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둘레길 7구간
지금까지 걸었던 대청호 둘레길 중 가장 낭만적인 길이었다.
들판과 산색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되고 가을은 깊어간다.
아직 붉고 노란 단풍이 여기저기 눈에 뛰지만 전체적인 색조는 갈색의 편안함과 부드러움이 두드러 진다.
사색과 명상을 떠오르게 하는 조용한 가을 들판 그리고 금강의 푸른 물길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들
사이로 구비치는 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차분한 기쁨으로 들뜨게 한다.
당초 마눌과 6-1구간의 안내습지공원- 점촌고개 구간을 걸으려 했으나 성박사가 모처럼 토요일 시간이
난다고 했다.
사실 7구간 독락정 – 청마리 아자학교의 13 km 구간은 버스편이 하루에 2번밖에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트레킹하려면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난번 4구간 회남 남대문공원- 은운리 구간처럼 마눌과 내 차 두대를 동원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성박사가 차를 가지고 흔쾌히 동행을 한다고 해서 교통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3-2구간 벌랏한지마을 –거구리 구간이나 지난 5구간 은운리-안내습지 같은 거친 구간이면 함께 하자고
못하겠지만 선답자의 산행기로 본 7구간 길은 너무 운치 있는 가을 산책 길이 될 것 같아서 자신 있게
성박사에게 트레킹 제안을 했던 터였다.
뒤늦게 바쁘다던 김상무 까지 합류해서 7구간 원정대는 5명으로 꾸려졌다.
우리는 둔산 샘머리 아파트에서 만나 가양동 한신아파트에서 김상무와 합류하여 안남 면사무소 앞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마눌과 준모엄마를 내려놓고 셋이 다시 두대의 차로 오늘의 목적지 청마리 아자학교까지 가서 김상무 RV 차량을
주차하고 마눌의 마티즈로 안남 면사무소로 돌아와 같이 출발했다.
선답자 유비님의 답사기록에는 둘레길 7구간은 2시간 40분 밖에 안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차로 목적지에
이동하는 시간이 꽤 걸리다 보니 성박사와 김상무는 지레 겁먹고 6시간은 족히 걸리는 길이라고 쌩 난리를 피웠다.
그게 내공의 차이다.
먼 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간 걸음의 위대함을 깨닫지 못한다.
까마득한 지리산 의 능선 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날이 저물기 전에 그 길의 끝에서 출발지 산 위로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으리란 걸 믿지 못한다.
준족들과 산행하다가 소변 한 번 보고 사진 몇 방 찍다 보면 하루 종일 일행을 쫓아갈 수 없다는사실도 알지 못한다.
친구들은 스스로 오래 묵혀둔 자책감에 자신의 걸음과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
면사무소 앞 연주교를 넘어 갈 때가 11시 40분이었다.
내일 전국적인 비가 온 데서 귀연 지리산 둘레길 첫 출행은 취소했는데 오늘은 햇빛도 좋고 날씨도 맑았다.
다만 바람이 좀 거세서 모자와 머리칼이 춤추듯 날리는 통에 사람들은 움츠러들수 밖에 없었는데 철없는성박사와
김상무가 6시간 넘게 걸린다고 겁까지 잔뜩 주어서 출발하는 분위기는 좀 가라 앉았다.
넓은 지역을 벗어나서 사방이 산으로 둘레 쌓인 들판 길을 걸어 가면서 거친 바람은 다소 잠잠해졌고 마치
겨울 산행처럼 중무장 했던 동행들은 옷을 한겹씩 벗었다.
길과 바람은 같이 부드러워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가까이에 있었던 그 멋진 길을 이제사 걸어감을 의아해 하며 그 동안의 밀린 애기를
나누며 즐겁게 걸었다.
여유롭고 편안한 길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목가적의 시골 풍경에 발길도 마음도 모두 가벼웠다.
금강 물길을 따라 간다는 생각만 하면 별로 헷갈릴 만한 구간이 없었다.
