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중심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어
가평 쪽으로
마야인의 예언처럼 조금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에 난 어지러웠는지도 몰라
지구의 중심이 이동하는 지각변동에도 난 인사불성 이었지
잠을 몰아서 잘 수 있는 신통력이 얼마나 유용한지
마치 공중부양이라도 하는 듯
시공을 가르는 축지법을 쓰기라도 한 듯
인식이 머물지 못하는 짧은 시간에 그렇게 손쉽게 지구의 중심은 가평 쪽으로 옮겨갔지
수도권의 끔찍한 인파와 열악한 교통으로 유배지처럼 가기를 꺼리는 불모의 땅.
옴파로스 !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야
나와 함께하는 다른 나들
우리가 세상의 중심을 옮기고 있었지
나와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 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먼 길에서 머물고 있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야
세상엔 아직 나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많이 남아 있고
그 길 위에서
가슴 떨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고 내 영혼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계절이 바뀌는 날에 들었던 전원 교향곡의 황홀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기억하는걸 보면
모두들 아직 늙지 않았어
봄이 짧다고?
2월말에 남도의 푸른 마늘과 보리밭을 만나고
5월엔 가평에서 제 흥에 겨워 어깨 춤추는 풋풋한 신록을 만날 수 있는데
만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너무 긴 봄날이야..
연인산에 세 번 놀랐어.
정말 개성이 뚜렷한 산이야.
일단 생각보다 계곡의 길이가 엄청 길더군.
요즘 살이 좀 붙어서 여름 같은 봄에 땀 한 번 제대로 흘려 보려구 하던 차에
명지산 연결 종주를 취소한다고 해서 좀 실망했는데 산보 가는 여유로움을 떠 올리며
깔 본 그 길이 장난이 아니었지.
뱀사골이 9.2km
덕풍계곡이 6km
원시림 지리산 칠선계곡이 16km인데
부드러운 연인산 계곡이 9.5km
주차장 까지 계곡 길을 걸어서 오른다면 칠선계곡에 버금 갈 긴 길이야
난 죽어도 리바이벌 하기 싫은데
칠선계곡은 올랐다가 다른 계곡 길로 내려오면 되는데
연인계곡은 내려오면서 되 걷는 구간이 많아 좀 지루하긴 하더군
가평에 멋진 산들이 많다고 들어서 귀연 마차가 북적일 줄 알았는데 오늘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손님이 없었어.
흥행에 신경을 쓰다 보면 누구를 위한 산행인지 본말이 전도될 수 있지만 함께하는 여유를
누릴만큼 넉넉한 봄날과 우리 기쁜 젊은 날(?)이 하릴없이 가니 아쉬워 그러지
연인산을 아는 사람들이 낸 흉흉한 소문에 모두들 발길을 끊은 모양이야
연인과 함께 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정상까지 가려면 심사 숙고 해야 해
괜히 좋은 사이 금 갈 수도 있으니 그냥 산나물 뜯고 계곡에 노닐다 내려가는 게
상책일 수 있지..
두 번째로 놀란 건 정말 수량이 풍부 하고 물이 너무 맑다는 거.
초록의 신록이 춤을 추는 봄에 아름답지 않은 산이 있겠냐 만은 파란하늘과 푸른 계곡
그리고 맑은 계곡의 청수가 조화를 이루는 연인의 산수는 한국 계곡미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길이야
카메라의 앵글을 어디에 맞추어도 화사한 봄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다시 한 번 더 놀랄게 남아 있었지
1000고지가 숨차 느리게 오르는 봄으로 만난 화사한 꽃들과 수많은 인파들
계곡에서 별로 많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서 그렇게 올라 오는지….
