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세월이 내게 말했다.
“봄이 오면 들판을 걸어야 하고
바다가 보이는 산에 올라야 한다.”
우린 봄을 찾아 떠났다.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만나기 위하여
더 자유롭기 위하여
더 행복하기 위하여
때는 춘삼월 호시절
45명의 여행객이 남도로 떠났다.
통통선 꼬리를 잡고 남도의 섬으로 오르는 봄을 만나러…..
우리가 만난 건
그림 같이 이쁘고 아름다운 섬이 아니었다.
섬 처녀의 수줍은 미소처럼 가련하고 애닯은 섬이 아니라
팔뚝 굵은 시골 아지매처럼 투박하고 거친 섬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이거 진짜 섬이 맞어?”
섬 안의 산들은 서로 기대고 있지 않았다.
마치 서로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는 형제들처럼….
그 길은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우린 다음 산을 오르기 위해
바닥 까지 내려서서 다시 봉우리로 올라서야 했다.
아름다운 섬에서 낭만적으로 조우하리라 던 작은섬의 꿈은 사라졌다.
우린 마치 낙동 길을 위해 체력단련을 하듯 볼테기를 실룩 거리며
섬 산의 봉우리를 넘고 넘었다.
그래도 가끔은 연무 흐린 푸른 바다가 섬을 확인해 주었고
눈부신 햇살과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피곤한 봄을 위로해 주었다.
섬산이 너무 힘들어서
봄은 아직 봉우리에 오를 수가 없었다.
우린 봄을 만나러 산을 내려가 봄 빛 가득한 들판 길을 걸었다.
우리가 만난 창선도의 봄은
노란 생강 꽃 ,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붉은 동백 꽃과 할미꽃에 내려 앉아 있었고
나비 나는 해안 길을 따라 마늘밭과 푸른 보리 밭둑으로 걸어 왔다.
그래도 메마른 대지는 수런거리고 있다.
여름 같이 무더운 날
나무는 물을 올려 수액이 흐르게 하고
가는 길 반대편에서 봄은 경쾌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을은 무언가 느끼기에 좋은 계절이고
여전히 봄은 답답함을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기 좋은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