전체적인 길의 개요는 안남면사무소 앞 연주교를 건너자마자 우측 농로길로 진행해서 경률당이 있는 종미리
미산 마을과 음지말을 거쳐 국가하천 입간판을 만나는 내륙구간과 금강을 따라 진행하는 강변구간으로 크게
나누어 진다.
강이 보이지 않는 내륙구간은 갈림길에서 유의해야 할 구간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선답자의 산행기를 참조
하거나 대청호 500리길 이정표나 향수100리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그다지 어려운 구간은 없다.
강변을 따라가는 구간은 금강 물줄기를 우측에 두고 길을 따라 가니 그리 신경 쓸 구간이 없다.
다만 1박2일 촬영지를 만나고 나서 좌측으로 약간 휘어지는 길을 따라 가면 포장도로를 만나는 곳이 평촌
사거리인데 그 곳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대청호 500리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가덕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후는 가덕교를 지나 합금리를 거쳐 청마교 까지 진행하면 된다.
청마리 아자학교 까지는 놀멍 쉬멍 3시간 걸렸다.
무리하지 않은 적당한 시간 이었고 친구가 있고 멋진 풍경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소풍길 이었다.
우리는 대전으로 돌아와서 김상무 집 주변 횟집에서 그동한 적조했던 만남의 회포를 풀고 즐거운 하루의
행복한 나들이를 자축했다.
둏다.
이런 좋은 부위기에 한 잔의 술이 빠질 수 있나?
우리는 우리가 하루 소모한 칼로리 배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했다.
그래도 좋다.
산책일 망정 그 것도 안하고 먹었으면 몸에 더 부담스럽지 않았겠나?
멋진 하루의 카타르시스와 목가적인 자연 속의 소요는 몸보다 정신을 더 살찌게 한다.
먹을 때 자꾸 건강생각하고 칼로리 생각하면 못쓰는 법이다.
그러면 소화도 더 안 되어 좋은 음식이 몸을 해치는 독소가 된다.
어느 정도 운동이 따라 준다면 먹는 것에 그리 노심초사 할 필요도 없다.
입맛이 동하는 대로 먹으면 그만이다.
몸은 자정 작용을 한다.
뇌와 입맛은 천천히 속도만 조절하면 배부를 때와 물릴 때를 파악해서 진퇴를 결정해준다.
오래 먹으면 물리게하고 결핍이되거나 좋아하는 것을 오래 안 먹으면 먹고 싶게 만드는 것이 자연스런 몸의
조절기능이니 그저 맡겨둘 일이다.
하여간 우리는 얼큰한 기분과 남산만하게 올라 온 배에도 불구하고 2차로 맥주 집에 갔다.
근처에 맥주 집을 찾다 찾다 못 찾아서 다시 치킨 집에 들어 갔는데 적당한 안주가 없어서 닭다리와 닭 날개
후라이드를 시켰다.
나중에 일어나면서 보니 내 앞에만 뼈다구가 수북했다.
회식 때 내 앞에는 서로 앉으려 하지 않았던 나의 젊은 시절 만은 못하겠지만 아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먹성이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좋은 것은 세상에 감동할 일들이 더 많아짐을 깨닫게 되는 것이고 그 기쁨과 행복들이
꼭 먼 곳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삶 가까이에도 무수히 흩어져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 자연스레 배움과 성장의 길을 걷듯이 연륜과 더불어 자연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짐은 본디
인간의 시원(始原)이 자연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럿이도 즐겁고 둘이서도 즐겁고 혼자 있어도 즐겁다면 정말 늙어가는 징조일까?
무슨 문제 있으랴 ?