하긴 거기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산이더군
양지꽃 현호색 그리고 이제 막 초록이 움트는 산 길에 무리져 피어 나던 얼레지들
조금은 무더운 화사한 봄날 거닐었던 고원의 정원에서 만난 이름 모를 꽃들이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일깨우고 무거워진 발길을 다시 가볍게 해주는 곳이야
그리고 장수샘의 물맛 짱이야~~~
오래 산다는데 안마실 수 없어서 마셨는데 그 물맛이 그 옛날 백두대간 하늘샘의
감동이였어
한적한 계곡길을 따라가는 연인산의 봄이 너무 눈부시지만 겨울이 더 아름다울 것
같은 산이야
인적이 사라지고 나서 눈에 거슬리는 그 숱한 펜션이 눈에 덮히고
무수한 사람의 발 아래 상처받은 계곡이 그 덧낸 아픔을 추스릴 수 있는 한적한 시간
대자연의 자정작용으로 다시 본래의 얼굴로 돌아 갈 수 있는 그 시간에…
연인산은 겨울에 다시 와 보구 싶은 산이야
혼자있는 황홀한 고독을 느껴보고 싶은 산
산 행 지 : 경기 가평 연인산
산행 일자 : 2010년 5월 9일(일)
날 씨 :화창한 봄날 / 조금 더웠음
산행코스 : 중산리-용추구곡-장수봉-연인사-연인능선-연인골-용추구곡-중산리
산행소요 : 7시간 20분
동 행 : 귀연 21명
경유지별 시간 :
09:52 : 중산리 용추계곡 주차장 출발
10:27 : 용추계곡 흙집
10:40 : 해오름 펜션
11:03 : 청풍,장수 능선 들머리 //용추골주차장 4.5km, 연인산 4.3km
11;57 : 자전거 도로 //용추골주차장 5.9km, 연인산2.9km
13:44 : 장수샘
14:03 : 연인산 정상
14:25 : 하산길 쉼터 , 큰나무 //기념촬영
14:53 : 연인산 2.3km , 용추주차장 9.6km
16:14 : 연인산 4.5km, 용추주차장 4.3km
16:45 : 용추계곡 흙집
17:10 : 한산완료
멋진 돌 지도
비몽 사몽에서 깨어나 달려드는 싱그러운 초록에 나른한 봄 빛에 다시 졸음이 몰려옵니다.
이런 개념도를 봐서는 몰라요
연인산이 어떤 산이지
한참 계곡을 거슬러 오르고도 연인산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계절의 유혹과 아름다운 계곡의 풍광에 취한 상태로는....
들머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할 때
수많은 동행들 중 한 명도 와 본 적이 없는 산이란 걸 알았을 때
그 때 알아채야 했습니다.
단체사진:청산
동 행 : 귀연 21명
캐빈,무한도전,청계,큰놈,산꼭대기,무릉객,갓바위,마실,사계절,하신,불노초언니
북두칠성,짱아,불노초,칸,백제의미소,꼬모,보안관,새벽안개,오드리햇반,청산(찍사)
그래도 정겨웠지요
작은 포장 길로 이어지는 산길이....
정말 연인산 답지요?
힘들면 쉬었다가 가유.....
즐비한 팬션들
수도권 사정권이라 다르긴 달라요
이렇게 많아도 장사가 짭짤하다는 이야기
봄엔 이런 길을 걸어야 해요
초목의 생기와 활력이 온 몸을 타고 올라 기를 보양하고
눈이 즐거워 지는 길
그림 좋아요
산릉을 흐르는 초록 빛이 너무 싱그럽고
모처럼 만난 산친구들이 너무 좋고
심산의 가슴 속으로 갑니다.
달랑 배낭하나 그리고 빈미음
물길을 따라 한 참 올라 왔는데 이건 또 뭡니까?
마을은 아닌 것 같고
자연을 향한 사랑이 아닌 터무니 없는 욕심에 활짝 열리려던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여름엔 계곡을 욕심내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 입니다.
