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 2008년 4월 19일 토요일
산 행 지 진안군 마이산 (마령면강정리-비룡대-마이산탑사-남부주차장)
동 행 새여울 산우들
시 간 약 5시간
경유지별 시간
09:05 강정리
10:16 광대봉 우회능선
10:33 멋진 마이산 풍경
10:55 마이산이 보이는 소나무
11:19 남부주차장 갈림길
11:29 봉우리 삼각점 (황금절 위)
11:42 비룡대 전위봉
12:15 비룡대(나봉암)
비룡대 아래 중식 (약 30분)
13:37 북부주차장 갈림길 (금당사 1.7km , 탑사 1.1km)
13:47 조망처
14:00 봉두봉
14:17 탑사
15:10 탑사돌아보고 금당사 거쳐 남부 주차장
오랜만의 화창한 날이다.
마치 여름처럼 무더위가 느껴지는 날이지만 아직 어딘가에 서성이고 있을 봄을 만나러 가기엔 제격인 날이다.
마이산은 가까운 곳이라 훗날 마눌과 차 몰고 훌쩍 떠날만한 곳으로 남겨두었는데 함께할 다음산을 물색하다 보니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산악회들이 요즘 주로 꽃 산행이라 테마를 쫓다 보면 호젓한 봄을 느끼기에 너무 번잡할 것이다.
마이산에는 산벚꽃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마이산 종주길이 한국의 산에 소개되었는데 불현듯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시간 ~6시간 소요되는 거리라 한편으로 마눌이 힘들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중간에 내려서는 길도 있고 인근의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으니 별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비장의 마이산을 개봉하기로 했다.
닐리리아 님을 만났다.
얼마전 산으로님이 거제지맥 종주하자는 전갈이 있었지만 허리가 아직 미완이라 함께하지 못했는데 거기 함께 다녀왔단다..
하루 비박으로….
영남알프스 종주를 나설 때 알아 봤지만 작은 체구에도 대단한 강단과 체력이다.
산길이 길긴 해도 낙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고 봄의 신록이 머무는 주변 산하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지난 아미산 능선길은 늦가을 분위기였는데 일주일이 지난 마이산 능선길은 햇살아래 번져가는 연록의 파도가 싱그럽다.
산뜻한 봄이 가져다 주는 경쾌한 발걸음
아직 안도할 수 있는 봄이다.
늘 한 주를 보내면 안보는 사이에 훌쩍 떠나가 버렸을 봄에 조바심 친다.
한 해의 봄을 보내는 서러움인지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안타까움인지
자고 일어난 어느 날 흐린 하늘과 바람에 떨어진 꽃잎을 대하면 여린 슬픔이 인다.
봄이 떠났음을 깨닫고 나면 가슴 한구석에 휑한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들개처럼 산야를 헤메야 할 이유가 하나 바람에 날리어 갔다..
봄은 늘 그렇게 상심을 두고 기쁨을 몰고 떠났다.
광대봉은 우회했다.
철조망이 쳐져 있어 통제되고 있었지만 여러 산악회 방향 표지기가 철조망 안에 놓여져 있다.
벌금표지판의 위협이 없으니 누군가 힘들게 설치했을 철조망이 무색하다.
아직 여유마저 남아 있는 분명한 봄이다.
가는 길 진달래가 이제사 활짝 피어나고 때이른 흰 철쭉도 피었다.
마눌은 진달래라고 우기지만 저건 분명 흰 철쭉이다.
여유로운 길 위에서 때이른 더위가 물이 켜게 한다.
가져온 물이 적어 마눌을 생각해서 물을 아끼는 남편의 마음을 알까?.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서 만난 먼 마이산 풍경에 눈이 번쩍 뜨인다.
이런 풍경도 있다.
숱한 날 가슴을 흔드는 풍경 속에 남겨진 감동이 늘 다시 배낭을 메게 한다.
새로운 길을 걸어 가는 기쁨
그리고 생각지 않은 곳에서 문득 만나는 멋진 풍경.
삶이 늘어 놓은 푸념과 무수한 인연의 실타래에 휘감겨 살아가는 우리는
그 굽이굽이에는 만나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
사람도 자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보다는 자연과의 만남이 더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산과 들 그리고 바위들
오랜 세월 거기 서 있었겠지
그 자리에서 말없이 삶을 표현하는 그 모습에 신뢰가 간다.
흡사 하루살이처럼 바람같이 훌쩍 사라져 갈 미약한 존재에게
겸손함으로 삶의 의미와 교훈을 일깨워 줌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마이산
말의 귀를 닮아서 마이산 이라고 한다지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고 하여 돛대봉
여름엔 수목이 울창해져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엔 단풍에 물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고 하여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 한다네
금강산처럼 계절별로 부르는 이름이 달리 있으니 그 만큼 인구에 회자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산일 터
먼 곳에서도 한 눈에 들고
봄 햇살이 눈부신 하늘아래 산릉을 흘러가는 그 푸른 빛이 몽환적이다.
멀리 마이산을 이정표로 놓고 가는 길이니 길을 잘못들 리가 없다
첩첩히 포개진 길을 가다 보니 심하게 올라 온 길을 다시 순식간에 내려 가기도 하고 가운데 산릉을 향해 가는가 싶더니 다시 외곽으로 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으리란 곳에서 생각보다 빨리 남부주차장 이정표를 만났다.
