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바람이 불어가는....
1. 산 행 일 : 2010년 10월 12일(화요일)
2. 산 행 지 : 설악산
3. 산행코스 : 한계령 ~ 귀떼기청봉 ~ 대승령 ~ 장수대
4. 산행거리 : 약 12.6km
5. 산행소요시간 : 약 7 시간 30분
6. 동행 : 민수산악회 11명
6. 날씨 : 흐림
7. 경유지별 소요 시간
한계령 출발 |
11:05 |
이정표(한계령1.0km,중청대피소6.7km) |
11:45 |
바위암봉 |
11:51 |
서북능선삼거리(귀떼기청봉1.6km,한계령2.3km,대청봉6km) 전방 암봉에서 식사 |
12:25 |
너덜지대 |
13:19 |
귀떼기청봉 전위봉 |
13:52 |
귀떼기청봉 (한계령3.9km, 대승령6km) |
14;12 |
이정표(귀떼기청봉1.2km,대승령4.8km) |
14:59 |
이정표(1368m - 귀떼기청봉1.7km, 대승령4.3km) |
15:20 |
이정표 (귀떼기청봉2.4km, 대승령3.6km) |
15:47 |
웅자봉 (비박맨 만나다.) |
16:06 |
1408봉(귀떼기청봉2.8km, 대승령3.2km) |
16:10 |
이정표 (귀떼기청봉3.2km, 대승령2.8km) |
16:23 |
이정표 (1273m - 귀떼기청봉4.2km, 대승령1.8km) |
16:48 |
대승령 앞 무명암봉 |
17;20 |
대승령(1210m) |
17:30 |
대승폭포 |
18:11 |
장수대 주차장 |
18:30 |
다시 가을 입니다.
6일간의 휴가 중 이틀을 친구부부와 단양에서 보내고 나서 일요일 한 가운데 알박기처럼 박힌 일정 때문에 설악으로 떠나지 못했습니다.
불타는 설악의 단풍이 어른거려
월요일 새벽 대청봉에 올라 공룡의 잔등을 타고 단풍과 함께 백담사로 내려서려 했습니다.
민수산악회에서 평일에 단풍선을 띄우지 않았으면 혼자 떠났을 겁니다..
귀떼기청봉
참 뽄데없는 이름입니다.
일년에 한 두 번은 꼭 가는 설악에서 유일하게 가지 않은 곳입니다.
설악에 들면 으레껏 대청봉의 일출을 보고 공룡을 타야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집착이 오랜 세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세상을 홀로 폄하하고 말았습니다.
서북능선 갈림길을 향해서 벌건대낮 11시에 한계령을 오르는 것도 처음입니다.
한계령은 늘 휘영청 밝은 보름달아래 어슴프레한 능선의 실루엣을 바라보아야 하고 설악은 늘 밤에 떠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몸을 휘감아 옵니다.
설악의 가을은 가벼운 여름옷섶을 헤치고 그렇게 내 가슴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가을을 타는 사람들
입추의 여지가 없이 통로까지 메우며 안개 속을 달려와 한계령에 선 사람들 중에 귀떼기청봉 단풍객은 11명입니다.
서북능선 가는 길
능선 오름 길에는 단풍이 한창 입니다.
살갗에 닿는 가을바람의 감촉이 좋고 바람에 실려오는 가을 냄새가 좋습니다.
조금은 우울한 설악의 우수에 찬 얼굴과 산 안개 사이 흘러가는 가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어둠 속에 남겨두었던 풍경의 베일을 벗기고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가 가지고 떠나는 행복한 여행길 입니다.
바위봉 : 암릉과 청솔 그리고 산 안개....
한굽이 봉우리를 넘어서자 산수화의 절경이 펼쳐 집니다.
암릉에 기댄 청솔은 산안개 속에서도 푸르고 세월에 무심한 바위봉우리는 태고의 무게로 풍류객의 가슴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습니다.
서북 능선 삼거리 에서 바라본 설악 풍경...
고원 레스또랑에서 바라 본 풍경 1
고원 레스또랑 풍경 2.
서북능선 삼거리를 돌아보고 오름길 한 켠 작은 바위봉에서 혼자 식사를 했습니다.