이제 1km 왔어유
깊은 산 속에서 이젠 이런 콘크리트 건물 안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도로에서 주차장 가지 올라오는 계곡 길이 얼마고
주차창에서 들어 온 길이 또 얼마인데
누가 허락으로 이런 건물들은 이런 산 속에 들어올 수 있는건지...
산수화 다 버리네요
이 골짜기에 화전이라도 일구려는 건지
정말 하늘은 맑은데 땅은 너무 어지러워요...
아직도 펜션의 행렬은 계속되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흙을 바른집이지 무슨 흙집?
신기한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호기심 강한 큰 놈
콘 크리트 포장길이 좀 아쉽긴 해도 연어처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음이 편안 해지는 길입니다.
징허네요....
토종 벌꿀 채취하는 벌통 입니다.
기죽어 돌아 갈 까봐 거리표시를 안하는 센스 & 배려
어느 풍류객
계곡의 풍경에 취했는지
한잔의 술에 취했는지?
점입가경 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패션
이게 마지막 펜션 이겠지요
물맑고 산 좋은 연인산 입니다.
여름 같은 봄날이라 더 정겨워지는 계곡의 맑은 소
이제 막 산으로 오르는 봄
그 길을 지나 갑니다.
파스텔톤 의 봄
그리고 황토 길
두발로 걸어서 안 가도 되는 길이네요
마구잡이 팬션에 늘어나는 등산인구에 MTB 자전거에 몸살을 앓는 불쌍한 연인산
"아 나좀 내비도"
바위 틈에서 뿌리는 내리는 돌단풍과 푸른 물이 조화로운 계곡
깊은 소
물 빛이 예사롭지 않은 곳
멋진 폭포도 지나 갔습니다.
세상에서 더 잘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 속에 잃어버린 느낌표와 감탄사를 찾아야 하지요
너무 많지않은 사람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살가운 모습 입니다.
노자가 말햇습니다.
"가장 착한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
맑은 물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그 물소리가 마음을 맑게 합니다.
산과 물이 이루는 조화가 자연이 듯
그 속에 거슬림 없이 하나의 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습니다.
꽤나 많이 올라 왔습니다.
어려운 삶이지만 주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의 겸허함과 조화로움
계곡을 번져가는 연초록의 봄
도처에 널려 있는 깨달음
삶은 이래야 하는겁니다.
척박한 바위틈에서 내린 꿋꿋한 뿌리가 피워낸 아름다운 봄
오늘을 힘들어 하지 마세요
자고 일어나면 많은 일이 변합니다.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몸을 맡기고 강둑의 현란한 변화를 즐기세요
계절의 변화
더 먼 곳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들
그리고 세월이 맺어준 수많은 관계들
다리가 나타나면 그 때 다리를 건너면 됩니다.
기쁨과 웃음이 솟아나는 샘은 늘 가까운 곳에 있지요
가벼운 발걸음만으로 찾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가까이 해야 삶에 활기가 솟아 납니다.
대지에서 피어 오르는 봄의 기운을 받아 들이지 않고 어찌 내 몸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없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무엇을 잃어본 적이 있습니까?
화창한 봄과, 아름다운 산 그리고 고원의 산바람을 잃어 본적이 있습니까?
무언가를 잃고 난 후에야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게됩니다.
세월이 흘러야 정말로 소중한 것들이 이런것이구나 깨닫기도 하구요.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본적이 있기 때문 입니다.
가진 것이 없음을 한탄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렇게 피어나는 대지의 한 가운데
그 세상의 중심을 가벼운 발길로 걸어가고 있잖아요
봄이 오르는 대지를 걸을 수 있음은 무한한 영광과 신의 축복입니다.
나의 길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말 징하게 배우고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른 채 배우고
한 번도 써먹지 못하는 쓸데 없는 것을 배우느라 머리가 다 세어 갑니다.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숱한 책과 스승들 중에
가장 위대한 스승은 세월과 산이었습니다.
