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휴가철이라 썰렁하군…”
나름 2012년 여름의 전설을 만들어준 지리산을 뒤로하고 마지막 여름과 여유로운 작별을
고하고자 했던 장안산 계곡산행인데 가끔 들어가 본 꼬리말엔 파리만 날렸지…
지리산에 대한 원성이 높아 납량시리즈를 널널산행으로 전격 교체 했는데 통 반응이 시큰둥
한 거 있지?.
물 좋은 덕산계곡을 품고 울창한 수림에 덮혀 있는 1000고지 여름산을 알길 우습게 안다
이거야 나참 …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게다가 금요일엔 비까지 온다하네. .
“괜찮아! 그래도 10명은 넘는 걸…”
옛날에는 귀연 여름방학도 했는데 휴가철에 이 정도면 준수한 셈
“지리산 폭우경보 때도 19명이나 떠났지만 오늘 정말 한가한 사람들만 모여 날궃이 한 번 제대로
해 보는 거지 뭐…”
원두막을 지나면서 머리 수를 헤아려 보니 18명
오잉? 14명인줄 알았는데…
또 저조한 실적이 걱정되서 무리해서 나온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되는데…”
우린 영리 산악회도 아니다.
귀연이 앞으로 10년 더 지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부담으로 운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바쁜 일이나 더 즐거운 일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가고 싶은 사람들만으로 무리없이
떠날 수 있어야 한다.
허구헌날 기존 산우들의 발목을 붙들고 누군가의 봉사와 희생만으로 지탱된다면
산악회의 존재 가치는 이미 상실된게 아닐까?
우리가 즐거운 산행을 하고 그래도 미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적정 인원은 30명쯤
될까?
산우님들 자나깨나 귀연에 대해 너무 노심초사 마시고 쉽게 생각하자
사람이 적으면 큰 차를 없애면 되고…
작은 차에도 인원이 차지 않으면 럭셔리한 먹거리를 줄이면 된다.
그래도 계속 적자가 나면 귀연의 생명력은 다하는 거다.
산꾼들의 기본적인 사랑과 관심에서 멀어진 산악회는 조용히 사라지면 되는 거다.
돌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찌 살아 남는가?
귀연이 사라진들 귀연 사람들이 좋아하는 산을 못 갈까?
하지만 산우님들 너무 걱정 마시라.
10년 산악회의 명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겠는가?
그래도 한밭에서 1대간 9정맥의 신화를 써낸 귀연 산우회를 정권말기 대통령을 개무시
하듯 외면하기야 하겠는가?
귀연에 자주 얼굴 보여주는 벗님들이 있고
우리에겐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산악회가 아니라 진정한 산꾼의 산악회란 장점이 있다.
단지 모인 사람들끼리 즐겁게 자연으로 돌아가면 된다
내림길에 걸려 있던 시한 수 걸어 본다.
빛나는 것은 - 박영철
사람은 나이가 들면
가벼워 지고 싶을 일이다.
정신없이 주워담던 세상 것들
훌훌 털어 버려야 할 일이다.
섬진강 악양 뜰 아래
시월의 모래 둔치
강물 다 비워낸 뒤
허리 드러나 웃고 있는 것은
짓누르던 세월을 견디며 흐르다
불현듯 가벼워 지고 싶은 것이다.
세상 것들 다 버리고 나면
누구든 저 강 모래 언덕처럼
달빛보다 더 하얗게 빛나는 것이다.
여름 휴가도 이젠 끝물이다.
산을 다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산 인구를 보시라!
낙수효과, 떡고물 효과가 귀연에도 있지 않겠는가?
“가을이 되면 먼저 꼬리말 달려고 아우성칠 껄? “
우린 떠날 수 없는 날까지 늘 즐겁게 자연으로 돌아가자
그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이 기꺼이 귀연에 합류하고 싶을 때 까지…
의무감이 아니라 정말 즐겁고 행복해서
귀연이 좋아, 사람이 좋아 모이는 사람들끼리 줄창나게 떠나자…
귀연인들이여 !
바쁘면 안 오셔도 좋다.
하지만 귀연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간직해 주시라
미워하거나 사랑한다면 표현하시라
가장 슬픈 여인은 잊혀진 여인 이거늘….
귀연이란 나무가 잘 자라길 원하거든 가끔 돌아보고 물을 좀 주시라
산 행 일 :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산 행 지 : 장안산
산행코스 : 무령고개-장안산-중봉-덕천-덕산계곡-연주마을
산행거리 : 잘 모르갔슈
산행시간 : 약 4시간
날 씨 : 흐리다 햇빛 그리고 산행 끝나고 비
동 행 : 귀연 18명
경유지별 시간
시간 |
경유지 |
비고 |
09:30 |
무령고개 출발 |
|
10:17 |
억새 평원 전망대 |
|
10:45 |
장안산 정상 |
|
12:47 |
장안산 3km 하산 이정표 (외딴집) |
덕천마을 입구2.4km |
13:00 |
제1 알탕소 |
|
13:50 |
하산 완료 |
물가옆 베이스 캠프 |
15:24 |
폭포수골 절벽 |
|
15:30 |
주폭포 |
|
역쉬 시산제는 잘 지내고 봐야 돼…
장안산 가는 길 내내 청승맞게 내리던 비가 장안산에 도착하자 거지말처럼 그쳤다.
신비로운 산 안개가 장안산 능선 자락에서 오락가락 했다..
비 온다는 날에도 장안 산엔 산님들이 많이 모이고 흐린 하늘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마지막 가는 아쉬운 여름의 꼬리를 붙들고 다녔다.
햇빛이 사라진 울창한 수림 아래 집 나간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지나 다니고 우린 고원의
산책로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쳐 지났다.
은은히 안개 흐르는 정상에서 인증샷하고 점심시간 되기 전에 도시락 까먹어야하던 늘
허기지는 70년대 고딩들처럼 11시도 안되어 정상에서 점심을 깨끗이 비웠다.
왜?
정상은 너무 넓고 시원해서 밥먹기 딱이였으니까..
우린 내려가면 물가에서 또 맛난 돼지고기 수육 먹어야 하니까…
산이란 그래서 좋다.
아무런 이야기 안하고 걸어도 내게 조곤조곤 무슨 얘기 들려주고
가끔 답답한 가슴과 찡그린 얼굴로 다가가도 조용히 내 등을 다독여 세상의 화와
독을 풀어준다..
친구란 그래서 좋다.
바쁜 세상이 그대 발목을 잡아 오래 만나지 못해도 ,
씩 한 번 웃고 나면 그 뿐
우린 변함없는 산처럼 마음으로 통한다.
우리가 얼굴 붉힐 일 있나?
세상의 골치 아픈 이해관계로 얽힐 일 없이 단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우리의 기쁨과 즐거움에 대해 이야길 나누면 되는 그런 산친구 아닌가?.
정예대원 18명으로 떠난 2012 귀연 마지막 납량산행
우린 떠나가는 2012년 여름에 그렇게 이별을 고했다
정상에 올라 세상에 대해 파이팅 한번 외치고 물처럼 흘러 내렸다.
내리는 중간중간에 맑은 덕산계곡 물에 뜨거워진 몸을 담그고…
방수용 카메라로 수중 촬영 까지 하면서….
그리고 물가에 모여 앉아 뜨거운 여름의 추억과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한잔 술에 담아
아직 무수히 남은 우리 기쁜 젊은 날과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 건배했다.
자! 우리의 귀연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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