가을 한 가운데 혼자 앉았어도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고 산안개가 단풍의 화려함을 가리려 애써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자연이란 이름의 웨이츄리스는 친절했고 바람의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은 감미로웠습니다.
소박한 식단은 진수성찬 부럽지 않았고 창밖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른 바위봉 풍경 -귀떼기청봉 가는 길에
.
귀떼기청봉 가는 길
아름다운 설악 세상 입니다.
그다지 시간이 급할 것 같지 않은 길입니다.
가는 길에 오를 수 있는 절벽난간이면 모두 올라 좀 더 높은 곳에서 파도치는 단풍의 바다를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바람처럼 사라져 갈 기억이라 카메라의 눈으로 표구하려 하니 괜히 분주하고 발길이 밀립니다.
늘 생각합니다.
사라져가는 것이라 아름답지만
쉽사리 사라져 갈 아름다운 잔상은 훗날 설악을 욕심낼 수 없는 날의 아쉬운 추억일 될 거라고….
그래서 바람결에 훝날릴 기억의 실마리를 위해 카메라의 눈으로라도 잡아두는 게 나을 거라고…
너덜지대...
너덜지대를 만났습니다.
무채색 바위와 안개의 화폭에 청솔과 단풍 그리고 사람이 그리는 원색의 그림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곳입니다.
고목처럼 오래 그곳에 서서 거친 봉우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것들에 대한 감동과 교훈을 주었을 바위들은 부둥켜 안은 채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래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살아 가야하는 아름다운 세상이지....
설악 산신령님은 오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조금은 근엄한 얼굴을 한 채 설악의 아름다움을 모두 들어 내 보이지 않으십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찾아 오라고 ….
설악은 그렇게 쉽게 가슴을 내어 주지 않는다고….
안개와 바람과 구름을 풀어 아름다운 세상 위에 신비의 베일을 드리웠습니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
귀떼기 청봉
태양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귀떼기청봉에서 바라 본 가슴시린 설악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그 풍경을 가슴에만 담아두기엔 너무 아까운 모양입니다.
더러는 실제풍경을 보다 미화하는 사진발이 있기는 해도 미세한 오감과 감정이 어우러지는 무수한 풍경을 능선 길 위에 남겨두고 한 장 사진 위엔 어떤 풍경을 담으려는지….
하지만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이 기다림도 다 제 멋입니다.
홀로 흥에겨워 추는 춤
내가 가을이면 병이 도져서 설악 단풍선을 타야 하는 것처럼…
산 안개의 아쉬움에도 필설의 한계를 새삼 느껴야 하는 몽환의 풍경입니다.
봉정암을 품은 내벽은 안개에 보이지 않지만 그 수려한 풍경 앞에 설 수 있는 것 만으로 봉우리엔 허허로운 삶의 기쁨이 가득 날립니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여기는 설악산 귀떼기청봉이다,.
단풍 쥑인다.
그래서 내가 산에 미칠 수밖에 없는겨”
귀떼기청봉 내려서는 길에 만난 늦가을
대승령 가는 길
인적이 드믄 길 입니다.
설악이 말을 걸어오고
어느 날 잃어버렸던 스스로에게 말을 겁니다.
가는 길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한 길입니다.
“이 모퉁이를 돌면 설악은 어떤 얼굴일까?”
내년에도 이 길을 다시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 길이란 그냥 걸어 가면 됩니다.
내가 자연 속 하나의 물상으로 동화되고
가슴에선 무언가 비워지고 다시 채워 집니다.
설악의 바람
그리고 가을
그 걸음 뒤로 지나간 추억과 잃어버린 상념들이 조용히 따라 옵니다.
산과 사람이 모두 아름다워지는 가을입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리움 속에 시어가 사는 가을 입니다.
나는 가을 여행 중입니다.
덧없는 세월의 길목에서 잠시 내려서
바람처럼 가볍게 산길을 걸으며
허허로운 가을 노래를 듣습니다.
황홀한 고독과 지나간 추억에 관한 노래를...