세월과 산이 깨우쳐 준 가장 소중한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채움보다 비움의 미학
느리게 사는 즐거움
차가운 이성보다 더 소중한 감성
깨달음의 궁극은 초대하는 삶에 충실하라는 것
그리고 마음이 울리는 대로 살아가라는 것
4.5km 물길따라 유유자적하게 올라왔습니다.
산친구들과 화사한 계곡의 봄 그리고 맑은 물길이 동행했던 멋진 여정이었습니다.
연인산 정상은 이제 반 정도 남았습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되고
가파르게 솟은 길을 올라갑니다.
아직 여린 봄이 머무는 그런 길
산상 바리케이트
마치 이길을 가지말라는
산신령님의 경고인 듯 합니다.
요븜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올라 갑니다.
가뿐숨의 에너지로 해발이 점점 올라 갑니다.
이기적인 소나무 밭
공존의 의미를 모르는 소나무는 숲에 다른 나무와 더불어 살려하지 않습니다.
장단지는 뻐근해지고 호흡은 거칠어 지고....
연인산의 연인들?
나무가 그린 그림
아직 이른 봄
이제 막 피어나는 진달래 잎사귀
반대편 봉우리는 아직 높아 있습니다.
총각은 뉘기여?
정말 열쓈히 올라 왔는데
이게 몹니까?
화물트럭도 지나갈 수 있는 이 넓은 길
정말 꼭 만들었어야 하는 길인지?
연인산 2.9.km 전방
답답한 시야가 조금식 트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발도장을 찍은 곳
첩첩의 산세상에 고립된 곳에 내가 서 있습니다.
올라온 도로를 내려다 본 풍경
정말 배고파 미칠 뻔 했시요
흡사 가을산처럼 낙엽이 맣은 능선 언덕에 식단을 풀었습니다.
산을 타기 위해 우린 먹어야 하는지
먹기 위해 산을 타는 것인지
봄은 배낭속에 먼저 내려와 있엇습니다.
돌미나리, 옷순, 두룹, 엄나무 순
그리고 상추쌈과 돼지 두루치기...
귀연에서 산을 타서 살이 빠진 다는 건 다 새빨간 거짓말 입니다.
전원 레스또랑
이보다 멋진 성찬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어린이날 영원한 군대 졸병 엄하사와 예편하신 사령관님 모시고 부부동반으로 점심을 함께 했었지요
수원 열두대문이란 한식집
귀한 인연들이라 인당 5만원 짜리 한정식 먹었는데 별루 특별할 것도 없었지요
서브 프라임 경제위기로 시중에 돈이 넘친다고 해도
약간의 술과 함께 6명 한끼 식사비가 35만원
그리고 백운호수 변 까페 창가에 앉아 맥주와 차 한잔 씩 마신 값이 92,000원
작은 병맥주 1병에 14,000원 , 쥬스 한잔에 16,000원
30분 정도 우순실이 나와서 노래 몇 곡 하긴 하지만 경기 공화국 이거 너무한것 아닌가요?
애고 아까워라
계곡수에 목욕하고 풍경 좋은 곳에 마주 앉아 대자연의 악사와 솔바람의 서비스를 받으며 산친구들과
함께 먹는 전원 레스또랑 식사 값이 얼만디...
수육 삶아내고 막걸리와 소주로 순배를 돌리면 몇명이 배터지게 먹는디
도열한 진달래는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사 꽃 봉우리를 맺고 있는 가득한 진달래 군락.
오를 만큼 올랐는지 이제사 건너편 산이 내다 보입니다.
가을 날 같은 능선 길
이제 얼마 남지 않았시우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산봉우리
솔 숲에 드리운 휴식
반겨주는 고원의 얼레지
정말 포근한 큰나무의 품
말없는 기다림
그리움
1000고지에 머무는 수줍은 봄 입니다.
시간은 묵묵히 흐르고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는 만났습니다.
