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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가령-낙영-조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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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 6일간 산에서 멀어 있었다.

늘 떠나지도 못하고 회색도시에 감금당하면서 말로만 무릉객이여.

연말이 가까워 지면서 일고문,사람고문, 술고문에 몸이 뒤틀리더니 목요일쯤엔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진다.

합병증이다.

콘크리트에 기를 전부 빼앗겨서 무기력해지는 산소결핍 증후군 & 심리적인 공황 증

나는 어정쩡한 겨울날의 도심 한가운데서 고사중 이었다.

 

 

원타이정 표 산행루트면 조금 빡세긴 하겠지만 낙영 가령 구간은 내가 아는 길이다.

모처럼의 출정에 반가운 얼굴이 많이 보이는 가운데 뉴페이스들이 대거 눈에 뛴다.

歸然의 길목을 불어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단은 신선해 보인다.

늘 양기만 넘쳐흐르던 귀연에 여자 산님들이 많아져서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귀연에서 젊은 엉아들이 이렇게 많은 건 또 처음이다.

변화의 물살이 빨라지면 물갈이도 빨라진다.

강회장 체제에서 조낸 개기면서도 구조조정 안 당하고 살아 남았는데 돌아가는 판세로 보아

어영부영 하다가는 갓회장 체제에서 짤릴지도 모른다.

 

귀연의 제 4공화국 출범

갓회장은 세월이 흘러도 갓 회장을 맡으신 분이니 한 5년쯤 회장직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친화력 그리고 많은 인적 네트웍까지

강문수 회장 체제에서 귀연 발전의 기반이 다져졌다면 갓회장 체제에서는 귀연의 변화와 중흥이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발걸음을 위해 갓회장의 장기집권을 팍팍 밀어주자)

수고셨습니다. 강문수 전 회장님 만세

계속 수고 좀 해주세요 갓바위 회장님 만세

 

역시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평균연령대가 낮아져서 그런지 조봉으로 떠나는 귀연마차는

활기에 넘쳐 있다.

아침을 휴게소에서 먹지 못하고 다행히 청천면에서 문을 연 음식점이 있어서 소머리 국밥을 먹었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쥔장부부한테 한 20명쯤 올 거라고 빨리빨리 음식준비 하라고 설레바리 치는 통에 아줌마 아지씨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완죤 혼비백산 & 동분서주

이게 당최 무신 일이라여?”

 

흐미 근데 먹는다는 사람은 달랑 4

아줌마 완죤 개실망하는 눈치.

열댓 명 들어와서 준비해온 김밥과 계란,간식등 먹구서 그냥 가니 괜히 호들갑 떨었던 나만 머쓱하다.

(무릉객 그라니까 너무 설치거나 나대지 마라)

근데 소고기 국밥 양과 질은 모두 에이플러스.

낙영의 능선에서도 내 배는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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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행 일 : 2009 12 13 (일요일)

산 행 지 : 조봉산 낙영산 가령산

    : 맑고 쌀쌀함

    : 귀연 산우회 30

산행시간 : 7시간 30

 

경유지별 시간

 

08:20  : 우공들과 기념촬영 후 출발

09:16  : 조봉산

10:23  : 절벽지대

10:56  : 산부인과 바위

11:04  : 능선 이정표 (조봉산 40, 상신리70, 낙영산90)

11:20  : 코뿔소 바위

11:20~11;55 : 코뿔소 바위 안부 중식

12:46  : 낙영산

12:55  : 낙타바위

13:01  : 봉우리 평반 (무영봉 건너편)

13:32  : 무영봉

15:09  : 가령산

15:17  : 헬기장

15:37  : 하산길 바위

15:55  : 계곡 하산완료

 

조봉산 가는 길

국도변 마을을 지나서 한참을 들어가니 여유만만한 우공들이 반겨준다.

늘 소고기를 먹다가 모처럼 생쇼(살아있는 소)를 보니 감회가 새로운데

사실 소들이 오랜만에 사람구경 났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음미하기라도 하는 듯 불한당들의 떼거리 난입에도 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급할 것도 없는 일을 잠시 밀쳐두고 기분좋게 기지개를 키거나 만족스런 하품을 해대거나 느긋한 행복감에 젖어 우리를 물끄러니 바라보는 게 고작이다.