늙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인생을 보내는 것
나이들수록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정녕 그것이 행복한 인생의 비밀인 것을
살아 가면서 꼭 잃지 말아야 할 아해의 호기심과 웃음
그것이 산과 바람이 속삭이며 알려주었던 삶의 지혜였음을…
대청호 둘레길 7구간
진 행 일 : 2012년 11월 10(토)
진 행 지 : 대청호 둘레길 7구간
산행코스 : 안남면사무소(11:35) → 연주교(11:37) → 경율당(12:07) → 가덕교(13:31) →
합금리(14:06) → 청마교(14:33) → 청마리 아자학교(14:45)
산행거리 : 13km
소요시간 : 약 3시간 10분 /천천히
동 행 : 성박사 부부, 김상무, 우리부부
시간 |
경유지 |
비 고 |
11:35 |
안남 면사무소 |
|
11:37 |
연주교 |
건너서 우측 밭길로 진행 |
11:46 |
도로 만남 |
우측 농로길로 진행 |
11:50 |
T자형 갈림길 |
우측으로 진행 |
11:53 |
좌측 두 갈래길 |
아랫쪽 길로 진행 |
11:55 |
측백나무 묘지 갈림길 |
우측으로 진행 |
11:58 |
고목 있는 T자형 갈림길 |
좌측으로 진행 |
11:59 |
작은 다리 |
건너서 우측방향으로 진행 |
12:07 |
경율당 |
|
12:10 |
미산마을 이정표 |
우측으로 진행 |
12:13 |
음지말 ,T자형 갈림길 |
우측 진행 |
12:19 |
금강변 휴식(10분) |
출발후 약 45분 경과 |
13:00 |
1박 2일 촬영지 |
|
13:04 |
평촌 삼거리 |
우측 가덕 방향으로 진행 |
13:31 |
가덕교 |
건너지 않고 길 따라 직진 |
14:06 |
함급리 (10분 휴식) |
|
14:33 |
청마교 |
건너간다 |
14:45 |
아자학교 (폐교) |
빨래 끝 |
바람부는 연주교를 지난다.
건너자 마자 오를쪽 밭둑길로 진행야 한다.
까치 한 마리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갑작스런 소란에 놀라 푸드덕 날아 오른다.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 "
넓은 밭둑 길을 따라 계속 진행한다.
봄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겨?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너머로 둔주봉 능선과 독락덩이 보이고...
깊어가는 가을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의 강산
휘어서 지나는 포장도로를 다시 만난다.
도로에 올라서면 바로 우측의 포장 농로길로 진행한다.
포장도로에서 뒤돌아본 안남면과 바람에 중무장한 동행들
가을걷이 끝난 들판의 평화로움 그리고 뒤편에서 우뚝한 둔주봉 능선
포장 농로길을 따라 계속 직진
T자형 갈림 길을 만나면 우측으로 진행한다.
호수가 오른 쪽에 있었으니 당근 오른쪽으로 진행
제법 멀어진 안남면 마을
우측으로 길 따라 진행하다 보면 좌측 두 갈래 길을 만난다.
한 길은 산으로 올라가고 아랫쪽 한 길은 논둑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 간다.
아랫 쪽 길로 진행해야 한다.
그 길은 인삼밭 사이로 이어진다.
인삼이 땅심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데 이제 금산 땅의 기운이 쇠해져서 인삼밭은 전국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측백나무 무덤이 있는 고갯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한다.
고갯길을 넘으면 평화로운 가을풍경이 펼쳐지고 ...
비닐하우스 뒤를 가로지르는 길을 만날 때까지 걸어간다.
죽은 고목이 이정표처럼 세워져 있는 T자형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행
처음엔 길이 호수방향에서 멀어져 의아했는데 여기서 길이 역디긋자로 전방에 보이는 밭 뒷 길로 돌아와
우측으로 진행된다.
짧은 가을이 가는겨?
좌회전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다리를 건넌다.
길은 우측으로 휘돌아 가고...
단풍나무 애기 묘목들도 가을에 물들어 가고
길섶엔 가을이 한창이다.
작은 샛길은 무시하고 계속 직진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본다.