낙엽마르는 냄새가 좋은 어느 길 위에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클래식의 선률이 흐르고
안개 흐르는 암봉 절벽위에 올라 서서는
가슴을 울리는 무음의 장중한 전원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잊었던 계절의 아름다움을 다시 만났습니다.
투명한 바람을 만나고
가을을 욕심내다 거친 길에서 주저앉은 산객을 만났습니다
저물어가는 시간에
설악의 기를 받으려 웅자봉에서 비박을 준비하는 산님도 만났습니다.
다 제흥에 겨워 자신의 목청으로 세월을 노래하는 사람들 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아름다운 풍경을 무수히 만났습니다.
그 아름다움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밝게 합니다.
산행 길은 인생길을 닮았습니다.
때론 힘들고 때론 아름답고 ….
그 아름다운 감동의 잔상과 여운이
늘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말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가슴의 울림이 공명하는 한
우린 아직 늙지 않았습니다.
전 무릉객입니다.
세상의 무릉도원의 출입허가증을 가진 남자
영원한 사는 것은 바위 뿐
사람의 삶이란 너무 짧아서 그저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워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찾아
바람처럼 떠도는 자유인
저는 백만장자 입니다.
제가 높은 산 위에서 산바람을 목에 감으며 항상 느끼듯이 저는 세상의 무릉도원을 제집 드나들 듯
주유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삼는 무릉객이고 항상 억만평의 임야와 천만평의 수영장 그리고 백만평의
정원을 소유한 백만장자 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의 재산은 더욱 불어날 것입니다.
물론 자연을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 주고 떠날 계획 이지만...
지나 온 웅자봉
홀로 비박을 준비하는 산님을 만나고....
대승령 마지막 관문에 버티고 잇는 암봉에 올라서 바라 본 설악세상.
가슴벅찬 감동을 몰고 달려온 아름답고 거친 능선 길이었습니다.
단풍이 춤을 추는 설악에서 내 영혼이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대승령
흐린 태양이 더 깊은 빛을 감추고
멀리서 조용히 땅거미가 다가 오는 시간
거친 암릉길이라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마지막 능선길에서 조금 속도를 높인 덕에 대승령에는 5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6시간 30분의 긴 여행길 이었습니다.
고독하지도 않았고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능선 길의 환호와 갈채를 조용한 침묵으로 감싸안던 대승령
대승령 내림 길엔 단풍이 한참 입니다.
장수대 가는 길
대청을 타고 오색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시간에 내려오면 버스는 6시 30분쯤 장수대주차장에 도착할 듯합니다.
누군가 조금 늦어진다면 아마도 7시는 넘어야 도착할 겁니다.
우리 발길을 재촉한 건 단풍선의 시간약속 보다는 저무는 날이었습니다.
장수대 까지 2.7km이면 내림길에 속도를 붙이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될 듯 합니다.
대승령 폭포에서 어두워지는 하늘엔 초승달이 걸렸습니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폭포를 카메라는 잘도 잡아 냅니다.
잠시 어둠이 내리는 대승령폭포의 풍경을 감상하다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어둠이 소리없이 내리고 조용히 초생달이 뜬 목가적인 대승폭포.
축제의 막은 내리고
6시 10분에 후렛쉬 불빛을 올리고 정확히 6시 30분에 장수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휴게소는 어둠속에 쌓여 있고 차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단풍선은 예상보다 더 늦어 7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으례 그러합니다.
설악은 나만의 설악이 아니고
누군가는 설악의 마법에 빠져 자신의 체력과 시간을 잊기도 합니다.
어째든 설악의 비단길에서 가을의 역병은 치유되었습니다.
한 주쯤 지나면 설악을 내려가 남쪽 어느 산으로 오르고 있을 단풍을 다시 따라갈 겁니다.
우린 서늘한 바람이 부는 설악의 산허리에서 가을과 설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늦은 단풍선을 탔습니다.
아직 설악의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몽롱한 채로.....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시산제 - 대둔산 (0) | 2011.02.15 |
---|---|
덕유만추 (0) | 2010.11.14 |
아름다운 시절 (0) | 2010.08.11 |
덕태산-선각산 종주 (0) | 2010.07.30 |
오월의 연인산 (0) | 2010.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