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2구간
마음이 둥글어지면 그 사소한 기쁨과 행복들이 눈에 들어 온다.
처음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헤맨다.
더 먼 곳
더 깊은 곳
감추어진 세상의 비경들…
삶의 내공이 깊어진다는 것은
시린 삶의 찬바람 앞에서도
더 여유로운 웃음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고
어느 곳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길섶에 뒹구는 기쁨과 행복이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배낭 가득 행복을 담아낼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
멀리 시골 마을이 보이고
길은 개울을 따라 다리를 건너고 밭둑을 지나 낮은 산허리로 넘어간다.
마른 풀 위에 앉은 눈 위로 바람이 불어 가고
잠들어 있는 대지 위로 가끔 새들이 무리지어 나른다..
가벼운 마음과 행장으로 떠나는 길이다..
우린 길을 걸으며 어릴적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긴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세월의 짐을 조금씩 내려 놓는다.
가벼워진 마음은 벌써 눈 덮힌 들판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잠자는 무채색 대지 위로 감미로운 삶의 음악이 흐른다.
사람들은 늘 행복을 꿈꾼다.
살아보니 행복은 꼭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더 많은 행복들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닫힌 마음이 찾아내지 못할 뿐이다.
한 장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우린 스스로 얼마나 많은 세 잎 클로버를 외면하고
짓밟아 버리고 있는지…
행복은 지리산에도 있고 대청호반 길에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선한 친구의 웃음 속에도 있다.
법정스님이 그랬나?
“행복은 다음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
또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서 우러나오고 꽃 향기처럼 은은하게
스며나오는 것이다. “
우린 자면서 늘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건 아닌지…?
행복에 목말라 하면서 행복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건 아닌지..
실제로 행복감을 느끼게하는 행복물질인 세로토닌은 사소한 일로 분비가 촉진된다고 하는데
행복은 원래 다소 느리고 느긋한 건지도 모른다.
늦은 출발
느리게 걷는 길
잃어버린 추억을 들쳐내는 어릴적 시골길과 마을 풍경들
들판에서 만나는 코끝을 싸하게 하는 싸늘한 바람
실종되었던 자신과의 조우
명상과 순례의 길을 걷고 나서 마시는 한잔의 맥주
다소 게으르게 이런 사소한 기쁨을 만날 수 있는 지리산 둘레길도 행복으로 난 여러 갈래길
중 하나가 아닐까?
어쨌든 이외였다.
작은버스 옆구리야 당근 터질걸루 생각해서 큰 차가 가야할거라고 생각 했는데 두 대가 다
떠나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날씨도 여전히 추웠고 귀연 둘레산길 광고란 산악회 까페 산행안내가 고작이었는데…
도심에서 구들장을 지고 행복을 만나기란 분명 어려운 거고 사람들은 굳이 힘들게 높은 설산
고원에 머무는 행복보다 낮은 둘레 길에 머무는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귀연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길
꽃 향기 날리고 나비 나르는 봄이면 버스 세대는 가야하지 않을까?
근데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은 너무 싱겁다.
기대가 커서일까?
아님 그 길의 미학을 가슴으로 느낀다는 허울 좋은 구실로 사전 공부를 게을리 해서일까?
운봉-인월을 걷는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은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바래봉, 고리봉, 정령치,
만복대를 잇는 서북능선을 바라보고 왼쪽으로는 백두대간 고남산 구간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옥계호 입구에서 흥부골 자연 휴양림을 지나는 임도 3km를 제외한 2구간 대부분 길은 '람천'을
따라 뚝방 길로 진행된다.
'
람천'은 지리산 서북능선의 고리봉에서 시작해 남원 산내면을 흐르는 작은 하천으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에서 좁은 협곡을 통과하면서 진주 남강으로 흘러 들었다가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대부분 평지 길이고 길이 넓어서 여럿이 같이 걷기에도 좋긴 한데 다소 단조롭다.
그래도 인상적인 건 있다.
뚝방 길을 불어가는 바람과 흔들리는 갈대가 표구하는 쓸쓸하고 황량한 겨울 풍경
그리고 람천이 끝나는 곳에서 신기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비전마을의 황산대첩비
비전마을은 이성계 장군의 황산대첩비가 세워지고 비각을 관리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
하면서 형성된 마을 이라고 한다황산대첩비 비각 옆에는 동편제의 대표명창으로 가왕의 칭호를 받은
송홍록 생가가 있다
원체 무식한 넘이라 서편제 영화는 보았으되 촬영지가 청산도 인걸 10년도 넘어서야 알았고 동편제가
남원,구례,산청 등 지리산 자락을 중심으로 태동하고 발달했음을 처음 알았다.
습관이되어서 여전히 새벽밥을 먹고 출발하다 보니 11시가 넘어서면서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폐쇄된
리조트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막걸리 세 잔과 매실주 한잔을 걸치고 보안관표 불고기와 큰놈이 그
국물에 긇여낸 진정한 소고기 라면까지 먹고 나니 배가 빵실하고 세상 부러운 것이 없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길은 옥계저수지를 지나 산 길을 하나 넘어 흥부골로 내려서는 가 싶더니 도로를 건너편 산기슭을 휘돌아
바로 운봉마을로 내려서서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행복의 길은 너무 짧아서 먹어버린 행복을 다 소화시켜 버리기도 전에 다시 뒤풀이 잔치상을 받아 들었고
결국 행복은 고통스런 식고문과 거북하고 불쾌한 포만감으로 끝이 났다.
인류가 살아온 300만 년 중 299만 9950년이 공복과 기아의 역사라는데 원시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수렵
채취을 위해 하루 평균 40,km를 뛰고 달렸다는데 오늘 난 해도 너무 했다.
엄청난 과식 .. 난 고작 10km를 걷고 얼마나 먹은겨 ?
PS)
수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여행길을 앞에서 주선하신 많은 분들과 특히 부침개와 뒤풀이 김치찌개 준비
하느라 고생하신 단비총무에게 감사의 말 전한다.
그리고 늘 걷는 것 것보다 먹는 거에 더 역점을 두는 듯한 귀연의 대표 식객들 큰놈,보안관, 남실장님
그리고 오솔길님과 청개구리님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
당신들이 있어서 본인들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의 입이 행복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늘 길이 어긋나던 두 기사님
귀연 하계 보신 야유회 이후 드디어 한자리에서 만나 형님과 아우처럼 모양새 좋게 멋진
요리솜씨 발휘해 주심에 감사한다.
이번 길은 사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분위기에 휩쓸린 식탐으로 몸매무새도 더 망가졌다.
앞으로는 시간이 너무 남으면 산꼭대기 대장님이 점심이 소화될 때 까지 주변 관광지나 지리산 고갯길을
두루 걷게 했으면 좋겠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도 감사 드린다.
3월부터는 길은 더 아름다워 지고 살아나는 생명력으로 기가 충만해질 질 것이다.
그 길이 끝날 때까지 오래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리산 둘레길이 어릴적 시골풍경과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행복한 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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