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 : 2010년 3월 28일(일)
2. 어디 : 괴산 신선봉-마패봉-부봉
3. 산행 시간 : 6시간 30분
4. 산행 코스
신선봉 들머리 (고사리주차장) - 신선봉 - 마역봉(마패봉) - 동문갈림길 - 부봉6봉우리 - 조령2관문
- 조령1관문 - 주차장
가끔은 새옹지마 같은 삶의 의외성이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괴산에 머무는 봄을 맞으려 갔더니 웬 칼바람과 흰 눈?
아쉽게 훌쩍 보낸 줄 알았던 겨울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정작 부봉의 멋진 봉우리들에서는 숨죽인 바람과 따사로운 햇빛을 만났습니다.
자꾸 생기는 힘겨운 일들에 칙칙한 도심에 칩거하느라 답답했는데 조금 후련해졌습니다.
역시 산꾼은 배낭을 둘러메고 떠나야 행복한 법입니다.
멋진 풍경 앞에 흔들리는 가슴으로 다시 설 수 있어 기뻤습니다.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된 과거의 그날을 떠올리며 그 때의 전우들과 젊은 날의 땀으로 발자국을 만들었던 그 길을 다시 걸어 행복했습니다.
엊그제의 그 생생한 감동이 벌써 7년 이랴뇨?
개인적으로는 괴산과 문경 인근의 산들을 너무 좋아 합니다.
그 멋진 암릉들
우리 할아버지 보다 더 오랜 세월을 담대히 살아 온 멋진 노송들
아름다운 청솔은 바위 난간에 기대어 삶이 이래야 함을 묵묵히 깨우쳐 주고
드 맑은 하늘을 불어가는 바람은 맑고 깊기만 합니다.
마패봉(마역봉)
지나간 날은 늘 아름답습니다.
오늘이 모여 희망의 내일이 만들어 지기에 모두들 오늘을 이야기 하지만
지나온 추억이 있어 오늘 우리는 다시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가슴 어딘가에 시리게 남아 있는 지난 그 시간의 기쁨과 행복이 다시 기꺼이 새벽을 열고
여행을 계속하게 합니다.
기억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멋지고 싱싱했는지….
그날의 함성이 들립니다.
대미산과 포함산을 지나 파죽지세로 진군한 우리는 하늘재를 아우르고 월항삼봉을 평정한 다음 마패봉으로 올랐습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선 마패봉을 다시 만나 반가웠습니다.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갔고 여전히 산을 사랑하는 우리는 오늘 다시 함께 이 자리에 서서 그 날
의 기억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오석의 표지봉에 걸려 있는 빛 바랜 추억을 내려놓고 마패봉에서 방향을 바꾸어 내려 가는 백두대간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그 길 위로 무수한 세월이 퇴적되었지만 여전히 그 길은 변함이 없습니다.
진군의 나팔과 그날의 함성은 사라졌어도 늘 잊을 수 없는 길입니다.
무수한 길을 걸었지만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그 길이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더 먼 길, 더 높은 곳으로 난 길을 걷고 싶습니다.
백두대간 길
마패봉에서 부봉 갈림길 까지는 백두대간 구간 입니다.
처음 그 길 위에 나를 올려 놓았던 세월은 2402일 밤을 돌아 흘러왔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달게 받으며 기쁨을 밟으며 그 아름다운 풍경 속을 지나가던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 갔습니다.
다시 그 만큼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젊은이의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때도 친구들과 이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작은 아름다운 풍경에도 흔들리는 여린 가슴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서
세상에 남아 있는 소중한 추억을 찾아서
기꺼이 배낭을 메고 새벽을 깨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다를 수 없는 별이라도 가슴에 간직하고 다시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산은 세월이 가도 그 위엄을 잃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세월과 함께 늙어 갈 나는
여전히 대자연과 산의 교훈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산 상에서
바람이 전하는 말
산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답답하면 그냥 훌쩍 떠나
산 위에 서서 푸른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차가운 바람 한번 맞으며 손바닥 만한 세상을 내려다 보아
세상 사는 기쁨은
바위에 기댄 노송에도 걸려 있고
친구가 따르는 한 잔의 술잔에도 담겨 있고
잃어버린 작은 가슴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걸
열심히 살았건 못 살았건
지나간 시간은 늘 아름다운 추억 속에 살고
오늘과 내일은 다시 열심히 노력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더 즐겁고 행복해야지
삶은 한줄기 바람이잖아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
부봉의 봉우리
어제 그믐달이 춤추던 눈밭에는 아직 물러나지 않은 서슬푸른 동장군의 기세가 남아 있고
당당한 자존심을 곳추세운 부봉은 바람 길에 험상궃은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님이시여 기억하나요 ?
바람처럼 지난 세월의 모퉁이를 스쳐 지나던 길손
해거름에 말없이 발길을 재촉하던 무릉객
역시 귀연 답습니다.
낙차큰 벼랑과 거친 길을 아이젠 없이 잘도 넘어 갑니다.
참으로 보기 드문 풍경 이었습니다.
4월을 코 앞에 둔 멋진 눈밭
야생마처럼 강인한 골격을 드러내며 장쾌하게 흐르는 능선들
봉우리 위에서 봄을 만났습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풍광 좋은 봉우리에 올라 서기만 하면 거칠게 불던 바람이 잠잠해졌습니다.
남도의 물길에서 올라 조금씩 동장군을 밀고 올라 오던 봄이 먼저 전령을 보냈습니다.
햇빛은 따사롭고 바람은 부드럽습니다.
맑고 청명한 날이 가져다 준 깨끗한 조망과 수려한 풍광
보지 않고 지나면 후회할 풍경 이었습니다.
살아 가면서 올라야 할 많은 산이 있고 바라보아야 할 많은 풍경들이 있습니다.
흰 눈을 걸고 당당한 봉우리들
그리고 멀리 흰 갈기를 휘날리며 진군하는 백두대간
그 풍경 앞에 설 수 있음이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고 감동 입니다.
다음엔 신록이 어우러진 부봉의 봄을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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