인생을 즐기려면 우공이 보이는 가벼운 삶의 권태와 여유를 벤치마킹하라

우리는 공력이 출중한 우공들을 모시고 기념촬영을 한 컷 찍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전설따라 삼천리

貴緣사람들이 어느 歸然하는 날의 이야기

 

鬼山(산꼭대기)에는 (산용山龍)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었어.

산용은 (갓바위) 능선을 너머 (나수정) 호수 건너 깊은 숲에 자생하는 (불로초)를 먹고 산다지

(계백장군)이 무너져 가는 백제를 살리기 위해 당나라 장수 (원타이정)의 동맹출병을 요구하며

기꺼이 상납하려 했던 그 불노초.

지금은 불로초를 담았던 그(네모)난 상자만 박물관에 쓸쓸하고

융성했던 백제의 화려한 문화와 궁궐 기왓장에 남았던 (백제의 미소)는 무상한 세월 속에 묻혀 버렸네.

한 때 소문은 소문을 낳아 산용과 불로초를 탐하는 자의 행렬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만 갔지만 모두 불귀의 객이 되어버려 귀산은 버림받은 산이 되었고 그 무서운 전설만 인구에 회자되곤 했지.

순환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따라 (,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무수히 바뀌고

덧없는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백제의 사라진 영광처럼 모든 게 잊혀져 가던 어느 날

진짜 (큰놈)이 하나 나타났어.

개인 (보안관)을 하나 달고서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한 놈이었지….

산용을 때려잡고 불로초를 캐겠다고 개거품을 물더군.

가경佳景(가원佳園)을 찾아 정처없이 길을 떠나던 어느 (무릉객)이 말렸지

목숨이 위험해

산용은 대단한 勇力을 가졌거든…”

산용은 산의 수호신이나 다름없지.”

삼국시대부터 수 많은 사람들이 불로장생의 욕심에 눈이 멀어 귀산을 찾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

산은 인간의 욕심과 교만함을 참아주질 않아! 그냥 그 아름다움으로 바라보고 위안을 받는 거야

대자연과 산 앞에서는 항상 겸허하고 (늘 초보)와 같이 긴장하고 조심해야 돼

하지만 큰놈은 말을 듣지 않았어

(양반 곰)처럼 막무가내 더군

큰넘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히 출정을 준비했지

 

(나루)에는 (새벽안개) 자욱하고

휘영청 밝은 달이 절벽난간 노송 위에 그림같이 걸린 어느 날

(창공)에 까마귀 날던 그날이지  

작은 나룻배에는 조용히 어둠을 밝히는 (금강초롱)을 걸었어.

그 때 지나가던 나(그네)(하신) 말씀

강 건너 입구에는 문지기가 지키고 있어

강으로 난 문을 지킨다고 (강문수江門守)라고 하는데 성질 드럽지

그 문지기는 산으로 가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세워 인정사정 없이 버너와 코펠을 모두

압수하는 건 물론 무기란 무기는 모조리 빼앗아 버리지

그 사람을 매수하려면 라면 한 상자와 (나노겡주) 두 병은 주어야 해

요즘 대세가 나노거덩 !”

탄소나노튜브, 나노칩, 나노섬유 덩덩덩 나노겡주는 나노공정으로 제조하여 굴속에서 10년 간 숙성시킨 술이라 하데

 

나그네는 계속 말했어

비상식량으로 차라리 햇반을 가지고 가는 편이 훨씬 나아

햇반은 (오드리햇반)이 최고지.”

 

나그네의 충고를  받아들인  큰놈과 보안관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운명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이카루스의 욕망에 눈이 멀어 일확천금과

불로장생을 위한 전의를 불태우면서

새벽안개 자욱하던 그 날  버너와 코펠은 강나루 주막에 맡기고서 말이야

하지만 그 후로 큰놈과 보안관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물론 산용을 보았거나 불로초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었어.

강나루 주막의 주모 (꼬모)는 주인이 오래도록 소식이 없자 물론 버너와 코펠을 홀딱 팔아 먹었다지 아마.

