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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우중 책여 유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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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바보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비오는 산과

버스를 타고 떠난 바보들을 이야기한다.

버스는 가정을 버리고 경적소리 울리며  빗 속으로 떠났다.

머리에 비가 떨어진다.

차가운 비의 감동이 메마른 가슴을 조용히 적신다.

그러나 잠시

내가 알던 바보는 비 오는 산릉 고목 옆에서 비를 긋고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고

자욱한 안개마저 푸른 산릉을 뒤 덮을 때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비란 오고 가는 것

한 때는 비를 피하여 우산을 쓰기도 하고

이제 우리는 빗 속으로 떠나야 한다.

나뭇잎이 바람에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잃어버린 세상의 기쁨을 찾아 떠나야 한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아름다운 세상의 감동을 위하여

우린 처연한 빗소리의 역설적인 낭만을 기억하여야 한다.

비가 오던 바람이 불던

그저 가슴에 남은 아련한 꿈과 추억을 일깨우며

우린 아름다운 대자연이 쓰는 황홀한 시를 낭송해야 한다.

장쾌한 바위 능선을 날아올라 신선의 나라를 유영하는 한 마리 새와 같이

우린 행복하기 위해 다시 떠나야 한다..

인생은 원래 아름답고

그저 손한뼘 길이처럼 짧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산은 거기에 있고

가슴은 울리는데

우리의 우정과 사랑은 비 그친 강변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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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비오는 산 길을 걷는 낭만을 아는가?

차가운 비안개가 목에 감기고 비바람이 따갑게 볼에 몰아칠 때 오히려 후련해

졌던 그 기억을 잊었는가?

가끔 가슴을 울리는 대지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가?

 

호남 용아장성의 위용은 살아 있었다.

가득한 비와 운무 속에 꿈틀거리는 책여의 용트림은 웅혼하고

비 오는 그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는 신비로웠다.

 

나는 날카로운 용의 발톱과 등을 우산을 들고 걸어갔다.

가끔 비바람에 폭우가 들이치고 가끔 부드러운 가랑비가 내리는 길을 따라  

운무는 발아래로 흘러갔다.

 

비가 들이치는 모습과 구름이 흘러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용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암릉이더라도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었다.

마치 어려운 인생길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비오는 날

운무 감도는 칼날능선 위에서 산책이라도 나온 양 마음이 편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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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변화를 즐겨라!

비에 젖는 두려움을 없애고 나면 대지를 울리는 장중한 교향곡의 감미로운 선률과

그 감동의 여운이 귓가에 남는다.

거기 우수에 찬 대지의 화폭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대자연의 멋진 그림이 파노라마 친다.   

빈 가슴이 공명하고

비와 안개가 쓰는 한편의 시가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을 불러낸다.

 

변화 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버리고 축축히 젖어 가는 대자연 속에 함께 젖다 보면

맑은 고요와 차분한 평화가 가슴에 고인다.

 

세상에 전적으로 잃기만 하는 것이란 없다.

비오는 날 칩거의 안락함을 포기한 대신 산과 바람과 운무의 황홀한 향연의 한가운데 서고

책여 산신령님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행여 더울세라 비와 안개와 바람을 끌어 여행길을 위로해 주었고

땀에 젖은 사람들을 위해 장쾌한 폭우를 불러 축하 세리모니를 베풀어 주셨다

 

날카로운 암릉에서 후련하게 불어오는 호남벌의 장대한 바람은 감동이었고

춤추는 운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은 離俗神仙 地境 이었다    

 

 

우린 인적 없는 산길에 기쁨과 웃음을 날리며 걸었다.

혼자 그 길을 걸으면  어떤 미친넘의 청승이 되겠지만 떼로하는 날궃이라

구태여 누군가의 눈치 볼 일도 없이 잃어버린 동심을 느껴볼 수 있는 즐거운 유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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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늘 말한다.

인생이 별거냐?

가슴이 울리는 대로 사는 것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하고

춤추고 싶을 때 춤 추는 것

 

 

난 축축히 젖는 것이 두렵지 않다.

비란 가끔 마음도 적셔 주기에….

비오는 날 격렬한 산행을 마친 후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날개 옷을 입은 듯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와  

목젖을 꿀럭이며 친구들과 마시는 한 잔의 술을 사랑한다.

나른하게 졸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비 개인 오후의 푸른 차창 밖의 풍경과

온 몸을 타고 오르는 그 뿌듯한 뻐근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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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가끔은 한 잔 술을 마시고 돼지 멱따는 소리로 뽕짝 부르고 싶고.

어느 비 오는 날엔 마음 속까지 흠뻑 젖어 보구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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