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님께 한 해의 무사 산행을 빌러 가는 길입니다.
지난 낙동 길의 산신령님의 진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또 추워지는 날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귀연 길동무들은 모처럼 성황을 이뤄 주었고
대둔 산신령님은 화창한 푸른 하늘을 열어 주셨습니다.
산꼭대기 나와!
아무 대답 없습니다.
산꼭대기는 외출중 입니다.
아! 전화 번호가 잘못되었군요 : 산꼭대기 대장 : 016-304-1126
우리 사는 곳에서 가까운 산이라
쫓기지 않게 떠나는 여행길은 마음을 푸근하고 여유롭게 합니다.
눈이 녹지 않은 그 길에서 아직 봄이 느껴지지 않지만
모처럼 함께한 반가운 얼굴들을 대하며 머지 않은 봄을 느껴 보았습니다.
벌써 이렇게 올라왔습니다.
평화로운 대둔나라
장군 약수는 꽁꽁 얼었습니다.
이래 저래 마실 수 없는 대둔의 눈물.
전망 좋은 벤취.
영
우린 많은 시간을 잃어버렸구나.
겨울에
눈을 밀치고 우리 둘이 앉았던 이 벤취에
겨울이 쓸쓸히 널려 있다.
이렇듯 긴 시간의 그림자로
우리가 수 많은 웃음으로 버렸던
소중한 언어의 기억들은
영
시신처럼 바람에 흩어져 있다.
영
겨울엔
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낙엽보다 더욱 서러움은
이젠
잃어버린 벤취만이 거기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벤취에는 아직 기다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야호! 드뎌 정상이다!
여기는 일출과 일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한밭의 혈맥 대둔산 낙조대 입니다.
출발한지 1시간 30분 만입니다.
대둔나라 조망
낙조대 아래 바람이 들지 않는 곳에 정성껏 제단을 차렸습니다.
8도 산신령님들께서 편히 음식을 드실 수 있는 곳으로….
산악인의 선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와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 노산 이은상 - |
귀연산우회 시산제 축문
유세차 단기 4344년(서기 2011년) 신묘년 2월 13일
저희 귀연산우회 회원 일동은 소금강이라 일컫는 대둔산 낙조대에 올라 우리나라의 모든 산하를 굽어 살피시고, 그 너그러우신 품속의 모든 생명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아가며 결국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하는 귀연산우회 회원들이 산행을 시작한지도 벌써 9년이 되었으며,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해 왔나이다.
저희들이 매주 산행을 해 오던 산행에서 산천이나 동료 친구들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가득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한 해 큰 사고나 낙오함이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저희들을 이끌어 주신 것은 오직 산신령님의 그윽하고 너그러우신 보살핌의 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늘 이곳 대둔산을 찾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산제를 올리게 되었나이다.
산골짜기와 능선을 걸을 때마다 봄에는 연초록의 새 생명을, 여름에는 진녹색의 치열함을, 가을에는 오색 물결의 풍요로움을, 겨울에는 흰색의 순결함과 고요함을 그때그때 깨닫게 해주시고 또한 저희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보살펴 주신 산신령님!
신묘년 새해에도 바라옵건대 저희들에게 토끼와 같은 민첩함과 지치지 않는 힘을 주시고, 동료 친구들의 어려움을 배낭과 지팡이가 되어 함께 나누어 지고갈 수 있는 지혜와 덕망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연 산천을 더럽히거나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호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거듭 바라옵건대 저희 회원들이 화목하고, 소통하고, 나누고, 아끼며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산신령님의 가호를 엎드려 비나이다.
아울러 새해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산꾼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 모두가 귀한 인연으로 맺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산신령님이시여!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보잘 것 없사오나 그래도 저희들의 작은 정성이오니 큰 절과 함께 한 순배 잔을 올리는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시어 흠향하시옵소서.