그 주모가 젊은 친구들 공짜 술을 많이 줘서 문제긴 해도 음식솜씨도 그런대로 꽤 괜찮은 편이었지.  특히 (산삼 해)장국 죽여 주잖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강나루 주막에 한 여인이 나타나 큰놈의 소식을 물었지

꼬모가 관계를 묻자 그녀는 큰놈의 (정인(情人)) 이라고만 했어

오래도록 그의 소식을 기다렸을 그녀는 그 허망한 소식을 듣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지

훗날 산중턱에 (이기원利己院)이라는 암자에서 1000일 기도를 올리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더군  

 

모두 부질없고 허망한 것이야

세상의 이치란 다 뜬구름 같은 거지.

산용의 피를 마시고 정력이 좋아지면 어쩔거구

불로초를 먹구 오래 살면 또 어쩔거야

그냥 운명으로 정해진 그 만큼이 딱 좋은 거야

늙어서 오래 살면 벼름빡에 똥칠이나 하구 못 볼거나 많이 보지 않겠어?

그냥 적당히 살아

즐겁게

인생은 기간이 정해진 짧은 여행길이야….

늘 조금은 부족하고 아쉬운 여행길이긴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지는 거야

이슬이 춤추며 햇빛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흥겹고 가볍게….

그냥 틈만 나면 마음 비우고 자연으로 돌아감(歸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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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소로 길을 가다가 가파른 능선 길을 차고 올라 능선에 올랐다.

좌측능선으로 연결되는 산길은 우측의 성곽 같은 길을 따라 조봉산으로 이어진다.

잎을 모두 내리고 빈 몸을 드러낸 산의 황량한 모습이 오히려 편안하고 갈색의 대지가

잠들어 가는 계절의 상념을 불러낸다.

차소리

고함소리

무언가를 허물고 내려치는 소리

그런 거슬리는 소리가 없어서 좋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는 소리가 좋다.

조금 미끄럽지만 오랜만에 밟아 보는 흙과 낙엽의 감촉이 참 좋다.

 

 

642m 조봉산 앞에서 수림사이 산그리메가 은은하다.

오늘도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을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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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산

한 켠에 표석이 있고 시계는 나무들로 가리워져 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연무와 흘러 가는 산릉에 벌써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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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영산 가는 길

조봉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낙영산 가는 길에 시야가 트인다.

속리 주능선과 충북알프스는 높은 곳에서 흘러 가고 있고 바라다 보는 속리 세상은 첩첩이 산이다.

오랫만에 서야 할 곳에 서니 감개 무량하다.

내 삶 깊숙히 들어와 앉아 있는 산

거기서는 늘 어느 시인의 바램처럼 위안과 교훈을 찾는 구도자의 마음이 된다.  

 

늘 그렇게

고요하고 든든한

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요

기쁠 때나 슬플 때

나의 삶이 메마르고

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 받는 일이 억울하며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생기고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

그 푸른 침묵 속에

기도로 열리는 오늘 입니다.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요

 

-       이해인님의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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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도는 무채색 수채화 한 폭이 마음에 걸리고 빛 바랜 추억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저 거친 능선을 종횡하던 때를 기억하면 가슴이 다시 뜨거워 진다.

지칠 줄 모르는 야생마처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갈기를 휘날리며 진군하던 그 날이 어제인 듯 한데 벌써 세월은 많이도 흘렀다.

 

떠날 수 없던 날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돌아 갈 희망과 열망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공이 많이 쌓였다.

순전히 나의 위대한 스승 산과 세월의 가르침 덕분이다..   

이렇게 잿빛 도시를 뛰쳐나와 두어 시간 거친 길을 걸어가면 야생의 본능이 되살아 나고

도시의 기억이 아득해 진다.

그냥 그 길을 걸어가면 가슴에서 무언가 비워지고 또 채워진다.

 

무릉객 10년에 도가 트일 뻔 했는데 어쩔 수 없는 공백으로 10면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되긴 했지만 아직 득도의 地境을 어슬렁 거리고 있다고 혼자 우긴다.