그려도 까치 밥은 남겨 놓았어
바람엔 단풍나무 잎새와 허공의 비닐이 함께 날렸어
여기가 경률당이란 서당
친구들은 가느라 바쁘고 나 혼자 들어가 둘러 보았어
마음이 차분해지는 풍경에 공부가 잘 되었을 것 같애
미산마을 앞에서 우측 길로 진행
이런 이정표가 있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이 분지 길을 걸어가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지고 마음이 너무 편해 지더군
김상무가 이 곳이 명당이래
좋친들 모두 폐가 인수해서 이 마을에서 정착하자 더군
난 가능한데 성박사는 안될거야
물려받은 시골 땅이 많아서 그 곳에서 정착해야지
임이사도 세종시에 대박 땅이 있구 .. 김사장은 스마트시티 두고 이사갈까?
이렇게 넓은 들과 적당한 거리의 호수 건너 둔주봉이 바라보이는 곳
잠시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본다.
다시 T자형 갈림길을 만나면 우측으로 진행한다.
여기가 음지말이란 마을이래
말이란 마을의 준말인데 마을이름이 음지라면 좀 그러네....
양지말에서 살아야지...
직진하는 음지말 풍경
T 자형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서 바라 본 독락정 쪽 풍경
저 길이 얼어 붙으면 6구간 가지 못했던 강안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저 건물까지가 내륙코스로 보면된다.
저 길을 지나면 계속 강줄기를 따라 가는 낭만적인 강변길이 끝까지 이어진다.
마치 봄인 듯 파종을 위해 밭갈이 하는 사람들
평화로운 풍경
보리 파종을 준비하는 듯
1차휴식 13: 20 - 진행 후 약 40분 경과
뭐 좀 먹고 갑시다.
커피와 빵과 과일 ...
perfect silience
아무 소리 들지지 않는 고요한 길
햇빛은 따사롭고 물결은 잔잔하다.
낙엽송은 아직 잎새를 떨구지 않았어
우리가 걸어가는 길엔 아직 가을이 한창이야
이런 길이라면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이렇게 도심 가까운데서 만날 수 있는 고요와 평화
이 길이 옥천 정지용 생가에서 이어지는 향수길과 중복되는 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듯
이 곳이 1박2일 촬영지라함
강변 길은 1박2일을 촬영했던 이 곳에서 휘어진다.
도로 확포장공사 현장이 있다.
여가 평촌삼거리
도로를 만나면 우측으로 진행한다. -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찾아 진행하면 됨
평촌 삼거리 이정표
되 돌아보니 친구들이 저렇게 건들거리며 오고 있더군
다시 비포장 강변도로로 돌아 왔어
여기서 무조건 물길 따라 두 번째 다리가 나올 때 까정 계속진행
강건너에도 평화가 드리워 있고..
강물은 지루한지 조금씩 휘어 돌았지...
강은 변함없으되 강물은 예전의 물이 아니 듯
우린 세월에 늙어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길을 걸어 가겠지..
매일 다른 강물이 흘러 가는 것 처럼
오늘은 멋진 선물 이었네
가덕교는 그냥 지나감
물길 건너 청마리 탑산 조망
감 따는 사람
바구니 까지 가져와서 따는데 주인일까 아닐까?
겨울로 가는데 저건 모야?
합급리에서 2차 휴식 : 14:10
출발 후 2시간 30분 경과
잘 생긴 녀석
합금리 마을 입구에 ... 겨울을 나기도 전에 먼 길 떠난 노루
불쌍타
강가엔 제법 운치 있는 배 한 척
강 거너가 오늘의 목적지 청마리
청마교를 건너서
대청댐 수문을 열었는지 풍부한 강수량
청마리 할아버지 왈
어찌 어찌해서 여기에 다리를 놓았는데 물이 없어서 혈세 를 낭비햇다는 비난을 면하려고
물을 채운다나 어쨌다나...
하여간 사는 사람도 별루 없는데 엄청 떡부러진 다리를 놓았음
빨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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