 약을 치고 있다.
두 부자에게 제대로 개터재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작은 마을엔 사람의 왕래가 없다.
미리 적어온 옥산택시에 (054-532-4414)에 전화를 걸었는데 핸드폰이 불통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민가에라도 들어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마침 지나가는 우편배달부가 있어 사정얘기를 했더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CALL 택시 접수하는 사람을 바꾸어 준다.
역시 018 보다 011이 더 강하다.
우편배달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길에 인접한 집이 현관이 열리고 할머니 한 분이
내다 보는데 그곳이 마을의 가게인 모양이다.
안에 들어가서 시원한 맥주 한 병을 시키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도착했다.
상쾌한 바람을 기분 좋게 맞으며 내 차자 기다리고 있는 신의터재로 가는 길
별다른 문제 없이 산행을 종료한 뿌듯함과 기사아저씨 이런저런 이야기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택시로 돌아가는 길은 붐비지 않는 시골국도로도 약 30분 간 소요되었다.
미터 택시요금을 적용하는데 32,000원이 나왔으니 오늘 구간을 지나는 국도의 거리가 꽤
나 먼 셈이다.
산으로 7시간 가까이 움직인 길이 이렇게 멀리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 번
갈령 구간처럼 자전거로 이동했었다면 뜨거운 날씨에 기진맥진 할 뻔 했다.
신의터재에서 차를 타고 다시 화령재로 이동했다.
작년에 빼 먹은 갈령-봉황산 ‐화령재 구간을 보충산행 하다가 봉황산에서 산불감시 초소로 내려서서 길을 잘 못 잡은 탓에 잃어 버린 구간을 오늘 마저 마무리해야 한다.
인적인 없는 초행 산길을 혼자 가면서 어두워지는 날에 마음이 급해서 길도 없는 산비탈로 무작정 내려서고야 말았는데 결국 한 시간 정도의 대간 구간을 빼먹은 셈이었다.
지도를 보고 화령재 대간 진입로는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능선을 올라서서야 지난 봄 저무는 날에 길을 잘못 잡았던 구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도통 어찌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전혀 실수 할 만한 구간이 아니었다.
어두워지는 날씨가 걱정스러워 산행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초조함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산불감시초소에서 5분 정도 내려온 지점의 갈림 길인데 그 날 갈라지는 지점의 백두대간
리본 표지기를 지나치는 순간의 실수로 1시간 이상 칠흑의 국도를 방황 했어야 했다.
산불 감시초소 까지는 빠른 속보로 5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초소에서 인근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올라 간 길을 따라 나는 듯이 내려오니 30여
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당시 길을 잘 못 들어선 것을 확인 하고 다시 돌아 가서 화령재로 내려서도 충분할 만큼
나는 화령재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수 많은 인생의 질곡에서 지나고 난 뒤 스쳐 지났던 해결의 변곡점을 아쉬워 했던 순간들
처럼 세월이 많이 지난 후 화령재는 다시 인생의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쨌든 나는 대원들과 격주 백두대간 출정에서 부득이 하게 결행 했던 구간을 이번 화령재 구간을 끝으로 모두 메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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