난 바람과 적막이 조율하는 소리에 심취할 수 있고

단조로은 걷기가 가져다 주는 청명한 숲의 향기와 따뜻한 햇살 만으로도  뽕맞은 듯 황홀해 질 수 있다.

그리고 내 머리 속의 보물지도는 아직 남아 있다.

가볍게 떠나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너무 많이 안다는 거

그리고 자연 속에 감추어진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재주….

게다가 난 징크스가 있다.

준비 없는 여행길에 예상치 못한 풍경으로 늘 감동 먹는 징크스

(이건 사실 병이여. 뻑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로 잘난체 하는 거)

하여간 몇 시간 산 길을 걷고 나면 콘크리트 증후군이 모두 사라지고 난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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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리메 은은한 멋진 풍경을 보여 주더니 능선을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깎아지른 바위를 등로에 세워 인간의 교만함을 경고 하고 나섰다.

어떤 자연인들 사람들의 발길이 달가울 수 있을까?

바다를 메우고 산을 허물어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 올리려는 가증스런 인간의 노력은 늘 자연을

파괴하고 황폐화 시켜 신의 노여움을 샀다.

요즘처럼 산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시절이고 보면 백두대간이고 국립공원이고 사람들이 발

아래 온전히 제 모습을 간직하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산신령들은 단단히 화가 나 있고 우린 갑작스런 자연의 역습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깝죽대면 다친다.”

재수 없이 찍힌면 아작난다..

낙영에 경배하라!”

고개를 숙이고 잔뜩 긴장한 채 낙영 길 기암절벽에 거미처럼 붙어서 산신령께 경의를 표하라

 

우린 모두 그렇게 산신령님께 예를 차리며 안전하게 암릉구간을 통과했다.

건너편에서 절벽을 개미처럼 오르는 산우들을 보면 비로서 산과 인간의 관계가 명징해진다.  

사실 계속 밋밋한 산행로가 계속되어 재미없을까봐 한편으로 걱정하기도 했지만 정작 바위절벽이 막아서고 우회로가 확인되니 그 길을 따라가게 된다..

지난 번 설악에서도 그랬듯이 어려운 난코스에는 우회로가 존재한다.

그래서 험한 등로의 단체산행에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길을 잘 아는 사람이 필수적이다.

갓회장 그리고 꼬모와 함께 갔는데 그 길은 너무 쉬워서 다시 되돌아 벼랑을 타고 싶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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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베일처럼 옅은 산 안개를 두른 채 속리 세상을 흐르는 산릉들은 강한 골격의 강인함을 드러내고 청솔은 계절의 변화도 아랑곳없이 바위 난간에 푸르다.

뒤에서 바라 본 속리 세상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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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낙영 산길을 진행하며 가파른 하강을 하다 보면 큰 바위를 만난다.

산부인과 바위다.

큰 바위 사이 지나는 비좁은 통로가 만든 적절하고 재미 있는 작명이다.

일부는 순산을 하고 덩치 큰 일부는 산고를 겪으며 난산을 하고 일부는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 밖으로 가는 것도 비슷하다..

사진 찍고 어쩌다 보니 후미인데 여자산우들의 안전을 위해 아래서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이 더 이상 여성동지들이 남아 있지 않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계곡엔 나와 두 분의 동행과 적막만 남았다.

확실히 귀연에서 남자들은 개털이고 여자들은 범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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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바위를 통과해서 10분쯤 가면 능선 안부에 이정표가 선다.

우리가 걸어온 조봉산이 40분 거리에 있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70분 거리에 상신리가 있다고 이정표는 가르쳐 준다..

우리가 가는 낙영산은 90분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근데 누구 발걸음으로?”

하여간 거리표시는 없이 시간만 있는 이정표는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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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에서 15분쯤 가면 코뿔소 바위다.

코풀소 바위 앞에 능선의 넓은 안부가 있고 조금 오르면 우락부락한 바위가 서면서 사방으로 후련하게 속리세상이 열린다.

시계가 깨끗하지 않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낙영의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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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에서 식사를 했다.

11 25

아직 이른시간 이긴 한데 새벽밥을 먹고 나선 산님들은 배가 고플 시간이다.