멀리서 정면에 바라보였던 마이산은 이제 옆으로 보이고 솟아 오른 산등성이 아래 금색 기와 집이 보인다.
절위의 산릉을 올라 가파르게 내려서고 나서는 가물가물 올려 보이던 비룡대가 가까워 졌다.
비룡대
용이 솟아 올랐을 만한 봉우리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고 벌써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 남은 길이야 수월한 내리막일터
좀더 길이 거칠었거나 먼 길이 남아 있다면 마눌에게 무리가 느껴지겠지만 적절한 타협과 조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사위가 터져나간 정자에 올라 일대를 내려다 본다.
후련하게 부는 바람은 지금까지의 피로를 아낌없이 날려주고
진안벌에 머무는 호기로운 봄기운은 상춘객의 가슴을 부풀게 한다.
마을을 감싸 오르는 먼 동쪽 산허리는 온통 황토색으로 파헤쳐져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만큼 대자연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존재가 또 어디 있으랴?
그 상처를 보듬은 채 산릉은 말없이 흘러가고 아래쪽 주차장 가는 길에는 아직 벚 꽃이 흐드러졌다.
비룡대 아래서 마눌과 둘이 식사를 했다.
오늘의 식단은 오이와 상추쌈.
물수건 준비한 마눌 덕분에 자연속에서 웰빙식단으로 미각을 돋우는 호사를 누린다.
최고의 조망처
북부주차장으로 넘어가는 안부의 갈림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자 마이산 호수 벚꽃길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산정이 선다.
벤치도 있고 발아래 절벽 암릉이 자못 웅장하다.
조화로운 풍경 속에 우리가 걸었던 건너편 능선과 절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오늘 만난 3곳의 멋진 풍경으로 기꺼이 떠났던 봄으로의 여행은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무릉객의 마이산 3景
초록빛이 번져가는 산릉을 두르고 멀리서 서 있던 마이산
비룡대와 바위능선의 풍경
그리고 지금의 멋진 조망
대문을 박차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쁨은 이렇게 도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 있다.
세상에는 숨겨진 아름다움과 감동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메마른 가슴을 적시고 다시 혈류를 파동치게 하는 것들이다.
내 영혼을 노래하게 하는 것들이다.
마이산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돌아 내렸다.
2014년 까지 휴식년제에 묶여 오르지 못한단다.
마이산은 멀리서 혹은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아야 할 산이지 굳이 올라야 할 산은 아닌 듯 싶다..
오랜 세월 그자리 서 있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겠지만 멀리서 당당하던 모습을 가까이 대하니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세월의 무게에 인간들의 교만한 발길이 더해지면 우린 그 멋진 풍경 하나를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
우리 가슴의 작은 울림이 하나 사라질지도 모른다.
탑사
먼 발치부터 소망과 기원이 머무는 곳이다.
이갑룡 처사가 쌓았다는 80기탑
신의 영역을 넘보던 교만한 인간들의 권력아래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민초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탐욕의 제단이 아니다.
거기엔 소박한 소망이 머물고 있다.
세상을 살아 가면서 숱한 사람을 만난다.
혼탁한 세상에 들어 명예와 권력을 쫓는 사람들
부에 집착하는 사람
종교에 심취하는 사람들
속세를 떠난 은둔하는 사람들
어떤 이는 여기 묵묵히 계곡에 은거하며 탑을 하나씩 쌓아 올렸다.
오랜 세월을 인고하며 그 탑을 쌓아 간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한평생을 그렇게 살수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가 한번의 생을 낭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거룩한 일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찬탄과 어떤 빛나는 느낌을 주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길이었고 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탑을 쌓으며 구도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즐거웠으리라
스스로의 믿음과 기쁨으로 그의 영혼은 노래했을 것이다.
벚꽃 길을 따라 호숫가를 걸었다.
꽃 잎이 떨어진다. 바람결에…
휴일의 평화가 머무는 한가로운 호수의 풍경이다.
가족끼리 나들이 와서 사진 찍느라 분주한 사람
꽃 그늘 아래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
바람은 쉴새 없이 허공에 꽃잎을 날린다.
꽃이 전하는 말
삶을 즐기며 인생을 음미하라
강물이 흘러가 듯 꽃잎이 떨어지듯 인생은 흘러 간다.
꽃을 피우기 위한 인고의 세월은 잊어라…
과거는 추억으로만 남을 뿐이다.
지금은 화려한 축제의 시간이고 갈채 속에 떠나는 시간이다.
살아가면서 늘 기쁨과 함께할 수 있으랴?
늘 환호와 갈채 속에만 남겨질 수 있을까?
짧은 갈채를 위한 긴 인고와 난관의 세월 그리고 무수한 평범한 날의 일상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래서 사람은 나무처럼 살아야 하는건지 모른다.
나무는 꽃잎이 떨어져도 슬퍼하지 않는다.
이 봄이 소리 없이 날리는 벚꽃의 화원에 서 있게 했다.
떨어지는 꽃 잎에도 한 점 아쉬움이 없는 봄이다.
주차장 가는 길 내내 살아 있음의 축복과 봄의 기쁨이 그렇게 훨훨 날리었다.
봄! 자연의 송가
절대 끊어지지 않는 노래
마눌과 함께 추었던 감미로운 봄의 왈츠였다.
동행한 산님들 사진
닐리리아
제인
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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