약속된 만남이 아니라 더 반가웠고
오래 이야기 나눌 수 없어 아쉬웠지요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오지 못한다 해도
우리 만남은 오래 기억될 겁니다.
오월의 화사한 봄에
잊혀진 시간의 기억처럼
그리움의 빚깔로 피어나던 연인산이 얼레지
양지 바른 곳에만 피는 양지꽃 입니다.
봄
고인나무
봄이 아직 오르지 못한 늦가을 같은 고원의 봄
장수샘가의 사람들
허접해 보이는 샘이 물맛이 감동 입니다.
백두대간을 종횡하던 시절
최고의 물맛이라던 하늘샘의 그 맛을 다시 느껴 봅니다.
늘 목적지는 적정한 시간 만큼의 거리에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미이 그 길을 멀게하고 혹은 가깝게 합니다.
화창한 봄날 즐겁게 걸은 길이라 거리와 시간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무디어서 그렇게 긴 계곡이란 걸 내려오는 길에 알았습니다.
완전 후미조
나선생님과 꼬모
짝짝짝~~~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
오늘은 제가 꼬도바리 입니다.
계곡의 신록과 연인산의 풍경에 취해서...
진달래 꽃 사이로 보이는 수줍은 봄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산세상
연인산의 동쪽
연인산 용골마루에 서서
오월의 연인? 오월의 여인
하산길
연인산의 북쪽
화악산
내 젊은 날이 땀과 추억이 남아 있는 곳
연인 산의 북쪽
갈래길이 너무 많아요
10.6km 연인능선으로 내려 갑니다.
하산길을 배웅하는 얼레지 군락
하산 길을 가파르고 길었습니다.
가는 길에
벌떡 일어나 앉아 있는 능선을 힘겹게 오르던 봄을 만났습니다.
그 길에서 도심에서 잃어버린 감탄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카메라란 참으로 위대한 발명 입니다.
정지된 지나간 순간을 어떻게 그렇게 교묘하게 훔칠 수 있는지...
비록 바람도 없고 향기도 없고 그 시간의 따뜻한 감상도 떠난 채 덩그러니 남아
다른 누구에게 감동이 될 수 없는 정교한 그림으로 박제된 시간이지만
한장의 종이 위에 혹은 컴퓨터 모니터에 남겨진 잔상은
그 길을 걸었던 사람, 그 길 위의 기쁨을 밟고 지나간 사람에게
지나간 시간의 추억과 감동을 다시 일깨어 줍니다.
훗날 사진을 보면
더 아름답게 채색된 풍경의 파노라마 속에 내가 누린 고원의 평화가 다시 밀려오고
그 더위와 고원의 향기와 바람이 다시 살아 옵니다.
그 추억들이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불러내게 하고
기꺼이 다시 배낭을 메게 합니다.
무리져 피어나는 봄
한참을 내려 왔는데 남은 길이 9.6km 입니다.
소나무 군락지
봄길
우아한 초록나무 숲길을 지나 우린 다시 오르던 물 길을 만났습니다.
리바이벌 싫어하는 내가
가는 길이 지루해서 바위뒤 길에서 보이지 않는 물길에 풍덩 뛰어들었습니다.
아직 소스라치게 차가운 물이 정신이 번쩍나게 합니다.
채 1분도 버텨내지 못하면서 3번을 자맥질하고 물가에 다시 올라와 한참동안 햇빛에 몸을 녹였습니다.
여름 계곡보다 멋진 봄 여행은 긴 여정의 날머리에서 끝이 났습니다.
우린 함께한 친구들과 계곡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 잔의 술에 기쁨을 채워 마셨습니다.
계절의 흥에겨워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정에겨워
아쉬울 것 없는 어느 화창한 일요일의 봄날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우린 세월의 강에 노닐던 한마리 물고기 였습니다.
우린 물길을 거슬러 산에 올랐다가 다시 물길을 따라 내려와서
살아가는 날의 소박한 기쁨에 감사하고
산과 바람이 전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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