모두 바리바리 음식들을 준비해서 화려한 산상만찬이 벌어졌는데 내 배는 꺼질 생각을 않는다.

청천 소고기 국밥 정말 징허게 든든하네

난 밥을 일행들에게 주어 버리고 큰놈이 끓인 맛있는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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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 길 1

 

식사 후 안부에서 산용님이 후사를 도모하기 위해 먼저 내려가시고 남은 사람들은 뒷정리를 한 후 다시 여장을 꾸린다.

당근 산행대장이 코뿔소 바위를 넘어가야 한다고 하기에 그런 줄 알 수 밖에

이번에는 소외되지 않고 선두에 좀 서 보려고 산행대장을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바짝 붙었는데 그게 또 패착 일 줄이야.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있는 살벌한 벼랑 길을 돌아 내려 밧줄이 매달린 암벽 길을 어렵사리 올라가고 나서 산행대장과 앞서가던 사람들이 떼거지로 돌아 온다.

이 길이 아닌 개벼

나씨 종친들과 10명 쯤의 대원들과의 회군  

그래도 코뿔소 바위 넘어 길이 어떤지 확인하고 발 도장을 찍었으니 즐거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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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내려가는 길 멋드러진 소나무가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잘생긴 소나무

나무만 보면 자꾸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전생이 연관이 있을 거다.

청솔모처럼 나무를 잘 타는 불로초님과 그 일행들을 사진을 찍어주고 잠시 내림길 을 가다 보니 성벽길이

나타난다.

의외의 장소를 가로지르는 성벽

산세 자체가 험준하여 오르기 어려운데 굳이 여기에 성벽을 쌓을 필요가 있었을까?

어디를 수호하기 위한 성벽이고 이 성벽을 넘어선 적군은 첩첩산중 어떤 루트로 진군 하는지 궁금해 진다.

(산에서 이런 하릴없는 생각도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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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길 끝에 큰 암괴가 서고 조봉산을 지나고 멀리 보이던 삼각형 산이 코 앞에 보인다.

그래도 험한 길을 꽤 걸어온 셈이다.

그 곳에서 3분쯤 걸으면 안부로 내려서는 데 그 곳에 금지구역 표지판이 있다.

우린 지금까지 금지구역을 걸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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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영이 산 길에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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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영산)

다시 오름 길을 오르고 능선을 따라 30분쯤 가면 거기 낙영산이 있다.

몇 년 전 올랐던 곳이다.

식사 시간을 제하면 조봉산에서 2시간 정도의 거리가 된다.

이름처럼 낙영에 걸린 추억은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다.

 

석양 빛 그림 하나 아직 내 기억의 한 편에 걸려 있다..

인적 없는 길은 아직 아득하고

공림에 쓸쓸한 낙영이 떨어지는데

적벽의 노송은 홀로 푸르고

그림 속 나그네는 외로이 길을 떠난다.

 

멀리 공림사가 내려다 보인다.

고독한 나그네의 느낌은 이름과 석양이 비끼던 그날 그 길을 홀로 걸어 내린 탓일 게다.

공림사에 닿기도 전에 낙영산에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나그네의 심정은 어땠을까?

빈 숲에 해는 떨어지고 갈 길은 멀고….

 

가까이 있어도 다시 오는데 4년이나 걸렸다.

세월은 그렇게 바쁘다.

 

허기사 인생이란 넘은 그리 녹녹하지 않고 때론 어깃장도 잘 놓아버린다..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시치미를 뚝 뗀 체 좌절과 비탄의 눈물을 뿌리고

체념의 순간에 한 줄기 빛을 던진다.

늘 갈 수 없는 나라의 꿈을 꾸며 자유를 소망하지만 별은 항상 멀고 아득하다.

결국 언젠가 우린 자유를 회복하겠지만 그 때쯤이면 세월에 열정과 의욕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 떠나야 한다.

떠날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또 갑자기 떠날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랫동안 셀 수 없이 배낭을 꾸렸어도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은 걸 보면 정말

세상은 넓고 인생은 짧은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뛰어야 벼룩이고 부처님 손바닥이란 생각에 내 서글픈 삶의 한계가 답답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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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산 가는 길

(낙타바위)

낙영산에서 7~8분 가면 낙타바위가 있다.