2011년 2월 13일
귀연산우회 회원 일동
사진(양반곰)
모두들 삼배를 올렸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대둔산의 낙조대에서 산신령께 각자의 소망을 말했겠지요.
잘 모르긴 해도 부자나 성공 따위 보다는 건강과 자연 속에서 찾아 가는 소박한 삶의
기쁨을 소망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
“까치 설날은 지난주고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발 길을 잠시 늦추어 산신령님께 세배하는 길일은 오늘이래요 “
의미 있는 제단 이었습니다.
집행부가 모든 걸 다 준비하고 모신 자리가 아니라
한 분 한 분이 제물을 준비하는 제주요 의식을 주관하는 집사장이라 더 의미가 각별
했습니다.
歸然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주인공이 따로 있겠습니까?
자연으로 난 그 길 위에서 기쁨과 행복을 주어 담는 사람
대자연 속에서 가득한 자유를 느끼며 함께 부르는 노래의 즐거움을 아는 우리 모두가
세상의 참피언 입니다.
벌써 9년 입니다.
짧은 역사 속에서 이렇게 귀연의 뿌리가 탄탄해지고 이렇게 가지가 융성해졌습니다.
누군가 영리를 목적으로 만든 모임이 아니고 우리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 자리를
채운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시산제 올리는 날
마치 배낭 속에 도깨비 방망이를 넣고 온 것 처럼 온갖 제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떡과 수육이 나오고 정성스런 전이 나오고 밤과 대추에 사과에 온갖 제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누군가 무거운 등짐으로 실어 올렸을 술은 양도 엄청나고 종류도 다양 합니다.
동동주,개복숭아주,약술,더덕주, 소곡주
한 잔씩 시음하고 따라주는 정을 마다하지 않다 보니 알딸딸 해졌습니다.
아! 내가 마신 건 술이 아니라
대둔의 맑은 아침이 빚어낸 이슬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넘치는 정이었습니다.
나를 취하게 한 건 술이 아니라
대둔의 푸른 하늘과 바람
자연의 화폭에 함께 그렸던 멋진 그림입니다.
산신령님들 대만족 하셨습니다.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실 겁니다.
“야 귀연에 가니까 딸기도 나오고 파인애플도 나오고 바나나도 나오더라”
“근데 그넘들 맛있는 참치는 즈덜만 먹더라.”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길 속에
귀연은 다시 번성할 것입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가는 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대자연의 축복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우리이기 때문 입니다.
자연이 우리의 고향임을 늘 잊지 않고 더불어 나누는 기쁨을 아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 입니다.
뛰는 넘 위에 나는 넘 있고
나는 넘 위에 노는넘 있다고 하지요
내가 잘 먹고 잘 놀면 세상이 편안해 집니다.
내가 세상에 기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즐거운 웃음입니다.
내가 웃으면 내가 행복하고
가족과 친구가 행복하고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합니다..
그 웃음의 파동이 전 우주로 퍼져 나가 우주를 행복하게 합니다.
내가 인류와 우주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랑과 웃음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지요.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튼튼한 두 다리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
아이의 동심과 젊은이의 열정
코끝이 찡한 감동과 늘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
귀연에서는 살아 오면서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귀연에서는 늘 새로운 세상의 경이와 기쁨이 준비 됩니다.
歸然山友會
고향의 동구밖 느티나무처럼 언제나 거기 서 있겠습니다.
멀리 떠나 있거나
삶이 겨를이 없어 잊고 지내다 어느 날 사는 게 시들해 질 때
가끔 어깨 시린 외로움을 느낄 때나 문득 잊혀진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라도
늘 자연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기억하소서
내가 아닌 그 누군가
그 누군가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라도 그댈 반갑게 맞으리다.
어느 날 다시 그곳으로 돌아 와 아무렇지 않게 해묵은 오랜 친구들의 환한 웃음을 만나소서
그리고 세월의 짐 잠시 내리시고
나비처럼 훨훨 날으소서…
귀연은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이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