좌측에는 2단의 집채만한 바위가 서 있고 오른 쪽에는 낙타형상을 기묘한 큰 바위가 있다.

쉬어갈 만한 넓은 장소도 있어서 산객들이 자연스레 가던 길을 멈추고 다리쉼을 할만한 장소이다. 

낙타바위를 지나면 다시 성벽 길이 이어지다가 헬기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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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령산 가는 길에 다시  성벽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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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봉을 가자면 능선을 따라 벼랑길로 떨어졌다 다시 가파를 봉우리를 올라야 하는데 내려서는 능선 길 초입에 거대한 평반이 있다.

조망이 시원하고 건너다 보이는 무영봉이 가까이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바위를 하나 넘어 그곳에 도착하자 모두들 단체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포즈를 취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짜 이런 일이

어느날 갑자기 고강한 내공의 찍사들이 사라지고 이제 막 사진에 취미를 붙여보려는 초보가 졸지에 종산기자가 되어 버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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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내림 길에 바라보는 기암들과 청솔의 모습이 이채롭다.

흙이라곤 보이지 않는 바위 위에서 그 푸름과 멋을 잃지 않고 있는 청솔은 차라리 감동이다.

소박한 산하의 아름다움이 조용히 가슴을 흔들고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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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봉)

길은 계곡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바위 벽을 세운다.

지나온 길 중에 낙영산에서 무영봉을 오르는 계곡 길이 낙차가 가장 큰 셈이다.

 

무영봉 앞 바위에 서니 헬기장과 지나온 낙영산 그리고 조봉산으로 흘러가는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청솔 가지를 털고 절벽을 불어 오르는 바람결이 너무 시원하다.

늘 느끼기지만 작은 발걸음의 경이로움이다.

아직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많이 남아 있고

건강과 열정이 남아 있다면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 아닌가?

 

무영봉의 갈참나무에는 신당처럼 표지기가 어지럽게 걸려 있다.

무영봉에서 바라 본 남서 쪽 풍광은 압권 이었다.

마치 독수리의 정수리에 앉아서 산 아래 세상을 굽어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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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봉 조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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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봉 에서 가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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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봉 조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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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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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길 에서 돌아나와 산허리를 질러 가령 등로로 가는 대원들 

 

(두 번째 알바)

산 능성이를 돌아 한참을 걸어 갔는데 흘러가는 산세의 형상이 가령산 가는 길이 아닌 것이 분명한데 내가 이야기해도 귀 기울이는 이 없다.

앞에 많은 일행들이 열쓈히 가고 또 사계절님과 회장까지 가고 있으니 돌아 연결되는 길이 있나 보다

등로가 희미한 낙엽능선을 향하여 난 작은 소로를 따라 차마 떨치고 갔다.

근데 더 갈 길이 없다..

먼저 앞서가던 나 종친들 흘러가는 능선이 끊어진 곳에서 멈추어 서고 뒤늦게 잘못된 길임을 알아차린 일행들도 그때서야 모두 허망한 표정이다.

아까 1차 알바했던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산행대장은 보이지 않는다.

심한 알바는 산행의 의욕을 꺾지만 살짝하는 알바는 그냥 군것질이나 새참 같은 거

우린 걸어온 길을 되돌아 가다가 내려왔던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비탈사면을 따라 길을 만들어

다시 제대로 된 능선에 붙었다.

길은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여

거긴 무건리 이끼계곡처럼 돌밭에 이끼가 잔뜩끼어 있고 돌은 들떠서 서로 흔들리는 통에 사실 길은 내기에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하여간 우린 생각보다는 고생하지 않고서 다시 제 궤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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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산은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몇 번 오름 길을 더 오르고 다시 시계가 드러난 곳에서 옆으로 흘러가는 능선과 먼 곳의 산세상을 바라보며 능선을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햇빛이 조금씩 붉은 색을 머금고 바람결이 더 차가워 졌다.

계속되는 오름 길 능선을 따라가다  두 개의 큰 소나무를 지나고서야 비로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가령이 선다.

그 옛날 섰던 곳인데도 봉우리는 생소한 느낌이다.

긴 장도의 마지막 봉우리에서 감격한 우린 그 기쁨을 다시 사진으로 남겼다.

15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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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길을 우리가 걸어온 것이다.

수북한 낙엽 위에 조용히 내려 있는 기쁨을 밟으며

한 줌의 흙조차 없는 바위 위에서도 푸른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담대한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때론 동색의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하루 답답한 도시를 박차고 나와 자유로운 공기를 마음껏 들여 마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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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

1시간쯤 거리에서 베이스 캠프가 기다리고 있다.

아직 해거름은 많이 남아 있고 말씨가 좀 스산해 지기는 해도 발길이 밀리지 않는다.

더 이상 오름 길이 없이 내려가는 길은 수월했다.

헬기장을 지나 좌측으로 유장한 능선들을 바라보고 우측으로는 낮은 산릉과 넓은 황토색 분지를 내려다 보면서 걷다가 보면 바위 절벽 난간을 지난다.

햇빛은 사선으로 기울고 차가운 냉기가 더 강해지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화양동 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한 굽이 암릉지대를 로프를 타고 내려서서 휘적이고 걷다 보면 계곡에 이어진 등로 날머리에 내려선다.

먼저 왔던 초롱님이 차가운 물에 발을 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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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동 계곡의 반란)

수림과 계곡이 청정했던 시절에 화양동은 참으로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수량은 풍부하고 산세와 계곡의 풍광은 수려했다.

그 여름 계곡을 탐하던 사람들이 너무 많은 통에 난 늘 한바탕 장마가 지난 다음날이나 빗줄기가

가늘어 진 날 화양동을 찾곤 했다.

그러면 한여름에도 탕탕히 흐르는 물과 인적 없는 계곡을 만나곤 했는데 그 넓은 계곡의 호젓한

느낌은 정말 남다르게 다가왔었다.

혹시라도 비가 그쳐 햇빛이 쨍쨍나는 재수 좋은 날은 그 넓은 계곡을 거의 독차지 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양동 계곡은 나름 정겹고 친밀한 사이라 믿었는데 오늘은 넋 놓고 있다가 완죤  뒤통시 한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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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캠프는 건너에 있고 거기 젖과 굴이 흐르는데 사소한 징검다리가 없다.

갈수기라 폭이 좁아진 계곡 어귀에 설마 있겠지 했는데 보이는 곳엔 하나도 없다.

멀리서 산삼해 고문님이 부르며 길을 유도 하시기에 가보았더니 비교적 얕은 건널만한 여울목이 있긴 한데 무릎 깊이의 물길을 건너야 한다.

그 옆 몇몇이 뛰어 건넜다는 바위가 있어 가 보았더니 너무 위험하다.

예전 같으면야 당근 뛰어넘어 갔겠지만 안방 같은 계룡산에서 허무하게 다쳐 오랫동안 고생하다 보니 쓸데없는 리스크 감수가 불러낼 통절한 후회가 두려워질 수 밖에 없다.

순간의 실수가 평생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하여간 그 짧은 시간의 도강에 극심한 고통의 신음과 비명이 화양동에 울려 퍼졌다.

후미팀 몇몇은 바위를 건너뛰고 남은 사람들은 계곡수의 기습과 테러에 속수무책이었다.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가장 고통스런 물맛이었다.

그래도 손을 잡아 주고 시린 발을 닦아 주는 정이 있어 우린 그 고통을 즐거운 추억과 기쁨으로 돌릴 수 있었고 사실 본의 아닌 강렬한 족욕으로 긴 여정의 피로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몸은 훨씬 가벼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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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산행 후에 목젖을 꿀럭이며 단숨에 비우는 첫 잔

산사나이들의 살 맛이란 그 맛 이었다.

수육 17근을 준비한 손 크고 무식한 보안관 땜시 우린 뜨거운 김치찌개를 먹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기억에 남을    행복한 성찬이었다.

함께한 사람들과, 좋은 비경을 이끌어 주신 분들 그리고 항상 뒤풀이 준비에 고생하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귀연과 함께 자연으로 난 길 위에서 더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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